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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샤이니 온앤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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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애정의 수평선 8 | 인스티즈

 

 

 

 

 

 

 

 

  

 

 

 

1. 

 

 

저번 편에서 정국이에게 치킨을 받은 지민이. 속이 좋지 않아 먹진 않았지만, 지민이에게 있어 확실히 정국이가 좋게 보이는 터닝포인트는 되었어. 얘가 진짜 나랑 친해지고 싶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물론 수 많은 의혹들은 여전히 있긴 했지. 친해지고 싶다는 놈이 짝녀 뺏어가고, 자기한테 그 애랑 붙어있지 말라고 얘기 하니까.하지만 곧 지민인 생각해. 걔도 연주를 좋아해서 데려간 거고, 질투가 나니까 붙어있지 말라고 얘기한 거겠지. 그리고 이제 마음을 정리할 때이기도 하고. 

 

 

 

정국이가 보내 온 치킨이 점점 식어갔지만 지민이는 먹고 있지 않아. 그러다가 열시 넘어서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들어온 남동생에게 웃는 얼굴로 먹으라고 이야기해. 지민이가 사람좋게 이야기했지만 정작 동생은 형을 무심한 얼굴로 보더니 방에 들어가 문을 닫아. 그 모습에 당황한 지민이가 문에 다가가 ‘야, 치킨 먹으라고.’라고 장난스럽게 이야기했지만 돌아오는 건 차디찬 면박뿐이었어. 

 

 

 

 

“형이 언제부터 나 챙겼다고. 챙기는 척 하지 마” 

 

 

 

 

그 말에 지민이는 웃던 얼굴을 천천히 무표정으로 돌리며 문을 바라봐. 지민이가 조금은 상처받은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를 남동생은 소통을 원하지 않는 듯 문고리를 걸어버리고. 지민이는 허탈한 목소리로 ‘새끼, 사춘기 한번 요란하게 티내네’ 하고 정국이가 준 치킨 앞에 앉아. 

 

 

 

속이 좋지 않아, 정말 먹고 싶진 않았는 데. 정국이가 보내 준 성의를 생각하면 그냥 방치할 수 없어. 지민인 나무젓가락을 뜯으며 아무도 듣지 못할 ‘잘 먹겠습니다’라는 인사를 해. 치킨을 먹고 있는 지민이 옆엔 가족사진이 자리하고 있어. 행복하게 웃고 있는 자신과 동생, 그리고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계신 부모님. 

 

 

 

제일 작은 조각을 찾기 위해 뒤적거리다 무심코 본 사진에 지민이가 바람빼듯 웃어. 저렇게 넷이 있던 게 언제였나-하는 생각이 들었거든. 사진 속엔 일에 치이고 사람에 시달려 자신과 대화하는 것조차 피곤해하는 엄마가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주부의 얼굴을 하고 있어. 그런 엄마의 얼굴을 뚫어져라 보던 지민이. 문득 정국이가 생각나. 체육대회 때 ‘엄마’라는 이야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던 모습이 떠올랐거든. 아마 그 때 휴대폰에 있던 ‘아줌마’도 어머니인 것 같던데. 

 

 

 

 

“남의 집 내가 걱정해서 뭐해” 

 

 

 

 

지민이는 해탈한 듯 이야기하며 손가락 한 마디만한 작은 치킨을 입에 넣어. 당장 우리 집부터 콩가루인데, 누가 누굴 걱정해. 그렇게 생각하면서 입을 오물거리지만 어쩐지 계속해서 목이 턱턱 막히는 것 같아. 치킨을 철근같이 씹고는 겨우 삼킨 지민이는 김빠진 콜라를 마셔. 

 

 

 

 

 

 

 

 

2. 

 

정국이가 치킨을 주고 난 후 둘 사이는 예전만큼 날이 서있진 않아. 그저 서로를 봐도 못 본 척하는 사이 정도가 된 거지. 예전처럼 싫어서가 아니라, 너무 어색해서. 눈이 마주 친 순간 밀려오는 민망함과 어색함은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어. 예전이 낫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 정로. 그래서 이젠 대놓고 정국이를 보지 않아. 하지만 예전처럼 대놓고 보지 않는 대신 힐끔거리며 정국이를 훔쳐 보는 시간은 더 많아졌지. 이유는 지민이 본인도 몰라. 그냥 시선이 가는 걸. 

