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 너를 잡아 일으켜 입을 맞췄다.
온몸을 밀어대며 거부하는 너를 있는 힘껏 껴안고 더 깊숙히 입맞췄다.
나를 내려치는 너의 손길에서조차 나는 사랑을 깨닫는다.
차마 더 세게 내려치지 못하는 너의 떨리는 손길이 말해준다.
아가.
오랜만에 너를 이렇게 불러본다.
처음의 설렘보다는 연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시간이 견고히 우리를 감쌌다.
낯간지러운 애칭보다는 진심을 가득 담은 너의 이름.
그것이 단하나뿐인 너를 향한 부름이었다.
결국 밀려난 내게 너는 원망스러운 낮빛을 숨기지 않는다.
"이게 무슨...짓이야?"
"왜...뭐 잘못 됐어?"
"....내가 더럽다고 했잖아!!!!!내가 더러워져서 안된다고...내가 그랬잖아!!!!너..바보야?"
그길로 너를 욕실로 뛰어들어가 젖은 수건을 들고 나온다.
"..닦자...닦자 경수야."
제대로 물기도 짜내지 못한 수건을 들고선 내 입주변을 닦는다.
"..경수야...입이라도 헹구고 와...어?"
그런 너의 손을 잡아 품에 안았다.
아직도 떨리는 너의 몸이 여실히 느껴져서 나는...
나는....
너무 슬프다.
"..아가."
"경수야...이거 놔...이거 놓고...빨리 입도 헹구고...그래...어?"
"사랑해."
"......"
"어떻게 뭘...더 표현할 수 없을만큼 사랑해.."
"....."
"사랑해."
".....경수야....제발.."
"사랑해."
".......경수야.."
"사랑해."
끝없이 반복해도 모자른 말이라 답답하다.
감히 사랑이라는 범주안에 널 가둘 수 없을만큼 널 사랑한다.
"아가...우리 아가.."
조금씩 무너지는 너를 느낀다.
"혼자 얼마나 힘들었어.."
내게 기대오는 너의 마음이 느껴진다.
"혼자..얼마나 무서웠어..."
죄책감에 몸부릴칠 너를 알지만
"백현이한테는 또 얼마나 미안했을까..우리 아가."
서로 다른 공간에서 고통속에 살아가는니..
"이제 다 괜찮아..."
죄책감으로 얼룩진 조금은 괴로운 세상에서
"내가 왔잖아...이제 내 뒤에서 살아.."
함께 살아가는게 더 낫지 않을까.
"아무도 못보게, 아무것도 못듣게..그렇게 해줄게."
해야 할 일이 많다.
너를 병원에 데려가 제대로 된 상태를 알아야겠다.
그리고 너의 곁에 머무르기 위해 정리해야 할 것들이 많다.
어차피 이미 계획한 일들이니 조금 앞당긴다고 문제될건 없다.
너와의 신혼집으로 생각해둔 곳이 있다.
네가 좋아할만한 꽃들을 잔뜩 심을 수 있는 너른 마당이 있는.
그곳에서 너와 새로이 시작하겠다.
"아가.."
"경수야....나는..아니야...나 잘못안했어."
"알아..다 알아."
"나는 그냥..가만히 있었어..."
"응..."
"근데...갑자기...갑자기...나한테 왜이러는거야?"
"아가..."
"내가 왜..이런병에 걸려야 돼?"
아이처럼 매달리는 너를 다시 한 번 안는다.
이제 너는 울다 웃기를 반복하며 끊임없이 내게 용서를 구하기도 했고
아무 잘못이 없는 자신을 옹호하기도 했다.
"우리..한 숨 자자."
"....."
"한 숨만 자고나면..다 괜찮아 질거야."
"...."
"니가 다시 눈떴을때...그때는."
"....."
"내가 니옆에 있는 세상일테니까."
조심스럽게 너를 눕히고 가슴께를 토닥였다.
더이상 나를 밀어낼 힘도 없는 너는 그저 스륵 눈을 감을 뿐이다.
한참이나 그런 너를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장 먼저 누구에게 말해야 할까.
내가 더이상..노래를 할 수 없다고.
내가 더이상...모두를 위해 웃을 수 없다고.
이제는 내가..
한여자만을 위해 노래하고 웃고..노력해야 한다고 누구에게 말해야 할까.
전화를 걸었다.
준면이 형에게.
-여보세요.
"형. 저에요."
-너 어디야. 임마.
자꾸 걱정시킬래?백현이도 이상하고..콘서트 얼마 안남았는데..진ㅉ
"형."
-.....
"미안해요."
-...경수야.
"진짜 미안해. 형뿐만 아니라..다른 애들 다...좀 전해줘요."
-경수야..너..
"콘서트 못해요 나."
_도경수.
"그리고...더이상 가수 못해 나."
-너 지금 무슨 말 하는거야. 똑바로 말해.
"말..그대로야. 형"
-너..무슨일 있지. 경수야. 이거 백현이도 관련된 일이야? 무슨일인지는 몰라도..너..
"회사에는 내가 말할게. 걱정하지 마요."
-지금 내가 회사에 얘기하는걸로 이래? 얼마나 오래 기대하고 꿈꿨던 일인데 연습생때도 안하던
그만두겠다는 소리가 지금 나와. 무슨일이야. 변백현한테 물어?
".....형."
-그래.
"..아파.."
-뭐?
"내 애인이...아파."
-.......
"우리한테 도시락도 싸주고...연습끝날때까지..뒷문에서 세시간씩 나 기다리고..."
-......
"남들눈때문에 길에서 손 한번 못잡아보고.."
-....경수야
"제대로된 기념일도 한 번 못챙겨보고..."
-....
"그래도 투정 한 번 안부리고 나 사랑해주던 여자가.."
-.....
"너무 아파...형."
-..경수야..
"나 진짜..."
-..울어?..도경수...너 우는거야..?
"무서워서...미치겠어...무서워 죽겠어요..형."
너의 앞에서 차마 나타낼 수 없었던 두려움이 형의 걱정에 터져나왔다.
누구보다 자신있게 너를 지킬것처럼 말했지만...사실 나는 너무 두렵다.
앞으로 얼마나 더 고통속에 절망속에 허우적댈 너를 끌어안아야 할까.
그런 너를 보면서 내가 견뎌낼 수 있을까.
너는 내곁에 얼마나 더 머물 수 있을까.
사실 가장 두려운 것은
네가 사라질 세상에
더이상 나도 미련이 없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