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이준혁 온앤오프 몬스타엑스 샤이니
메리베리 전체글ll조회 1092l
등장인물 이름 변경 적용

[세븐틴/김민규] 변하지 않는 여름밤 09 | 인스티즈


"김세봉 어딨어!!!!!!!!"




그제서야 참았던 눈물을 다시 터트린다.




 
쇠파이프를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미친 듯 나를 찾는 전원우의 목소리와 함께 나는 안심한 듯 다시 눈을 감았다.

이기적이지만 날 발견하고 일으켜세워주며 '괜찮아' 라고 말해주길 바라면서…






눈을 감은지 채 되지 않아 몸이 붕 하고 뜨는 느낌이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복부를 죄여오는 느낌에 힘겹게 눈을 뜨면 날 옆구리에 낀 채 어디론가 달리고 있는 아까 그 남자가 보였다.

내가 눈을 뜬 것을 눈치 챘는지 남자는 식은땀을 흘리며 날 노려보았다.




"어디서 귀찮은 년을 데려와가지고… 넌 좀 숨어있어줘야겠어"




한참을 달리던 남자는 청소용구함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큰 창고에 억지로 날 밀어넣고서 문을 닫았다.

이윽고 자물쇠를 채우는 소리와 함께 비웃는 듯한 남자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1시간은 버틸 수 있을걸. 이걸로 저것들은 나 못죽여~ 나중에 살아서 볼지 죽어서 볼지 한번 두고 보자고~?"




남자의 발걸음이 멀어져갔다. 그와 동시에 내 정신또한 아득해져만갔다.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뜬 두목은 눈 앞에 보이는 아수라장에 당황한 듯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주위를 둘러보면 피 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널부러진 부하들과, 소리를 지르며 도망치는 놈들도 몇 명 보였다.

하지만 그의 눈을 의심하게 만든 건 덤빈답시고 둘러대는 부하직원의 도끼, 무기등이 정체불명의 남자 셋을 무작정 통과한다는 것이었다.

두목은 눈을 비비며 그를 재차 확인했다. 몇번을 봐도 똑같았다. 무자비하게 부하들을 밟는 남자 셋의 몸은 어떠한 물리적 데미지도 입지 않고 있었다.





"씨발… 이게 무슨 일이야…!"





상황의 심각성을 눈치 챈 두목은 조심스럽게 뒷걸음질을 쳤다. 요리조리 눈을 굴리며 숨을 곳을 찾던 그가 헉 소리를 내며 숨을 멈추고 자리에서 경직되었다.



[세븐틴/김민규] 변하지 않는 여름밤 09 | 인스티즈




"어쭈, 저것이 도망가려고 하네?"





두목과 눈을 마주친 최승철이 미친 듯 세봉이를 찾는 전원우의 팔을 끌어당겼다.





"원우야 진정해. 세봉이는 우리가 데리고 있을테니까… 넌 저놈이 먼저잖아?"





원우가 서서히 승철이 가리키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면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꼼짝도 못하고 있는 두목이 보였다.

두목은 그제서야 그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리고 곧 다리에 힘이 풀린채로 주저 앉으며 생각했다. 잘못 건드렸구나 하고.





전원우는 피가 튄 쇠파이프를 옆 기둥에 쾅 소리나게 친 후 다시 고쳐잡고서 천천히 그에게로 다가갔다.

두목은 소리를 지르며 주저 앉은 채로 뒤로 슬금슬금 도망치려 안간힘을 다하고 있었다.






"죽어 없어진 새끼가… 뒈졌으면 끝이지 왜 나타나서 지랄이야…!! 니 동생 잡아갔다고 지금 복수라도 하려는거냐…?? 데려가!! 데려가 씨발!!!!!!"




[세븐틴/김민규] 변하지 않는 여름밤 09 | 인스티즈



"그럼 진작에 그랬어야지"





전원우가 두목의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 윽- 소리와 함께 옆으로 고꾸라진 두목의 머리에서 주르륵 피가 흘러내렸다.





"연락 안 받으면서 일부러 이자 늘린 새끼가… 뭐…? 내가 빚을 못 갚았으니 신체포기각서를 쓰라고? 하, 그래 내가 뭔 힘이 있겠어. 니 말대로 해줬잖아 응?"