 

 

 

지민이 눈에 들어오는 정국인 단정하게 하복을 입고 있는 모습이야. 친구들이 바지를 쫄쫄이마냥 줄이고 하복셔츠는 어디다 둔 것인 지 형형색색의 메이커 반팔만 입고 있을 때도, 정국인 그 사이에서 늘 교복만 입고 있어. 그게 정국이에게 잘 어울리기도 하고. 지민이는 몇 일 간 몰래 몰래 정국이를 관찰하다, 여자친구도 있는 정국이가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많이 언급 될 정도로 인기가 많은 이유를 혼자 정의해. 잘생긴 놈이 교복도 잘 어울리고, 지 친구들하고 다르게 공부도 잘하고, 행동이나 말투 같은 게 얌전한 편이라서 더 인기가 많은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면 또 짜증이나. 저 새낀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하는 생각이 들어서야. 

 

 

 

그런데 사실 지민이는 치킨을 먹고 나서부턴 분명 연주에 대한 마음도 정리하고, 정국이랑도 친하게 지내려고 했어. 전자는 천천히 하고 있는 중이고. 그런데 후자가 문제야. 지민이가 정국이만 보면 자기가 이렇게 낯가림이 심했나? 싶을 정도로 피한다는 거야. 정국이를 보면 뭔가 답답하고, 얼굴만 봐도 괜히 어색한 그런 기류가 느껴져 자꾸 무의식적으로 피하려 들어. 단편적인 예시론, 오늘 점심시간에 6반 남자아이들과 축구를 할 때를 들 수 있어. 

 

 

 

점심시간에 하게 된 축구는, 끝날 쯤 얻어온 후식 젤리 열 개랑 근처 슈퍼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을 걸고 하는 내기라 애들은 들뜬 상태였지. 뭘 걸고 하면 아무리 재미없는 것도 재밌어지쟈나? 게다가 지민이는 단 음식을 좋아하거든. 저 자식들에게 이겨서 기필코 젤리를 먹고 말 것이다-하는 의지를 활활 태우고 있는 데, 같이 장난치면서 몸을 풀던 석진이가 갑자기 교실 쪽을 보며 얘기해. 

 

 

 

 

“넌 안 나올 꺼야? 축구 mvp가 안 나오면 누가 공격해!” 

 

 

 

 

석진이가 부른 건 창문가에서 내려다 보고 있는 정국이야. 창문가에 있는 정국이와 다른 아이들을 보던 지민이는 정국이가 자기를 보는 것 같으니까 고개를 돌려. 그리고 괜히 목을 까딱거리면서 풀고. 정국이는 고개를 저으면서 ‘니네끼리 하세요’하고 퉁명스럽게 대답해. 그 말에 지민이는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어. 그런데 한편으로는 어쩐지 서운함과 비슷한 감정이 들기도 해. 

 

 

 

자기한 제안이 거부당했지만 석진이는 정국이를 포기할 수 없는 지, 정국이 쪽을 보면서 ‘2학년 5반 전정국 오빠 나와 주세요!’하고 얘기해. 정국인 오바이트 하는 시늉을 하고. 자기의 폭풍애교가 먹혀들지 않자 석진이는 옆에 있던 지민이 팔을 붙잡고 얘기를 해. 

 

 

 

 

“우리 반 마스코트이자 귀염둥이 취이민!” 

“갑자기 왜이래. 점심에 젤리 급하게 처먹더니, 젤리가 기도로 들어갔나봐?” 

