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자들의 시간 05
w. 하프
그는 여전히 공손했다. 잡음없이 민석을 이끄는 그의 걸음 끝에는, 익숙한 차 한 대가 멈춰 서 있었다. 짙게 선팅이 된 차체는 언제나처럼 윤기가 흘렀다. 걸음을 멈춘 민석은 머뭇거렸다. 이제는 더 이상 루한과의 인연이 없는 제가 앉아야 할 자리는, 어디인 것일까. 민석의 머뭇거림을 눈치 챈 남자는 묵묵히 뒷자석의 문을 열었다. 복잡한 심경을 담은 민석의 시선이 그에게로 닿아오자, 남자는 그저 고개를 꾸벅였다. 민석은 한숨을 삼키며 차 안으로 몸을 실었다. 부드럽게 문이 닫히고, 민석은 두 눈을 감았다.
차는 멀리 이동하지 않았다. 회사를 떠난 그의 차는 머지않아 멈춰섰고, 민석은 남자가 제 문을 열어주기 전에 먼저 차 문을 열었다. 더 이상의 융숭한 대접은 곤란했다. 바쁘게 차를 돌아 달려오던 남자가 걸음을 멈추었다. 민석은 그 시선을 피한 채 먼저 발을 옮겼다. 퇴근 시간과 더불어 규모가 큰 카페엔 사람이 많았다. 말끔히 차려입은 두 남자는 몇 초간 다른 이들의 이목을 끌었지만, 곧이어 호기심 어린 시선들이 거두어졌다. 민석은 묵묵히 걸음을 옮겨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잠시동안 이목을 끌었던 그들은 금새 사람들 속으로 융화되었다. 카운터로 향했던 남자가 돌아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갓 만들어진 커피는 따뜻했다. 민석은 손을 뻗어 그 온기를 감싸쥐었다.
“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
마주앉아 자리를 잡은 채 먼저 건네오는 말은 여전히 형식적이였다. 민석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 준면씨도, 잘 지내셨어요? ”
오랜만에 입에 감기는 그의 이름은, 놀랍게도 그 어떤 위화감도 들지 않았다. 자연스레 나온 그 이름에, 준면이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 저야 언제나 괜찮습니다. ”
“ …다행이네요. ”
“ 이름까지 기억해주시니, 영광입니다. ”
준면의 말에 민석은 쓴웃음을 차마 감추지 못했다. 글쎄,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쯤이야 당연한 일이 아니었을까. 어쩌면 루한보다 더 많이 얼굴을 마주했었을지도 모르는 남자였던, 준면을.
준면은 고귀하던 루한의 발이 되어주던 자였다. 콧대 높던 루한은 태어나 핸들 한 번 잡아본 적이 없던 남자였다. 루한이 있는 곳이라면 언제나 준면이 있었고, 망나니처럼 잠자리 상대를 끌어모으는 루한의 옳지 못한 행실에도 언제나 묵묵히 차 문을 열어주던 준면이었다. 루한과의 비밀스러운 관계가 시작되면서, 준면과의 안면이 트이기 시작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를 처음 보았던 날, 민석은 준면을 몹시 불편해했었다. 애써 살갑게 건네 본 인사에도 준면은 그저 사무적으로 고개를 숙일 뿐이였으며, 루한이 준면을 뒤로한 채 몸을 붙여올 때면 혀라도 깨물고 싶은 심정이었다. 운전석에 앉은 자는 한번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었지만, 참지 못하고 새어나오는 신음소리가 차 안을 울릴 때마다 민석은 차마 그의 얼굴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랬던 그가 편해진 것은, 사소한 계기였었다. 몸이 달아올랐을 때의 루한은 그 누구보다 다정하고, 사랑스러웠다. 허나 목적을 이룬 루한은 언제나 미련없이 등을 돌렸고, 피로에 지쳐 눈을 떴을 때 옆자리가 비어있었던 날도 다반사였다. 그리고 그런 나날들은, 언제나 적응할 수 없었다. 홀로 눈을 뜨는 침대는 사무치게 넓었다. 값비싼 호텔의 스위트룸은, 홀로 누워있기엔 언제나 외롭고, 무서웠다. 그렇게 혼자남아 서러움에 눈을 감고 있을 무렵, 차분한 노크소리가 들려왔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대답하지 못했었지만, 문 너머의 그는 대답을 재촉하지 않았다.