"……"

"팔려가서 일 하면서 못 갚은 빚 다 갚고 도망쳤어. 나 살아 있으면 우리 할머니한테 피해갈 것 같아서 난 몰래 자살도 했어 씨발… 그럼 이제 우리 할머니는 건드리지 말았어야지"

"……"

"김세봉이가 내 동생이 아닌 걸 알면 데려오질 말았어야지"





다시한번 전원우가 두목의 얼굴을 쇠파이프로 내려찍었고 그의 피가 튀기듯 전원우의 옷에 묻었다.





"윽-!"

"…형?!! 형 괜찮아?!!!"





갑작스레 들려오는 승철의 비명소리에 원우가 뒤를 돌아보았다.




"…피??"





깜짝 놀라 달려간 김민규가 옷을 찢어 피가 흐르는 승철의 팔을 세게 묶었다. 승철을 찌른 부하는 당황했는지 어버버거리다가 줄행랑을 쳤다.




"하하… 저 병신 찔렀으면 자신감 얻어서 몇대 더 후려치고 가야하는 거 아냐?"

"아 존나 형은 이 상황에 그런 말을 하고 싶어??? 아니 씨발 귀신인데 피가 왜 나 왜!!! 형 혹시 살아 있어…???"

"그런 말 해주니 고~~ 맙네!!! 우리 아직 심판 받기 전이라서 그런 거 아냐? 근데 두번 죽지는 않을 거 아냐…"






다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원우의 눈빛이 흔들렸다. 아니 뭐 어때 죽기 전에 그렇게도 많이 다쳤었는데… 다치는 건 무섭지 않다. 다만…





"뭔가 좀 자신감이 생기는데…?"





울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자리에서 간신히 일어난 두목의 눈빛이 변했다. 불안한 표정의 전원우가 이를 질끈 깨물고 쇠파이프를 높게 들어올렸다.




"넌 그냥 닥ㅊ…"




-탕!







밀폐된 공간에 커다란 총성이 울려퍼졌고 모두의 시선이 그 곳으로 집중되었다.

그리고,





"공격할 땐 통과가 안되네… 니들."





총을 빙글 돌리며 기분나쁘게 웃고 있는 두목의 앞에는






"ㅇ, 원우야……!!!!! 전원우!!!!!!!"

"…원우형…?!!!!!"





피를 토하며 털썩 무릎을 꿇은 전원우가 있었다.






눈이 뒤집어 질 지경인 최승철과 김민규가 달려왔고 두목은 능청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통과하는 그들의 몸에다 총알을 몇 발 쏘고는 '아, 총알 좀 아껴야 하는데' 하며 웃어보였다.





"괜찮아 괜찮아~ 어차피 안죽잖아? 안 죽으면… 고통만 더 하겠네?? 와 이거 완전 좀비 아냐 좀ㅂ…"

"개새끼가 진짜…!!!!!!!"






김민규가 주먹으로 총을 쳐서 날려버린 후 들고 있던 야구 방망이로 두목의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 몇 번이고 내리치며 김민규는 악을 질러댔다.

전원우를 부축하던 최승철이 놀라서 그만하라고 할 만큼 김민규는 미친 듯 두목을 후려쳤다.



[세븐틴/김민규] 변하지 않는 여름밤 09 | 인스티즈




"그만…? 그만하라고…?? 형!! 이새끼 총을 가지고 있었어……!!! 김세봉 총에 맞았을지도 모른다고!!"





세봉이의 이름이 거론되자 원우의 동공이 흔들렸다. 그래 세봉… 세봉이는 어딨는거야…!!

희미해지는 정신을 부여잡고 원우가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재빨리 피가 흐르는 입가를 스윽 닦고서 이미 정신이 나갈대로 나간 두목의 멱살을 잡아올렸다.





"너… 설마… 팔았냐…?"





두목은 말을 할 힘도 없는지 덜덜 떨리는 손을 가까스로 들어 아니라는 제스쳐를 취했고 그제서야 안심이 된 듯 전원우가 하, 하고 허탈한 실소를 터트렸다.

그럼 이제 니가 있을 이유는 없지. 왼손으로는 피가 흐르는 복부를 세게 누르고, 오른손으로는 두목의 멱살을 잡아 질질 끌고서 원우가 밖으로 향했다.