“그래, 그래. 기도로 잘 못들어가서 목소리가 안 나오니까, 니가 정국이 자식 좀 불러 봐” 

 

 

 

 

자기보고 정국이를 부르라니. 지민이는 혀로 입술을 축여. 그리곤 ‘안 온다고 하는 애 그냥 둬. 하기 싫은 가 보지’하고 얘기해. 싫은 척 이야기했지만, 사실은 자기가 정국이를 부른다는 게 쑥스러워서 그랬어. 보기만 해도 으르렁거리던 예전 같으면 ‘야, 전정국 나와!’하고 화내듯이 불렀겠지만, 요즘에는 시선이 겹쳐도 서로 피하기 바빴으니까. 지민이가 어색해하는 모습에, 뒤에 있던 남준이도 지민이에게 정국이를 부르라며 독촉해. 나중엔 아이들 모두가 지미닝에게 꾸꾸기를 부르라며 이야기하고. 지민이가 ‘김연주랑 전정국 잘 어울려’하고 쿨한 척 했지만, 실상은 정국이를 어색해 한다는 걸 알고 장난치는 거지. 아이들은 ‘박지민이 전정국 데려올 때까지, 축구 안해. 안해’하고 짓궂게 굴어. 하는 수 없이 지민이는 다시 정국이 쪽을 바라봐. 그리곤 숨을 크게 들이쉬곤 크게 이야기해. 

 

 

 

 

“전저엉국! 너 임마 나와아!” 

 

 

 

 

지민이의 말에 정국이가 웃는 게 보여. 지민이 주위에 있던 아이들은 자지러지고. 애들은 지민이 등짝을 치면서 ‘결투 신청 하는 줄 알았어. 박력 개쩐당’ ‘박짐니 오빠 그렇게 안 봤는데, 완전 상남자’하고 놀려. 지민이의 말에 자극을 받은 건 지, 창가에 보이던 모습이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국이가 운동장으로 나와.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이제 우리가 이겼네’하고. 

 

 

 

작년에 지민이와 같은 반이었던 6반 친구들은 괜히 지민이에게 ‘안 한다는 애, 왜 불러 냈어’하고 핍박을 줘. 하지만 지민이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아. 그냥 창피할 뿐이지. 정국이에겐 시선조차 주지 않고 멀찍이 떨어져 발목을 돌려. 어색해, 어색해-하는 말만 계속 반복하면서. 

 

 

 

 

 

 

 

 

3. 

 

축구를 하던 중에도 시선이 계속해서 축구공이 아닌 정국이에게로 향하자 지민이는 고개를 젓다 ‘나 발목 아파. 못할 것 같아’하곤 자기 대타로 반 친구를 넣어. 아이들은 지민이가 발목이 아팠던 걸 아니까 들어가서 쉬라면서 보내주고. 운동장에서 뛰던 정국이는 멈춰선 채 지민이를 봐. 지민이는 정국이를 애써 무시하고. 자꾸만 시선이 닿으니 다시 발목이 시큰거리는 것 같기도 해. 급하게 먹다가 체한 것처럼 갑갑해져와 지민이는 조금 더 빠르게 자리를 옮겨. 

 

 

 

생각이 과부하가 걸린 것 같아. 무거워지는 머리를 비워내려는 듯 입을 조금 벌린 채 지민이는 스멀스멀 교실을 향해 걸었어. 계단을 두 번 오르고, 복도를 지나쳐 문 앞까지 온 지민이. 손잡이를 잡고 반으로 들어가려는 데, 복도 끝에서 지민이 이름을 부르며 달려와. ‘지민아-’하면서 방방 뛰어온 사람은 연주야. 연주는 헝클어진 앞머리를 정리하다 지민이를 보며 이야기해. 

 

 

 

 

“지민아 요번주 일요일 날 시간있어?” 

 

 

 

 

뭔가를 숨기는 듯한 표정. 예전 같으면 귀엽다고 생각했겠지만, 갑갑한 마음은 지민이에게 그럴 여유조차 주지 않아. 그래서 담담한 표정을 유지한 지민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 연주는 잘 되었다며 지민이 손을 잡고 이야기해. 

 

 

 

 

“나랑 정국이, 너랑 내 친구. 이렇게 넷이서 같이 영화 보자! 엄청 재밌는 영화 나왔대!” 

 

 

 

 

연주는 그 이야기를 마치곤 주변을 살펴 보다,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곤 지민이 귓가에 속삭여. 

