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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다이아 전체글ll조회 927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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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김태형] 늑대와 함께 춤을 | 인스티즈

 

 

늑대의 함께 춤을

; 새벽이 간다

 

 

 

 

 

한적한 숲 속에는 사람이 살기에는 너무도 초라했고 거의 다 쓰러져가는 오두막이 있었다. 사람이 살거라 생각할수도 없을만큼 낡아 차라리 폐가라고 불리는 것이 적합했지만 그 집을 폐가라 부를 수 없는 이유는 그 안에 사람이 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긴 생머리를 가지고 있던 그녀는 조금씩 몰려오는 먹구름에 익숙한 듯 발거음을 옮겼다. 그녀는 양손에 많은 갯수의 양동이 또는 바가지를 들고선 하나씩 차례대로 나열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바구니를 바닥에 내려놓자 기다렸다는 듯이 빗방울이 똑똑 떨어지며 바가지에 떨어졌다. 둔탁하게 떨어지던 빗방울은 물이 차있는 바가지에 떨어지며 맑은 소리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녀는 담요를 목으로 조금 더 끌어오며 점점 자신에게 다가오는 추위를 달랬다. 추위에 강한 그녀였지만 오늘따라 산 속의 추위는 유독 매서웠다.

 

오늘은 밤새 비가 올 것인지 그칠 기미가 보이지않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양동이의 찬 물을 버리고선 제자리에 돌려놓는 그녀였다. 낡은 소파에 앉은 그녀는 자신이 잠에서 깨어나 바닥에 발을 내딛었을 때 물이 자신의 발을 덮지않기를 바라며 천천히 몸을 뉘었다.

 

다리에 느껴지는 간지러운 느낌에 다리를 매만지던 그녀는 무엇인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것인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선 느릿하게 몸을 일으키던 그녀는 고개를 들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그 사람을 마주했다.

 

 

 

"나를 보고 놀라지않네요."

"귀신 아니면 도둑 그것도 아니면 운이 나쁘게 산 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이겠죠."

"나는 그 중에 뭐 같아요?"

"다 무너져가는 폐가에 들어왔으니 도둑은 아닐테고. 눈동자 색이 오묘한 걸 보니 아마도."

 

 

 

산 속에서 길을 잃은 귀신정도.

 

그녀의 대답을 들은 그는 낮게 웃어보이며 그녀를 천천히 일으켰다. 아무런 저항없이 일어난 그녀는 해맑게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와 만나던 밤은 밤새 내릴 줄만 알았던 비가 그쳐 작게 떨어지는 소리를 내던 그런 새벽이었다.

 

 

 

 

***

 

 

 

 

겨울이라고 하기에는 약간은 포근한 날씨였다. 그래, 포근한 봄이라 하는게 오히려 나을 것 같았다. 비록 바닥에는 눈이 쌓여있을지도 따뜻한 날씨에 금방 녹을게 분명했다. 아무도 밟지않은 눈에 내 발자국을 남기며 걷고있으니 알 수 없는 기쁨이 느껴졌다. 겨울에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기쁨이었다. 나의 예상대로 눈은 벌써 녹기 시작했는지 어느정도 걸었을 때 눈과 흙이 꽤나 난잡하게 뭉쳐져있었다. 짜증이 났다. 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더 이상 나의 발자국을 남길 수 없음이겠지.

 

내가 밟아온 발자국을 천천히 되짚으며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집의 모양이 보일 때야 느꼈다. 내 옆에 자리잡은 꽤나 넓직한 발자국이 짐승의 것이라는 것을. 천천히 나의 시야가 옮겨져 무너져가는 나의 집을 쳐다보고 있었다.

 

조용히 집 안으로 발걸음을 내딛었을 때 낯선 짐승의 냄새가 집에 이미 퍼져있었다. 현관을 지나 한 걸음도 채 떼어내지 못했지만 길고 회색을 가진 짐승의 꼬리가 보였고 그 자리에서 주춤거리며 몇 걸음 뒤로 물러나버리고 말았다. 그 자리에서 꽤나 오랫동안 고민했다. 이 자리에서 도망을 쳐야하는지 아니면 저 짐승을 쫓아내야 하는 것인지. 내가 상대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짐승이었기에 겁이 덜컥 났다. 손을 뻗어 부러져 날카로운 나무조각을 쥐고서야 가슴의 일부분이 안정을 찾는 기분이었다.