위태로운 그의 모습에 잠깐 제정신이 아니던 김민규도 점점 더 아파오는 팔의 고통에 인상을 찡그리던 최승철도 안절부절 못하며 전원우의 뒤를 따라갔다.





"…ㅁ, 뭐하려는 거야…"





부둣가로 나와 그 앞에 두목을 던져놓은 원우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를 노려보았다.




"내가 죽고나니 아주 좋은 친구들을 만났어. 승철이 형도 만나고… 민규도 만나고. 그리고… 세봉도 알게되고… 난 분명 죽었는데 행복하던 날이 늘더라고"

"……"

 


더해져가는 복부의 고통에 원우가 질끈 눈을 감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서서히 뜬 그의 눈에는 분노와 원망이 가득했다.





"그래서 씨발 난 널 저주해… 내가 죽지 않았더라면 따뜻한 손으로 세봉이의 손을 잡을 수 있었을테니까…"





알아들을 수 없게 뭐라고 비는 두목의 말은 들리지도 않는지 그 말을 끝으로 전원우가 두목을 발로 찼다.

풍덩- 묵직한 소리와 함께 그는 혼자서는 올라오지 못할 깊은 곳으로 가라앉았다.





"야!! 전원우!! 너 미쳤어?? 이거 완전 지옥행이야!!!!!"

"형은 저거 안보여…?"





한 팔로서 원우의 어깨를 미친 듯 흔드는 승철을 보며 전원우가 그가 지나온 자리를 가리켰다.

본인이 흘린 피를 보며 무슨 말을 하려는 듯 싶었지만 최승철은 입을 꾹 다물었다.





"형도, 민규도 다쳤어. 세봉이도 분명 많이 다쳤을거야…"

"어, 많이 다쳤어~"





낯선 목소리에 세명의 시선이 그에게로 집중되었다. 남자는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그들에게로 다가왔다.

원우를 부축하던 김민규가 굳은 표정으로 서서히 그에게로 발걸음을 했고 그는 손사래를 치며 멈추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일단 우리 두목님부터 구해드리고!"





여유롭게 휘파람을 불며 신발과 재킷을 벗은 남자가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아니 이 추위에 별 미친놈을 다 보겠네… 짜증이 난 승철이 그가 벗어던진 신발과 재킷을 바다에 던져버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깨에 두목을 짊어지고 올라온 남자가 숨찬 소리와 함께 두목을 바닥에 눕혔다.





"오, 아직 안뒤지셨네?"





그의 심장소리를 확인한 후 머리를 세차게 털며 신발과 재킷을 눈대중으로 찾던 남자가 딴청을 피우는 승철을 바라보더니 아 거기 내 핸드폰있는데… 하며 픽 하고 웃었다.





"김세봉 어딨어"

"알려주면 뭐 해줄건데? 걔 지금 어디 갇혀있어~ 자물쇠도 걸려있고 밀폐된 곳이라서 빨리 안찾으면 질식해 죽을걸?"

"어딨냐고!!!!!!"





전원우가 악바리를 지르며 앞으로 푹 고꾸라졌다. 그러게 무리하지 말라니까~  능청맞은 웃음을 짓던 남자가 그의 앞에 열쇠를 툭 하고 던졌다.





"1시간 안에 찾아야할거야. 안그럼 진짜 질식해 죽어? 그럼 난 이만~"





저 멀리 사라지는 남자를 보며 최승철이 짜증난 표정으로 머리를 헝클었다.




"두목이 살아있어야 자기가 용의선상에서 제외된다 이거야…? 신박하게 미친놈…"

"괜찮아 형… 저새끼 어디 도망못가. 내가 아까 근처에 있는 차들 다 바퀴 구멍냈거든. 핸드폰도 아까 형이 던진 재킷에 있다며?"

"뭐, 핸드폰이야 어디 널부러진 부하직원놈들꺼 빌려다 쓰면 되겠지만 차가 없으면 말짱도루묵이네. 어휴 병신"

"원우형은 그냥 여기 있어. 아니, 아니다. 승철이형도 그냥 여기 있어. 내가 갔다올게. 이 주변 1시간이면 못뒤지겠어? 부상자들은 짜져 그냥"





이미 정신이 혼미해져가는 원우는 그렇다 치더라도 무슨 말을 하려는 듯한 승철이 채 입을 떼기도 전에 열쇠를 주머니에 우겨 넣은 민규가 달려갔다.

