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seven days(7일 동안) # Wednesday2
쑨양의 깜짝 이벤트.
내가 놀이터에 있다는 말에 이러한 이벤트를 급히 떠올렸나보다.
따뜻하고 커다란 손을 잡아 내려 뒤에서 나를 끌어안은 쑨양을 올려다보았다.
분명 삐죽였을 입술은 호선을 그리며 웃고 있었다.
"놀랐어요? 놀랐죠?"
"네. 놀랐어요."
꼭 놀랐다고 말해달라는 쑨양의 말에 그가 원하는 말을 해주었다.
전혀 놀라지 않았다는 말투와 함께 웃음을 담고서.
나의 반응에 입술을 삐죽인다. 너무도 귀여운 표정에 또 한번 웃어버렸다.
내가 좋아하는 표정 중의 하나다.
"삐졌어요?"
"아니요."
눈빛과 표정으로 온몸으로 실망했음을 표현하고 있는데 부정하는 쑨양에게 한손으로 그의 뺨을 잡고 입을 맞추었다.
금세 풀어지는 그의 표정이 아주 사랑스럽다.
창문을 통해서 누군가 보고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는 놀이터 안에서 가볍게 키스를 나누었다.
"어디로 드라이브 갈거에요?"
"교외로요. 장소는 비밀!"
"쑨양이 비밀이라고 하면 기대가 되던데. 기대해도 되요?"
"네."
저번의 데이트 이후로 그가 은근한 어조로 말하면 무척 기대감이 커졌다.
나의 말에 부정은 커녕 꼭 기대하라는 말투로 기대감을 더 보탠다.
상당히 멋진 모습이었지만 나에게는 귀엽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해서 두근거림이 가라앉지는 않았다.
쑨양의 뺨에 입맞춤을 짧게 하고 그네에서 일어났다.
쑨양의 차는 평소 세워두는 곳보다 떨어진 곳에 주차되어 있었는데 즉석 깜짝 이벤트때문에 멀리 주차시켜놓은 것 같았다.
아무리 조용히 하려고 해도 자동차에서 나는 소음을 숨기기 힘들테니까.
"어서 타요."
조수석 문을 열어놓고 기다리는 쑨양을 지나쳐 차안에 올라탔다.
이제 그의 과한 매너에 적응된 나는 최대한 그를 위해 그가 하는대로 따라했다.
일종의 배려였다.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나 이것은 나만의 배려였다.
내가 하므로써 실망할 그를 보는 것보다 나에게 해주는 것을 행복해하는 쑨양을 보는 것이 좋았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익숙해지려고 노력했고 그의 친절을 받는 것은 이제 당연히 받아들이게 되었다.
남자의 매너를 당연하게 즐기는 도도한 여성처럼.
운전을 하는 쑨양의 멋진 옆모습을 바라보며 지금 이 순간의 행복감을 즐겼다.
다시는 맛볼 수 없고 가질 수 없는 이 순간을.
그리고 이런 느낌을 가져다 준 그가 참 좋다.
자동차는 국도에서 고속도로로 접어들었다.
꽤 멀리 나갈 셈일까? 톨게이트의 하이패스 통로를 지난 차는 더욱 속력을 높였다.
엔진의 추진력이 무척 좋은 외제차는 여전히 느낌이 좋은 승차감을 내버려 둔채로 순식간에 주변 차를 추월했다.
가까운 풍경은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만큼 그 속도는 무척 빨랐다.
"쑨양. 너무 빠른 거 아니에요?"
"별로."
쑨양 쪽으로 몸을 기울여 계기판을 보니 현재 속도가 140을 넘기고 있었다.
이게 별로라고? 그가 제정신인지 의구심을 담아 그를 쳐다보았다.
일반적인 고속도로 규정속도 100km/h를 훌쩍 뛰어넘는 속도였다.
그 속도를 지키는 것은 대중교통 차량뿐 대부분 그보다 속도를 높여 다닌다.
그렇다고 한들 120km/h는 넘기지 않을 것이다.
쑨양이 이토록 속도 스릴를 즐긴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지금까지 교외로 나가 본적이 없어서 몰랐었다.
"이게 안 빨라요? 규정 속도보다 훨씬 빠른데."
죽을 병에 걸리고 그 고통에 시달리는 나지만 속도 과실로 교통사고를 당하고 싶지는 않았다.
암에 걸려 죽는 것도 억울한데 만에 하나 불구까지 되고 싶지 않았다.
힐난을 담은 나의 꾸지람에 쑨양은 나를 흘깃 보더니 웃음까지 짓는다.
그가 운전하고 있지만 않았다면 그의 멱살을 잡고 짤짤 흔들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쑨양이 독일의 아우토반에서 운전하기 딱 좋은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지도 깨달았다.
이 스피드 매니아!
