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본 남자랑 키스하면 생기는 일
내가 정신 차리고 민윤기를 바라봤을 때, 민윤기는 이미 책상에 머리를 박은 채로 작은 숨소리만 내고 있었다. 눈가에 맺힌 눈물을 대충 정리하고, 시간을 확인하려 휴대폰을 켜자, 마치 짠 듯이 정호석에게 문자가 왔다.
'분위기 심각해보여서 나 김남준 데리고 먼저간다.'
아, 계산. 계산 해야되는데
'계산 하고 나왔으니까, 윤기형이나 잘 챙겨서 가. 작업실 어딘지 알지?'
아, 그럼 민윤기만 챙겨서 나가면 되는건가. 저기요, 민윤기씨 일어나보세요. 민윤기는 내가 흔들어도 별 반응은 없었다. 나는 민윤기를 깨우는 것을 포기했다. 대신 그런 민윤기의 팔을 어깨에 두른 뒤 일어섰다. 아씨, 불편해. 민윤기라서 그런지 별로 무겁지는 않았지만, 불편함은 가지시 않았다. 술집 앞을 나와 택시를 잡았다. 민윤기의 작업실을 말하려다, 그냥 우리집 주소를 불렀다. 작업실이 안열려 있으면, 어떡해. 내가 변태인게 아니라, 그냥 걱정되서 이러는거다. 지금은, 지금, 지금은.
택시비를 내고 민윤기를 다시 이끌었다. 민윤기는 내게 걸쳐지지 않은 다른 쪽 팔을 움직여 내 볼을 찔렀다.
"이름아, 좋아해"
뭐, 뭐라는거야. 이 양반이, 왜, 왜 저래 진짜. 당황스럽네.. 민윤기는 내게 기대있던 몸을 살짝 떼었다. 자신이 걸을 수 있다며 비틀거리던 민윤기는 몇걸음 가지 못해, 다시 내게 기대었다. 몇 걸음 안되는 집을 얼마나 오랫동안 걸어온지 가늠이 가지 않았다. 집에 도착하자, 민윤기는 자연스럽게 신발을 벗어, 소파 위로 기어 올라갔다. 그런 민윤기를 다시 끌고 침대 위로 눕혔다. 그래도 손님인데, 어떻게 소파에서 재워...
민윤기의 양말을 벗긴 뒤 이불을 대충 덮었다. 조용히 눈을 감고 다시 잠드는 모습을 보며 나는 방을 나섰다.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씻고 로션을 발랐다. 아, 민윤기 메이크업 했겠지? 지워줘야 피부 안 상할 텐데,
결국 클렌징 티슈를 꺼냈다. 세수는 못하더라도 이정도는 해줘야하지 않을까. 티슈를 접은 뒤 민윤기의 앞머리를 걷어냈다. 피부 진짜 좋네, 이마부터 천천히 닦아 내렸다. 코, 입술. 시간은 두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민윤기 얼굴을 다 닦고나니, 뿌듯한 마음이 앞섰다. 김남준이 이래서 클랜징 해준건가... 오일로 빛나는 민윤기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 사실, 아직 혼란스러웠다. 민윤기의 갑작스러운 고백이, 부담스럽다거나 거절해야된다는 마음은 없었다. 그저, 빨리 잡고싶다는 생각 뿐,
꿈을 꿨다.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는데, 민윤기가 내 손을 잡아준 것만 생각났다. 눈을 떴을 때는, 아침이었다. ? 아침? 눈을 떴을 때, 나는 어제 앉아있던 자세 그대로 침대에 엎드려있었다. 하나 달라진건, 민윤기가 내 손을 잡고 있다는 점. 목도 아프고, 허리도 아팠다. 손을 뺄까 하다가 이대로가 좋아, 가만히 민윤기를 바라봤다.
"대답은"
민윤기는 어제와 같이 고요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감긴 눈과 속눈썹, 옅게 닫힌 입술까지. 그런 민윤기를 하나씩 관찰하는데, 민윤기의 입이 열렸다. 나는 놀란 마음에 일어서서 급하게 손을 빼려들었다. 그러나 민윤기는 내 손을 꽉 쥐고 놓아주지 않았다. 소... 손 좀...
