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동생인 징어가 모델인 썰
식판을 들고 자리에 앉은 수정이 쩝하고 입맛을 다시며 앞에 놓인 뜨끈한 우동 국물을 숟가락으로 떠마셨다. 오빠 안 보고 싶어? 급식에 나온 우동 면발을 줄기차게 빨아당기던 OO가 수정의 질문에 엉? 이라며 고개를 들었다. 야, 입에 다 넣고 쳐다봐. 못 볼걸 봤다며 제 눈을 가리는 수정을 보던 OO가 얄쌍한 눈을 치켜뜨고서 입에 대롱대롱 걸려있는 면발을 흡입했다. 소란스러운 급식실 탓인지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아까 뭐라고 말했냐? 밥을 한숟갈 뜨며 수정에게 묻자 영 입맛이 없다며 숟가락을 입에 물고 있던 수정이 호구오빠 안 보고 싶냐고요. 하고는 다시 한 번 국물을 떴다. 넌 진영이 오빠 보고싶냐? “ 미쳤냐?! ”“ 나도 그 심정. ” 고개를 주억거리며 바삭한 김말이 튀김을 먹던 OO가 맛을 느끼며 고개를 틀었다. 뭘 그렇게 두리번 두리번 쳐다봐? 치마 주머니에 넣어뒀던 휴지를 꺼내 입가를 닦던 수정이 고개를 좌우로 돌려가며 누군가를 찾는 듯한 OO를 향해 물었다. 분위기가 너무 어수선해서. 뭐, 급식실이야 늘 원래 그랬잖아. 그렇긴 한데 요즘따라 더 심하네. 사실 며칠전부터 계속 느낀 이상한 낌새지만 여자애들끼리 모여서 삼삼오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다른 반 여자애들까지 끌어모아 재잘대기 바빠보였다. 우리만 왕따같다. 그치? 수정이 건네주는 휴지를 받아 익숙하게 입가를 닦던 OO가 눈살을 찌푸렸다. 존나 정신차려야겠어, 이 각박한 세상속에서. “ 뭐래. 다 먹었으면 빨리 치우고 올라가자. ”“ 엉. ” 국물만 계속 떠먹던 수정이 입가를 닦은 휴지를 치마 주머니안에 넣고 식판을 들었다. 깔끔하게 비워진 제 식판을 내려다보던 OO가 흐뭇하게 웃었다. 역시, 나년. 대단한년. 종인이 집을 비운지 2주 째. 감동적인 눈물의 이별 이후로 연락이 없었다. 오지도 않았지만, 그에 부응해 하지도 않았다. 장차 인기스타가 되실 김종인님은 연습하시느라 바쁘실텐데, 뭐. 음식물 버리는 통에 넣을 필요도 없이 OO는 바로 식판대로 향했다. 쿨하게 식판을 얹어놓자 먼저 나가있던 수정이 손짓했다. “ 근데 호구오빠 멤버들 진짜 궁금하지 않냐? ”“ 내가 장담하는데 비주얼로 따지면 김종인보다 무조건 위다. 위. ”“ 야, 그래도 그정도면 너네오빠 잘생긴거임. 호구오빠 좋다고 따라다니던 선배들이 몇인데. ”“ 그새끼 본질을 몰라서 그래. 실상 알고나면 없던 정도 뚝 떨어질 걸. ” 길게 늘여뜨린 생머리를 휘적이던 수정이 머리끈을 입에 물었다. 머리 묶게? 엉, 왜? 난 머리 안 묶은게 더 이쁜. 야, 야! “ 으악! ”“ 괜찮아? 어? ” 계단을 올라서던 수정이 앞을 제대로 못보고 머리 묶는데만 집중한 탓에 우스꽝스럽게 넘어졌다. 멍한 표정으로 수정을 내려다보던 OO가 급하게 수정을 일으켜 세웠다. 이 미친것, 그러길래 앞 좀 잘 보고 다니랬잖아! 수정의 팔을 잡고 먼지가 묻은 치마를 털어주는데 아! 하고 고개를 숙인 수정이 주저앉아 발목을 잡았다. 야, 너 여자애임. 찌르르르 울리는 고통때문인지 저가 치마를 입고 있다는걸 망각이라도 한듯한 수정이 울상을 지으며 OO를 쳐다봤다. 야, 존나 아파…. “ 잘한다, 잘해. ”“ 아, 진짜 아프다고! ”“ 발목 접질렀냐? ”“ 그런 것 같아…. ” 울먹이는 수정의 표정을 뒤로하고 발목을 이리저리 만져보던 OO가 만질때마다 욱신거린다는 수정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야, 보건실가자. 뭐? 나 못 일어나겠어어. 어쩌라고. 업어줘. 꺼져. 제 팔목을 잡고 아래로 당기는 탓에 상체를 숙인 OO가 인상을 찡그렸다. 아, 너 보이는 건 말라보여도 줫나 무겁단말이야. 불평불만이 가득한 표정에 입술을 씰룩거리던 수정이 아, 한번만 업어줘라. 어? 친구가 아프다는데 그냥 갈거냐? “ 그냥 가도 돼? ”“ 진짜 쳐맞고 싶냐. ” 아 존나 귀찮게 해 정수정. 잔뜩 인상을 쓴채로 계단에 앉아있는 수정을 두고 밖으로 나왔다. 마침 지나가는 수정의 친오빠 진영의 친구의 친동생(존나 복잡하네)이 보여 훠이훠이하고 손을 내저었다. 나? 