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이는 내눈을 쳐다봤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내 얼굴만 바라봤다.
"..너."
한참후에야 백현이가 입을 뗐다.
"대체..왜.."
"..1년전에..교통사고 당했었어. 그때 수혈받았었는데..그게 원인인것 같대."
내가 놀랄만큼 담담한 목소리였다.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에 내몸하나 추스르지 못한게 바로 어제였는데 우습게도 나는 이제 앞으로 내가 해야할 일을 정리하고 있었다.
"내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몰랐는데..이제 알 것 같아. 백현아....이제 나 알 것 같아."
여전히 살짝 입이 벌어진채로 나를 보는 백현이에게 나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너랑..나밖에 몰라. 그리고 앞으로도 그래야해. 다른 사람들은 다알아도 경수는..도경수는 안돼. 경수한테 나는...깨끗하고 예쁘게 남을거야."
이런 순간에까지 나는 참 이기적이다. 너를 고통속에 밀어넣으려 하는 순간에도 너에게 남겨질 내모습따위를 걱정하고 있다.
"..너...경수랑..."
힘들게 말을 잇는 백현이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경수랑..나 잔 적없어. 그나마 다행이지. 경수가...결...혼 한다음에 신혼여행가서 바다보이는 예쁜 호텔에서 처음 안아줄거라고 그랬었는데.."
마른세수를 한 백현이가 붉어진 눈으로 나를 노려봤다.
"그래서...너는 이제 도경수를 떠나야겠다 이거야?"
...응....
"그새끼 혼자 이유도 모르고 버려지면 나는 옆에가서 모른척 위로하는 쓰레기새끼 되고?"
....글쎄...사실 거기까진 생각하지 못했다.
"너도 알거아니야. 도경수한테 이거 말해봤자 그새끼 너 안떠나."
아니까...아니까 떠난다는거야 백현아.
"나도..나도 지금 이렇게 미칠것 같은데 그새끼는 오죽하겠냐..어?"
그래서 나는 너무 슬프다 백현아. 너도 이렇게 눈물을 흘리고 괴로워하는데 경수는...경수는 어떻게 될까..
"...숨길 수 있었는데 이렇게 순순히 나한테 말한거보면..너 나한테 도와달라는거네. 그렇지."
눈치도 빠르다 변백현 여전히.
"..그래 뭐. 어떻게 도와줄까. 도경수 앞에서 너랑 키스라도 찐하게 해줄까? 아니면..나랑 바람났다고 도경수한테 고백이라고 해줄까?어?"
백현아...글쎄...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어...어떻게 해도 도경수가 못견딜 것 같아서...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지금 너!!!누구 생각을 하는거야..? 도경수 생각해? 그래? 니가 지금 누굴걱정해. 병원에 다시 가봤어? 치료방법은 있는지 알아봤어?
어떻게 해야 조금 더 오래 살수 있을지는 알아봤어? 니가 해야할거, 먹지 말아야할거 이딴거 알아는 봤냐고 병신아!!!!!"
"..그런거..알아서 뭐해"
"뭐?"
"백현아..나는 있잖아...차라리 내일 당장 죽는다해도 좋으니까..."
"....."
"내가 암이나 백혈병이라면 좋겠어..."
"...너..."
"그랬다면...경수한테 안겨서 한번이라도 울고 떠날 수 있을 것 같은데..."
"........"
"...지금 경수 눈도 못보겠어...손도 못 잡을 것 같아..."
"...왜."
"경수한테...옮길까봐...더러운거 경수한테 갈까봐..."
내말을 든던 백현이가 일어서 내팔을 잡아당겼다. 팔이 잡힌채 백현이를 바라보니 이제 백현이는 울고 있지 않았다.
"니가 뭐가 더러워. 니가 잘못해서 걸렸어? 너도 피해자야 병신아. 왜 그런생각해!!!!"
백현아....왜냐하면....
"너 진짜...속상하게 할래?"
"어떻게 걸렸든...내 잘못이든 아니든 그게 무슨 소용이야 백현아."
"......"
"내가..에이즈 환자라는건 변하지 않잖아..그러니까 너도"
"....."
"이손...놔 백현아."
힘을 줘 손은 빼내자 백현이의 손이 함께 툭 떨궈졌다.
"경수한테 전화할거야."
"그래서."
"그래서...말할거야."
"..뭐라고."
"헤어지자고...말할거야. 힘들다고 지친다고 말할거야."
"그새끼가 참 그러자고 하겠다."
"그래도 안되면....거짓말 할거야."
"....뭐?"
"내가 너...변백현 좋아한다고 거짓말 할거야."
백현아. 날 욕해도 좋아.
정말이다. 내 뺨이라도 네가 내려친다면 겸허히 받아내겠다.
제발...경수만...경수만...이 사실을 모르게 내가 떠날 수만 있데 해준다면...
"너...지금 그말이...무슨뜻인지는 알고나 하는 말이야?"
"욕해 백현아. 나 때려도 돼. 무릎도 꿇을 수 있어. 경수가 뭐라 그랬는줄 알아?"
두서없이 말을 꺼냈다.
"글쎄 나한테 무릎을 꿇겠대. 그 자존심 쏀 애가 나한테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나한테 문 좀 열어달라고 무릎을 꿇겠대. 그러니까...나도..."
"..지금 해."
"...뭐?"
"경수한테 지금 전화하라고 그럼."
"...백현아."
"헤어지자고. 너 질린다고. 이제 변백현이 좋다고 지금 내앞에서 전화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