 

그 나무조각이 뭐라고 자신감이 생긴 것인지는 몰라도 아마 그 자신감은 나를 헤치지는 않겠다는 안도감에서 나온 것 같다. 한 걸음을 떼며 고개를 돌렸을 때는 이미 그 짐승과 눈이 마주친 후였다. 나무조각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나의 두 초점이 심하게 흔들렸다.

 

 

 

"여기는 내 집이야…. 나가줘… 제발."

 

 

 

내 말을 알아들을 일은 애초에 없었지만 애원이라도 하고싶었다. 헤치지말고 나가달라고. 아무것도 건드리지말고 나가달라고. 그 짐승은 한참이나 그 자리에서 가만히 서 있었다. 딱히 나를 위협하지도 그렇다고 화를 내지도 않고 그 자리에 나를 쳐다본 채로 가만히 서 있었다. 그리고선 몇 발자국을 떼던 그 짐승은 끝까지 나를 쳐다보다 내 앞을 스쳐 지나갔다. 현관문을 나가던 그 짐승은 내 문에 꽤나 많은 부분을 부시며 지나갔다.

 

짐승의 모습이 사라져가고 나서야 긴장이 풀린 것인지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내 손에서 떨어진 나무조각을 신경질적으로 던져버렸다. 그제서야 내 손에 잔뜩 박혀버린 나무가시들이 눈에 들어왔다. 바닥에 떨어진 피를 보니 아마 내 것인 것 같다. 빨리 치료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발걸음을 돌렸을 때 그제서야 깨달았다.

 

도대체 저 짐승은 어떻게 문에 흠집을 하나도 내지않고 이 곳으로 들어왔지?

 

 

 

 

***

 

 

 

 

어젯밤은 잠이 오지않아 한참을 뒤척인 후에 새벽이 끝나가고 나서야 겨우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많이 잔 것은 아니었음에도 이미 해가 져버려 밖은 어두움이 가득했다. 졸린 눈을 비비던 나는 낯선 인기척에 놀라 소파위에서 벌떡 일어났다. 인기척이 들리는 곳을 따라 조심스럽게 움직였을 때 무엇인가를 두드리는지 쾅쾅거리는 소리가 갈수록 크게 들려왔다. 혹시나 누군가 내 집을 부시고 있는 것은 아닐지 놀라 조금 더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 요란소러운 소리는 현관문쪽이었다. 벽에 나를 감추고 고개만 살짝 내밀어 누군지만 확인하자는 생각이었다. 고개를 내밀었을 때 낯선 남자의 모습이 보여 몇 번이고 두 눈을 비볐는지 모른다. 아니 낯선 사람이 아니었다. 비록 새벽이었지만 달빛에 비춰 보였던 이목구비는 확실했기에 그였음이 확실했다. 나의 인기척을 들은 것인지 천천히 고개를 돌린 그는 나를 보고선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선 다시 고개를 돌려버렸다.

 

 

 

"어떻게 사람이 사는 집에 망치 하나가 없어요?"

"저는 필요가 없어서요."

"조금만 기다려요. 거의 다 끝났으니까."

 

 

 

그의 말대로 몇 번의 망치질을 하던 그는 곧 끝이 났는지 두 손을 탁탁 털며 집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다 고쳤다는 그의 말이 끝나고 나서야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그가 가는 길의 뒤를 따랐다. 따라가는 발걸음을 눈치 챈 것인지 그는 뒤돌아 나를 흘끗 쳐다보고선 다시 고개를 돌려 내 소파에 앉아버렸다. 그리고선 꽤나 날카로운 눈으로 오랫동안 나를 쳐다보던 그는 쉬어도 돼냐며 묻고선 나의 대답도 듣지않고 바로 고개를 소파에 묻어버리고 말았다.