응. 얘 이름이 뭐더라. 교복 와이셔츠에 깔끔히 부착되있는 명찰은 보이지도 않는지 골똘히 생각하던 OO가 아! 하고는 탄성을 내질렀다. 너 이름이 공찬이 맞지? 어?, 어…. 대충 맞긴한데 뒤에 한글자 빠졌어. 엉? 공찬식이야. 어유, 그러냐. 찬식의 말에 대충 고개를 끄덕이던 OO가 손목을 잡고 끌었다. 네 도움이 필요해, 간절히. 아이 니드 유얼 헬프. “ 어? 공찬식이네. ”“ 어, 안녕. 너 거기서 뭐하냐? ”“ 쟤 발목 다쳤는데 네가 좀 업어줘. ” 내가? 응. 내가 왜? 라는 듯한 표정이 역력한 찬식의 표정에 해맑게 웃던 수정이 손을 뻗었다. 야, 빨리 빨리 업어. 발목 썩어들어가는 것 같으니까. 리스크한 수정의 말에 영문도 모른채 끌려온 찬식은 저도 모를 사이에 남에게 등을 내주고 있었다. 보건실까지 가는 길이 이렇게 천근만근 같았던가. 찬식은 그저 친구들과 한 음료수 내기에서 졌을 뿐인데 뽑아가야 할 음료수는 어느새 뒷전이고 누군가를 업고 있었다. 수고했다, 찬식아.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메로나 하나 사줄게. 보건실 침대에 수정을 내려놓자마자 바깥으로 내몰리던 찬식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아, 아니, 저기…! 라고 외쳤다. 잘가라. “ 하…. ” 존나 내가 지금 뭐한거지? 문전박대를 제대로 당한 찬식이 애타게 올라가있는 오른손을 애써 내렸다. “ 어휴, 미친년. ”“ 닥쳐. ”“ 얼굴에 짜증이 덕지덕지 붙었구먼? ” 결국 수정은 반깁스 신세를 지게 되었다. 발목을 감싼 깁스의 색이 마음에 안든다며 눈살을 찌푸리던 수정이 아차 싶은 표정으로 자리에 멈춰섰다. 왜 그럼? 요맘때를 먹으며 여유로운 두다리로 걸어가던 OO가 갑작스레 멈춘 수정의 모습에 뒤를 돌아봤다. 야, 나 개망 존망. 잔뜩 험악한 표정으로 절뚝거리며 OO의 옆으로 온 수정이 진지를 머금은 표정으로 OO를 쳐다봤다. 왜. 나 오늘 피팅가는데 시발…. 아차, 잠시 잊고 있었던게 있었다. 수정은 인☆터☆넷☆쇼☆핑☆몰 피팅모델이였다. 알바 뛸게 없어 고민하던 찰나에 피팅모델을 구한다는 글을 보고 신청했더니 면접이고 자시고 보자마자 바로 캐스팅 됐다며 날뛰던게 3달 전이였다. “ 아, 부쨩해. ”“ 존나 그 영혼 없는 말투 뭐냐. ” 아이스크림을 한입 물고 튼튼한 이빨로 씹으며 뭉뚱그리는 말투로 툭 던졌다. 뭐, 정 그렇다면 이 언니가 대타 뛰어줄 수도 있고. 이건 누가봐도 장난깐다로 보일식으로 말했는데 아, 왜 그걸 생각 못 했지? 라던 수정이 할아버지 마냥 껄껄대는 OO의 손목을 잡았다. 야, 이거 왜 이래. 어? 닥쳐 봐, 좀. 급하게 택시를 잡아세우던 수정이 목발과 함께 OO를 우겨넣었다. 야, 나 사람이라고! 존나 목발 취급하. 아저씨, 당산동으로 좀 가주세요. 하려던 말을 뚝 잘라먹고 분노가 가득한 OO의 얼굴을 쳐다보던 수정이 씩 웃었다. 우리 존나 절친이잖아. 그치? “ 절친은 무슨 얼어뒤질 절친 지랄하고 있네. 목발이랑 같이 취급하는게 절친이냐? ”“ 아, 좀 봐줘라. 어? 지금 겁나 급하단 말이야. ”“ 가서 네 수발이라도 들어주리? ”“ 수발들 필요가 뭐있어, 멀쩡한 두 다리가 여기 떡하니 있는데. ” 와, 정수정 말에 소름 돋는건 매번 있었던 일지만, 오늘따라 더 소름이다. 장난으로 날렸던 멘트가 진짜가 될줄이야. 시발. 나 존나 당황했음이란 표정으로 수정을 보던 OO가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오한에 몸을 떨었다. 해줄거지? 반강제적인 수정의 말에 뭐라고 대꾸도 못 하고 벌벌 떨기만 했다. 해줄거라 믿어. 나 월급 받으면 한 3퍼센트는 떼줄게. 3퍼센트? 미쳤냐? 누구 코에 갖다 붙이라고. 3퍼센트라도 받기 싫으면 뭐. 야, 뭐 그런 심한말을 하냐? 당연히 받아야지요. 그래, 나년은 돈이면 환장하는 정말 개년이였다. “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 감사합니다. ”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절뚝이는 발걸음으로 앞서 걷던 수정이 뒤를 돌아봤다. 오늘 비주얼 좀 괜찮네. 뭐지 저 발언? 존나 매번 안괜찮았다는 듯한 말같은데. 