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윤기 X 박지민 임신썰
윤기가 회사 앞 카페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윤기의 동거인, 지민이가 앉아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어.
어. 왜 불렀어? 뭐 먹을래? 약은 먹었어? 요즘따라 몸이 아픈 지민이를 위해 윤기가 카운터에서 따뜻한 유자차를 시키고 들고 왔어.
그가 돌아오자마자 지민이는 임신을 했다고 말을 했어. 윤기는 지민이가 장난 치는 줄 알고 왠 개그냐고 되받아쳤지.
"푸핫. 너 정말 웃긴다. 지민아 대낮에 무슨 근본 없는 개그야 ㅋㅋ"
지민이는 진심으로 하는 말이였는지, 굳은 표정으로 윤기에게 의미심장한 사진을 보여줘. 초음파 사진인가봐.
... 윤기의 표정이 굳어졌어. 임신이라니. 그것도- 윤기의 눈동자가 초음파 사진과 지민이를 왔다갔다 거렸어.
어쩔까. 지민이가 윤기에게 물었어. 어쩌긴 어째. 지워야지. 윤기가 지민이의 눈을 피하면서 목을 다시며 말했어.
정적이 그들을 둘러쌓았어. 지민이의 눈가가 찌푸려졌어. 민윤기. 정적을 깬건 지민이의 목소리였어. 너... 지민이가 말을 잊질 못하고 고갤 떨궜어.
"야. 박지민. 너 왜 또 울고 그래. ...허 참..."
"....민윤기...너라면 안 울것 같아...?"
"지민아. 잘 들어. 우리 이제 성공이란 단어에 가까워졌어. 너 데뷔할려고 몇년이나, 얼마나 노력했냐? 너만 있어? 나도 있고 다른 얘들도 있어."
"......"
".. 그래서 넌 지금 애를 낳고 싶다.?"
..응.. 지민이가 고개를 떨구고 나즈막히 대답했어. 윤기는 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한숨만 폭 쉬었어.
한편 지민이는 예상치 못한 윤기 대답에 혼란스러웠어. 지민이는 당연히 윤기 아이기도 하고 지민이랑 서로 사랑해서 지른 불장난에 생겨버린 아인데..
물론 당황스럽고 황당스럽기도 하지만 윤기 아이니깐, 당연히 이야기 하면 깊게 고려 해 보고 생각 해 보자고 할 줄 알았는데
어떻게 하냐니깐 정말 단호하게 지워야한다고 해서 지민이는 깜짝 놀랐어. 갑자기 지민이는 윤기가 정말 그를 사랑하지 않는건가? 라는 생각에 치닫기도 했어.
하지만 지민이는 곧 자기가 남자라는 사실과, 방탄소년단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현실을 받아들였어.
그리고 그 아이는 지민이 마음 속에 묻어졌어.
".. 괜찮냐.."
윤기가 거실 소파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는 지민이에게 말을 걸면서 옆에 슬며시 앉았어.
지민이는 대답 대신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어. 야, 물어보잖아. 윤기가 인상을 찌푸리면서 지민이 손목을 잡았어.
"허..."
지민이가 어이가 없다듯이 허공에 대고 슬쩍 웃었어. 그리고 윤기 손을 뿌리쳤지.
... 지민이는 대답 대신 윤기를 한번 쳐다보고 방으로 들어갔어. 윤기는 붙잡지도, 아무말도 하지 못했어. 지민이 그 눈을 봤거든.
너무 많이 울어서 두 눈은 붉어져서 부어 있었고, 초점 없는 두 눈은 어딜 가야할지 방황하고 있었어.
... 괜히 지민이에게 상처만 준거 같아서 윤기는 죄책감에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떨궜어.
지민이는 작은 방에 들어가서 나올 생각을 안했어.
지민아, 밥 먹자. 형, 밥 먹어요. 약 먹을려면 밥 먹어야해요. 얘들이 들어가서 데리고 나올려고 해도 지민이는 꿈쩍도 안했어.
안 그래도 고집불통인데, 오늘따라 유독 더 심하게 부리는탓에, 지민이 빼고 밥을 먹었어.
밥을 먹고, 다같이 거실에 모여서 쉬고 있었을때였어.
할 말이 있어. 윤기가 어렵사리 입을 뗐어. 지민이가 임신 했었어. 한참을 뜸 들이다 초음파 사진을 보여주며 말했어.
이게 뭐에요... 정국이의 표정이 굳어졌어. 지민이가 임신했어. 윤기가 눈을 피하며 말했어.
임신이라니. 그것도 남자가- 정국이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윤기의 그 다음 말을 기다렸어.
그리고 내 애야. 윤기가 한숨을 푹 쉬며 고갤 떨구고 말을 이었어. 정국이의 표정은 더 굳어졌고, 눈동자가 심각하게 흔들리기 시작했어.
호석이도 폰을 하다가 그 상태 그대로 굳어졌어.
윤기의 말을 듣자마자, 지민이가 왜 맨날 울었는지, 아팠는지, 쓰러졌는지 납득이 가기 시작했어.
