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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애정의 수평선 9 | 인스티즈


 

 

 

 

 

 

 

 

 

 

 

 

 

1. 

 

연주가 흘리듯 이야기해줬던 약속은 처음엔 별 거 아닌 일처럼 넘어가는 듯 했으나, 시간이 갈 수록 구체적이고 살이 붙기 시작했어. 약속 시간을 잡고, 장소를 정하는 단톡을 보면서 지민이는 눈만 깜빡거려. 그 단톡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연주와 연주의 친구인 아영이 단 둘이었어. 지민이는 그나마 이따금씩 맞장구를 쳐주었지만, 정국이는 읽어도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아. 

 

 

 

사실 지민이는 처음엔 그 약속을 의식하고 있지 않았어. 그런데 영화를 보기로 한 일요일이 가까워질수록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떨려오는 거야. 정국이도 알고 있나 싶어서 괜히 정국이 얼굴 더 흘깃대고. 혹시나 정국이가 지민이 본인이 끼는 걸 싫어할까봐 걱정이 되어서야. 하지만 둘 사이를 보면 짐니가 먼저 가서 '전정국, 너 나랑 같이 영화 보는 거 아냐?'라고 물어볼 수 없는 사이라서 지민이는 계속 정국이를 바라 볼 수밖에 없는 거고. 지민이가 뭐 마려운 강아지마냥 불쌍한 눈으로 자꾸 흘깃대니 정국이가 모를 리가 없지. 오죽 지민이가 쳐다봤으면 정국이가 지민이에게 쪽지를 보내. [내 얼굴에 뭐 묻음?] 짐니는 자기가 너무 훔쳐봤나 싶어 창피함에 괜히 어깨를 으쓱거려. 그리곤 정국이와 눈을 마주하곤 아니라는 뜻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햅틱마냥 지민이가 떨려할 동안 그렇게 시간은 빠름 빠름 빠름! 토요일 저녁이야. 다음 날 열한시에 만나기로 약속은 되어있고. 자고 일어나면 약속에 가야된다는 사실이 피부로 와 닿으니, 지민이는 옷장 안에 있는 옷이란 옷을 다 빼놓은 고민을 하기 시작하지. 가서 정국이한테 꿀리지 않으려면 예쁜 옷을 입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게다가 아영이란 여자아이가 자기에게 관심이 있다고 하니 최대한 좋은 거, 멋있는 거 입으려고 하고. 

 

 

 

하지만 우리가 늘 하는 고민처럼 지민이도 똑같은 고민을 해. 입을 옷이 진짜 없다, 하나도 없다, 어떻게 이렇게 없냐- 하고. 그동안 제가 뭘 입고 다녔는지 모를 정도로 감이 잡히지 않아. 지민이는 침대에 털썩 앉아서 고민을 해. 이 옷 저 옷을 툭툭 건드리며 자기가 가진 옷의 한계에 대해 절망하던 지민이. 결국 깔끔하게 입자-하는 생각에 흰 카라티와 적당한 길이의 반바지를 골라. 그 옷을 입곤 사진을 찍어 호석이에게 카톡을 보내. 

 

 

 

 

[엉아 괜찮냐?] 

 

 

 

 

호석이는 지민이가 옷가지를 정리할 때에서야 답장을 해. 그것도 아주 폭탄으로. 

 

 

 

 

[중학생이세여?ㅋㅋㅋㅋㅋ] 

[중딩도 아니다 그냥 상꼬맹이 같아^^] 

[사실 옷은 그냥 그래~ 옷걸이가 좀...ㅋㅋ] 

 

 

 

 

짐니는 카톡을 보고 입을 삐죽 내밀어. 옷걸이가 별로라니. 키도 3cm정도 자랐는 데. 

 

 

 

 

[그런데 갑ㅂ자기 왜 묻는 거?] 

[그럴 일 없겠지만...혹시 데이트?] 