뭐라고 따질 시간도 없이 지하건물로 후다닥 내려가던 수정이 문을 열었다. 언니, 늦어서 죄송해요. 옷이 드릅게도 많다. 이리저리 아무렇게나 널부러져있는 옷을 보다가 마치 내 방을 보는 것 같은 데자뷰를 느끼며 수정의 뒤를 따라갔다. 수정아. 너 발 왜그래? 아, 어쩌다가 다쳤어요. 오늘 촬영있는거 어떡하려고. 대신 대타 뛸 친구 데려왔지롱. 고가로 보이는 사진기를 들고 있던 여자가 잔뜩 쫄아 수정의 뒤에 숨어있는 나를 쳐다봤다. 아, 안녕하세요. 어, 그래. 얘야? …예, 제가 바로 그 얘, 얜데여. 목발을 짚으며 OO의 옆으로 가던 수정이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친구 바지 사이즈 얼마입어? ”“ 나랑 똑같은거. 내 옷 입어도 핏 비슷하니까 괜찮을거에요. ”“ 그래? 이리와, 준비하고 바로 촬영하자. ” 날 위아래로 훑어보던 포토그래퍼 언니가 탈의실이라고 믿어줘야 하는지 말아야하는지 모를 천막이 있는 쪽을 손짓했다. 여기 있는 옷 가지고 가서 입고 나와. 올ㅋ 좀 칼있으신데? 가방을 내려놓고 옆에 있는 옷을 집어들었다. 하얀색 천막을 걷어내자 내부는 뭐, 나름 탈의실 같았다. 야, 도와줄까? 맞은편에서 들리는 수정의 목소리에 됐어, 도움 받기도 모자란 년이 누굴 도와준대. 하고는 교복을 벗었다. 무지티에다가 롤업이 된 스키니진을 입은 OO가 천막을 걷어내고 밖으로 나왔다. 의자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던 수정이 만족한 얼굴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는 옆에 놓인 구두를 건네줬다. 이거 신어, 악세사리는 이걸로 하고. 나름 에디터같은 수정의 모습에 쵸큼 놀랐을뿌니야. 라는 표정으로 구두를 신던 OO가 가방 위에 대충 올려놓은 휴대폰이 반짝이는 걸 보고 야, 휴대폰 좀. 하고는 악세사리를 착용했다. 이게 뭐시여. 이름없음으로 뜨는 카톡창에는 10시라는 의미심장한 말이 쓰어져 있었다. 야, 이거 뭔데; 나 오늘 암살당하냐? 악세사리 챙기기에 여념없는 수정에게 카톡 내용을 보여주자 이게 뭐야. 라던 수정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나가기 버튼을 눌렀다. 10시에 뭐, 너한테 고백할 인간이라도 있나보지. 아님 오늘 불꽃놀이하냐? 별 생각없이 옷 매무새만 만지작거리던 수정이 됐다며 등떠밀었다. 표정 상큼하게 해라. 썩은 오렌지마냥 굴지말고. 대체 썩은 오렌지는 무슨 표정이야. 구두를 신고 다닌적이 없어 뒤뚱이는 걸음으로 스튜디오에 들어섰다. 긴장하지 말고, 산뜻하게 출발하자. 예?, 아, 네. 산뜻하게 출발은 또 무슨 출발이야. 이 세계에는 나만 모르는 공통언어가 있나? “ 친구 이름이 뭐야? ”“ 아, 저 김OO요. ”“ 키랑 몸무게는? ”“ 172cm에 …56kg이요. ” 시발. 몸무게때문에 망설인거 아니다. 음, 괜찮네. 고개를 끄덕이던 포토그래퍼 언니가 이제 본격적인 촬영 들어가겠다며 내 이름을 불렀다. OO야, 다리 조금만 오므리자. 그래, 좋아. OO야, 웃어볼까? 잘했어. 끊임없이 터지는 플래쉬세례에 당황하는 것도 잠시지만 저 뒤에 보이는 정수정의 살기어린 눈빛이 날 더 역동적으로 움직이게끔 만들었다. 잘한다! 조금만 더 오버해보자. 어, 그래 좋다 그거! 몇 분이 흘러갔을까 조금씩 지칠 무렵 쉬었다가자는 포토그래퍼 언니 말에 자리에 철푸덕 주저앉았다. 의자에서 일어나 스튜디오 한켠에 마련되있는 냉장고 안에 음료수를 꺼내들던 수정이 탈진상태에 이르러있는 OO에게 다가갔다. 수고했어, 나보다 더 잘하던데 왜 내뺐냐. “ 그야 죽기살기로 했으니까, 이 계집년아…. ”“ 그 컨디션으로 계속 촬영하면 예쁜 컷 많이 나오겠다. 야, 저 언니 유명한 포토그래퍼야. ”“ 아, 그러시구나. ”“ 우리는 그냥 일반 피팅이라서 모르지만, 잘나가는 모델들한테 인기 장난아니라던데. ”“ 아, 그러시구나. ”“ …자꾸 얼빠진 소리할래? ” 혼이 빠져나간듯 송골송골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던 OO가 장단에 맞춰 고개를 끄덕였다. 수정이 손에 쥐어준 음료수를 꼴깍꼴깍 드링킹하던 OO가 크게 한숨을 쉬었다. 야, 이제 집에 가도 되냐? 