‘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
아무런 감정 없는 덤덤한 그 목소리에, 민석은 위로를 받았다. 힘없이 늘어져 있던 몸을 일으키고, 정신없이 널부러져 있던 옷가지를 챙겨 입고 문을 나섰을 땐, 언제나처럼 사무적인 모습으로 제게 인사를 건네는 준면을 볼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순간까지 두 사람은 대화 한 번 나누지 않았다. 차 안에 몸을 싣고 창 너머로 시선을 옮긴 채 감정을 억누르던 민석은, 끝내 서러움을 삼켜내지 못했었다. 뚝뚝,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복잡한 감정은 소용돌이쳤다. 억눌린 울음소리마저 새어나와 손을 들어 젖은 얼굴을 가려야만 했었다. 그리고 한참만에 손을 내렸을 땐, 민석은 곱게 접힌 휴지 뭉치를 보았었다. 앞좌석의 남자는 여전히 소리없이 핸들을 붙들고 있었지만, 서러운 민석을 위로하듯 천천히, 아주 천천히 차를 몰았다. 민석은, 그렇게 한번 더 위로를 받았었고, 준면에게 마음을 열었다.
오랜만에 보는 준면의 얼굴은 전보다 더 말끔해져 있었다. 남자답던 짧은 머리가 어느새 길어 이마를 덮고 있었다. 단정한 얼굴에 차분한 머리는 몹시 잘 어울렸다. 준면은 전보다 더 보기 좋았다. 가만히 그의 얼굴을 보고있자니, 잊었다 믿었던 과거의 기억들이 선명해졌다. 그래서 민석은 쉽사리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다. 묻고 싶은 것이 많았고, 듣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다. 하지만 민석은 두려웠다. 그의 입에서 나올 그 어떠한 말도. 그는 목적없이 사람을 찾아오는 자가 아니였다. 그리고 민석과 준면 사이에 있을 목적이라면, 답은 결국 하나였다. 민석은, 손에 쥐었던 컵을 내려놓았다. 묵묵히 민석의 시선을 받아내던 준면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 찾아온 목적이야, 민석씨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
“ ……루한이, ”
“ ……. ”
“ 잘, 못 지내나요. ”
간신히 입 밖으로 꺼내어진 질문이였다. 차분하던 준면이 처음으로 멈칫, 말을 주저했다. 그것만으로도 대답은 충분했다. 민석은 고개를 숙였다.
“ 네. ”
“ ……. ”
“ 식사를 전혀 하지 않으십니다. ”
“ ……. ”
“ 끝까지 고집을 피우시다 결국, 탈이 나셨죠. ”
“ ……. ”
“ 현재는 병실에 계십니다. ”
깔끔하게 이어진 대답에, 민석은 더욱 말을 잇지 못했다. 어렴풋이 짐작하던 일을 귀로서 확인받은 기분은, 유쾌치 못 했다. 민석이 입을 다물자, 준면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 소란스러운 타인들의 대화소리에도 민석은, 준면에게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 그간 루한군을 보살펴 주신 것은, 감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
“ ……. ”
“ 쉬운 일이 아니셨을텐데. ”
“ ……. ”
“ 저희는 항상, 그것을 고맙게…, ”
진심어린 고마움을 담은 목소리는 평소 준면의 목소리보다 가라앉아 있었다. 묵묵히 말을 전해듣던 민석이 토해내듯 쓴웃음을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 루한이, ”
“ ……. ”
“ 저희 집에서 지내고 있다는 걸, ”
“ ……. ”
“ 알고… 계셨었나요? ”
“ ……. ”
“ 도대체 언제부터……. ”
울컥 차오르는 감정에 민석은 차마 말을 끝마치지 못한 채 입을 다물었다. 민석에게 말을 끊긴 채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던 준면의 두 눈 위로 당혹감이 떠올랐다. 민석은 헛웃음을 내뱉었다. 대답없이 고개를 숙이는 준면의 모습을 더 이상 지켜볼 수가 없었다. 민석은 그대로 손을 들어 착잡한 마음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 죄송합니다. ”
“ ……. ”
“ 루한군의 신변을 책임지는 것이, 저의 직업입니다. ”
“ ……. ”
“ 민석씨가 돌아오기 한참 전부터, ”
“ ……. ”
“ 루한군은 그곳에 계셨습니다. ”
결국 준면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다. 고귀하던 루한의 곁에는 저 밖에 없던 것이 아니였다. 돌이켜보면, 이상한 일이였는데, 왜 나는 한번도 의문을 가지지 않았을까. 민석은 자조적인 웃음을 내뱉었다. 다른 이도 아닌 루한이 사라졌는데, 그의 곁을 그림자처럼 지키던 이들이 가만히 있었을 리가 없었다. 루한, 그 하나를 견뎌내는 것만으로도 벅차, 민석은 주위를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 왜……, ”
“ ……. ”
“ 루한을 데려가지 않았어요. ”
“ ……. ”
“ 제가 루한을 반기지 않았을 거라는 걸, ”
“ ……. ”
“ 준면씨도…, 알고 계셨잖아요. ”