 

사람이 찾아온 것은 처음이었으니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몰라 주저하던 나는 그와 꽤나 널직히 떨어져 삐그덕거리는 식탁 의자에 앉아버렸다. 그는 나를 흘끗거리며 몇 번이고 쳐다보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내 반대편의자를 끌어다가 앉고 있었다.

 

 

 

"나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 …."

"왜 이 낡은 집에서, 그것도 혼자 사는거예요?"

 

 

 

턱을 괴고 앉은 그 남자는 내 대답을 기다리는 것인지 나를 한참동안이나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을 피하자 괴고있던 손을 바꿔 다시 나를 쳐다보는 그였다. 내가 아무런 대답이 없자 꽤나 답답한 듯 힘빠지는 소리를 내고선 곧이어 팔짱을 끼는 그였다.

 

여기에서 마을까지 오래 걸리지않는 걸 보면 사람을 싫어하는건 아닌 것 같은데. 그냥 단순히 피해다니는건가? 사람들이 그 쪽한테 해코지라도 했나봐요?

 

그는 나에 대해 뭐가 그렇게 궁금한 것인지 꽤나 오랫동안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나에게 아무런 대답도 얻지못한 그는 곧 제 풀에 지친 듯 자신의 팔을 베개삼아 누워버렸다. 생각해보니 오늘 그는 나에게 꽤나 큰 도움을 준 사람이었다. 뭐 이미 낡아 무너져가는 집이기는 했지만 문의 일부분을 수리하지 못했다면 저번처럼 그런 일이 또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기에 고마운 마음이 컸다.

 

 

 

"좋아요. 내가 비밀 하나 이야기해줄테니까 그 쪽도 왜 여기에서 살고있는지 이야기해줘요."

"… 사람들이 저를 싫어해서, 그래서 여기 온거예요."

 

 

 

딱히 그와 비밀을 교환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나는 단지 그가 궁금해하는 것을 대답해주려는 것이었다. 다만 그의 말이 나보다 한 발 빨랐을 뿐이었다. 나의 대답을 들은 그는 흠… 그래요?라며 되물었다. 내 비밀은. 그가 운을 띄웠다.

 

 

 

"그 쪽 비밀에 대해서 궁금하지않아요."

"아닐걸요? 이제 엄청 궁금해질거예요. 나에 대해서."

"… …."

"왜냐하면."

 

 

 

꽤나 자신만만하게 말하던 그 남자는 말하던 입술을 멈추고선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시선을 피하던 내가 그와 다시 눈을 마주했을 때 그의 눈은 사람의 눈이 아니었기에 그의 눈에 천천히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익숙했지만 낯설었고. 무서웠지만 온화해보이는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제서야 알았다.

 

 

 

"내가 당신이 본 그 늑대니까."

 

 

 

그 짐승과 다시 한 번 눈이 마주쳤다.

 

그는 자신의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다음에 또 오겠다는 말을 남겼다. 그가 떠나간 자리를 본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숙여버렸다. 그제서야 퍼즐조각이 꽤나 맞아들어갔다. 그 짐승, 아니 그 늑대가 집에 들어왔을 때 왜 문이 멀쩡했는지. 또 그 늑대가 나를 헤치지않고 되돌아갔는지. 마지막으로 그의 눈을 마주했을 때 내 심장이 아릿했는지. 

 

그 아마도 그의 체취가 꽤나 오랫동안 남아있을 것 같다.

 

 

 

 

***

 

 

 

 

그는 그 이후로 매일 사람의 모습으로 집 문을 두드리고선 내가 열어줄 때까지 기다렸다. 문을 열어주면 그는 얼굴에 미소를 띠우곤 말했다. 안녕? 그의 인사에 딱히 대응도 하지않고 집 안으로 들어가버리면 그는 꽤나 섭섭한 것인지 뾰루퉁한 모습으로 나의 뒤를 쫓아오곤 했다. 그리고는 어느새 소파를 차지하고선 나를 빤히 쳐다보는게 그의 첫번째 행동이었다.