붕대를 이리저리 만지던 수정이 집에 가고 싶다는 OO의 투정에 인상을 찌푸리며 쳐다봤다. 아, 알았어. 개소리 안하면 되잖아. 애써 눈물을 삼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후에도 몇번이나 옷을 갈아입고, 몇컷이나 찍었다. 제대로 안하면 죽일듯이 노려보는 수정 탓에 그 유명하시다는 포토그래퍼 언니의 입에서 그래, 좋아, 잘하고 있어, 멋지다. 라는 말이 쉴새없이 터질때까지 역동적으로 움직여야만 했다. “ 오늘 수고했어. ”“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저기, 번호 좀 줄래? ”“ …저요? ”“ 응, 나중에 연락 할 일이 있을 것 같아서. ” 연락 할 일? 나한테? 뿌잉? 휴대폰을 내미는 포토그래퍼를 당황한 시선으로 쳐다보던 OO가 뒤에서 저를 찌르는 수정을 쳐다봤다. 얼른 안 주고 뭐해. 피곤하다는 수정의 말에 아, 예. 하고는 급히 번호를 찍었다. 나중에 보자. 의미심장한 말에 고개를 갸우뚱 거리던 OO가 수정을 부축하며 지상으로 올라갔다. 수정은 별 말 없이 그 힘든 일을 척척 해내준 OO가 그저 고맙기만 했다. 야, 그 다리로 버스 못 탐. 허둥대는 수정의 팔뚝을 잡고 택시를 잡았다. 아까 당한 것만큼 너도 한 번 당해보라는 심정으로 수정을 목발과 함께 우겨넣었다. 야, 너는? 버스타면 집에 바로 가는 거 있음. 야, 그래도 같. 가라. 수정의 말을 뚝 끊고 문을 닫았다. 뭐라고 소리칠 수정의 모습이 눈에 뻔하지만 손만 훠이훠이 흔들뿐이다. 잘가라, 사요나라, 빠이염. 수정을 보낸 택시 번호판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OO가 발걸음을 옮겼다. 서울 12아 5499. 집에 도착하자마자 찰떡같이 날라오는 카톡에 팔뚝을 쓸어내리며 전송 버튼을 날렸다. 어유, 기집애. 무섭기도 하지. 소파에 철퍼덕 엎어지자 부엌에서 나온 이여사께서 왜 이렇게 늦었냐며 역정을 내셨다. 딱히 생각나는 변명거리가 없어 정수정이랑 공부하고 왔다는 개무리수를 던졌다. …공부 하고 왔다고? 역시나 믿지않는 이여사는 의심의 눈초리를 내게 보내다가 부엌으로 들어가 냉장고에서 뭘 꺼내셨다. 나니? 갑자기 포근한 뱃살위로 날라오는 물체에 깜짝 놀라 이여시님을 쳐다보자 아이패치. 라고 쿨하게 대답해주신다. “ 기집애, 눈밑 거뭇거뭇 한것 좀 봐. 남들이 보면 너는 눈밑에 털나는 줄 알겠다. ”“ …나, 난데요? ”“ 넌데 뭐 어쩌라고. 헛소리 하지말고 얼른 가서 씻고 자. ” 이여사, 아무리 그래도 여고생인데 눈밑에 털 난다는건 좀…. 내 몸을 억지로 일으켜 방쪽으로 밀어버리는 이여사님의 손길에 허허거리며 방문앞에 섰다. 익숙한 제 방문 옆에 붙어있는 종인의 방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OO가 머리를 긁적이며 방안으로 들어섰다. …10시? 갑자기 생각난 그 이름없음 카톡에 휴대폰 홀더를 켜 시간을 확인하던 OO가 가방을 벗어던지고 컴퓨터를 켰다. 9시 57분. 대체 10시에 뭘 한다는 거야. 슬슬 성질이 돋궈지자 인상을 찡그리며 휴대폰을 툭툭 두드리던 OO가 초록창 실시간 검색어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1위부터 10위까지 클릭해봤지만 딱히 OO에게서 이슈화 될만한 내용은 없었다. 9시 59분. 입이 바싹바싹 말라가던 그때 10위권 안으로 들어선 검색어가 하나가 보였다. 그걸 클릭하려는 찰나
식판을 들고 자리에 앉은 수정이 쩝하고 입맛을 다시며 앞에 놓인 뜨끈한 우동 국물을 숟가락으로 떠마셨다. 오빠 안 보고 싶어? 급식에 나온 우동 면발을 줄기차게 빨아당기던 OO가 수정의 질문에 엉? 이라며 고개를 들었다. 야, 입에 다 넣고 쳐다봐. 못 볼걸 봤다며 제 눈을 가리는 수정을 보던 OO가 얄쌍한 눈을 치켜뜨고서 입에 대롱대롱 걸려있는 면발을 흡입했다. 소란스러운 급식실 탓인지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아까 뭐라고 말했냐? 밥을 한숟갈 뜨며 수정에게 묻자 영 입맛이 없다며 숟가락을 입에 물고 있던 수정이 호구오빠 안 보고 싶냐고요. 하고는 다시 한 번 국물을 떴다. 넌 진영이 오빠 보고싶냐?