태형이는 테이블에 놓인 초음파 사진을 봤어. ...몇주차였어요. 태형이가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한채로 물어봤어.
7주차. 윤기가 나즈막히 대답했어. 새'끼.... 나한테 말도 안했네- 태형이가 방문을 바라본채로 한숨을 푹 쉬었어.
"근데 뭐... 괜찮을꺼 같아."
윤기가 목을 가다듬으면서 말했어.
아니 걱정은 다 시켜놓고선 걱정을 안해도 될 것 같다니- 호석이는 윤기가 무슨 소릴 하나 싶어서 쳐다봤어.
벌써 아기 지웠으니깐 별로 문제도 되지 않을ㄱ.. 퍽- 소리와 동시에 윤기의 고개가 왼쪽으로 돌아갔어.
"형이 그러고도 사람이에요? 지민이 형한테 안 미안해요?"
퍽-소리의 주인은 바로 정국이였어. 정국이는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주동안 지민이가 저렇게 외롭고 아팠는데 그냥 방치 해두고 아무것도 모른것에 화가 났어.
그냥 아픈것도 아니고 임신이니깐 더 화가 놨나봐. 보통 아길 지우고 나면 죄책감이 크다고 하더라고. 입이 있으면 말 좀 해봐요. 정국이가 손을 허리에 걸치고, 윤기를 내려다보면서 말했어.
미안해. 할 말이 없다. 윤기가 고갤 숙이고 말했어. ......하- 정국이가 윤기 한대 더 때릴려는거, 호석이와 태형이가 옆에서 뜯어말렸어.
태형이는 이게 지금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너무 혼란스러웠어.
태형이 역시 지민이를 저렇게 만든 윤기에게 화가 났지만, 무엇보다 혼자 아픔을 이겨냈어야했던 지민이가 제일 먼저 걱정 됬어.
..나중에 봐요, 형. 윤기에게 한마디 남기고, 지민이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어.
거실에서 한 말을 다 듣고 있었는지, 지민이가 훌쩍거리면서 의자에 앉아있었어.
"너 왜 나한테 말 안했냐..? 후.... 괜찮냐?"
응... 괜찮아. 지민이가 코를 풀면서 말했어. 하나도 안 괜찮아보여. 병원은 가봤어? 조심스레 태형이가 물어봤어.
병'신같은 박지민- 태형이는 왜 자기한테 말 안했냐고 화내고 싶었지만, 산모였으니깐 참았어.
"어.. 자고 있네..."
지민이가 걱정도 되고, 할말이 있어서 들어왔는데 자고 있었어.
지민이 옆에 앉아서 지민이가 자고 있는 모습을 보자마자, 호석이는 순간 찡한 마음도 들고, 자기 옛날이 생각나서 눈에 눈물이 고였어.
지금은 다른 회사에 있지만, 옛날엔 같은 팀이였던 친구랑 실수로 저지른 불장난에 호석이에게 아기가 생겨버렸었어.
호석이는 지민이와 다르게 팀원들에게 고민 상담처럼 이야기 했지만, 그때 한 멤버가 회사에 이야기 해 버리는 바람에 호석이는 정리되었어.
아기 낳고 싶었지만 정리 되었다는 사실에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아기 마저 유산 됐어.
아기가 유산되고 난 후, 더 열심히 더 독하게 연습해서 다행히 방탄소년단이 됬지만...
지금 지민이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호석이는 춥지 않게 이불을 끝까지 위로 올려다줬어.
잘자라. 지민이 머리를 한번 쓰담아주고 불을 끄고 나갔어.
시간은 새벽 4시 30분.
저녁을 안 먹은 탓에 배가 고파서, 시리얼이라도 먹을까 하는 생각에 지민이가 자다가 일어나서 나갔어.
"어 형 일어나셨네요"
거실엔 정국이가 평소에 좋아하던 밀린 예능을 보고 있었어.
다른 형들은? 지민이가 시리얼에 우유를 부으며 물어봤어. 형들요? 자요. 정국이도 잘껀지, 티비를 끄고 먹던, 과자를 정리하고, 방에 들어갔어.
또 혼자 남았네- 지민이는 살짝 씁쓸해 했어. 처음에는 혼자가 되는걸 엄청 싫어했는데, 뭐 이제는 아무렇지 않아졌지만...
지민이형! 정국이가 지민이를 부르며 방에서 토끼처럼 깡충 나왔어.
"형 제가 많이 사랑하는거 알져? 힘내요!"
귀여운 정국이의 행동에 지민이 입가에 웃음이 지어졌어. 나도 사랑해 정국아. 지민이가 정국이에게 웃으면서 말했어.
형, 저 그럼 이제 진짜 잘게요. 잠은 오지 않겠지만, 형도 빨리 들어가서 자요. 정국이가 자러 들어갔어.
안그래도 많이 울어서 퉁퉁 부은 눈에 슬며시 또 눈물이 고였어. 진작에 털어놓을껄 그랬다- 지민이는 한숨을 쉬었어.
왠지 아기를 묻었는데 다시 무덤을 파서 꺼내는 느낌에 지민이는 죄책감이 들었어.
시리얼을 한 입을 먹자마자 지민이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떨어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