 

 

 

"나 싫어요?"

 

 

 

그의 물음에 한치의 망설임도 찾을 수 없었다. 네라는 나의 대답에 금세 시무룩해진 그는 소파에서 일어나선 내가 앉아있는 의자 반대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왜요? 라고 물어왔다. 그리고 나는 그의 물음에 대답했다.

 

 

 

"당신은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요."

"앞으로 도움이 되어줄게요. 내가."

 

 

 

그와 또 다시 그리고 또 한번 눈이 마주쳤다. 피해야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다시 마주보는게. 거리를 둬야한다는 사실도 잊어버린채로 그렇게 천천히 스며들어간다는게. 어쩌면 진짜 나에게 도움을 주지는 않을까 기대에 부푼다는게 나에게는 너무 잔인한 것임을 알았기에 그의 시선을 외면할 수 밖에 없었다.

 

언제 한 번은 그가 나를 찾아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자신과 함께 마을에 나가자고. 나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그에게 해줄 수 있는 대답은 차가운 시선밖에 없었다. 닫혀버린 문 앞에서 가만히 서 있던 나는 쉽지않은 발걸음을 떼며 날씨탓에 차가워진 이불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추운 날씨에 이불을 덮지않은 것이 문제였는지 감기에 걸려버리고 말았다. 추위에 강해서 딱히 감기를 신경쓰고 다니지 않았는데 어제는 예외였던 것인지 꽤 독한 감기에 걸려버렸다. 속으로는 험한 소리를 내뱉으며 결국 외출준비를 하는 나를 보며 신경질이 먼저 나버리고 말았다. 감기탓에 한참이나 늘어진 몸을 움직이는 것은 꽤나 괴로운 일이었다. 근처에 있는 약국이라고 해봤자 못해도 30분을 넘게 걸어가야 했기에 더 화가 났던 것 같다.

 

빨리 움직이자며 현관문을 열고 나서자 누군가가 기다렸다는 듯이 내 옆으로 다가와 내 걸음걸이에 맞춰 걷기 시작했다. 살짝 고개를 돌리자 그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나를 보곤 슬쩍 미소를 지어보였다.

 

 

 

"어디 아픈거예요?"

 

 

 

아무런 대답없이 걸어가자 연신 내 옆을 따라오며 질문을 해왔다.

 

 

 

"기침하는걸 보니까 감기걸린거 맞죠?"

 

 

 

돌아오지도 않는 내 대답에도 뭐가 그렇게 신이 나는지 혼잣말을 주구장창하던 그는 마을에 다 내려와서야 발걸음을 멈추었다.

 

 

 

"대답 좀. 대답 좀 해줘요."

 

 

 

그가 따라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지만 끝까지 내 갈 길을 걸어가는 나를 붙잡는 목소리였다. 그는 뭐가 그렇게 슬프고 억울했는지 그가 말한 대사에는 목소리의 떨림이 그대로 담겨져있었다. 내 발걸음이 멈춘 것을 보고나서야 터벅터벅 걸어와 내 앞에 선 그 사람은 손을 올려 내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그리고선 아까와는 다른 떨림을 가진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애처럼 투정부려서 미안해요."

 

 

 

살짝 고개를 올려 쳐다본 그의 모습은 목소리와 달리 차분했다. 내 머리에서 떨어진 손은 내 팔을 잡았고 곧 그의 발걸음에 이끌려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그는 익숙한 걸음으로 약국을 찾았고 약사와 무슨 대화를 오가고선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선 내 앞에 섰다. 가요. 그가 말한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뒤를 따랐다.

 

 

 

"아프지만 않았어도 마을 한바퀴만 돌자고 했을텐데 오늘은 아프니까."

 

 

 

그가 뒤에 따라 걸어가던 나를 보고선 미소를 지었다.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던 그 사람은 걸음을 조금 더 천천히 했다. 그는 정확히 내가 그의 옆을 지나가고 나서야 발걸음을 다시 했다.