“ 미쳤냐?! ”
“ 나도 그 심정. ”
고개를 주억거리며 바삭한 김말이 튀김을 먹던 OO가 맛을 느끼며 고개를 틀었다. 뭘 그렇게 두리번 두리번 쳐다봐? 치마 주머니에 넣어뒀던 휴지를 꺼내 입가를 닦던 수정이 고개를 좌우로 돌려가며 누군가를 찾는 듯한 OO를 향해 물었다. 분위기가 너무 어수선해서. 뭐, 급식실이야 늘 원래 그랬잖아. 그렇긴 한데 요즘따라 더 심하네. 사실 며칠전부터 계속 느낀 이상한 낌새지만 여자애들끼리 모여서 삼삼오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다른 반 여자애들까지 끌어모아 재잘대기 바빠보였다. 우리만 왕따같다. 그치? 수정이 건네주는 휴지를 받아 익숙하게 입가를 닦던 OO가 눈살을 찌푸렸다. 존나 정신차려야겠어, 이 각박한 세상속에서.
“ 뭐래. 다 먹었으면 빨리 치우고 올라가자. ”
“ 엉. ”
국물만 계속 떠먹던 수정이 입가를 닦은 휴지를 치마 주머니안에 넣고 식판을 들었다. 깔끔하게 비워진 제 식판을 내려다보던 OO가 흐뭇하게 웃었다. 역시, 나년. 대단한년. 종인이 집을 비운지 2주 째. 감동적인 눈물의 이별 이후로 연락이 없었다. 오지도 않았지만, 그에 부응해 하지도 않았다. 장차 인기스타가 되실 김종인님은 연습하시느라 바쁘실텐데, 뭐. 음식물 버리는 통에 넣을 필요도 없이 OO는 바로 식판대로 향했다. 쿨하게 식판을 얹어놓자 먼저 나가있던 수정이 손짓했다.
“ 근데 호구오빠 멤버들 진짜 궁금하지 않냐? ”
“ 내가 장담하는데 비주얼로 따지면 김종인보다 무조건 위다. 위. ”
“ 야, 그래도 그정도면 너네오빠 잘생긴거임. 호구오빠 좋다고 따라다니던 선배들이 몇인데. ”
“ 그새끼 본질을 몰라서 그래. 실상 알고나면 없던 정도 뚝 떨어질 걸. ”
길게 늘여뜨린 생머리를 휘적이던 수정이 머리끈을 입에 물었다. 머리 묶게? 엉, 왜? 난 머리 안 묶은게 더 이쁜. 야, 야!
“ 으악! ”
“ 괜찮아? 어? ”
계단을 올라서던 수정이 앞을 제대로 못보고 머리 묶는데만 집중한 탓에 우스꽝스럽게 넘어졌다. 멍한 표정으로 수정을 내려다보던 OO가 급하게 수정을 일으켜 세웠다. 이 미친것, 그러길래 앞 좀 잘 보고 다니랬잖아! 수정의 팔을 잡고 먼지가 묻은 치마를 털어주는데 아! 하고 고개를 숙인 수정이 주저앉아 발목을 잡았다. 야, 너 여자애임. 찌르르르 울리는 고통때문인지 저가 치마를 입고 있다는걸 망각이라도 한듯한 수정이 울상을 지으며 OO를 쳐다봤다. 야, 존나 아파….
“ 잘한다, 잘해. ”
“ 아, 진짜 아프다고! ”
“ 발목 접질렀냐? ”
“ 그런 것 같아…. ”
울먹이는 수정의 표정을 뒤로하고 발목을 이리저리 만져보던 OO가 만질때마다 욱신거린다는 수정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야, 보건실가자. 뭐? 나 못 일어나겠어어. 어쩌라고. 업어줘. 꺼져. 제 팔목을 잡고 아래로 당기는 탓에 상체를 숙인 OO가 인상을 찡그렸다. 아, 너 보이는 건 말라보여도 줫나 무겁단말이야. 불평불만이 가득한 표정에 입술을 씰룩거리던 수정이 아, 한번만 업어줘라. 어? 친구가 아프다는데 그냥 갈거냐?
“ 그냥 가도 돼? ”
“ 진짜 쳐맞고 싶냐. ”
아 존나 귀찮게 해 정수정. 잔뜩 인상을 쓴채로 계단에 앉아있는 수정을 두고 밖으로 나왔다. 마침 지나가는 수정의 친오빠 진영의 친구의 친동생(존나 복잡하네)이 보여 훠이훠이하고 손을 내저었다. 나? 응. 얘 이름이 뭐더라. 교복 와이셔츠에 깔끔히 부착되있는 명찰은 보이지도 않는지 골똘히 생각하던 OO가 아! 하고는 탄성을 내질렀다. 너 이름이 공찬이 맞지? 어?, 어…. 대충 맞긴한데 뒤에 한글자 빠졌어. 엉? 공찬식이야. 어유, 그러냐. 찬식의 말에 대충 고개를 끄덕이던 OO가 손목을 잡고 끌었다. 네 도움이 필요해, 간절히. 아이 니드 유얼 헬프.