 

 

 

 

“내 친구 중에, 아영이라고 있는 데. 걔가 너한테 관심 있다고 그래서 그래” 

“그렇구나” 

“걔 진짜 이쁘다? 이런 기회는 흔하지 않아” 

 

 

 

 

지민이는 영혼 없는 리액션을 쳐주면서 연주를 바라봐. 지민이가 듣기론 자신이 연주를 좋아하는 걸 연주 본인도 알고 있다고 했어. 그런 지민이에게 자기 친구랑 만나라니. 자신을 포기하라는 걸 간접적으로 말하는 것 같아 그 작고 하얀 얼굴이 어쩐지 원망스럽기도 하고, 참 잔인하다 싶어. 안그래도 갑갑해 죽겠는 데, 거기다 불을 붙여준 연주의 말에 인상을 구길 뻔 했지만 애써 웃어 보인 지민이는 끄덕여. 

 

 

 

상식적으론 본인조차도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었지만, 어차피 정리하기로 한 거였고 자기 예상보다 더 일찍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야. 그리고 그런 확인사살을 들은 것치곤 생각보다 덜 아팠기도 했고. 연주는 지미니 어깨를 툭툭 치면서 웃는 얼굴로 말해. ‘그럼 약속한 거다?’ 지민이도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빨리 가기나 해” 

“매정한 박지민” 

“너 남자친구가 나랑 이러고 있는 거 보면 질투해” 

“정국이가 질투한다고?” 

“그래, 걔 되게 질투 많이 하더라. 너랑 놀지 말래.” 

“그런 얘기 나한테 한 번도 안 했는 데.” 

 

 

 

 

지민이는 그 말에 피식 웃으며 말 해. ‘걔가 자기 여자친구 앞에선 티내기 싫었나보지’. 그러자 연주는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한 채, 고개를 끄덕이고 지민인 반으로 들어와. 반에 남아 있는 아이들은 모두 창문가에 붙어 익룡에게 빙의 되어 축구하는 애들을 응원하고 있어. 

 

 

 

 

"전정국 선수 골 넣나요?" 

"넣을 것 같은 데" 

"어, 어?" 

'"헐, 씨발! 전정국 골! 골 넣었어!" 

"대박이다. 어떻게 저거리에서 넣냐." 

"저분 전생에 메시였을 듯" 

"야, 이거 우리가 이겼네" 

"6반 실장아! 난 돼지바 먹고 싶다" 

 

 

 

 

그 시끄러운 응원소리를 무시하며, 지민인 자리에 엎드려 앉아. 자리에 엎드리자 제일 먼저 자기 시야에 들어온 건 하늘색 깃털. 정국이가 준 펜이야. 일학년때부터 자기랑 친해지고 싶어했다는 정국이. 그런 아이가 나름대로 친해지고 싶어 준 거라고 생각하니 뭔가 웃겨. 지금까지 들은 얘기론 아이들이 먼저 다가갔음 다가갔지, 정국이가 먼저 다가가는 일은 없었거든. 자기가 예외라고 생각하니 이유 모를 웃음이 나와 지민이는 작게 킥킥대. 

 

 

 

 

 

 

 

 

4. 

 

예비 종이 칠 쯤에서야, 축구가 끝난 모양인지 아이들이 하나 둘 들어와. 땀범벅인 채 들어온 남준이는 크게 ‘우리가 이겼다! 보충 때 6반이 아이스크림 쏜대!’하고 얘기하고. 젤리가 들은 봉투를 들고 온 석진이는 축구를 한 아이들에게 젤리를 나눠줘. 그리고는 자기자리로 돌아오면서 전리품으로 얻은 걸 하나 지민이에게 건네. 모두에게 젤리를 배분한 뒤, 자기 자리로 돌아온 석진이는 자리에 앉자마자 자기 몫을 먹어. 입으론 쉴 틈 없이 오물거리면서, 젤리를 손에 쥔 채 볼펜으로 낙서를 하는 지민이를 지켜봐. 

 

 

 

 

“발목 많이 아파?” 

“많이는 아니야” 

“조심해” 

“그래. 알겠다 짜식아.” 

“형님 그러다 훅갑니다?” 