 

집 앞에 선 그는 이제 가보겠다며 나에게 인사를 건넸고 나는 고개만 끄덕이다 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가 건네줬던 약봉투와 갈색병을 식탁 위에 올려놓은 채로 한참을 쳐다보다가 한숨을 쉬며 갈색병을 열었다.

 

 

 

 

 

미약한 감기라고 생각했던 나는 더욱 더 심해지는 감기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감기를 탓하다가도 혹시나 그가 건네준 약이 감기약이 아닐 가능성도 생각하며 겨우 몸을 일으켰다. 이건 그냥 감기가 아니라 가장 독한 몸살감기였다. 독한 감기에다가 감기약까지 더해지니 정신이 더욱 몽롱해져갔다. 나른해진 몸을 이끌고 겨우 소파에 눕자 졸음이 미친듯이 찾아왔다. 오늘은 딱히 잠에 반항도 못한 채로 그렇게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잠을 자고 있던 나는 그날따라 몸이 유독 무겁게 느껴졌다. 이번 감기는 제대로구나라고 생각하며 천천히 눈을 떴다. 낯선 느낌에 눈만 스르륵 굴려 주변을 탐색을 하던 나는 유난히 딱딱했던 바닥과 내 바로 앞에 보이는 사람의 형체 그리고 나를 지긋이 누르고있던 사람 손에 놀라 소리를 내려다 급히 두 손으로 입을 막아버렸다. 천천히 고개를 올려 나를 누르고있는 물체를 확인하려던 나는 내 입을 막고있던 손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여긴 어떻게…."

 

 

 

내 목소리가 그의 신경을 거슬린 것인지 짧게 인상을 찌푸린 그 사람은 곧 인상을 피며 다시 잠에 빠진 것 같았다. 분명히 어제 소파에서 잤는데 왜 거실바닥에서 일어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나는 이 사람에게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몸을 살짝 들어올려 그에게서 천천히 빠져나오려하자 이내 그의 팔이 나를 지긋이 누르고 있었다. 그의 행동에 다시 바닥에 눕혀졌고 다시 고개를 올려 그를 쳐다보았다. 아마도 나의 행동에 잠이 깬 것인지 천천히 눈을 뜬 그는 나를 쳐다보고선 다시 눈을 감아버렸다.

 

밤새 이 상태로 잠에 빠져있었던 것 같다. 고개를 살짝 들어 그의 모습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그의 앞머리가 살짝 비켜져선 그의 눈썹을 보이고 있었다. 웃을 때는 소년미를 보이던 그 사람은 눈썹이 보였다는 이유 하나로 꽤나 남자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그를 볼 때면 항상 눈동자때문에 지나쳐버린 그의 다른 부분을 지금은 꽤나 오랫동안 쳐다봤던 것 같다.

 

 

 

"천천히 훑어보이니까 관심이 좀 생겨요?"

 

 

 

그의 물음에 정신이 들어 두 눈을 동그랗게 떴고 눈을 뜬 그 사람은 고개를 내려 나를 쳐다보았다.

 

 

 

"진작에 이럴걸."

 

 

 

나를 보던 그는 아직 잠에서 깨지 못한 것인지 몇 번이고 눈을 감았다 떴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는 무슨 오기였는지 두 눈을 부릅뜨고선 나를 쳐다보았고 그 표정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오고 말았다. 그는 내 웃음소리를 듣고선 그제서야 만족한 듯 눈을 감았다.

 

 

 

 

그는 나에게 같이 춤을 추지않겠냐고 물어왔다. 그의 대답에 냉정하게 싫다고 단정지어왔던 나는 어느새 그의 발에 나의 발을 올렸고 그의 손을 붙잡았다. 나의 허리에 감겨온 손은 이내 나를 잡아당겼고 그가 나에게 말했다.

 

고마워요. 내 손을 잡아줘서.

 

그리곤 그의 발이 움직이는대로 천천히 움직였다.