“ 어? 공찬식이네. ”
“ 어, 안녕. 너 거기서 뭐하냐? ”
“ 쟤 발목 다쳤는데 네가 좀 업어줘. ”
내가? 응. 내가 왜? 라는 듯한 표정이 역력한 찬식의 표정에 해맑게 웃던 수정이 손을 뻗었다. 야, 빨리 빨리 업어. 발목 썩어들어가는 것 같으니까. 리스크한 수정의 말에 영문도 모른채 끌려온 찬식은 저도 모를 사이에 남에게 등을 내주고 있었다. 보건실까지 가는 길이 이렇게 천근만근 같았던가. 찬식은 그저 친구들과 한 음료수 내기에서 졌을 뿐인데 뽑아가야 할 음료수는 어느새 뒷전이고 누군가를 업고 있었다. 수고했다, 찬식아.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메로나 하나 사줄게. 보건실 침대에 수정을 내려놓자마자 바깥으로 내몰리던 찬식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아, 아니, 저기…! 라고 외쳤다. 잘가라.
“ 하…. ”
존나 내가 지금 뭐한거지? 문전박대를 제대로 당한 찬식이 애타게 올라가있는 오른손을 애써 내렸다.
“ 어휴, 미친년. ”
“ 닥쳐. ”
“ 얼굴에 짜증이 덕지덕지 붙었구먼? ”
결국 수정은 반깁스 신세를 지게 되었다. 발목을 감싼 깁스의 색이 마음에 안든다며 눈살을 찌푸리던 수정이 아차 싶은 표정으로 자리에 멈춰섰다. 왜 그럼? 요맘때를 먹으며 여유로운 두다리로 걸어가던 OO가 갑작스레 멈춘 수정의 모습에 뒤를 돌아봤다. 야, 나 개망 존망. 잔뜩 험악한 표정으로 절뚝거리며 OO의 옆으로 온 수정이 진지를 머금은 표정으로 OO를 쳐다봤다. 왜. 나 오늘 피팅가는데 시발…. 아차, 잠시 잊고 있었던게 있었다. 수정은 인☆터☆넷☆쇼☆핑☆몰 피팅모델이였다. 알바 뛸게 없어 고민하던 찰나에 피팅모델을 구한다는 글을 보고 신청했더니 면접이고 자시고 보자마자 바로 캐스팅 됐다며 날뛰던게 3달 전이였다.
“ 아, 부쨩해. ”
“ 존나 그 영혼 없는 말투 뭐냐. ”
아이스크림을 한입 물고 튼튼한 이빨로 씹으며 뭉뚱그리는 말투로 툭 던졌다. 뭐, 정 그렇다면 이 언니가 대타 뛰어줄 수도 있고. 이건 누가봐도 장난깐다로 보일식으로 말했는데 아, 왜 그걸 생각 못 했지? 라던 수정이 할아버지 마냥 껄껄대는 OO의 손목을 잡았다. 야, 이거 왜 이래. 어? 닥쳐 봐, 좀. 급하게 택시를 잡아세우던 수정이 목발과 함께 OO를 우겨넣었다. 야, 나 사람이라고! 존나 목발 취급하. 아저씨, 당산동으로 좀 가주세요. 하려던 말을 뚝 잘라먹고 분노가 가득한 OO의 얼굴을 쳐다보던 수정이 씩 웃었다. 우리 존나 절친이잖아. 그치?
“ 절친은 무슨 얼어뒤질 절친 지랄하고 있네. 목발이랑 같이 취급하는게 절친이냐? ”
“ 아, 좀 봐줘라. 어? 지금 겁나 급하단 말이야. ”
“ 가서 네 수발이라도 들어주리? ”
“ 수발들 필요가 뭐있어, 멀쩡한 두 다리가 여기 떡하니 있는데. ”
와, 정수정 말에 소름 돋는건 매번 있었던 일지만, 오늘따라 더 소름이다. 장난으로 날렸던 멘트가 진짜가 될줄이야. 시발. 나 존나 당황했음이란 표정으로 수정을 보던 OO가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오한에 몸을 떨었다. 해줄거지? 반강제적인 수정의 말에 뭐라고 대꾸도 못 하고 벌벌 떨기만 했다. 해줄거라 믿어. 나 월급 받으면 한 3퍼센트는 떼줄게. 3퍼센트? 미쳤냐? 누구 코에 갖다 붙이라고. 3퍼센트라도 받기 싫으면 뭐. 야, 뭐 그런 심한말을 하냐? 당연히 받아야지요. 그래, 나년은 돈이면 환장하는 정말 개년이였다.