 

 

 

 

장난스레 이야기하며 짐니 어깨를 토닥이던 석진이는 조심스럽게 껍질을 까는 남준이에게로 가. 그리곤 크게 한 입 뺏어먹고. 남준이의 슬픈 곡소리를 듣던 지민이는 낙서를 끝내. 잘 그리지 못했지만, 일단 그린 건 깃털 달린 펜이야. 짐니가 콧잔등을 매만지며 ‘좀 잘 그린 듯?’하고 스스로 뿌듯해 하면서 고개를 들어. 그런데 교실을 살펴보니 정국이가 보이지 않아. 축구한 아이들은 다 들어온 상태인데. 지민이는 연주랑 만나기라도 하나 싶어, 볼에 바람을 넣다 ‘푸-’하고 빼. 그리고 다시 볼에 바람을 채워 넣을 때 정국이 목소리가 들려와. 

 

 

 

 

“박지민” 

 

 

 

 

지민이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고, 정국이는 지민이 쪽으로 뭔갈 던져. 지민이에게 닿지 못하고 멀찍이 떨어진 걸 주워보니까 쿨파스야. 지민이가 파스를 만지작 거리다 시선을 올려다보니 머리에 물을 묻히고 온 모양인지, 정국이는 머리카락에 뭉친 물을 털어내며 담담한 표정으로 얘기해. 

 

 

 

 

“애들이 너 발목 아프다고 얘기하니까 윤기 쌤이 너 걱정하면서 이거 줬어"  

"아, 응. 고맙다고 인사해야겠네." 

"선생님한테 파스 받은 거 얘기 하지마” 

"왜?" 

"....." 

 

 

 

 

지민이는 대꾸 없는 정국이 말에 고갤 갸웃거려. 선생님이 준 건데 왜 얘기하지 말라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거든. 지민이가 의구심 때문에 파스를 붙이지 않고 가만히 있자, 정국이가 ‘답답한 새끼’하면서 다가와 지민이 손에서 파스를 가져간 다음, 발목에 붙여줘. 생각보다 세심한 손길 때문에 밀어낼 수도 없어 지민이는 가만히 있고. 파스가 꼼꼼하게 붙어졌는 지, 확인하려 지긋이 누르던 정국이는 고갤 들어 지민이를 봐. 

 

 

 

 

“너무 세게 눌렀냐?” 

“그게 힘 준거야?” 

“아플까봐 물어 본 거지” 

 

 

 

 

꾀병인데 아플리가 없지. 그 말을 속으로 삼킨 지민이는 숨을 크게 들이 쉬어. 정국이는 '형이 이렇게 발목 만져줘야 빨리 낫는다고 그랬어'라고 얘기하면서 발목을 만져주고. 그러자 정국이 머리카락에서 떨어진 물방울들이 지민이 발목에 떨어져. 조금 차가운 느낌에 지민이는 저도 모르게 인상을 써. 좁아진 지민이의 미간을 보던 정국이는 자기 손으로 물기를 닦아주고. 

 

 

 

보통 또래보다 조금 따뜻한 체온의 손이 닿는 순간, 이상한 감정이 든 지민이는 정국이 어깨를 밀어내. 그때문에 중심축을 잡지 못한 정국인 주저 앉고. 갑자기 내쳐져서 꼬리뼈 부근이 아픈 것인지 인상을 써. 

 

 

 

 

“아파?” 

“어, 존나 아파.” 

"미안..." 

 

 

 

 

지민이가 풀이 죽은 목소리로 대답하니, 정국이가 누그러진 목소리로 얘기해. 내가 만지는 거 싫어서 그런건 아니고? 장난 같은 말이지만, 어쩐지 장난같지 않은 말에 지민이가 눈만 깜빡여. 정국이는 지민이의 얼굴을 보다 웃으면서 '맞나 보네'하고 혼잣말하고. 그 말에 당황한 지민이가 ‘그런거 아니야’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정국이는 무릎을 펴서 일어나 자기 자리로 돌아가. 그리고 혼자 남겨진 지민이. 자리로 돌아가는 등을 계속해서 바라봐. 내가 너를 밀어낸 건, 싫어서 그런 게 아니야. 그냥, 그냥. 

