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cm - 열대야
2014년 8월 9일 토요일 11시 50분
지금 내가 읊조리고 있는 얘기들은 모두 지극히 일상적인 내 중학교 졸업-고등학교 때의 이야기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일상적인 얘기를 꺼내라면. 때는 지극히도 끈적이던 작년 여름ㅡ집 밖에는 더운 바람이 솔솔 불어 창문을 열어야 할지 닫아야 할지까지 깊게 생각해 봐야 했다. 우리집엔 에어컨이 없었다. 선풍기 회전 방향에 맞추어 엉덩이를 들썩이기도 몇 분. 이러다 내가 그 죽는 사람이 되는 게 아닌가 싶어 늘어져 있던 콩이를 품에 안고 일어나 자연스레 옆집으로 향했다.
2014년 8월 9일 토요일 12시 4분
비밀번호를 꾹꾹 눌렀는데 풀리지 않아 잠시 당황했지만, 그건 우리집의 비밀번호였다는 걸 깨닫고는 바보 같은 탄식을 지어냈다. 0-2-1-0, 들어가자마자 시원한 공기가 팔을 휩쓸고 지나갔다. 닭살이 돋은 팔을 쓸어대며 소파 앞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아- 시원해. 여기가 에어컨 바람이 가장 잘 오는 곳이었다. 최준홍은 방에서 눈만 내밀고 누가 왔는지 확인하더니 다시 문을 닫았다. 드라이기 소리가 났다. 쟤는 이 날씨에 드라이기를 하네. 최준홍은 머리를 다 말린건지 조심스레 방문을 닫았다. 콩이는 내 품에서 달아나 최준홍에게 꼬리를 흔들어댔고, 최준홍은 꿀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굴며 콩이야, 우쭈쭈. 하고 서로를 반겨댔다. 그래. 오빠 봐서 좋다고? 나도 좋아 콩아. 하며.
드라이를 해서 그런가 유난히 그의 노란 머리칼이 반짝였다. 저거는 여름 방학을 맞아 한 염색이었다. 처음 저 머리색을 하겠다고 나에게 선전포고를 날렸을 때 난 어림도 없다고 했다. 비에삐 오빠들 머리색이랑 겹쳐서였다. 너가 비교될 게 뻔하고, 또 남자애가 무슨 염색이야……, 등등의 말들을 내뱉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까 좀 남녀차별적인 발언 같기도. 그래도 최준홍은 꿋꿋이 저 머리색을 얻어냈다. 피부가 희고 고와서 그런가 생각보다 잘 어울려 염색한지 일주일동안은 보충 내내 저 동그란 머리통을 바라보았던 것 같다. 아 맞어, 최준홍이랑 나랑 무슨 사이인지 안 썼구나. 사실 눈치챘을 법한데, 흔한 로맨스 소설에 오랜 친구사이로 나오는 여자와 남자를 생각하면 될 터였다. 플러스 옆집과 같은 반. 엄마들끼리도 친했다. 그 소설과 다른점을 들자면 우리 사이가 알콩달콩한 핑크빛은 아니였다. 아, 그렇다고 무감각하고 덤덤하기만 했던 것도 아닌데… 저 애의 쌍커풀을 훔쳐보다보며 남몰래 얼굴을 붉힌 적이 있다. 그러니 꼬옥 색으로 정하자면, 보랏빛 정도? 아 물론 나혼자만의 착각일지도 모르겠다.
♡ 안녕하세요 ♡ |
안녕하세요 사미입니다. 조각글 들고 왔눈데 어떠신지..!!
아 맞아.. 글 읽고 댓글 달아주신 분들 정말정말 감사합니다..ㅠ.ㅠ ♡ 각종 피드백은 감사히 받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