 

 

 

 

데이트란 말에 지민이는 연주랑 정국이를 떠올려. 아까보니 연주의 상메가 [두근두근♥]이었거든. 아마 정국이랑 데이트할 꺼라고 생각하니 신이 난 것이라고 지민이는 조심스럽게 추측해. 

 

 

 

 

[신경 끄삼] 

 

[이제 보니 중딩도 아니네. 초등학생만도 못한 자식] 

 

[ㅡㅡ] 

 

[니 데이트 가?] 

 

[ㅇㅇ] 

 

[뻥치지마] 

 

 

 

 

‘뻥’이라는 말에 작게 인상 쓴 짐니가 핸드폰을 아주 꾹꾹 눌러대 

 

 

 

 

[연주 친구가 나 맘에 든대] 

 

[헐 대박;;] 

[그래서 김연주는 포기 할 꺼?] 

 

 

 

 

지민이는 호석이 마지막 카톡을 말 없이 봐. 그리곤 픽 웃곤 답장해. 포기라니. 나한테 기회라도 있던 것처럼 말하네. 

 

 

 

 

[포기할 것도 없지. 전정국 여자친구였는데] 

 

[지민이 형님 구질구질한 줄 만 알았는데, 의외로 냉정한 남자네요.] 

 

[뭐래ㅋ] 

 

[아픈 사랑은 새로운 사랑으로 잊는 거냐?ㅋㅋㅋ] 

 

 

 

 

짐니는 호석이의 오글거리는 카톡에다 ㅗ압정을 여러 개 박아주면서 지민이는 침대에 누워. 지민이의 데이트가 궁금한지, 호석이는 지민이에게 내일 약속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묻고. 대답을 회피하려고 하면 꼬투리를 잡아 무는 탓에, 지민이는 결국 내일 약속에 정국이와 연주도 나온 다는 것을 호석이에게 털어놔. 

 

 

 

 

 

[ㅋㅋㅋㅋㅋ그래서 김연주 상메가 그 모양이구만?] 

 

[그런 듯] 

 

[알고 있었지만, 정말 여러 가지로 판타스틱한 기집애야] 

 

 

 

 

 

마지막 카톡에 무어라 대답하려던 지민이는 읽씹하는 게 낫겠다싶어, 핸드폰을 옆에다 내려놔. 그리곤 깊게 한숨을 쉬어. 내일 가면 정국이랑 연주가 함께 있는 모습을 하루 종일 봐야 할 텐데, 그 모습을 똑바로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야. 

 

 

 

 

 

 

 

 

2. 

 

 

긴장으로 거의 잠을 설친 지민이. 약속에 늦을 뻔했어. 원래대로라면 먼저 가서 기다리려고 했는데, 현실은 자기 생각과 늘 다르지?ㅋㅋ 지민이는 헐레벌떡 약속 장소로 가. 그 곳에 도착하니 아이들이 자길 기다리고 있었지. 지민이는 자기가 제일 늦게 왔다는 걸 깨닫고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다가가고. 가까이 갈수록 보이는 낯선 얼굴. 연주 친구 아영이었어. 연주 말 따라 정말 예쁜 편이었지. 동그랗게 큰 눈이 매력포인트였고. 

 

 

 

지민이가 헝클어진 앞머리를 정리하며 어색하다는 듯이 웃자, 수줍어하는 게 딱 '좋아하는 남자아이 만난 10대 소녀'같은 모습이었어. 연주는 어색한 분위기를 만회하려는 듯 지미니에게 '제일 먼저 올 것처럼 굴더니 니가 제일 늦었어'하고 장난을 걸어. 거기에 지민이는 웃으면서 '미안, 미안'하고 말하고. 하지만 사실 속으론 조금 슬퍼해. 오늘따라 연주가 더 예쁘게 하고 나왔거든. 그래서 괜히 딴 곳으로 시선을 돌리기 위해, 지민이가 '무슨 영화 볼꺼야?'하고 물으면서 고개를 돌려.  