"대답."
"아니, 저 가봐야 되는...아!!"
대답을 회피하며 몸을 돌리자, 민윤기는 그대로 손을 세게 끌어당겼다. 덕분에 몸이 쏠렸고, 마치 내가 민윤기를 덮치는 듯한 포즈가 되었다. 며칠 전, 민윤기가 내 위에 올라탔던 그 자세 그대로, 나는 민윤기의 위에 올라타있었다.
"이것도 좋고,"
민윤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들었다. 그니까, 고개를 살짝 올려서 짧은 뽀뽀를 했다. 멍하니 있는 내 팔을 잡고, 민윤기는 상체를 일으켰다. 정신을 차린 내가 민윤기의 다리 위에서 내려오자, 민윤기는 나를 보며, 기지개를 폈다.
"화장이 왜그렇게 진해, 그거 하지마"
"어떻게 안해요, 예의잖아요"
"넌 안하는게 예의야"
"네?"
얌전히 아침밥이나 먹을 것이지, 민윤기는 계속해서 준비하는 내게 고나리를 했다. 안가시냐는 내 말에, 민윤기는 갈꺼라며 쿨하게 집을 나섰다. 뭐야, 나는 도어락이 닫히는 소리를 멍하니 듣고 있었다. 왠지 모를 서운함이 내 안에 자리잡았다. 나 뭐하니,
집밖을 나서자, 검은 차 한대가 집 앞에 서있었다. 뭐지, 그대로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자, 차가 천천히 출발했다.
"어디가"
"어디가냐니까?"
"어디가냐고"
"방송국이요!"
"진작 그렇게 말하지, 그러면 얼마나 이뻐. 타, 태워줄께"
민윤기가 조수석 창문을 내려서 나에게 말을 하자, 나는 못이기는 척 차에 올라탔다. 계속해서 대답을 외치던 민윤기에게 뭐라고 말해야할지 모르겠다. 뭐라고 해야하지, 그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하...
"대답은,"
".."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괜찮아. 조금 더 생각해봐"
"아..."
"나 기다리는거 잘하잖아,"
"..."
민윤기가 천천히 말하는데, 왜 내가 울컥하는지 모르겠다. 마음 한켠에 응어리진 마음이 단단하게 굳었다. 답답했다.
"내려, 다왔다. 끝나면 문자해."
"감사합니다. 그리고"
"..."
"안기다려도 괜찮아."
말이 끝난 뒤, 나는 차에서 내렸다. 민윤기는 내가 내리자, 급하게 안전밸트를 풀렀다. 민윤기는 가만히 서있는 내게 다가왔다.
"불안해, 왜 못 기다리겠지?"
"지금 대답해줘, 듣고싶어. 불안해. 무슨 말이야"
"그니까"
"응"
"나도 좋아한다고요"
"아.."
"칠년 전, 그 때부터. 나도,"
민윤기의 눈이 감겼다. 내가 눈을 떴을 때, 민윤기는 나를 가득 안았다. 고맙다는 말을 계속 하면서, 민윤기는 그렇게 있었다.
칠년전부터, 지금까지. 나 역시 너를 기다렸다.
작가 사담 + 투표관련 |
여러분 오랜만이에요~ 조선기생입니다. 하하하하ㅏ하 죄송합니다ㅠ 시간이 이렇게 빨리 흐르고 있는지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네요. 아 그리고 곧 특별편 하나를 더 쓰려고 하는데요 하나는 여주와 남준이 고등학교 생활이고, 하나는 정국이 편이에요! 두편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투표수가 많이 나온거는 글잡에 올리고, 나머지는 암호닉분들을 위해서 메일링에 넣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제 윤기와 여주가 드디어 사귀게 되었습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박수) 이제 사귀고 나서가 문제인데, 혹시 보고싶은 에피소드? 일화? 같은게 있으시다면 적어주세요ㅎㅎ 적극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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