 

 

 

자리에 앉아 물기를 손으로 터는 정국이.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지민이는 무슨 생각인지 점심시간이 끝나는 종이 울렸는 데도, 교실 밖으로 빠져나가. 뒤에선 ‘야, 박지민 종 쳤어! 오늘 윤리 출장 가서 국어야.’하는 걱정스러운 남준이 목소리가 들려와. 윤기는 자기보다 늦게 들어가면 수행평가 점수를 가차 없이 깎거든. 하지만 지민인 그런건 상관없다는 듯 걸음을 8반으로 옮겨. 창문으로 흘깃 보니 아직 선생님이 오지 않은 모양이라 지민이는 문을 열고 다급하게 호석이 이름을 불러. 

 

 

 

 

“호석! 정호석!” 

“어, 왜!” 

 

 

 

 

지민이는 저 멀리서 ‘지민아, 들어가라-’하는 부장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다급하게 이야기해. 수건 좀 빌려주라- 호석이는 지민이가 엄청나게 급하게 이야기하니 저도 다급해져 가방에서 수건을 꺼내 던져줘. 그리고 후회하지. 오늘 체육시간에 본인이 쓰려고 했거든. 호석이가 ‘잠시만!’했을 때, 이미 지민이는 사라진 상태였어. 

 

 

 

 

 

 

 

 

지민이가 수건을 들고 올 때, 마침 교무실에서 윤기가 나오고 있었어. 윤기는 지민이를 보며 ‘이제 들어가는 거냐?’하고 묻고. 지민이는 괜히 어깨를 으쓱거리며 윤기에게 치대. ‘아이, 쌤. 제가 늦고 싶어서 그른게 아닙니다요’하면서.  

 

 

 

살갑게 구는 지민이가 귀여운지 윤기는 ‘다음에 늦으면 노래 불러야 된다’라고 핀잔하면서 머리에 딱콩 한 번 먹이곤 같이 걸어. 윤기와 발걸음을 맞춰 같이 걷던 지민이. 문득 제 발목에 붙은 파스가 생각나 윤기를 봐. 정국이 말로는 윤기에게 이야기 하지 말라고 했지만, 고맙다는 인사는 해야할 것 같아 지민이는 윤기에게 팔짱을 끼며 이야기해. 

 

 

 

 

“쌤, 쌤이 저를 이렇게 생각하는 줄 몰랐어요” 

“뭐가.” 

“선생님이 파스 주셨다면서요” 

“파스? 뭔 소리야? 너 발목 또 아파?” 

 

 

 

 

생전 처음 듣는다는 표정을 본 지민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당황해. 그리고 더듬더듬 말해. 전정국이, 쌤이, 저 이거 주라고, 그러자 윤기는 ‘아인데? 전정국이가 그랬다고?’하고 얘기해. 윤기가 자신이 준 게 아니라고 부정하자, 지민이는 눈을 굴리다 윤기보다 빠르게 걸어 반에 먼저 들어가. 지민이 발걸음이 멈춘 곳은 정국이 앞. 물기가 조금 마른 머리통, 엎드려있는 자세의 정국이를 보며 입술을 깨문 지민이가 정국이 책상을 주먹으로 톡톡 쳐. 

 

 

 

 

“전정국” 

 

 

 

 

지민이가 제 이름을 부르자 정국이는 감고 있던 눈을 떠. 그리고 눈동자만 굴려 지민이를 보고. 지민이는 그 잘난 얼굴 위로 수건을 올려 놔. 그리고 자기 자리로 가면서 얘기 해. 

 

 

 

 

“좋은 일하고 왜 숨기냐, 새끼야.” 