 

 

 

그러자 시야에 들어온 건 정국이. 연주랑 데이트라서 그런지 정국이는 오늘따라 더 멋있게 하고 나왔어. 그 모습을 보니 지민이는 '나만 너무 평범하게 하고 나왔나?' 싶어 조금 창피해하고. 지민이의 말에 연주는 코미디 영화를 이야기하는데, 갑자기 정국이가 '난 이거 보고 싶은 데'하며 다른 영화 포스터를 손가락으로 짚어. 

 

 

 

그 영화는 전부터 지미니가 보고 싶다고 난리를 치던 영화였어. 연주는 입을 내밀고는 '저거 오글거리기만 하고 재미없어'하고 얘기해. 

 

 

 

 

"저거 보자" 

"로맨스 장르인 데 괜찮아?" 

"괜찮아" 

"...그래, 저거 보자. 대신 재미없으면 전정국 니가 책임져!" 

 

 

 

 

연주는 불퉁하게 말하곤 영화표를 끊으러 가고, 셋은 그 자리에 앉아있었어. 그 속에서 지민이랑 아영이의 대화는 연극 같았지. 아영이는 계속 수줍어서 말을 짧게 하고, 지민이는 대화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말을 이어나가질 못했거든.  

 

 

 

그런 대화가 어색한 건지 아영이는 '내가 뭐라도 사 올 테니까, 너희 둘이서 놀고 있어!'하고 그 자리에서 도망치듯이 나가. 앉아서 대기하는 곳에 국민이들만 남겨진거지. 지민이가 힐끔 정국이를 봐. 아무 표정 없는 게, 화난 건지 지루한 건지 알 수가 없어. 

 

 

 

 

"전정국" 

 

 

 

 

지민이가 우물쭈물하며 부르자, 정국이가 고개를 돌려봐. 지민이는 어색한지 눈까지 접은 채 웃으며 '너도 그 영화 보고 싶었냐?'하고 묻고. 지민이의 웃는 얼굴을 몇 초간 빤히 보던 정국이는 시선을 자기 발끝으로 돌리면서 이야기해. 

 

 

 

 

"그냥 그래" 

"난 이거 진짜 보고 싶었거든" 

 

 

 

 

정말 보고 싶었다며 이빨까지 보이며 웃는 지민이에게 정국이는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니가'라고 말했을 때, 저 멀리서 영화표 4장을 끊어서 온 연주가 정국이에게 다가와. '표 끊는 데, 같이 가주지. 이 매정한 놈!'하면서 어깨를 툭툭 치고. 정국인 어색하게 웃으면서 '니 이런 거 혼자 못 하나?'하고 사투리 억양이 섞어 이야기해. 연주는 정국이 옆에 앉으면서 '혼자 못한다, 못해'하면서 투정 부려. 다른 또래 커플처럼 둘의 다정한 모습. 그게 어색하게 다가와 지민이는 '아영이한테 가볼께'하고 어색하게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그런데 정국이가 지민이 팔을 잡아. 

 

 

 

 

"저 가시내 오고 있네" 

"그래도, 가 봐야지" 

"맞아! 야, 아영이 혼자 저 많은 걸 어떻게 들고 오냐" 

 

 

 

 

아영이의 타박에 정국이는 저 멀리서 낑낑거리며 짐을 들고 오는 아영이를 봐. 그러다 무슨 생각인지 지민이를 조금 더 당겨서 자리에 앉게 만들곤, 자기가 아영이에게 다가가 짐을 들어줘. 아영이는 웃으면서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그 모습을 보던 지민이는 연주를 힐끔 봐. 연주는 조금 화가 난 표정을 하고 있었어. 그러다 지민이가 자기를 보고 있었다는 걸 인식했는지, 표정을 풀곤 베시시 웃으며 '쟤 지금 질투하라고 저러나봐'하고 얘기해. 그 말에 지민이는 조금 갑갑해지고. 조금 멀리선 정국이와 아영이가 오고 있어. 