“ ……. ”
“ 마지막으로 준면씨에게 인사했던 그 날, ”
“ ……. ”
“ 준면씨는…, 내가 무슨 마음이였는지, 알고 있었잖아요. ”
“ ……. ”
“ 그런데 왜……, ”
“ ……. ”
“ 루한을, 데려가지 않았어요……? ”
타인의 손을 붙들고 행복하게 웃던 그의 얼굴이 괴로워, 도망치듯 그 자리를 뛰쳐나온 후, 마주쳤던 준면이었다. 의아하게 저를 바라보는 준면의 앞에서, 민석은 얼굴을 일그러뜨렸었다. 한번도 감정을 비춘 적 없던 준면이 놀란 눈으로 민석을 보았었고, 민석은 차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었다. 허나 그날의 두 사람은,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고 있었다. 입을 다문 준면은 민석의 부서진 마음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애써 울음을 참던 민석의 두 눈이 흐릿해졌다. 민석은 준면의 앞에서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힘없이 고개를 떨구어 약해진 얼굴을 감추었다. 입술이 아릴만큼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어느새 버릇이 되어버린 행동에 약해진 입술은 금새 피를 보였다. 아무런 말없이 자리를 지키던 준면이 몸을 일으켰다. 민석은 그런 준면을 지켜보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난 준면은 어딘가로 걸음을 옮겼고, 머지않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제 앞으로 슥, 밀어지는 물건에, 민석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깔끔한 그의 성격을 닮아 곱게 접혀있는 티슈는, 여전히 변한 것이 하나 없었다.
“ 을은 갑의 의견을 묵살할 수 없습니다. ”
“ ……. ”
“ 그게 어떤 방향으로 표출되던지 말이죠. ”
“ ……. ”
“ 저희에겐 애당초 선택권이 없었습니다. ”
“ ……. ”
“ 민석씨의 집에 머무르는 것도, 루한군의 선택이었고, ”
“ ……. ”
“ 민석씨의 집을 떠나신 것도, 루한군의 선택이었습니다. ”
“ ……. ”
“ 저희는 그저 그 선택을 기다릴 뿐입니다. ”
무덤덤하게 이어지는 말에 반박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더 기가막혔다. 그랬었다. 애초부터 선택의 중심에 있는 것은 제가 아니였다. 루한, 그는 언제나 모든 것을 쥐고 있었다. 민석은 언제나 뒷전이였다. 민석은 이제 화조차 나지 않았다. 너무나 준면다운 이유였기에, 민석은 그렇게 체념해버렸다.
“ 그럼 오늘 이렇게 저를 손수 찾아오신 것도, ”
“ ……. ”
“ 그 잘나신 루한군의, 선택이었나요? ”
민석은 신랄하게 비아냥댔다. 허나 준면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
“ 그럼 도대체, ”
“ ……. ”
“ 저한테 무엇을 바라시고 오신건가요? ”
그에게 가장 묻고싶었던 질문이였다. 더 이상 아쉬울 것이 없는 민석은 상처받은 얼굴을 숨기지 않고, 그렇게 솔직하게 물었다. 흔들리는 민석의 시선과는 달리, 준면은 언제나처럼 차분했다.
“ 현재 갑은, ”
“ ……. ”
“ 어떤 선택도 할 수 있는 처지가 못 되십니다. ”
“ ……. ”
“ 오랜 금식으로 혼절하신 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계십니다. ”
마지막 가는 길이 서러울까, 손수 식사까지 준비했었던 민석이였다. 그리고 그런 민석의 노력은 쉽게 물거품이 되었다. 민석은 욱신, 가슴이 아파오는 것까지는 차마 막아내지 못했다.
“ 오늘의 선택은, 을의 독단입니다. ”
“ ……. ”
“ 염치가 없는 일임을 알면서도,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
“ ……. ”
“ 지금의 루한군에게 필요한 것은, ”
“ ……. ”
“ 오로지 민석씨 밖에 없습니다. ”
“ ……. ”
“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
민석은 이제 대답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다른 이도 아닌 준면이 제게 고개를 숙이며 건네는 진심어린 부탁은, 모질게 거둬낼 수가 없었다. 민석이 아픈 마음을 토해내듯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민석을 묵묵히 바라보던 준면은 한번 더, 고개를 숙였다. 민석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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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은 규모가 굉장했다. 그와는 살아가는 세상조차 다르다는 것을, 민석은 새삼 실감했다. 그 웅장함에 넋을 놓고 있을 때, 차문은 열렸다. 차문을 붙잡은 준면은 여전히 공손했다. 민석은 그의 시선을 피하며 발을 내딛었다.