 

 

 

 

윤기가 들어오고 지민이는 자리에 앉아. 그리곤 자세를 양반 다리로 고쳐 앉고는 자기 발목에 붙여진 파스를 만지작거려. 힐끔 본 정국이는 여전히 엎드린 채 자기를 보고 있고. 그러다 눈이 마주치니 수건으로 자기 귀를 가려. 수건 때문에 눈과 코가 가려져 입만 보이고. 지민이가 눈을 깜빡이면서 정국이를 보니 입모양으로 ‘감사’라고 해. ‘그래’라고 입모양한 지민이는 앞을 보면서 입꼬릴 올려 웃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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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 진짜 제가 다 간질간질해지는 느낌이에요 허허헣ㅎ헣 좋다 헣허헣
8년 전
독자2
세상에 내가 1등이라니....어머나..
8년 전
독자3
아아사ㅏㅅㅅ 제가이거를 다시보게되서 얼마나 기쁜지 아시나요 작가님ㅜㅜㅜㅜ진짜 배틀호모 매일 챙겨봤는데 다시보게되서 너무기뻐요♡♡
8년 전
독자4
ㅠㅠㅠㅠㅠㅠㅠ하루에 두편이나 오시다닝.. 너무행벅.. 교복입고썼을때 시절이라서 그때의 풋풋함이 더 잘 표현되는거 아닐까요 ㅎ_ㅎ!나름 좋은점이라고 생각하셔요 작가님 ㅎㅎㅎ 이렇게 간질간질한글 적어주니까 너무 좋네요 ㅎㅎㅎ ㅠㅠ 다음편도 얼른 가져오시져! 항상 글잡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당 ㅎㅎㅎ
8년 전
독자5
오글거리고 유치하다녀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좋고 사랑스럽고 풋풋한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아슬아슬하고 불안한데 또 좋고 진짜 대박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6
작가님...이건 제 인생팬픽입니다..
절대 연재 멈추시면 안됩니다 ㅠ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사랑해요 작가님 ㅠㅠ♡

8년 전
독자7
신알신 하고 갑니다! 작가님 '♡'♡'
8년 전
독자8
아 둘다 진짜 귀여워라ㅠㅠㅠ
8년 전
독자9
ㅠㅜㅠㅜㅠ아완전 좋아... 그럼 작가님 학생이실때 쓴거에요?? 진짜 떡잎부터 다르다는게....요즘 정주행하고있는데 너무 행복해요ㅠㅜㅠ사랑해여
8년 전
독자10
아아 너무 좋다 국민이들....귀여워ㅠㅜㅜㅜㅜㅜㅜ넘좋아요ㅡㅜㅜㅡㅜㅠㅜ
8년 전
독자11
아니에여 지금도 좋은걸요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풋풋하고 젛네여ㅠㅠㅠㅠㅠ 작가님짱
8년 전
독자12
아 진짜 ㅠㅠㅠㅠㅠ 너무 풋풋해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너무 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 어떻게 학생일 때 쓰셨는데 이렇게 설레게 잘 쓰시나요 ㅠㅠㅠㅠ 사랑합니다...
8년 전
독자13
와 진짜 인생입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 리를도 오글거리지 암ㅎ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14
유치하다니요ㅠㅠㅠㅠ엄청설레는데ㅠㅠㅠ 요새이거기다리는낙으로살아요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15
이게어떡해 유치한거죠? 글이 검나게 제스타일인듯ㅎ 꾸르잼
8년 전
독자16
최고에요 작가님ㅠㅜㅠㅠ 국민이들 너무 풋풋해요ㅠㅜㅜ 속도 정말 감사드려요ㅠㅠ
8년 전
독자17
세상에 너무 좋잖아요 ㅠㅠㅠㅠ 아 간질간질거린다 증말 하아아아 사랑해요
8년 전
독자18
진짜 배틀호모 너무 재밌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국민이들 너무귀엽네요ㅜ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19
아니에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지금이 딱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완전설레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넘나좋은 국민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20
좋아요좋아요종하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미치겠따 쟤네 떄문에 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21
으앙 너무 좋아요 진짜로 막 잘 안 설레는데 이 글만 보면 막 간질간질콩콩 으옹ㅇ아아앙
8년 전
독자23
엉엉 왜 이 글을 이제서야 봤을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ㅍ퓨ㅠㅠㅠㅠㅍㅍ 아진ㅋ자감사해요ㅠㅠㅠㅠㅠㅠ작기ㅏ님진짜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24
아 청춘 학원물ㅠㅠㅠㅠㅠㅠ 여기서 청량한 냄새가 납니다ㅠㅠㅠㅠ 포카리스웨트같아여ㅠ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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