 

 

 

 

 

 

 

 

3. 

연주는 자기랑 정국이 앞자리에 지민이랑 아영이를 앉혔어. 정국이는 자기는 더 잘보고 싶다며 아영이랑 자리를 바꾸고 싶다고 이야기했지만, 연주는 '지민이랑 아영이 방해하지 말고 이리 나와'하며 자기 옆에 끌어 앉혔지. 조금 시간이 지나니 지민이랑 아영이는 서로가 편해 졌는 지,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나눠. '난 동생있어' '난 위에 언니. 언니 있으면 진짜 별로야!' 이런 식의 되게 사소한 얘기들. 지민이가 아영이랑 대화하다 웃을 때면 정국이는 지민이에게 짜증을 냈어. 

 

 

 

 

"영화 조금 있으면 시작하니까 그만 떠들어" 

"아직 광고 중이잖아" 

"사람들 다 조용한 데, 너희만 떠들어서 확성기 단 것처럼 들려" 

 

 

 

 

툭툭 던지는 듯한 말투에, 지민이가 정국이를 흘겨봐.그리고 정말 얼마지나지 않아 극장 안의 불이 꺼지면서 영화는 시작되었어. 영화시간은 총 2시간 30분. 사람들의 혹평처럼 재미없지는 않았어. 다만 너무나도 밋밋한 내용이었을 뿐이지. 불륜이나 삼각관계처럼 사람들의 흥미를 크게 돋우는 것도 없었고, 액션신이나 청승맞은 눈물 연기도 없었어. 

 

 

 

평범한 10대 소녀와 소년이 자연스럽게 만나고 어른이 되면서 헤어지는 이야기였거든. 서로에게 서로의 대한 감정을 말하지도 못한 채 이별하고 헤어지는 그 순간에도 서로를 그리워하는 내용. 이렇게 심심한 이야기인데 그게 뭐가 그리도 슬픈 지, 지민이는 눈을 뜰 수도 없게 울었어. 옆에 있던 아영이가 당황해서 '괜찮아?'라는 말을 여러 번 할 정도로. 

 

 

 

 

[그 때, 너의 모든 시선의 끝이 나였다는 걸. 조금만 일찍 알았더라면 우리 관계는 달라졌을까?] 

 

 

 

 

여자주인공의 마지막 대사가 끝이 나자 영화관에는 다시 환하게 불이 들어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눈과 코가 빨간색이 된 지민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 누가 머리를 쓰다듬듯이 꾹 누르고 가. 짐니가 고개를 드니 보이는 건 정국이 등이고. 지민이가 멍하게 정국이를 보고 있자 연주는 지민이 어깨를 툭 치면서 '감성적인 남자네'하고 놀려. 

 

 

 

걱정하는 연주와 아영이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한 지민이는 계속해서 앞서 가는 정국이의 등을 바라봐.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정국이가 여자주인공을 늘 안타깝고 사랑스럽다는 듯 훔쳐보던 남자주인공 같다고 생각이 들었거든.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본인도 잘 몰라. 

 

 

 

그렇게 국민이들 일행은 나와서 평범한 10대처럼 놀아. 자라나는 청소년답게 먹을 것도 엄청나게 먹으면서. 넷은 타로카드도 봤어. 물론 ‘연애운’. 정국이의 타로카트는 ‘조금의 용기가 당신을 바꾸어 놓을 수도 있다.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아무도 모른다.’였어. 연주가 타로가게 아주머니에게 물었어. 

 

 

 

 

“그게 뭔 소리에요” 

“카드는 이렇게 얘기하는 데, 뭘 뜻하는 지는 본인만 알겠지 뭐.” 

 

 

 

 

연주가 정국이를 보자 정국인 본인 어깨만 으쓱거리고. 그 다음 타자인 아영이의 카드를 본 아주머니. 짧게 이야기해. ‘희미해’ 그 말에 아영이는 어깨가 내려가고. 지민이는 딱히 볼 생각이 없었지만 아주머니와 아영이가 보라고 권유해서 호기심반 재미반으로 카드를 뽑아. 막상 시작하니 조금 진지해지기도 해. 지민이가 뽑은 카드를 본 아주머니는 심오한 표정을 지어. 

