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친구가 남자로 보이는 썰 01
w. 니니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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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롭다 못해서 너무나도 따분한 일요일 오후였어
친구란 얘들은 다 애인이랑 데이트를 가서 만날 사람도 딱히 없었지... 불쌍한 내 인생...
내 동생 놈도 나랑 같은 솔로 처지라 집에 얌전히 박혀서 뒹굴거리고 있었어
"야 사랑스러운 누나"
"ㅗ 물 니가 떠다 먹어라"
"쳇, 돼지가 눈치만 더럽게 빨ㄹ..."
"지금 뭐라 씨부렸냐? ^^"
"아; 누나 사랑한다고 제발 그 주먹은 놓고 얘기하자 우리"
ㅎ... 흔한 남매 대화야 19살과 23살이라는 게 함정이지만
아오... 안 그래도 우울해 죽겠는데 이게 자꾸 사람 신경을 건든다니까?
후, 아무튼 주먹을 들어 때리는 시늉을 하면서 내 동생이랑 투닥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들리는 거야
"?? 야 오늘 누구 오냐?"
"ㄴㄴ 엄마 아빠 아님?"
"오늘 모임 가신 거 몰라? 그리고 엄마랑 아빠가 왜 굳이 초인종을 눌러 멍청아..."
"오 그러네? 개천재"
^^... 그래 이 친구가 날 웃기려고 일부러 그랬을 거야 하하하
황당한 오세훈의 말에 한숨을 푹 쉬고는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어 그러다 귀찮으니 나 대신 문 좀 열어보라고 시켰지
"그래 울 돼지를 위해 이 오빠가 대신 가야지"
"처맞고 열래?"
"폭력적인 돼지"
무어라...? 폭력적인 돼지?
그 말에 욱해서 날 피해 현관 앞으로 냅다 달려가 누군지 확인도 안 하고 문을 열어주는 오세훈의 뒤를 겁나 열심히 쫓아가서 무차별 주먹을 막 날렸어 ㅂㄷㅂㄷ
"너 진짜 죽고 싶지? 엉??"
"아, 아퍼 아프다고! 야!!"
"야? 야??? 이게 진짜...!"
엄청 가격하던 중 그제서야 내 넓은 시야로 보이는 정체모를 수상한 남자의 실루엣에 누군가 싶어 손을 멈추고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렸어
"......"
"????? 어 미친 뭐야 김종인?"
"......???"
? 오세훈 얘가 뭐라는 거야?
김종인? 내가 아는 그 김종인? 걔가 왜 여기 있는 거야...?
진짜 너무 놀래서 입도 다물지 못하고 그대로 굳어버렸어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내가 아는 김종인은 분명 3 년 전에 유학을 간 오세훈이랑 가장 친한 소꿉 친구거든... (오세훈 소꿉 친구 = 어릴 때부터 봄 = 나랑도 친함)
"와 이 새끼 살아는 있었네 이게 얼마만이냐?"
"그러게나 말이다"
"한국엔 언제 온 건데?"
"도착한 건 그저께지"
"잠깐 온 거냐?"
"이 형님 완전히 돌아왔다"
"뭐야, 근데 연락도 없이 이제서야 온 거야?"
"어제 전화를 그렇게 해도 한 번을 안 받은 게 누군데"
둘 대화를 들어보니 맞구나 내가 아는 그 종인이... 사실 둘이 무슨 얘길 하든 난 완전 변한 종인이의 모습을 관찰하기 바빴어
3 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눈높이가 나랑 비슷했던 애가 이젠 내가 목을 젖혀서 봐야만 하고 어깨도 태평양처럼 넓어지고 변성기도 다 지나서 목소리도 굵어지고 목젖과 손에 힘줄도...... (이하생략)
유학 갔다가 오면 저렇게 될 수 있는 건가? 우리 세훈이도 유학이나 가라고 할 걸
"전화? 전화 안 왔..."
"......"
"아 우리집 돼지가 내 거 고장냈지 참"
"? 웬 돼지?"