아오 저 미친놈!! 자연스럽게 오른팔을 들어 엿을 날리려다가 밀려오는 고통에 인상을 쓰며 멈칫하던 승철이 누군가 잡아당기는 느낌에 시선을 옮기자 가쁜 숨을 내쉬며 승철의 옷깃을 잡아당기는 원우가 있었다.





"가겠다고 씨부리지마라 넌?? 진짜 죽는다??"

"어디… 어딨는지 알 것 같아……"

"뭐??? 니가 어떻게 알아??"

"아… 내가… 여기서… 뒤졌잖아 형……"

"미, 미안… 거기가 어딘데?? 나 팔 하나 병신이니까 니가 알아서 업혀라 아오 썅!!"




허리에 묶었던 셔츠를 풀어 원우의 피가 흐르는 복부를 꽉 조여매 지혈한 승철이 그를 등에 업었다. 한팔로 받치니까 존나 흘러내리네! 야 꽉 잡아 새끼야!!

그 상황이 저도 어이가 없는지 웃을힘도 없었지만 다시금 정신을 차리고서 원우가 말했다.




"일단 저거나 줍자…"




저거? 원우가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옮기면 김민규가 흘리고 간 열쇠가 있었다.

아… 병신 둘이 쌍으로 지랄이야… 맘 같아선 당장 주저앉아서 머리를 싸매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었다. 발 끝으로 열쇠를 공중으로 띄운 후 입에 문 승철이 소리쳤다.



"이이아아(직진한다)!!!







***





[세븐틴/김민규] 변하지 않는 여름밤 09 | 인스티즈



"와…존나 어둡네"



10분쯤을 달린 민규가 도착한 곳은 커다란 화물창고였다. 여기도 저기도 이상한 어두운 빨간색, 초록색의 물품 번호가 적힌 컨테이너박스들 뿐이었다.

진짜 여기 갇히면 질식사보다는 폐쇄공포증때문에 먼저 죽겠는데… 마구 제 머리를 헝클던 민규의 머릿속에 문득 기억의 한 조각이 스쳐지나갔다.






"너 귀접얘기 할 때마다 치를 떠는데 말이야, 존나 스킨쉽 싫어하는 철벽녀지? 그 민윤기라는 형도 차암~ 불쌍한 사람이었네"

"뭔 소리야? 나 스킨쉽 엄청 좋아해. 특히 포옹같은거."

"구라치지마 우리한텐 막 개인플레이 좋아하는 여자처럼 굴면서!!"

"아 그건 최승철 김민규 한정이고~ 언제나 나 챙겨주는 원우한테는 안그러네요~ 그리고 나 혼자 있는 거 싫어해, 무섭기까지 하다고. 혼자 자라서 그런가…"






언젠가 '혼자 있는게 무섭다' 라고 했던 김세봉이의 말이 떠올랐다.

그 말을 떠올린 순간 민규는 더욱 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야!!! 김세봉!!! 대답해!!!! 들리면 뭘 두드리던가 하라고!!!!!!!"





민규가 미친 듯이 달리며 자물쇠가 달린 것을 찾았다. 이 곳의 화물창고에는 없는 듯 했다. 애꿏은 컨테이너박스를 발로 차며 급히 민규가 밖으로 나섰다.







한참을 달리던 승철의 속도가 점점 느려지기 시작하더니 이젠 걷는, 아니 천천히 걷는 수준에 다다랐다.

헉헉 거리며 뭔 귀신 새끼가 이리 무겁냐… 하며 불만을 토로하던 승철의 눈에 물류창고가 눈에 띄었다.