 

 

 

 

“큰 변화가 생길꺼 같구만” 

“어떤 변화요?” 

“그건 나도 모르겠고. 카드는 학생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모든 게 달라진다고 나와 있어. 그 사건의 중심이 학생이란 소리야.” 

 

 

 

 

 

 

 

 

4. 

심오하기 짝이 없는 타로카트가 끝나고 집에 돌아 가기 전, 지민이는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며 ‘나랑 같이 갈 사람’하고 말해. 정국이가 ‘나’라고 이야기했지만, 연주는 정국이 팔뚝을 잡고는 아영이를 지민이 쪽으로 밀어줘. 

 

 

 

 

“둘이 가면 되겠네” 

 

 

 

 

아영이는 작게 ‘연주야 나 진짜 창피해’라고 얘기하지만 친구 둘을 커플로 만들어주고 싶은 지, 연주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방글방글 웃으며 둘을 보내. 연주 덕분에 같이 편의점으로 가게 된 지민이와 아영이. 둘은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아. 기껏해야 편의점 안에서 ‘너 뭐먹을래?’ ‘난 이거’ 이런 얘기 하는 정도? 지민이는 막대기가 두 개 붙은 아이스크림을 집다가 편의점 유리창으로 보이는 정국이랑 연주를 봐. 

 

 

 

둘은 길거리 노점상 아주머니가 파는 악세사리를 보고 있었어. 정국이 손에 들린 건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미산가 팔찌. 흰색 팔찌를 들고 고민하는 모습. 아마도 연주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 지민이는 거기서 시선을 돌려. 그리곤 아영이를 보며 웃으며 이야기하고. 

 

 

 

 

“다 골랐으면 가자” 

 

 

 

 

지민이는 아영이를 보며 웃었지만, 아영이는 지민이를 보며 웃지 않아. 그렇다고 인상을 쓰지도 않고. 무언가 할 말이 많은 듯한 표정이야. 하지만 지민이가 계산을 끝낼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아. 편의점을 나설 때에서야 아영인 지민이의 손목을 잡아. 

 

 

 

 

“지민아” 

“응” 

“.....너 아직도 연주 좋아해?” 

 

 

 

 

연주 좋아해? 이 질문에 답을 하기가 왜 이리 어렵던지. 자기가 정국이와 연주쪽을 너무 오래 지켜봐서 아영이가 오해한 것 같아 지민이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그럴리가’라고 대답해. 어색함을 무마하려는 듯 웃는 지민이. 자신을 속이지 말라는 듯, 손목을 조금 더 세게 잡는 아영이의 손. 

 

 

 

 

“정말이야?” 

“.....” 

“난, 진짜. 진짜 너 좋아한단 말이야” 

 

 

 

 

그 말에 지민이는 작게 한숨을 내쉬어. 그리곤 간신히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대답해. 

 

 

 

 

“옛날처럼 무작정 좋아하지는 않아. 아니, 솔직히 말하면 좋아하는 건지 아닌 건지도 모르겠어.....미련인가?” 

“.....” 

“이젠, 그냥 신경 쓰이는 거야. 그래, 신경 쓰이기만 해.” 

 

 

 

 

지민이는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연주와 정국이 쪽을 힐끗 봐. 정확히 말하면 정국이가 산 하얀 팔찌를. 곧 있으면 연주 손목에 채워 질 팔찌. 시선을 돌려 울 것 같은 아영이 얼굴을 바라본 지민이는 어색하게 웃어. 그리곤 이야기해. 

 

 

 

 

“연주는 전정국 여자친구야.” 

“지민아” 

“좋아할 수도 없고, 좋아하지도 않을 거야. 걜 좋아했던 순간들은 내 인생에서 제일 창피한 순간들이기도 해.” 

