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오백] 도작가의 손페티쉬 : 수(手)
2
“안녕하세요.”
“안녕.”
초인종을 누르자 경수가 목도리를 메며 나왔다.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건낸 인사를 시큰둥하게 받아치며 현관문을 잠그는 모습에 백현은 당황했다.
어디 나가시나? 그냥 집에 가면 되는건가?
“어디 가세요?”
“밥 먹으러.”
그대로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경수의 뒤를 멈칫 멈칫 따르며 슬쩍 경수의 뒤로 섰다.
엘리베이터에 함께 올라탄 백현을 흘깃 살핀 경수가 뜬금없이 말을 걸어왔다.
“안 추워?”
백현의 머리는 끝이 살짝 젖어있는 상태였고 회색 후드티 사이로 보이는 맨 목이 횡해보였다.
백현이 빨갛게 얼은 손을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
“아, 그, 많이 추운건 아니고요. 급하게 나오느라...”
“이리 와봐.”
경수가 목도리를 풀기 시작했다.
괜찮아요, 정말 괜찮아요. 연신 괜찮다만 말하던 백현의 목에 경수의 목도리가 둘려졌다.
경수는 그 모습을 살피다가 한쪽 입꼬리만 올려 웃어보였다.
경수와 눈이 마주친 백현은 시선을 내리깔고 목도리에 얼굴을 파묻었다.
또 웃네. 잘생겼다. 그치만 기분이 이상해.
경수를 따라 아파트 밖으로 나온 백현이 안녕히 계세요 인사를 건내려 할 때,
차문을 열던 경수가 고개를 돌려 백현에게 말했다.
“맞다.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네? 저요?
-
“맛있는 거 먹었네.”
“맛있긴 했는데...”
“안 내켜도 누나 나을 때까지 만이라도 부탁해.”
“안내키는게 아니라- 아, 알겠어.”
시계를 보니 어느 덧 8시 47분이었다.
누나의 병실에 앉아 과자를 집어 먹던 백현이 목도리를 대충 둘러매며 일어섰다.
“가게?”
“응. 오늘 늦게 일어나서 지각할 뻔해서 일찍 잘라구.”
“이리 와 봐.”
백현이 다가가자 누나가 목도리를 풀고 제대로 둘러매줬다.
답답하다고 폴라티도 안 입으면서 왠 목도리야?
으응, 추워서.
왜인지 작가님이 주셨다는 말을 못하겠는 백현이 대충 대답했다.
누나는 검은 목도리를 돌돌 감아 풀어지지 않도록 마무리하고 백현이의 등을 토닥였다.
잘가.
응 잘자.
누나의 병실을 나오며 목도리에 얼굴을 파묻자 아직도 경수의 향수 냄새가 났다.
냄새 좋다. 무슨 향수 쓰시는 거지.
경수의 향수 냄새에 취한 백현이 멍하니 바닥을 내려보며 집으로 향했다.
내일은 늦지 말아야지.
-
“안녕하세요.”
“응, 안녕.”
그대로 부엌으로 들어가는 경수를 눈으로 따르며 백현이 거실의 바닥에 앉았다.
첫 날에는 신발장에서 서류만 건내주고 나온터라 집을 자세히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처음 온 날. 그러니까 그저께.
‘앞으로 매일 와.’
받으라는 서류는 안 받고 서류와 제 손을 동시에 잡은 경수에 당황해 그의 얼굴만 바라보았다.
그리고 손을 빼내려는 자신의 움직임에 어제처럼 한쪽 입꼬리를 올려 웃은 그는 자신의 손에 천천히 힘을 풀었다.
백현의 손을 훑듯 느긋하게 손을 떼어낸 경수는 서류를 가져가더니 대뜸 저런 말을 했다.
‘한 11시쯤에?’
말 한대로 11시에 맞춰 가자 어제는 같이 밥을 먹었다.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아냐고 묻는 경수에 백현은 누나에게 대충 들은 일들을 말했다.
경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듣더니 백현의 말이 끝나자 가장 중요한 일을 모르고 있어, 하고 말했다.
그게 뭐냐는 질문에 계속 보이던 그 한쪽 웃음을 짓더니 비밀. 내일 늦지 말고 오면 알려줄게.