 

 

 

 

***

 

 

 

 

그는 여전했지만 나에게는 약간의 변화가 찾아왔다. 그렇게 끝이 날 것 같지않았던 겨울은 이른 봄을 가져다주었고 그는 나에게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나에게 같이 춤을 추자고 제안해왔다. 그 춤을 거절했던 나는 어느새 그의 손을 잡고 그의 발에 맞춰 그와 함께 춤을 췄다. 나 혼자 숨어있었던 집 안에는 어느새 차가움보다는 따뜻함이 채워졌고 혼자 잠을 청하던 소파는 둘이서 앉는 의자가 되어있었다.

 

 

 

"예전부터 생각해왔지만 탄소씨 체취는 참 독특한 것 같아요."

"그래요?"

 

 

 

내 손을 잡고있던 그는 자신의 코에 가까이 가져가 냄새를 맡는 듯 연신 코를 킁킁거렸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랐지만 이내 익숙해진듯 했다. 예전에는 조용함이 익숙했는데 요즘에는 오히려 조용한게 어색했다. 아마도 그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흔히 늑대라 하면 그 때 마주쳤던 그 느낌 그대로였다. 아무런 행동도 못 취하고 그 자리에서 멈춰서 벌벌 떨 수 밖에 없는 그런 이미지가 맞았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유독 스킨쉽이 강했고 무섭기는 커녕 웃을 때면 어떡하면 저렇게 해맑게 웃을 수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내가 말을 할 때면 얼굴에는 장난기가 가득해선 입에는 웃음을 가득 품고 있었기에 말문이 막힌 적도 몇 번이나 있었다.

 

 

 

"또 무슨 장난을 치려고."

"아무것도. 저 아무 짓도 안했어요."

 

 

 

그리고선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그런 척을 하며 나에게 계속 말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의 행동에 말을 이어가려하면 이내 내 얼굴을 톡하고 건드리며 다시 내 말문을 막았다. 그런 행동에 괜히 웃음이 나와 작게 웃어보이자 그제서야 입에 담아두었던 웃음을 터뜨리는 그였다.

 

한 번은 내가 잠이 미친듯이 찾아와 소파에서 나른하게 낮잠을 청하고 있었다. 그리고 몇 시간이 지나고 잠에서 일어났을 때 내 허리를 무겁게 눌러오는 물체에 천천히 시선을 따라 올라가니 그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언제 왔어요."

"방금…."

 

 

나른한 기분이 좋아서 조금 더 누워있으니 곧 그의 팔이 나를 더 당겨왔다. 꾸준하게 감고있었던 눈이 살짝 떠진 것을 보니 아마 내 표정을 확인하려했던 것 같다. 내 표정이 생각보다 괜찮은 축에 낀 것인지 흐뭇하게 웃어보이던 그는 다시 눈을 감고선 부족한 잠을 더 청했다. 그를 천천히 훑어보던 나는 그 자리에서 아무 말없이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어느 날 그가 나에게 찾아와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오늘 저랑 갈 때가 있어요."

"어딜 가요?"

"가보면 알아요."

 

 

 

그의 손에 이끌려 산 속에서 내려왔다. 그는 나와 어디를 가고싶었던 것인지 나를 데리고가는 발걸음이 유독 가볍고 즐거워보였다. 그렇기에 그가 가는대로 발걸음을 옮기고나니 도착한 곳은 사람들이 많은 시장골목이었다. 내 발걸음이 주춤거리자 그는 나를 돌아보며 꽤나 나를 걱정하는 듯 했다. 괜찮다며 나를 다독이던 그의 손을 놓은 나는 그를 쳐다보았다.

 

나를 쳐다보는 시선들에 예민했다. 호흡이 거칠어지는 것이 느껴지고 그를 쳐다보는 시선이 날카로워짐을 느꼈다. 이렇게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급히 발걸음을 돌리자 그가 나를 다시 한 번 붙잡았다. 여전히 나를 쳐다보는 시선들이 있었다.

 

 

 

"따라오지말아요."

 

 

 

그의 손을 뿌리치고선 발걸음을 빨리했다. 뒤를 돌아볼 시간따위는 없었다. 뒤를 돌아 그의 모습이 보이지않자 숨을 고르던 나는 무엇인가에 쫓기기라도 하는듯이 뛰기 시작했다. 조금 더 빠르게. 조금 더 다급하게.