《전방 500m 단속 카메라 구간 입니다. 주의하십시오.》
차량에 장착되어 있는 네비게이션에서 친절하게 안내멘트를 날려주었다.
전방 400m, 300m, 200m 점차 거리가 줄어들었고 점차 속도가 다운되었다.
단속 카메라 구간를 지나칠 때는 규정 속도 100km/h로 속도 하향된 채로 통과했다.
쑨양의 운전 실력을 칭찬해야할까. 차량의 우수함을 칭찬해야할까.
급브레이크 없이 부드럽게 줄어드는 속도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좋죠?"
안좋아요! 라고 외치고 싶은 것을 꾹 참았다.
자랑스럽게 웃는 그의 얼굴을 보니 차마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그저 깊은 한숨만 내쉴 뿐.
쑨양은 이후로도 속도를 높였다가 줄였다가 반복했다.
고정된 단속카메라는 네비게이션이 인식해서 알려준다. 위치도 정확해서 명중률이 100%이다.
최신 네비게이션이라 이동 카메라 구간도 안내 해주지만 한계가 있어 모든 이동 카메라를 알려주지 못한다.
분명 어디선가 찍혔을 것이다.
그리고 며칠 후에 어마어마한 벌금이 적힌 고지서가 날라오겠지.
그러한 사실을 알고 이따위 짓을 벌이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속도 스릴을 즐기는 쑨양에게 동조하지 못하는 나는 안전벨트를 꼭 붙잡았다.
내 목숨의 구명줄처럼 위쪽에 달린 보조 손잡이도 함께 붙잡았다.
내 평생 속도 과실로 죽음에 처할 위기가 다가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주말이 아닌 평일 이른 오후의 고속도로는 거의 한적했고 다른 차들을 이미 추월한 상태라 주변에서 차를 볼 수가 없었다.
덕분에 쑨양이 액셀러레이터를 힘차게 밟으며 더욱 속도를 높였음은 당연했다.
따라서 나의 비명도 함께 뒤따랐다.
"꺄아아아아악!!!!"
-
《목적지에 도착하였습니다. 안내를 종료합니다.》
네비게이션의 안내 종료와 함께 쑨양의 차 또한 멈춰섰다.
쑨양이 차에서 내려 조수석으로 오기 전, 과속으로 진탕 된 속으로 인해 벌컥 문을 열고 구석진 곳으로 뛰어갔다.
"우에에엑!"
점심에 먹었던 소화되다만 음식물과 위액이 쏟아졌다.
눈물이 쏙 빠졌다.
다시는 쑨양의 차를 타지 않겠다고 맹세를 거듭하며 속을 게워냈다.
"괜찮아요?"
등 뒤로 쑨양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대답할 겨를이 없었다.
그저 그가 원망스러울 따름이다. 이 속도狂!!
모두 토해냈는지 묽은 위액만 나올 뿐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두통이 오는 것 같았다.
쑨양의 데이트 신청을 덥썩 물은 내가 미웠다.
이런 생각은 주객전도인가? 미워할거면 쑨양을 미워해야지.
토악질을 멈추자 쑨양이 손수건을 내밀었다.
곱게 다려 접은 손수건을 펴서 더러운 입가를 닦아내었다.
"다신...쑨양 차 안타요."
힘이 빠진 목소리로 말하며 굽혔던 무릎에 힘을 주어 일어났다.
순간 휘청이는 몸을 쑨양이 잡아주었고 그가 끌어안는 바람에 그대로 안기었다.
"아, 미안해요. 태환이 이럴 줄 몰랐어요."
"너무 빨린다고 말했잖아요."
"괜, 괜찮을 줄 알고...미안해요."
"됐어요."
"태, 태환. 잘못했어요."
내가 사과를 받아주지 않자 계속 사과를 퍼붓는다.
쑨양의 사과 세례를 멈추려면 받아주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하지만 아직도 과속 중인 차에 타고 있는 것 같아서 그의 사과를 받아주기 싫었다.
그의 품 속에서 울렁거리는 속을 진정 시키면서 분명 울상 짓고 있을 쑨양의 얼굴을 상상했다.
겨우 가라앉는 속을 쓸어내리고 눈을 치켜올려 쑨양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특유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입술을 삐죽인 채로 울상인 그가 보였다.
한숨을 폭 내쉬고 쑨양의 단단한 가슴을 지분거리며 사과를 받아주었다.
"사과 받아줄게요. 그러니까 다음부터는 과속하지 말아요."
"네에..."
아쉬움을 담은 대답에 또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이럴 때면 나보다 연하라는 것이 더욱 실감났고 어린 아이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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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편은 전편보다 달달할거라고 했는데...
전혀 안 달콤하네요ㅎㅎ
이 속도씬이 생각보다 길어져서 달달한 장면은 다음편으로 미뤘어요.
이번 편은 킬킬 웃으며 썼답니다^^
독자님들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