"저기… 형, 저기 들어가면 초록색깔… 문짝정도의 크기의 창고 있어…"

"뭐?? 그게 창고냐? 청소용구함이지"

"거기 밖에 없어… 사람 하나 들어갈 곳은… 다른 컨테이너 박스정도의 크기라면 몇시간은 버틴다고…"





생각해보니 남자는 1시간이라고 했다. 공간의 크기가 작을 수록 공기의 양이 적을 것이고 그것에 비해 근처에 널려있는 컨테이너박스의 크기는 너무나 컸다.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 원우를 고쳐 업은 승철이 물류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말대로 초록색의 창고에는 자물쇠가 채워져있었다. 그것을 발견한 원우가 승철의 목을 감싼 팔을 스르륵 풀더니 아까 승철이 주운 열쇠를 잡고서 그 곳으로 향했다.





"…하, 새끼 진짜"





복부에 느껴지는 총상의 고통때문에 허리를 구부정하게 한 채 질질 끌다시피 하는 다리를 가까스로 옮기는 전원우의 뒷모습은 상당히 위태롭고도 급박해보였다.

그런 그의 모습이 너무나도 안쓰러워 순간 울컥하는 마음을 애써 숨기는 승철이었다.




창고 앞에 털썩 무릎을 꿇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원우가 열쇠를 자물쇠에 꽃아 넣었다.

덜컥- 소리와 함께 자물쇠가 풀리고 문을 열면,





"세봉아…"






만신창이가 된 채 정신을 잃은, 세 남자가 애타게 찾던 그녀가 있었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이미 기절상태인 세봉이가 앞으로 스르륵 고꾸라졌고 원우가 그녀를 받쳤다.

손이 덜덜 떨렸다. 멈춰도 죽진 않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가만히 있지를 않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애쓰면서 원우가 떨리는 손으로 세봉이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세븐틴/김민규] 변하지 않는 여름밤 09 | 인스티즈




"…하, 진짜 저 씨발…"





말 없이 얼굴을 어루어만지는 전원우의 등 뒤로 세봉이의 얼굴을 확인한 최승철이 착잡한 표정으로 제 마른 얼굴을 쓸어내렸다.

쟨 우리랑 다르단말이야. 진짜 다치면 죽는단말이야. 대체 무슨 잘못이 있다고 애를 이지경으로까지 만들어놨는지 승철은 분노로 온 몸이 떨렸다.

그 때 저 멀리서 가까워지는 빠른 발 소리에 그가 귀를 기울였다. 누군가가 달려오는 소리였다. 물류창고의 입구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경계하다 이내 익숙한 얼굴을 보고서 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가쁜 숨을 내쉬며 '찾았어?' 라는 입모양과함께 다가오던 민규가 원우와 세봉이를 발견하고서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섰다.



[세븐틴/김민규] 변하지 않는 여름밤 09 | 인스티즈




"미안해… 미안해 세봉아…… 미안해……"






세봉이를 꽉 끌어 안은 원우의 등이 조금씩 떨렸다. 그는 제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도 잊은 채 그렇게 그녀를 꽉 끌어안고 울고 있었다.

세봉이의 심장이 뛰고 있다는 것을 그는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미안함과 고마움이 교차하며 커다란 감정을 폭발시켰고, 조용한 공간 안에는 눈물섞인 그의 목소리만이 가득 메워졌다.






"…형, 살ㅇ… 살아는 있는거지…?"






민규가 하얗게 질린 안색으로 원우에게 물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세봉이를 품에서 떼내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확답을 듣고 나서야 안심이 되는지 김민규는 한숨과 함께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다. 저 기집애는 끝까지 사람 놀라게 만들어… 거칠게 머리를 쓸어넘기며 세봉이를 보던 민규의 동공이 커졌다.





"야!! 김세봉!! 정신들어?? 야!!"





그녀의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리는것을 발견하고서 화들짝 놀라 김민규가 세봉이의 이름을 크게 불러재꼈다. 그 소리에 정신이 확 든 원우가 그녀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흔들며 이름을 부르기를 몇십초,

내리깐 두 눈이 힘없이 스르르 올라와 다시는 못볼까봐 두려웠던 그녀의 두 눈을 마주하는 순간 애써 참았던 눈물이 다시 터졌다.




"미안해… 미안해 세봉아… 이런일에 끼어들게 해서 정말 미안해…… 많이 아팠지…… 우리 빨리 집에 가자…"

"원우야……"

"응응… 그래 나 전원우… 우리 얼른 집에 가자 미안해 세봉아 미안해…"





숨이 막힐정도로 꽉 끌어안고 우는 전원우에 살짝 당황했지만 그 모습에 들기도 힘든 팔을 애써 들어 원우의 등을 토닥여주는 세봉이었다.