 

 현관문을 여는 손길을 매서웠다. 집 안에 들어오자마자 문을 걸어 잠그며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내 눈에 맴도는 내 팔이 그리고 그 사람을 뒤로하고 미친 사람처럼 뛰어온 내 다리가 너무나도 미웠다. 한참을 그 자리에서 앉아있었던 것 같다. 내 등 뒤에서 울리는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며 아무런 행동을 할 수 없었다. 문을 열어줄수도 없었고 그의 말에 대답을 해줄수도 없었다.

 

곧 그 사람도 나의 대답이 없음에 지친 것인지 발걸음을 돌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또 다시 한 번 그에게서 멀어져야하는 이유를 깨달았다.

 

 

 

 

***

 

 

 

 

예전처럼,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또 다시 혼자였다.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순식간에 망쳐놓은 그 사람이 미웠다. 더 이상 이곳에서는 지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의 진한 체취가 곳곳에 묻어있는 이곳에서 지내기에는 너무나도 괴로웠기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마도 그가 곧 다시 나를 찾아올 것 같았다.

 

나름 정이 들었던 곳이었기에 집안을 둘러보며 물건을 하나씩 챙겨들었다. 꽤 큰 가방이라고 생각했는데 그에 비해 내 물건이 현저하게 적은 것인지 내 손에 쉽게 들려졌다. 이제 마지막으로 소파에 놓여져있던 담요를 들었다.

 

내가 미련했던거야. 내가.

 

 

 

"어디 가."

 

 

 

그의 체취가 강하게 밀려왔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그의 얼굴이 보였다. 그 새벽에 나를 마주했었던 그 때의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지만 그의 눈동자는 그 때와 달랐다. 차가웠던 그 때의 눈빛과는 다르게 조금은 따뜻함이 서려있었던 것 같다.

 

 

 

"당신 눈동자를 보면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굉장히 쉬운 것 알아요? 슬프면 슬프고 기쁘면 기쁘고 화가나면 화가 난다고 숨김없이 말하고 있어요."

"지금은 어떤데."

"조금 화가 나있어요."

 

 

 

아마도 내 대답이 맞았는지 나를 보던 그가 내 앞에 성큼 다가왔다. 담요를 곱게 접어 가방 안에 넣었고 그는 딱히 나의 행동을 제지하지 않는 듯 했다. 아마도 나는 그가 한번은 잡아주길 바랬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들켰네."

 

 

 

냉정하고 차가웠던 그 때로 다시 돌아간 것만 같았다. 그를 보는 마음을 숨기려 몇 번이고 되뇌었다. 이게 끝이라고. 조금 더 늦게 찾아왔으면 했던 내 부탁을 무시하고 너무나도 이르게 찾아온 결말이었다. 그는 내 말에 아까보다 더 화가 난 듯 이를 악 문게 눈에 보였다. 내 가방을 붙든 그는 화를 삭히는지 눈을 감고선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다고 그랬잖아요. 내가 분명히 말했잖아요."

"도움이 되어준다고 그렇게 말했잖아."

"당신이 사람이 아닌데 어떻게 도와줘."

 

 

 

회색빛의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어디 끝까지 도망쳐봐. 내가 끝까지 쫓아다닐거니까."

 

 

 

그의 눈동자에 비춰진 내 모습이 보였다. 그는 다시 한 번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가 건넨 손을 보던 나는 그 자리에서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었다.

 

여우는 늑대와 춤을 출 수 없다.

 

 

 

 

 

 

 

 

 

반인반랑 X 반인반호

(늑대) X (여우)

 

 

본격 쌍방 반인반수 그리고 새벽 시리즈입니다.

 

 

방탄유리가 아니라서 놀라셨나요... 죄송합니다.

사실은 이번주에 방탄유리가 올 수가 없어서 얼마전에 써뒀던 단편으로 오게되었습니다.

이상하게 태태는 이런 결말을 쓰게되는지....

