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락거리는 낙엽은 우리 둘 사이를 메웠고, 서늘한 가을바람이 우리를 감싸 안았다. 우리는 손을 잡고 있었지만, 그 맞잡은 손에 온기는 전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온기 하나 없는 코트의 주머니 속이 더욱 따뜻했다. 분명 우리 둘은 알고 있었다. 더 이상 서로의 온기가 전달될 일이 없다는 것을. 그러면서도 맞잡은 손을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을.
하지만 그는 말했다.
“우리, 이제 그만할까.”
그의 목소리는 무섭도록 덤덤했다. 나는 시선을 아래로 잠시 떨어트렸다 다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럴까.”
내 목소리는 뒤늦은 가을비처럼 축축했지만 눅눅하진 않았다. 눈물은 흘렀지만 볼에는 눈물 자욱이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는 아주 자연스럽게 이별을 준비했다.
*
우리는 동거를 하고 있던 자취방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손을 꼭 맞잡은 상태였다. 나는 코트를 벗어 옷걸이에 걸었고 그는 코트를 벗어 소파 위에 올려두었다. 그 모습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그에게 말했다.
“민윤기, 옷걸이에 옷 좀 걸어두라니까.”
“네가 또 해줄 거면서.”
“맞는 말이라 반박할 수가 없네.”
나는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옷걸이에 그의 코트를 걸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렇게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린 우리가 떨어진다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이제 헤어지면 네 코트를 걸어주는 사람도 없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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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습관처럼 핸드폰 홀드를 켜 음악을 틀었다. 소리는 4 정도로 키워두고, 노래는 언제나 듣던 크러쉬의 가끔. 특유의 음이 나오고 나는 그의 옆에 앉아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그는 내 행동에 자연스럽게 내 허리에 팔을 둘렀다. 그리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아직은 공감하지 못할 가사들이었지만 얼마 뒤엔 분명히 이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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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은 뭐 먹을래?”
“그냥 간단하게 토스트나 먹을까.”
“음, 그게 좋겠다. 솔직히 나 지금 요리할 힘이 없어서.”
내 말에 그는 고개를 저으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덧붙였다.
“앉아 있어. 내가 구울게.”
“고마워.”
나는 소파에 앉아 그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식빵을 토스터 안에 넣는 모습,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는 모습, 잼과 숟가락을 꺼내는 모습. 이 모든 것이 너무나 선명하고 익숙하게 다가왔다. 되도록 사라지지 말았으면 하는 풍경들 중 하나였다.
“윤기야.”
“어.”
“윤기야.”
“왜.”
“그냥.”
“그냥?”
“이제 이렇게 이름 부를 일, 없을 거 아냐.”
내 말에 그는 잠시 멈칫했다. 그냥 말하지 말걸 그랬나. 하지만 그에게선 꽤나 의외의 대답이 들려왔다.
“이름이야 부르면 되지. 꿈에서 부르면 되고, 혼자 부르면 되고, 만나서 부르면 되고.”
“내가 꿈에서 네 이름을 불러주길 바라는구나?”
“들켰네.”
그는 헛웃음을 지었고 나 또한 똑같이 따라 웃었다. 조금씩 미묘하게 집안에 온기가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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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사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저녁식사를 끝내고 간단하게 세안과 양치질을 했다. 그리고 그와 방에 들어가 개인 물품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주 천천히, 조금씩. 이기적이지만 나는 이 시간이 끝나지 않길 바랐다. 그저 그와 함께 있는 것이 좋았다. 서로가 지쳤지만, 난 좋았다. 난 정말로 이기적이었다.
“이름아.”
“어?”
“이거 좀 봐봐.”
그가 물건을 정리하던 도중 나를 불렀다. 그는 인화한 사진들과 폴라로이드를 보면서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진 안에 담겨있는 건, 나였다. 우리는 추억팔이를 빙자한 시간 늘리기를 시작했다.
“이때가 작년인가?”
“어. 여름에 바다 갔을 때.”
“이건 벚꽃놀이 갔을 때네.”
“그러네.”
사진을 한 장 한 장씩 넘기며 우리는 조금씩 초조해졌다. 이제 우리가 웃고 떠들 수 있는 사진은 10장뿐이었다. 나와 그의 말수가 조금 더 많아졌다. 입술이 바싹 말라 오고 눈이 조금씩 감겨왔다. 조금 졸린 것 같았다.
“윤기야.”
“어?”
“우리 내일 정리……하자. 너무 졸려.”
“……그래.”
사진을 바닥에 그대로 내버려두고 스위치를 껐다. 나와 그는 자연스럽게 침대 위로 기어들어갔다. 그리고 서로를 껴안으며 말했다. 잘 자, 윤기야. 너도 잘 자.
*
아침에 눈을 뜨는 일은 그다지 즐겁지 않았지만 오늘은 특히 더했다. 나는 실눈을 떠 앞을 확인했다. 아직 그가 자고 있었다. 그는 나를 품에 안고 있었고, 내 팔은 그의 허리에 둘러져 있었다. 미묘한 안정감에 나는 실눈을 떴던 눈을 다시 감고 그의 품 안으로 더욱 파고들었다. 남아 있네, 아직 남아 있어. 그의 온기가.
“이름아.”
잠에서 막 깬 목소리로 그가 내 이름을 불러왔다.
“나 때문에 깼어?”
“그건 아니고.”
나는 억지로 몸을 일으켜 앉았다. 그리고 손에 얼굴을 묻었다. 조금 울고 싶어졌다. 이래서 아침 감성은 안 되는 거다. 내 행동에 그 또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앉았다. 그리고 나를 또다시 품에 안았다. 나는 조금씩 눈물로 그의 옷을 적시며 한껏 눅눅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 아직 자신이 없어…….”
“…….”
“이제 어떻게 하지…….”
“이름아.”
“……응.”
“우리 헤어지지 말자.”
“…….”
“미안해. 나도 네가 없는 미래는 자신이 없어.”
나도 네가 없는 미래는 자신이 없어, 윤기야. 그는 먼저 이별을 건네곤 또다시 먼저 만남을 건넸다. 하지만 그런 그가 싫지 않았다. 나는 그의 허리를 꽉 껴안았고, 그는 내 뒤통수에 손을 대고 그의 품으로 나를 더욱 끌어당겼다. 우리는 또다시 온도 차이를 좁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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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글과 노래가 맞지는 않지만 순전히 분위기만 따지고 보자면 비슷한 거 같아서 아이유의 푸르던을 넣었습니다.
다음 주에 시험.. 망해따....
여러분 굿나잇임다 '^'♡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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