“ 여기서부터는, 혼자 가볼게요. ”
“ 네, 나오실 때 연락주세요. ”
“ 아뇨, 괜찮아요. 가보셔도 되요. ”
“ ……. ”
“ 데려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
민석은 아까보다 훨씬 더 차분해져 있었다. 덤덤하지만 확고한 그 목소리에 준면은 더 이상 대꾸를 덧붙이지 않고 그저 허리를 숙였다. 준면을 뒤로한 채 민석은 홀로 발걸음을 옮겼다. 등 너머로 그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민석은 돌아보지 않았다. 부드럽게 열리는 자동문을 지나니, 병원은 분주했다.
준면의 설명은 정확했다. 태어나 처음 방문해본 곳임에도 불구하고, 민석은 길을 헤매지 않았다. 주저없이 걸음을 옮겼고, 그 덕에 그에게로 향하는 시간이 단축되었다. 주저없이 걸음을 옮기면서도 민석은 참담했다. 로비를 지나 병실이 있는 복도로 도착하니 주위는 금새 고요해졌다. 복도를 걷는 저의 발소리는 오늘따라 유독 더 크게만 느껴졌다.
민석은 어려움없이 그의 병실을 찾을 수 있었다. 루한의 병실 앞에서 걸음을 멈춘 민석은 벽에 걸린 그의 이름을 바라보았다. 언제나 한글로만 보았던 그의 이름이 정갈한 한자로 인쇄되어 붙어있었다. 루한, 동그라니 부드럽게 입안을 구르던 그 이름과 달리, 한자로 적힌 그의 이름이 유난히 낯설었다. 민석은 손을 뻗어 그의 이름을 쓰다듬었다. 새삼, 그와의 거리감이 깊어졌다.
민석이 병실의 문을 열었던 것은 한참 후의 일이였다. 고작 문 하나 여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용기가 필요했다. 수십번을 더 고민하고, 수십번을 더 주먹을 말아쥐었다. 그리고 끝내 이를 악 물고 문을 열었을 때, 민석은 힘이 빠졌다. 그는 병실마저 널찍했다. 안으로 들어선 민석은 말없이 병실문을 닫았다. 작게나마 그의 주위를 머물던 소음까지 차단되자, 병실은 더욱 넓게 느껴졌다. 두 사람의 숨소리만이 가득한 병실의 끝에 누워있는 루한은, 민석의 힘을 앗아갔다.
“ ……. ”
민석은 조금 더 그의 곁으로 다가섰다. 새하얀 병원복과 새하얀 그의 얼굴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혈색을 잃은 채 누워있는 그를 내려다보던 민석이 조심스레 그의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렇지 않아도 말랐었던 루한이 더욱 야위었다. 창백하게 질린 얼굴 속 두 볼이 움푹 꺼져있었다.
“ ……루한. ”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간신히 불러본 그의 이름에도, 눈을 감은 루한은 대답이 없었다. 루한. 민석은 한 번 더 그의 이름을 되뇌었다. 묵묵히 그를 내려보던 민석이 손을 뻗었다. 이불 위로 가지런히 올려진 그의 듬직한 손을 향해. 바늘이 꽂힌 그의 손등이 낯설었다. 제 살에 꽂힌듯 살갗이 욱신거렸다.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던 민석이 손을 들어 그의 아픈 손을 덮었다. 언제나 따뜻하던 그의 손이, 혈색만큼 차가웠다.
여기까지 찾아온 이상, 민석은 더 이상 자신이 없었다. 몇일을 꼬박 앓게 했던 힘든 결정이었고, 그에 따른 후유증도 굉장했었다. 더는 그를 좋아하지 않겠다고 싸늘한 목소리로 얘기해놓고서, 민석은 제가 더 상처받고, 더 괴로웠었다. 그를 놓고서 보냈던 시간이 길었다. 그를 놓고서 힘들어했던 시간도 길었다. 시간이 흐르고, 점점 감각이 무뎌지면서, 민석은 서서히 그를 잊어간다고 생각했었다. 이제는 정말 그를 놓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었다. 허나, 더 이상은 자신이 없었다. 결국 시간은 아무것도 돕지 않았다. 숨을 쉴 수 있었던 것은, 그를 잊어서가 아닌, 아픔에 익숙해졌기 때문이였다. 감각이 무뎌졌다한들, 그를 잊었던 것이 아니였다. 민석은 이제, 의구심이 들었다.
“ 루한. ”
과연, 내가 당신을 놓을 수 있을까.
한 주가 지나기전에 올리려 악착같이 글을 써 올립니다ㅎㅎ
술술 써지는 글은 아니지만, 언제나 독자분들께서 달아주신 덧글을 보면 힘이납니다.
글을 읽으면서 울었어요, 마음이 아팠어요, 하는 덧글을 볼때마다 너무 감사하고 행복할 따름입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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