사람 궁금하게 하고는 더 이상 그에 대한 언급 없이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마셔.”
멍하니 어제 생각을 하던 백현의 앞에 머그잔이 놓였다.
흐린 김과 함께 달달한 냄새가 나는 것이 코코아였다.
“감사합니다.”
“커피 더 좋아해?”
“아니요. 코코아 더 좋아해요.”
백현의 옆에 앉은 경수가 자신의 커피잔도 테이블 위에 올렸다.
백현은 자세를 바로 해 앉았다.
“원래 매일 안와도 되는거 알지?”
“네. 누나는 일주일에 한번씩 갔다고 그랬어요.”
코코아를 호르륵 호르륵 마시는 백현을 미소지으며 지켜보던 경수가 또 툭 내뱉듯 말했다.
“새 작품 제목 들었어?”
아뇨, 모르겠어요. 모르는 것이 나오자 소심하게 대답하는 백현에게 경수가 손을 흔들어 보였다.
백현이 경수를 따라 작게 손을 흔들다 아, 손! 하고 외쳤다.
경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백현이 한층 밝아진 얼굴로 되물었다.
“손? 책 제목이 손이에요?"
“응. 어떨 것 같아?”
어제 함께 식사하며 자신의 책을 읽어본 적이 있느냐 물어보니 백현이 네! ‘바람’ 읽었었어요! 하고 대답했다.
도경수 작가는 섬세한 표현과 함께 노골적인 단어를 많이 사용했는데, 그 예의 하나가 바로 글의 제목이었다.
그리고 제목에 따라 글에는 온갖 바람을 묘사하고 바람을 따라 두 남녀의 이야기가 진행되었었다.
“어, 손에 대한 묘사가 기대되요.”
“그래 맞아. 나도 기대 중이야.”
의문 가득한 백현의 표정에 경수가 계속해서 말했다.
책 제목이 손인만큼 손 묘사가 굉장히 중요해.
모델을 구하려고 했는데, 백현이 손이 이쁘더라고. 모델 해줄 수 있어?
작게 작게 감탄사를 넣어 호응하던 백현이 놀라 경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가 다시 고개를 숙였다.
커피를 마시면서도 백현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 경수 탓이었다.
계속 저렇게 보고 계셨나? 언제부터 보고 있던거야!
괜히 달아오르는 얼굴을 가리려 고개를 더욱 숙여 눈 앞에 보이는 손을 까딱까닥 움직였다.
어렸을 때부터 주변에서 손 예쁘다는 이야기를 들어오긴 했으나
모델이 될 만큼 이쁜지 모르겠어 고민이 되었다.
“제가 해도, 괜찮을까요?”
“응. 백현이 네가 해줬으면 좋겠어.”
어.. 어떻게 하지.. 그러면....
그래도 고민하는 백현에게 경수가 나지막하게 ‘정말로.’ 하고 말했다.
경수를 조심스레 살핀 백현은, 뚫어져라 곧게 응시해오는 시선에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럼 제가, 할게요.
경수 |
경수가 따뜻한 커피잔을 두 손으로 감싸며 베란다를 내다보았다. 저 멀리서부터 백현이 머리칼을 휘날리며 달려오고 있었다. 빨갛게 언 코와 귀가 귀여웠지만 허전한 목덜미가 추워보였다. 집에서 몸 좀 녹이고 밥을 먹일까? 아파트 입구로 백현이 들어서는 모습에 고민하던 경수가 남은 커피를 마저 마셨다. 빈 잔을 싱크대에 내려놓고 겉옷을 꺼내 입자 때 마침 초인종이 울렸다. 신발을 신던 경수가 다시 방으로 돌아가 목도리를 챙겨 나왔다.
노란색이 더 잘 어울릴 것 같긴 한데.
아쉬운 마음과 함께 경수가 집 밖으로 나섰다. |
한마디 |
스킵스킵 최대한 스킵해서 원하는 장면으로 넘어가겠어요 제 목표는 최대한 빨리 글을 마무리 하는 것! 그치만 아무리 빨리하려고 해도 시험기간 전에 하기는 힘들 것 같죠?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