“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
“ 감사합니다. ”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절뚝이는 발걸음으로 앞서 걷던 수정이 뒤를 돌아봤다. 오늘 비주얼 좀 괜찮네. 뭐지 저 발언? 존나 매번 안괜찮았다는 듯한 말같은데. 뭐라고 따질 시간도 없이 지하건물로 후다닥 내려가던 수정이 문을 열었다. 언니, 늦어서 죄송해요. 옷이 드릅게도 많다. 이리저리 아무렇게나 널부러져있는 옷을 보다가 마치 내 방을 보는 것 같은 데자뷰를 느끼며 수정의 뒤를 따라갔다. 수정아. 너 발 왜그래? 아, 어쩌다가 다쳤어요. 오늘 촬영있는거 어떡하려고. 대신 대타 뛸 친구 데려왔지롱. 고가로 보이는 사진기를 들고 있던 여자가 잔뜩 쫄아 수정의 뒤에 숨어있는 나를 쳐다봤다. 아, 안녕하세요. 어, 그래. 얘야? …예, 제가 바로 그 얘, 얜데여. 목발을 짚으며 OO의 옆으로 가던 수정이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친구 바지 사이즈 얼마입어? ”
“ 나랑 똑같은거. 내 옷 입어도 핏 비슷하니까 괜찮을거에요. ”
“ 그래? 이리와, 준비하고 바로 촬영하자. ”
날 위아래로 훑어보던 포토그래퍼 언니가 탈의실이라고 믿어줘야 하는지 말아야하는지 모를 천막이 있는 쪽을 손짓했다. 여기 있는 옷 가지고 가서 입고 나와. 올ㅋ 좀 칼있으신데? 가방을 내려놓고 옆에 있는 옷을 집어들었다. 하얀색 천막을 걷어내자 내부는 뭐, 나름 탈의실 같았다. 야, 도와줄까? 맞은편에서 들리는 수정의 목소리에 됐어, 도움 받기도 모자란 년이 누굴 도와준대. 하고는 교복을 벗었다. 무지티에다가 롤업이 된 스키니진을 입은 OO가 천막을 걷어내고 밖으로 나왔다. 의자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던 수정이 만족한 얼굴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는 옆에 놓인 구두를 건네줬다. 이거 신어, 악세사리는 이걸로 하고. 나름 에디터같은 수정의 모습에 쵸큼 놀랐을뿌니야. 라는 표정으로 구두를 신던 OO가 가방 위에 대충 올려놓은 휴대폰이 반짝이는 걸 보고 야, 휴대폰 좀. 하고는 악세사리를 착용했다.
이게 뭐시여. 이름없음으로 뜨는 카톡창에는 10시라는 의미심장한 말이 쓰어져 있었다. 야, 이거 뭔데; 나 오늘 암살당하냐? 악세사리 챙기기에 여념없는 수정에게 카톡 내용을 보여주자 이게 뭐야. 라던 수정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나가기 버튼을 눌렀다. 10시에 뭐, 너한테 고백할 인간이라도 있나보지. 아님 오늘 불꽃놀이하냐? 별 생각없이 옷 매무새만 만지작거리던 수정이 됐다며 등떠밀었다. 표정 상큼하게 해라. 썩은 오렌지마냥 굴지말고. 대체 썩은 오렌지는 무슨 표정이야. 구두를 신고 다닌적이 없어 뒤뚱이는 걸음으로 스튜디오에 들어섰다. 긴장하지 말고, 산뜻하게 출발하자. 예?, 아, 네. 산뜻하게 출발은 또 무슨 출발이야. 이 세계에는 나만 모르는 공통언어가 있나?
“ 친구 이름이 뭐야? ”
“ 아, 저 김OO요. ”
“ 키랑 몸무게는? ”
“ 172cm에 …56kg이요. ”
시발. 몸무게때문에 망설인거 아니다. 음, 괜찮네. 고개를 끄덕이던 포토그래퍼 언니가 이제 본격적인 촬영 들어가겠다며 내 이름을 불렀다. OO야, 다리 조금만 오므리자. 그래, 좋아. OO야, 웃어볼까? 잘했어. 끊임없이 터지는 플래쉬세례에 당황하는 것도 잠시지만 저 뒤에 보이는 정수정의 살기어린 눈빛이 날 더 역동적으로 움직이게끔 만들었다. 잘한다! 조금만 더 오버해보자. 어, 그래 좋다 그거! 몇 분이 흘러갔을까 조금씩 지칠 무렵 쉬었다가자는 포토그래퍼 언니 말에 자리에 철푸덕 주저앉았다. 의자에서 일어나 스튜디오 한켠에 마련되있는 냉장고 안에 음료수를 꺼내들던 수정이 탈진상태에 이르러있는 OO에게 다가갔다. 수고했어, 나보다 더 잘하던데 왜 내뺐냐.
“ 그야 죽기살기로 했으니까, 이 계집년아…. ”
“ 그 컨디션으로 계속 촬영하면 예쁜 컷 많이 나오겠다. 야, 저 언니 유명한 포토그래퍼야. ”
“ 아, 그러시구나. ”
“ 우리는 그냥 일반 피팅이라서 모르지만, 잘나가는 모델들한테 인기 장난아니라던데. ”
“ …자꾸 얼빠진 소리할래? ”
혼이 빠져나간듯 송골송골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던 OO가 장단에 맞춰 고개를 끄덕였다. 수정이 손에 쥐어준 음료수를 꼴깍꼴깍 드링킹하던 OO가 크게 한숨을 쉬었다. 야, 이제 집에 가도 되냐? 붕대를 이리저리 만지던 수정이 집에 가고 싶다는 OO의 투정에 인상을 찌푸리며 쳐다봤다. 아, 알았어. 개소리 안하면 되잖아. 애써 눈물을 삼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후에도 몇번이나 옷을 갈아입고, 몇컷이나 찍었다. 제대로 안하면 죽일듯이 노려보는 수정 탓에 그 유명하시다는 포토그래퍼 언니의 입에서 그래, 좋아, 잘하고 있어, 멋지다. 라는 말이 쉴새없이 터질때까지 역동적으로 움직여야만 했다.