모든게 그를 위해서 한 일이었지만 죽지도 않았는데 다쳤다는 이유로 이렇게까지 울어주니 그 모습이 귀엽기도하고 되려 미안한마음까지 들었다.

전원우를 토닥여주는 세봉이의 입가에 살며시 흐뭇한 미소가 옅게 피어올랐다.





"웃지마 못생겼어"

"야, 너 왜그래 우리 애기한테"

"아 몰라"




그를 보고서 김민규가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휙 돌렸다. 말 없이 지켜보던 승철이 민규를 툭 치며 나무랐고 김민규는 되려 투덜대며 머리를 긁적였다.

본인도 모르게 뱉은 못된말보다, 원우에게 안겨 예쁜 미소를 짓던 세봉이의 모습에 울컥하는 마음과 동시에 순간 짜증이 확 나버렸다는 사실이 그를 더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나 설마 지금 원우형 질투하고 있는건가? 미친거아니야 진짜… 계속 바라 볼 자신이 없어 고개를 돌리긴 했다만 다시 그 쪽을 바라봤을 때 둘이 떨어져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는게 굉장히 자존심이 상했다.





"아 그러니까 대체 왜…"

"원우야"





나직하게 원우를 부르는 목소리에 원우가 눈물 때문에 엉망이 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세봉이를 마주했다. 둘의 얼굴은 가까웠고 얼굴이 이게 뭐야~ 하며 손으로 눈물을 닦아주는 그녀에 민규가 발걸음을 돌렸다.

[세븐틴/김민규] 변하지 않는 여름밤 09 | 인스티즈




"너 어디가?"

"더워서"




화난 듯 빠르게 멀어지는 민규의 뒷모습에 승철이 허, 하며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이구 저 귀여운 새끼.
 



"우리 집 말고… 할머니 댁에 먼저 가자"












가는 내내 전원우는 미안하다는 말을 연신 반복했고, 한번만 더 미안하다는 말을 하면 니들끼리 집에 먼저 가있으라고 한다고 협박하자 그는 입을 다물며 내 눈치를 살폈다.






"민규야~ 왜그래~ 같이 걷자~"

"아 형들 너무 답답해 걸음이 느려"





웬일인지 뒤도 안돌아보고 앞서 걷는 민규를 승철이 능글맞은 목소리로 불렀고 민규는 끝내 귀를 막으며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다.


[세븐틴/김민규] 변하지 않는 여름밤 09 | 인스티즈





"최승철 뭐가 그렇게 웃겨?"

"응? 아냐아냐~ 우리 공주님 어부바 해주까?"

"아 닥쳐줘…"






원우는 아까 총알을 빼내고 그 근처에 있던 약품비품창고에서 소독을 하고 압박붕대로 감은 상태라 훨씬 더 좋아진 듯했다. 최승철도 마찬가지고.

문제는 나였는데 뼈가 부서진 곳은 없지만 인대가 늘어난 곳이 많아서 온 몸이 아프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원우의 손을 잡고 걷고 있는데 부상자에게 업힐 순 없는 노릇이니까.

게다가 김민규놈은 저 멀리 먼저 가버리고. 뭐, 저 놈한텐 업히고 싶진 않지만.





열려있는 문에 내가 피로 쓴 주소까지. 끌려가기 전과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방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할머니의 옆에서 쭈그려 앉아 상태를 확인한 뒤 이상 없다는 신호를 보내는 김민규가 있었다.

우린 모두 가슴을 쓸어내렸고 할머니의 곁으로 다가갔다.






"할머니 글 읽을 줄 아시지?"

"응. 대신 크게 써야 해"





주무시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우는건지 웃는건지 눈을 떼지 못하던 원우가 대답했다.  

깨우지 말자고 결심한 나는 커다란 달력을 찢어 그 뒷면에 돌아다니는 유성매직으로 메모를 남겼다.