 

 

 

 

생각해보니 애들도 다 아는 흑역사네- 말은 웃음기가 가득하게, 또 쉽게 뱉었어. 하지만 떠드는 입과 다르게 손은 아이스크림이 든 봉투를 꽉 쥐어. 누군가를 좋아했던 순간들을 쉽게 ‘창피한 어린 날’ 취급 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자기가 우습고 짜증났거든. 지민이가 그렇게 이야기할 때에서야 아영이는 눈물을 거두고. 

 

 

 

연주는 멀찍이 서서 대화하던 아영이와 지민이를 보고 ‘빨리 와! 바보들아!’하고 이야기해. 지민이는 자기를 불안하게 쳐다보는 아영이를 보며 눈을 접어가며 웃어. 그리고 흘리듯 말하고. ‘다 괜찮아’. 지민이 본인도 누구에게 이야기하는 지 정확하게 모르는 말이야. 본인에게 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지민이와 아영이가 다가가자 정국이는 아주머니에게서 산 팔찌를 주머니에 빠르게 넣어. 그렇게 다시 모인 넷. 누구랑 누가 사귀더라, 헤어졌더라 같이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곧 헤어져. 

 

 

 

연주는 아영이의 어두운 표정을 봤는 지, 아영이랑 대화 좀 하면서 가겠다고 이야기하면서, 아영이를 데리고 먼저 가. 정국이랑 지민이, 이렇게 둘은 말없이 걷고. 하지만 지민이 신경은 온통 정국이 주머니에 쏠려있어. 딱히 물어보진 않았지만 정말 연주를 줄 것 인지에 대해 본인도 모르게 신경을 쓰고 있는 거지. 정국이는 핸드폰 액정만 보면서 걷고. 그렇게 조용하게 걷던 둘. 서로 갈라지는 방향에서 정국이가 먼저 말을 걸어. 

 

 

 

 

“너 이제.....안 좋아해?” 

 

 

 

 

조금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어서인지 물어보는 정국이 목소리가 조심스러워. 지민이는 정국이가 자기 얼굴을 보지 못하게 뒤돌고는 대답해. 

 

 

 

 

“너 같으면 좋아하겠냐?” 

“.....” 

“안 그래도 오늘 오만정 다 털렸거든. 너나 김연주나 둘 다 짜증나” 

 

 

지민이는 최대한 담담하게 장난처럼 이야기해. 저 멀리서는 지민이가 탈 버스가 오고 있었고. 한참이나 말이 없던 정국이는 지민이가 버스를 탈 때쯤에서야 이야기해. 

 

 

 

 

“정말 안 좋아해?” 

 

 

 

 

그 말에 지민이 눈가가 아파오기 시작해. 정말 오늘따라 정국이에게 묻고 싶은 거 투성이야. 너 그 팔찌 정말 김연주 줄 꺼냐? 넌 나에게서 대답을 어떤 대답을 듣고 싶은 거야? 내 입으로 그 애를 안 좋아한다고, 포기한다고 말하는 걸 듣고 싶어? 지민이 앞에 선 버스의 문이 열리고 지민이는 새빨개진 눈으로 대답해. 

 

 

 

 

“그래! 안 좋아해!” 

“.....” 

“이제 됐지? 오늘 다 정리 했어” 

 

 

 

 

지민이는 그 말을 마치곤 코를 킁-거리고는 ‘잘 가, 전정국’이라고 얘기해. 지민이가 버스에 타고, 문이 닫히고, 버스가 사라질 동안 정국이는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있어. 그 모습을 창문을 통해 지켜보던 지민이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 그 자리에서 멍하게 자기가 탄 버스를 지켜보는 모습이 어째서, 영화 속 남자아이와 겹쳐지는 걸까. 지민이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오늘 괜찮았음?]하고 묻는 호석이 카톡에 답장을 해. [조용하게 복잡해서 더 골치 아파] 

 

 

 

 

 

 

 

 

 

 

 

4. 