"...으스흔 득츠르... (오세훈 그 입을 닫거라)"
"얘 말이야 얘가 내 핸드폰을 실수로 밟았는데 그대로 맛이 갔지 뭐야"
ㅋ... 와 진짜 ^^... 이 악물고 조용히 하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말을 하는 넌 정말 넌씨눈?
응 그래 내가 고장냈다 뭐 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러게 누가 어? 핸드폰을 그렇게 바닥에다 막 뒹굴래? 내 갈 길 가다가 그런 걸 나보고 어쩌라고? 엄마 아빠가 쌤통이라고 안 고쳐주시는 걸??
오랜만에 보는 종인이가 날 되게 한심하게 생각할 것만 같아서 너무 쪽팔린 거야 그래서 괜히 혼자 씩씩거리고 있는데
......
미쳤나봐 나 지금 심장 뛰니?
진짜 쬐끔한 꼬마였던 애가 날 내려다보면서 그런 말을 하는데 기분이 이상한 거야 눈 하나 마주치는 것도 오랜만이라 그런가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 지도 잘 모르겠더라
민망함에 애꿎은 오세훈 옆구리만 쿡쿡 찌르면서 아직도 신발장 앞에 서 있는 종인이를 안으로 들이라고 막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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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네 둘이 이렇게 말이 많은 지 오늘 처음 알았어 2 시간 내내 얘기를 하네?
그래 물론 쌓인 말들이 많았겠지 그럴 수 있어, 있는데...
나만 쏙 빼고 둘이서만 얘기하잖아!!!!!!
"미친 ㅋㅋㅋ 누가 오세훈 아니랄까봐"
"괜찮아 후회는 없으니까"
"안 죽고 살아있는 게 대단하다"
"사실 나도 신기해"
은근히 따돌림 당하는 기분이라 억울했지만 오랜만에 보는 나와 종인이는 예전에 비해 너무 어색해져 있었기에 그냥 얌전히 옆에 앉아서 세훈이 한 번, 종인이 한 번 번갈아 보고 대화 내용에 귀를 쫑긋하고 있었어
"아 그나저나 너 학교는? 다녀야 될 거 아니야"
"응, 다닐 거야 아직 학생이니 공부는 해야지"
"설마 우리 학교로 오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니지?"
"왜 새끼야 나랑 같은 학교 다니는 거 싫어?"
"ㅇㅇ 싫어 같이 다니면 현재 폭발적인 내 인기가 사라질 것 같아"
ㅋ...... (엄청 엄청 비속어) 오세훈 얘가 또 시작이네
물론 종인이는 모르겠지만 현재 오세훈의 고등학교에 보건 선생님으로 있는 나는 (교생처럼 잠시 있었다가 눈에 띄어 정식으로 들어온지 얼마 안 된 진짜 새내기) 이 대화에 주목을 안 할 수가 없었어
솔직히 이래도 저래도 나한테 딱히 상관은 없었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세훈이랑 같은 학교를 다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들더라
"저런, 근데 미안해서 어쩌냐"
"아 설마"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날 것 같다"
"...언제부터"
"내일부터 ^^"
"ㅋ 젠장 잘 가라 내 팬......"
엥? 진짜로?? 와... 되게 뭐랄까 너무 갑작스러워서 안 믿겨지는 거야 진짜 말도 안 돼 그럼 정말 이제 학교 같이 다니는 거야??? 좋은데?
아 물론 난 세훈이가 제일 친한 친구랑 같은 학교를 다니게 돼서 누나로서 기뻐하는 거야 절대 다른 이유는 없어 없다구! (괜히 혼자 난리)
암튼 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학교로 출근하는 게 굉장히 즐거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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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만나게 되어서 반가워요
글잡은 제가 처음이라 많이 미숙해요 분량이 얼마나 되어야 적당한 지도 모르겠어요... (이번 편은 분량 망한 듯)
그래도 이런 비루한 글을 아주 소수의 분들이라도 봐주신다면 엄청 감동할 것 같아요 ㅋㅋ
반응이 없다면 아무도 모르게 빛삭......
잘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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