'할머니 저 원우 친구 세봉이에요. 잘 설득했더니 보내주더라구요. 간간히 놀러올게요 걱정끼쳐드려서 죄송해요'





반찬은 어떻게 보관하면 되고 어쩌고 저쩌고 적고 싶었지만 최대한 간단히 남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적은 메모를 할머니의 머리맡에 두고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가"






문을 나서려는데 조그맣게 들려오는 할머니의 목소리에 멈칫하고 뒤를 돌았다. 놀란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오랜만에 듣는 그 목소리에 전원우도 흠칫 놀라 방으로 뛰어들어왔다.





"아냐, 잠꼬대셔"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원우는 문을 나서는 순간, 아니 골목길을 다 빠져나와서도 뒤를 돌아보기를 멈추질 않았다.





"니들 가기 전에 한번 또 오자"

"…그래"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마주한 전원우가 오랜만에 씨익 웃어보였다. 많은 감정이 담겨 있는 눈빛이었다.

자연스럽게 내 손을 잡는 그에 분명 여전히 차가운 손이었지만 날 보는 그 눈이 너무 따스해서 전혀 그렇게 느껴지질 않았다.





"야, 너 내일 학교 가 안가"

"안가는데?"

"그럼 나랑 산책가"

"산책???? 얘가 뭔 소리래. 나 내일 권순영집에서 롤이나 배우려고 했더니만"

"남자집에 그렇게 막 들어가고!! 어?? 걔 우리집 비밀번호도 알더니만!!!"





여동생 혼내듯, 아니다. 누나에게 찡찡 거리는 동생처럼 김민규가 생떼를 쓰기 시작했다. 당황스러운 광경에 난 할 말을 잃었고 최승철이 풋 하고 웃었다.




"그래~ 세봉아 우리 얼마 안남았다? 좀 놀아줘라"

"형. 산책이야 산책. 내가 놀아주는거라고"

"솔직하게 놀아달라고 말 하면 가줄게"




답지않게 능글맞은 표정으로 김민규를 쳐다보자 그는 새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휙 하고 돌렸다. 어? 산책안해? 라고 말하자 김민규는,


[세븐틴/김민규] 변하지 않는 여름밤 09 | 인스티즈



"놀아줘!!"




홍당무같은 얼굴로 부끄러운 듯 소리치고는 재빨리 사라졌다. 눈 깜빡할사이에 달려나가서인지 혹시 순간이동도 쓸 줄 아나 고민했지만 그건 아닌 듯 싶었다.





"민규한테도 다정하게 굴어줘~ 귀엽잖아"
"내가 뭐가 아쉬워서…"




원우의 나즈막한 웃음소리와 읏차- 하는 승철의 기지개피는 소리. 해는 뉘엿뉘엿 지고 밤하늘에 별이 총총 떠올랐다.

이젠 풀벌레 소리가 서서히 멈춰가고 있었다.

