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한 백도를 쓰고 싶었는데....그랬는데...)
"너 이름 진짜 특이하다."
귓가에 울리는 무신경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턱을 괸 채 내 책상 모서리의 이름표를 만지작거리는 네가 눈에 들어왔다. 나와 마주친 눈을 두어번 깜빡이던 너는 다시 입을 열었다.
"나 도씨 처음 봐." 찬 바람 사이로 간간히 느껴지는 봄 기운 처럼, 너의 목소리는 차가운 것 같다가도 부드러웠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말하자면 듣기 좋았다. 딱히 대꾸할 말이 없어 네가 하는 것을 보다 창문을 타고 들어 온 바람처럼 자연스럽게 네 책상에 붙은 이름표로 시선을 옮겼다. 변백현. 설레고 긴장되었던 3월의 시작을 함께한 너의 이름이었다. * "책 같이 보자." 아무렇지 않게 내 책상에 놓여있던 책을 제 쪽으로 끌어당긴 너의 모습에 헛웃음이 나왔다. 오늘 처음 봤는데 예전부터 알던 사람처럼 친근하게 다가오는 그 모습이 나에게는, 적어도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너 원래 그렇게 낯을 안 가려?" 결국 입 안에서 맴돌던 질문이 밖으로 튀어나오고 말았다. 궁금함이 덕지덕지 붙은 얼굴로 묻자 너는 알 듯 말 듯한 미소로 내게 대답했다. "낯 가릴 게 뭐 있냐. 이제 친군데." 안 그래? 하며 내게로 향하는 네 시선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너와 나 사이의 거리가 그 몇 마디로 좁혀지고 있다는 묘한 기분이 들어 괜히 너에게 타박을 했다. 마치 오래된 친구에게 그렇듯. "책도 안 가져왔냐." "입학식날부터 수업할 줄 몰랐지." 네가 말 끝에 살짝 흘리는 웃음소리는 버릇일까. 버릇이라면 영원히 고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 낯선 동네의 새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어젯밤 잠을 설쳐가며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수업시간 내내 너와 말을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냈다. 처음 본 사이에 할 얘기가 뭐 그리 많았는지. 이제와 생각해보면 아리송한 일이었다. 살갑게 나를 대해주는 것도 아니었는데 나는 그냥 네가 편했다. 너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이름 밖에 없었지만 너는 존재만으로도 편한 느낌을 가득 주는 사람이었다. "너 점심 먹을 사람 있냐." 4교시 국어시간, 거의 반 강제로 이루어지는 반 아이들의 형식적인 자기소개를 꽤나 흥미롭게 지켜보던 네가 갑작스레 물어왔다. 여전히 눈은 교탁 앞에 나가 개미만한 목소리로 제 소개를 하는 아이에게 향해있는 채로 툭, 말 그대로 툭 던진 말이었다. "아니, 왜?" "그럼 나랑 먹자고." 변백현은 어려운 말도 정말 쉽게 했다. 물론 밥을 같이 먹자는 말이 어렵다는 건 아니고, 상대방이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도 쉽게 대답할 수 있도록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래서 나도 그렇게 쉽게 대답할 수 있던 것 같다. "나야 좋지. 근데 너 같이 먹는 애 있을 거 아니야." "괜찮아, 걔도 좋아할 거야." "뭘?" "너." 아 그래.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했지만 당황스러웠다. "걔'도' 너를 좋아할 거야." 라는 말에는 "나는 네가 좋다."라는 말이 내포되어 있는 건데, 그럼 변백현은 나에게 네가 좋다는 말을 돌려서 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혹시? 변백현이 한 말을 되뇌어보며 내 마음대로 잔뜩 펼쳤던 상상의 나래는 다시 변백현에 의해 꾸깃꾸깃 접히고 말았다. "나 게이 아니다. 오해하지 마." "누가 뭐래?" 헛기침 섞인 대답을 멋쩍게 늘어놓자 변백현은 손가락으로 내 얼굴을 가리키며 입을 씰룩였다. "네 얼굴에 써 있는데, '이 새낀 뭐지. 왜 뜬금없이 좋다는 말을 하는 거지.' 이렇게." "아, 아닌데?" "아님 말고." 소리 높여 발끈하는 내 모습에 너는 어깨를 으쓱이며 다시 교탁으로 눈을 돌렸다. 그런 너를 흘기다가 우연히 바라 본 밖에는 기분 좋은 햇살이 한창이었다. 그 햇살은 학교 앞 길, 학교 운동장 그리고 너와 나 또한 따스하게 비추고 있었다. 정말이지 기분 좋은 날이었다. *** 나 태어나서 글을 처음 써 보거든요? 님들 때문에 백현시점 경수시점으로 걍 말하는 것처럼은 써봤어도 이렇게 글은....하....그래서 지금 민망해 죽을 것 같음. 백현이랑 경수 입학실날 처음 만날 걸 쓴 건데...아 모르겠다....부끄러우니까 그냥 도망가야겠다(도망) ** 도망갈 때 가더라도 안부는 묻고 가야지. 요새 날씨도 추운데 다들 감기 안 걸리고 잘 지내나 모르겠네요. 건강 관리 잘 해요 내 님들. * 귀엽다고 말하기도 지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