그 다음날 다른 때와 같이 등교한 지민이는 오자마자 숙제를 하기 바빠. 어제 그렇게 기분이 꿀꿀해서 그걸 풀어준다고 나오라는 호석이와 물고기방에서 실컷 게임했거든. 그래서 영문법 숙제를 하는 걸 깜빡 했고.문법이 완벽한 남준이껄 베끼면 걸릴까봐, 자기랑 비슷한 수준의 석진이껄 베끼던 지민이. 그런 지민이 앞에 정국이가 서. 

 

 

 

 

“숙제 안 했냐?” 

"보면 모르냐." 

"미리미리 좀 하지. 이래서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해." 

“나 바쁘니까 시비 걸지 마라” 

 

 

 

 

정국이는 미친 듯이 베껴쓰는 지민이를 바라보다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공책위로 던져. 하얀 마산가 팔찌. 그걸 보자 바쁘게 베끼던 지민이의 손이 멈춰. 

 

 

 

 

“너 가져” 

“야,” 

“형이 준 거야. 어제 기분 존나 상한 것 같아서 주는 거다.” 

 

 

 

 

형이 준거라는 말에 짐니가 침을 삼켜. 불연 듯 떠오르는 어제의 정국이. 팔찌를 건네는 아주머니에게 눈을 접으며 웃어주던 모습. 

 

 

 

 

“형이 준 거라고?” 

“어. 새 거니까 의심하지 마라.” 

 

 

 

 

지민이는 침을 삼켜. 그리곤 멍하게 끄덕이고. 정국이는 시선을 바쁘게 옮겨 적고 있던 지민이 손으로 돌려. 손에 쥐어진 하늘색 깃털 볼펜. 파란색으로 그려져있는 학교 마크를 보다 작게 한숨을 쉬어. 그 미약한 숨소리에 정신을 차린 지민인 ‘그래, 고맙다 새끼야’하며 어색하게 웃고. 갑자기 둘 사이에 흐르는 적막감. 지민이가 볼에 바람을 채워 넣으며 볼펜을 까딱거리자 깃털이 같이 움직여. 한참이나 바라보던 정국인 ‘박지민’라고 속삭이고. 지민이는 잘 못들었는 지 인상을 쓰면서 되묻고. 

 

 

 

 

“뭐라고?” 

“....박지민” 

“왜?” 

 

 

 

 

정국인 입술을 깨물다 조금 빠르게 이야기해. 

 

 

 

 

“미리 미안” 

“무슨 신종 개소리?” 

“미리 미안하다고. 이유는 묻지마. 나중에 알게 될 꺼니까” 

 

 

 

 

자기 할 말을 마친 정국이는 자리로 돌아가. 장난스럽게 받아쳤지만 지민이는 그 말에 아리송해하기도 하면서 복잡해져. 그래서 정국이가 준 팔찌만 만지작거리고. 아무것도 모르겠다- 라고 얘기 하면서. 

 

 

 

 

 

 

 

 

 

