안녕, 내 사랑들.
무책임하게 글을 한 달이나 버려 둔 작가를 용서하지 말아요... ㅎㅎㅎㅎ
한 번 손이 뜨니까 이래저래 귀찮기도 하고
학교 축제니 쓰차니 일도 많았고 그랬어요.
다들 신알신 삭제 해서 볼 사람도 없으려나... (긁적)
저번 주인가? 나 보고 싶다고, 언제 돌아오냐고 하는 댓글 보고 순간 심쿵해서 이번주는 써야겠다 하고 들고 왔습니다.
기다려준 사랑들은 고맙고, 떠나간 사랑들은 미안해요.
김석진 - 너탄과 17살 차이, B급 가이드, 너탄 주치의
김남준 - 너탄과 12살 차이, S급, 화염&온도 조절, 너탄 특별반 선생님
민윤기 - 너탄과 12살 차이,S급, 얼음&염력, 너탄 팀 센티넬
정호석 - 너탄과 10살 차이, S급, 순간이동&괴력, 너탄 팀 센티넬
박지민 - 너탄과 9살 차이, S급, 번개&사이코메트리, 너탄 팀 센티넬
전정국 - 너탄과 6살 차이, S급, 정신조종/독심술&바람, 너탄 팀 센티넬
김태형 - 너탄과 동갑, S급, 물&미래시, 너탄 실습조
너탄 -S급 가이드
오늘은 너탄이 20살이 넘어 능개원 밖으로 이주한 후의 이야기임. (스무 살이 넘어 고등 교육을 받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가이드가 있는 팀은 국장의 인가 아래 능개원 밖으로 이주할 수 있음. 너탄은 나쁘지 않은 학교의 중어중문과 진학.) 1학년 초, 이래저래 바쁜 일이 많아 힘들지만 능개원 밖의 삶이 아직 신기하고 재밌기만 한 너탄은 잘 지내고 있었음. 그러다 하루는 옆 집이 시끌시끌한 거. 아침에 일어나는데 뭔가 드륵드륵 바퀴 굴러가는 소리랑 분주한 발소리가 들려 뭐지... 하다가 일주일 전부터 엘리베이터에 붙어 있던 안내문이 생각남. 아, 아래 층 이사한댔지. 아침부터 시끄러운 게 상쾌하진 않지만 그래도 덕분에 일찍 깼으니 좋은 게 좋은 거지, 라고 생각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학교로 향하는. 오후 출근인데도 평상시에 일어나던대로 일어나서 소파에 퍼져서 티비 보고 있던 정국이한테 배웅 뽀뽀 받고서 팔랑팔랑 기분 좋게 걷겠지. 이 날이 목요일.
그리고 금요일이 되는데 금 공강인데다 집순이인 너탄은 평소와 같이 늦잠 푹 자고서 일어나 머리 질끈 묶고 컴퓨터 하다, 책 읽다 하면서 뒹굴댐. 오늘은 센티넬 넷이 다 출근하는 날이라 집이 고요한 게 온 세상이 제 것 같아서 편하게 쉬고 있었는데 갑자기 띵동, 소리가 들리는 거야. 능개원 나오기 전에 호신술도 다 배웠고 이젠 어른이지만 능개원 밖 사람들-즉, 신분 보장이 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을 아직까진 많이 접해보지 않은 데다 가이드는 언제 어디서 반정부 센티넬들을 만날지 몰라 항상 조심해야하니 너탄이 주춤주춤 인터폰으로 다가가서 통화를 누름.
- 누구세요...?
- 어, 저 아래층에 이사 온 사람인데요. 엄마가 떡 가져다 드리라고 해서요.
인터폰을 보니 예쁘장한 남자애가 곤란한? 쑥쓰러운 듯한? 얼굴로 교복을 입은 채 시루떡을 담은 접시를 들어 보임. 일단 어리고 잘생겼으니 경계심을 푼 너탄이 문을 달칵, 열고 떡을 받아들면 어, 어, 맛있게 드세요! 하고 고개 꾸벅, 숙이고서 어딘가로 가버리려는 학생에 너탄이 외려 당황해서 저, 저기! 하고 부름. 그럼 혹시 센티넬이 아닐지 의심스럴 정도로 빠른 속도로 비상구 계단을 반 층 내려간 학생이 고개 빼꼼 들고서 네...? 함. 너탄이 어색하게 웃는 얼굴로 접시를 들어보이면서 이거 가져가야죠, 하면 아... 하고 박 터지는 얼굴로 다시 주춤주춤 올라오는 학생.
- 잠깐만 여기서 기다려요.
초면에 집으로 들이기는 좀 그러니까 문 열린 채로 고정시켜 놓고서 접시 가지고 쫑쫑, 집 안으로 들어가 시루떡 옮겨 놓고 집에 있던 이런저런 과자랑 티백같은 주전부리 담아서 다시 나와서 학생에게 건넴.
- 반찬같은 거 줘야 하는데, 우리 집이 그런 게 없어서 과자라도 담았어요. 어머님께 잘 먹겠다고 말씀드려 주세요, 문...별 학생?
센티넬들 앞에서 보이는 마냥 애같은 모습과는 다르게 저보다 어린 사람 앞에 서니 순간 완연한 누나(!!)가 된 너탄이 예쁘게 웃으면서 말하면 어, 네! 감사합니다! 하고 허리 꾸벅, 숙인 학생이 와다다다 뛰어가다 비상구 앞에서 멈칫, 하고서 머뭇머뭇 뒤 돌아보곤
- 다음에 보면 말씀 편하게 해 주세요!
하고 또 쑥쓰러운지 와다다다 뛰어가는 발소리가 들림. 만날 최소 6살은 많은 아저씨들만 보다가 푸릇푸릇한 애기를 보니 눈이 초롱초롱해져서 기분이 흐뭇한 너탄.
은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