여름의 끝자락에 떠난다던 이 세명의 귀신들과의 마지막날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습니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1
서어언대애앳!
8년 전
독자2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좋아요ㅠㅠㅠㅠ어유유자까님 왜 이제 오셨어요ㅠㅠㅠ얼마나 기다렸는데유ㅠ유
8년 전
메리베리
꺄아아아 수능이 끝나도 바쁘네요 ㅠㅠㅠㅠㅠㅠ 죄송해요 이제야 댓글달아서 ㅠㅠ 기다려주셨다니 감사해요 ㅠㅠ!!!!
8년 전
독자3
갓원우입니당!!! 작가님 진짜 보고싶었어요ㅠㅠㅠㅠㅠㅠ 이번편 진짜 보는 제가 더 숨가쁜거같아요..... 저 4명한테 나쁜일이 생기면 어쩌지...하면서 보는데 애들 피나고 원우 총맞고 한거보면서 맴찢ㅠㅠㅠㅠㅠㅠ다행히 무사하게 돌아와서 다행이에요ㅠㅠㅠㅠㅠ 원우를 질투하는거도 츤츤대는서도 너무 귀여운 민규ㅠㅠㅠㅠㅠㅠ 아 마지막문장 안본걸로 할래오ㅠㅠㅠ마지막밤이 다가오고있다뇨ㅠㅠㅠㅠㅠㅠ헤어지기싫어요ㅠㅠㅠ(찡찡)
8년 전
메리베리
앗 오랜만의 갓원우님 ㅠㅠㅠ!! 원우 동영상 보고 와 진짜 갓원우.. 할 때마다 갓원우님 생각나여...핳..ㅠㅠㅠㅠㅠ 뭔가 액션신같고 그렇지만 제 똥손이 표현을 못하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두근두근한 스릴러를 쓰고 싶었는데 똥망이니 당장 꺼질게요 ㅠㅠㅠㅠㅠㅠㅠㅠ 저도 헤어지기 싫지만..하..완결을..완결을.>!!
8년 전
독자4
일공공사 / 완전 ㅜㅠㅠㅠㅠㅠㅠ 심장이 완전 콩콩콩 뛰었어요 ㅠㅠㅠㅠㅠㅜㅠㅠㅜㅠㅠㅠㅠ 그나저나 밍구 질투인가요 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작가님 너무 좋아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메리베리
심장이 콩콩콩 뛰었다니 너무 카와이하신거 아니에요? 세븐틴인줄.... (두근) ㅎㅎㅎ 밍구리가 드디어 질투를 하네요 여주 컾이 밍구리라는 증거가..핳 저도 일공공사님 ㅅ..사랑해요!!!!
8년 전
독자5
작가님 완전 보고싶었어요ㅜㅜㅜㅜ 마지막날.. 최대한 늦게 왔으면 좋겠네욤..ㅜ
8년 전
메리베리
3달만에 빡시게 연재하려던 플랜이 와장창 무너지고..하...., 저도 연재 끝내는 날에는 마음이 되게 착잡할 것 같아요 기다려주셔서 감사해요!!!
8년 전
독자6
헐ㅠㅠㅠㅠ대박ㅠㅠㅠㅠㅠ작가님 완전 보고싶엇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아ㅠㅠㅠㅠ난 아직 보낼준비가ㅠㅠㅠㅠㅠ흡....ㅠㅠㅠㅠㅠ
8년 전
메리베리
..우리.. 가슴아프지만 보내줍시다..(눈물) ㅎ...ㅠㅠㅠㅠ 진짜 쓸 때마다 이거 제목 바꾸고 싶음. 변하지 않는 여름 밤이 뭐야 그게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8년 전
독자7
헐 작가님 ㅠㅠ정주행 다했는데 아직 덜 되었네요ㅠ.ㅠ....지수 뭔가가 있는 것도 아직 덜풀렸구ㅠㅠㅠㅠㅠㅠㅠㅠ기다릴게오ㅠㅠㅠㅠ
7년 전
메리베리
크으읍...무슨 슬럼프가 1년이 가냐며..^^.... 열심히재정비해볼게요 ㅠㅠㅠㅠㅠㅠ
7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온앤오프 [온앤오프/김효진] 푸르지 않은 청춘 0115 퓨후 05.05 00:01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736 1억 05.01 21:30
나…38 1억 05.01 02:08
강동원 보보경심 려 02 1 02.27 01:26
강동원 보보경심 려 01 1 02.24 00:43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654 1억 02.12 03:01
[이진욱] 호랑이 부장남은 나의 타격_0934 1억 02.08 23:19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842 1억 01.28 23:06
[배우/이진욱] 연애 바이블 [02 예고]19 워커홀릭 01.23 23:54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713 1억 01.23 00:43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615 1억 01.20 23:23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513 1억 01.19 23:26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516 1억 01.14 23:37
이재욱 [이재욱] 1년 전 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_0010 1억 01.14 02:52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414 1억 01.12 02:00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424 1억 01.10 22:24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317 1억 01.07 23:00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220 1억 01.04 01:01
윤도운 [데이식스/윤도운] Happy New Year5 01.01 23:59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122 1억 01.01 22:17
준혁 씨 번외 있자나34 1억 12.31 22:07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나의 타격_0322 1억 12.29 23:13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218 1억 12.27 22:46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122 1억 12.27 00:53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_end27 1억 12.25 01:21
이진욱 마지막 투표쓰15 1억 12.24 23:02
[배우/이진욱] 연애 바이블 [01]15 워커홀릭 12.24 01:07
전체 인기글 l 안내
6/17 8:20 ~ 6/17 8:22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
단편/조각 인기글 l 안내
1/1 8:58 ~ 1/1 9:00 기준
1 ~ 1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