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이 땅으로 곤두박질치는 소리는 제가 맞는 게 아닌데도 불구하고 언제나 따갑게만 들렸다. 창과 밖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촘촘한 방충망 사이로 노란 달이 보인다. 그 작은 구멍 사이로 보인 달빛은 좌우로 마구 흩어져 어슴푸레했다. 어두운 주위에 달은 더욱 밝아 보였다. 하지만 밝은 달을 시샘하기라도 한 듯한 구름이 달을 가려버렸고, 눈에 담기던 밝은 달은 금세 빛을 잃어버렸다.
“뭘 그리 봐.”
뒤에서 내 허리를 감싸며 그가 물었다. 얇은 천 위에 닿은 그의 손은 무척이나 따뜻했지만, 이상하게도 닿은 그의 손이 무척이나 시리게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얼굴에 그것을 비추지 않았다. 그리고 태연하게 그에게 대답했다.
“달을 보고 있었는데…… 구름에 가려져버렸어요.”
그는 내 말에 짧게 그래? 하고 대답했다. 그러고선 목 언저리에 얼굴을 묻고 숨을 내뱉으며 나를 간지럽게 했다. 가까이서 맡아지는 그의 특유의 향기에 몸의 힘이 약간 풀렸다. 이래서 익숙한 것이 무섭다고 하는 것인가.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음, 민윤기 씨.”
“그거 말고.”
“윤기야.”
“그래, 그거.”
그는 성을 붙이지 않고 불러주는 것을 좋아했다. ‘오빠’라는 호칭은 징그러워서 싫고 ‘누구누구 씨’라는 호칭은 흔해서 싫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말에 따른다면 ‘윤기야’라는 호칭 또한 무척이나 흔한 것이었다. 어느 날엔 이것에 의문이 들어 호칭에 대해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하나였다. 내 이름을 그렇게 부르는 사람은 너밖에 없어.
“윤기야.”
“응.”
“한 잔만 가져다줘요.”
내 말에 그는 조용히 일어나 테이블에 있던 잔에 샤또 마고를 채워 내게 건넸다. 나는 손을 들어 잔을 잡았다. 그가 또다시 내 뒤에 앉아 허리를 감싸고, 나는 잔 안에 담긴 내용물을 조금씩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언제나 마셔도 정의하기 어려운 맛이었다. 어떨 땐 쓰고, 어떨 땐 달았다. 오늘의 샤또 마고는 조금 단 것 같았다. 나는 고개를 살짝 돌려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벌려진 그의 입술 사이로 샤또 마고를 조금씩 흘려보냈다. 키스라고 단정 짓기 어려운 행위의 뒤, 나는 그에게 물었다.
“어때요?”
“맛이?”
“네.”
“달아.”
정말요? 나는 그리 되물으며 옅게 웃었다. 그와 내가 같은 맛을 느꼈다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면서도 불안했다. 체감 시간으로 아마 지금은 새벽 3시일 것이다. 그리고 그와 헤어지는 시간 또한 새벽 3시이다. 그 생각을 하니 자연스럽게 낯빛은 어두워졌다. 어차피 어두컴컴한 곳에 있어서 티가 나진 않겠지만, 어깨가 슬쩍 내려갔으니 그 또한 눈치챘을 것이다. 3시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윤기야.”
“왜.”
“이제 3시인 거 같아요.”
“……그러네.”
그는 느릿하게 내 뒤에서 일어나 벗어두었던 겉옷을 입었다. 그리고 다시 내게로 와 입술에 진득하게 흔적을 남겼다.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는 전날과 똑같이 내게 쪽지 한 장을 손에 쥐이곤 문 앞에 섰다. 나는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
“또 봐요.”
“그래. 또 보자.”
오늘 밤에. 그는 작게 덧붙이고 문고리를 돌려 문을 열었다. 나는 그가 나간 문을 계속해서 쳐다보았다. 그리고선 윤기 너를 평생 봤으면 좋겠어,라며 닿지도 못할 소리를 속으로 삼키며 고개를 돌려 창밖을 쳐다보았다. 슬프게도 달은 너무나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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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미ㄴ윤기 글로 찾아뵙네여... 민군주님 분우ㅣ기 매우 좋아요...
비와서 삘받은대로 막 썼더니 이리 됐네여.. 이상해도 책임 못.. 못짐요...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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