이제 완결도 얼마 남지않았고 끝 마무리를 잘 정리해야 할 것 같아서 이번주는 아쉽게도...

정말 죄송합니다ㅠㅠㅠ

다음주에 빠르게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짧은 해석

 

 

시대상은 대략 1970년대 쯤?

여자 주인공인 보신 것과 같이 여우입니다.

여우의 습성을 보니 사람들 주위를 맴돌며 살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여자 주인공이 쫓겨난 이유는 당시에 반인반수는 귀신같은 존재였으니 그렇겠죠.

그리고 그걸 들켰기에 쫓겨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태형은 들키지않았으니 마을을 돌아다닐 수 있었던겁니다!

 

아마 여자주인공이 여우라는 사실을 알고 다시 읽으신다면 이해가 되시지않을까 싶네요...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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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오.. 소재 완전 신선한데요? (박수)(함성) 이런 배운작가.. 이런 야심한밤에 좋은글잘읽습니다..^^*@>--- 알흠다운 자까에게 장미한송이 놓구가용^^~
8년 전
탄다이아
ㅎㅎㅎㅎ장미 오랜만에 봐요ㅋㅋㅋㅋ칭찬을 마구마구 해주시니 대단히 감사합니다!!
8년 전
독자2
와......꿀잼......
8년 전
탄다이아
꿀잼이라니 기분이 대단히 좋네요 핫핫!!
8년 전
비회원120.229
헐....여우였다니...사람인줄..완전 꿀잼이예여....
8년 전
탄다이아
그렇습니다 여우였습니다!! 꿀잼이라니 감사합니다ㅠㅠㅠㅠ
8년 전
독자3
비비빅이에요! 여주한테 무슨 사연이 있나 했는데 와...태형이랑도 분위기가 잘 어울리고ㅠㅠㅠㅠㅠㅠㅠ오늘도 잘 보고 가요!
8년 전
탄다이아
잘 보셨다니 다행입니다ㅠㅠㅠ 다음에는 원래 글로 돌아오겠습니다!!
8년 전
독자4
오...뭔가마지막말이무섭게느껴지넹요..방에불을꺼서그런가..좋은글잘보고갑니당ㅎㅎ
8년 전
탄다이아
방의 불을 키시라고 하려했는데 벌써 시간이 안녕히 주무세요ㅎㅎㅎㅎ
8년 전
독자5
태형이는 여우인걸 아는건가요옹?
8년 전
탄다이아
그렇습니다 나중에 태형이 알게되서 여주를 찾아오게 된겁니다!
8년 전
독자6
작가양반... 이렇게... 새벽에... 이런 글을 써주시면... 눈물이 앞을 가리잖아요... 감덩... 알림 떴을 때 두근두근하며 들어왔는데 그 설렘 그대로 끝까지 갈 수 있어서 좋았어요 요즘 반인반수 넘나 좋다능 8ㅅ8 맞다 전 섹시석진색시임니다
8년 전
독자7
헐 웬딥니다 여주가 반인반랑이었군요 굉장히 충격적인 부분... 생각도 못 하고 있었는데... 발려 죽겠네요 누텔라가 되겠어요 늑대 태형이도 넘나 좋구요...
8년 전
독자8
으헐... 헐... 대박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ㅜㅜㅠㅠ 저는 태형이 이런 분위기가 좋아요ㅠㅜㅠㅠㅠㅠㅜ 진짜ㅠㅜㅠㅠㅠㅜㅠㅠㅜㅜㅠㅠㅠㅜㅠㅠ
8년 전
독자9
망고빙수
와.....여우와늑대...
대박이다ㅠㅠㅠㅠㅠ
역시자까님필력이란...(감탄)
다음엔방탄유리로뵈요!!
아 이거는 번외는없나요...?(코쓱)

8년 전
독자10
헐 여우였다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분ㄱ우기 넘 조항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11
왜 떨어져서 사나했더니....여주도 사람이 아니엿구나...이제 좀 뭔가 맞네 태형이ㅠㅠㅠ늑대랑 이미지 넘나 잘어울리는것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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