이전 것들을 편집하고, 또 25편을 쓰고 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네요ㅜㅜ 

글을 빨리쓰는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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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예! 신알신 뜨자마자 왔어요 선댓!
8년 전
독자7
아구 답답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독자들만 자기들 맘을 아네요 다ㅂ답해ㅠㅠ 얼른 싹 다 잘 풀리고 인연을 찾았으면 좋을련만... 기다리게씁니다 자까님
8년 전
독자2
으오늘도ㅠㅠㅠㅠㅠㅠㅠ답다배요ㅠㅠㅠㅠㅠ서로마음을모르는게ㅠㅠㅠㅠ주변사람은알것같은데..어떻게될지너무궁금하네여..
8년 전
독자3
아아아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 국민이들이 서로 맘 알고 좋은 일만 생겼으면 젛겠어오ㅓ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4
와 팔찌도 그렇고 미안하단 말도 그렇고 .. 완전 심장 간질간질해요 작가님 ㅠ 아 다음 편 얼른 보고싶어요 어윽
8년 전
독자5
헐 뭐야뭐야 뭐가 미안한거야 헐헐헐 흥미진ㅁ진 와
8년 전
독자6
이번 편 정국이가 저는 왜이렇게 귀엽게 보이죠????어어어엉엉어ㅓ정구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8
ㅠㅠㅜㅠㅜㅜ아 국민이들ㅠㅠ...오늘 완전 우울했는데 국민이들이 웃게해주네요ㅠㅠ요즘 작가님 글이 삶의 낙이에요...아ㅇ진짜 정국아ㅠㅠㅜㅠㅜ내가 예상하는게 맞는거니ㅠㅜㅠ 어후 작가님 진짜 애정합니다진짜♡♡
8년 전
독자9
아ㅜㅜㅠㅠㅜㅠㅠㅠ 진짜 요새 제가 제일좋아하는 글입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 신알신뜬거보고 잽싸게 찾아왔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암호닉도 받으시나요??ㅠㅠㅠㅠ
8년 전
독자10
헐.. 모지?모야모야!!!
우쒸.. 드릅게 답답해... 둘다ㅠㅠㅠㅠ

8년 전
독자11
이러라러러ㅓㄴ!!! 많은 떡밥을 남기시디니.. 너희둘이 왜 사귀질못하니... 왜에.... 걍 사겨라... Hㅏ.. ㅎ 정국이가 딱봐도 좋아하는 구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야ㅠㅠㅠㅠ 진짜 이네ㅠㅠㅠ
8년 전
독자12
하ㅏ ㅠㅠㅠㅠ 요즘 이거 기다리면서 살고있어요 ㅠㅠㅠㅠㅠㅜ 써주셔서 감사해요 작가님 ㅠㅠㅠㅠㅠ 담편도 기대할게요 ㅠㅠㅠㅠ
8년 전
독자13
어어어ㅠㅠㅠㅠ너무 재미있어여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14
작ㄱ가님... 제가 이제야 이 배틀호모의 글을 보고 정주행달렸어요 너무 꿀잼이에요 8ㅅ8 이럴스가.... 미리미안은 내 머릿속에 그려진 그 상황 맞겠죠? ㅋㅋㅋㅋㅋㄱ큐향 이걸로 다시한번도 배틀호모의 꿀잼의 묘미 싸우는 씬이 나올거같고!!!! 학 재미져 재미져...
8년 전
독자15
아 ㅠㅍㅍ퓨ㅠ빨리 고백해버려 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근데 아건 너무 재밌쟈나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16
아 지낮 대박 이번 편이 대박인 것 같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 지민이가 모르는 정국이 감정선을 제가 알고 있으니까 뭔가 능력자 될 것 같기도 하고ㅠㅠㅠㅠㅠㅠㅠㅠ 자까님 글은 항상 이미지가 딱 그려져서 좋은 것 같아요 정국이가 계속 의식하는 거 귀여워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 증말 재밌다 진짜 자까님 싸랑합니다 ㅠㅜㅠㅏ츄퍼ㅏ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겨라 국민
8년 전
독자17
아 진짜 재밌다ㅜㅜ 뭐가 미안한데ㅜㅜ 뭔가 촉이 오긴 온다만..!
8년 전
독자19
으어!!!!!!!!!!!!!!진짜 지금 정주행다햇어요..와...ㅠㅠㅠㅠㅠㅠㅠ짱잼..
8년 전
독자20
국민이들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ㅠㅠ 이제 곧 정국이가 고백하나요.. 앞날이 행복했으면 ㅠㅠ
8년 전
독자21
아이고 연주야 아이고 정국아ㅠㅠㅠㅠㅠㅠ 애기들이 완전 복잡하게 얽혔네요ㅠㅠㅠㅠㅠ 미리 미안하다는 말에 제가 다 맴찢ㅠㅠㅠ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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