“ 오늘 수고했어. ”
“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 저기, 번호 좀 줄래? ”
“ …저요? ”
“ 응, 나중에 연락 할 일이 있을 것 같아서. ”
연락 할 일? 나한테? 뿌잉? 휴대폰을 내미는 포토그래퍼를 당황한 시선으로 쳐다보던 OO가 뒤에서 저를 찌르는 수정을 쳐다봤다. 얼른 안 주고 뭐해. 피곤하다는 수정의 말에 아, 예. 하고는 급히 번호를 찍었다. 나중에 보자. 의미심장한 말에 고개를 갸우뚱 거리던 OO가 수정을 부축하며 지상으로 올라갔다. 수정은 별 말 없이 그 힘든 일을 척척 해내준 OO가 그저 고맙기만 했다. 야, 그 다리로 버스 못 탐. 허둥대는 수정의 팔뚝을 잡고 택시를 잡았다. 아까 당한 것만큼 너도 한 번 당해보라는 심정으로 수정을 목발과 함께 우겨넣었다. 야, 너는? 버스타면 집에 바로 가는 거 있음. 야, 그래도 같. 가라. 수정의 말을 뚝 끊고 문을 닫았다. 뭐라고 소리칠 수정의 모습이 눈에 뻔하지만 손만 훠이훠이 흔들뿐이다. 잘가라, 사요나라, 빠이염. 수정을 보낸 택시 번호판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OO가 발걸음을 옮겼다. 서울 12아 5499.
집에 도착하자마자 찰떡같이 날라오는 카톡에 팔뚝을 쓸어내리며 전송 버튼을 날렸다. 어유, 기집애. 무섭기도 하지. 소파에 철퍼덕 엎어지자 부엌에서 나온 이여사께서 왜 이렇게 늦었냐며 역정을 내셨다. 딱히 생각나는 변명거리가 없어 정수정이랑 공부하고 왔다는 개무리수를 던졌다. …공부 하고 왔다고? 역시나 믿지않는 이여사는 의심의 눈초리를 내게 보내다가 부엌으로 들어가 냉장고에서 뭘 꺼내셨다. 나니? 갑자기 포근한 뱃살위로 날라오는 물체에 깜짝 놀라 이여시님을 쳐다보자 아이패치. 라고 쿨하게 대답해주신다.
“ 기집애, 눈밑 거뭇거뭇 한것 좀 봐. 남들이 보면 너는 눈밑에 털나는 줄 알겠다. ”
“ …나, 난데요? ”
“ 넌데 뭐 어쩌라고. 헛소리 하지말고 얼른 가서 씻고 자. ”
이여사, 아무리 그래도 여고생인데 눈밑에 털 난다는건 좀…. 내 몸을 억지로 일으켜 방쪽으로 밀어버리는 이여사님의 손길에 허허거리며 방문앞에 섰다. 익숙한 제 방문 옆에 붙어있는 종인의 방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OO가 머리를 긁적이며 방안으로 들어섰다. …10시? 갑자기 생각난 그 이름없음 카톡에 휴대폰 홀더를 켜 시간을 확인하던 OO가 가방을 벗어던지고 컴퓨터를 켰다. 9시 57분. 대체 10시에 뭘 한다는 거야. 슬슬 성질이 돋궈지자 인상을 찡그리며 휴대폰을 툭툭 두드리던 OO가 초록창 실시간 검색어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1위부터 10위까지 클릭해봤지만 딱히 OO에게서 이슈화 될만한 내용은 없었다. 9시 59분. 입이 바싹바싹 말라가던 그때 10위권 안으로 들어선 검색어가 하나가 보였다. 그걸 클릭하려는 찰나
아이, 쉬바!!!!!!! 깜짝이야!!!!!!! 타이밍 맞춰 울리는 요란스러운 전화벨에 저도 모르게 손에 힘이들어갔던건지 달칵 거리는 소리와 함께 검색창이 떴다. 카이? 이게 뭐시당가. 연관검색어에 함께 뜨는 카이 티저가 보이고 그 밑에는 엄청난 개수의 기사가 나열되 있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보며 이거 왜 이러지? 뭔데 나 이렇게 긴장하고 있는거야? 했더니만 손에 폰을 쥐고 있었다. 나 존나 병신ㅋ. 모르는 번호를 보며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초록색 버튼을 조심스럽게 눌러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전화를 받으면서도 광클 마우스를 이용해 카이 EXO Teaser 1_KAI (1) 이라는 제목을 클릭했다.
ㅡ “ 나 아까전에 같이 촬영했던 포토그래퍼인데. ”
“ 아, 네. 안녕하세요. 그런데 무슨 일로 전화 하셨어요? ”
ㅡ “ 딴게 아니라…. ”
버퍼링이 좀 걸리네. 동영상에 둥둥 떠다니는 로딩이미지를 쳐다보다가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에 집중했다. 나 아까전에 같이 촬영했던 포토그래퍼인데. 어? 됐다. 대답을 해주면서도 내 시선은 여전히 동영상에 박혀있었다. 딴게 아니라…. 오, 노래 좋은데? 어, 잠깐만. 이게 뭐야? 시발 김종인?!
ㅡ “ 너 혹시 모델 해 볼 생각 없어? ”
그대로 나는 휴대폰을 떨굴 수 밖에 없었다.
문징
세상에나... 여러분 이게 무엇ㅇ이여...?
두...두근...두..두근...듀...ㄷㄱ,.ㄴ......!
춰...춰럭..글..! 쳐...처ㅓ으미ㅣ야....!
사랑합니다 여러분 S2s2
암호닉 신청 받아요! 회원전용으로 안돌릴거니까 걱정하지말고 즐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