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오백] 도작가의 손페티쉬 : 수(手)
3
“아.”
백현이 얼빠진 소리를 내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또 자신의 손을 살피며 멍 때리고 있었다.
내 손이 이뻐?
침대 위에 누워 손장난 하며 손가락을 보던 백현이 살짝 거칠어 보이는 중지 손가락을 보고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집임에도 불구하고 조심히 걸어 누나의 방으로 향했다.
곧장 누나의 화장대로 향한 백현이 핸드크림을 찾아들었다.
써도 되겠지?
살짝 눌러 내용물을 짜낸 백현이 손을 마구 비볐다.
그러다 모자란 양에 이번에는 힘껏 눌러 가득 짜냈다.
손을 아무리 비비고 비벼도 느껴지는 핸드크림에 인상을 찌푸리던 백현이 가득 바르면 좋지 뭐 하고 핸드크림을 제자리에 내려놓았다.
누나의 방에서 나가는 도중 손이 미끄러워 버벅거리며 나온 것을 제외하면 핸드크림을 바른 것은 좋은 선택 같았다.
내일도 일어나서 핸드크림 발라야지.
미끌거리는 손으로 휴대폰 알람을 맞춘 백현이 두 손을 모은 채로 눈을 감았다.
자다보면 흐트러질 자세임을 알지만 그냥 그렇게 잠들고 싶었다.
-
모르는 번호에 받을까 말까 하던 백현이 010 으로 시작되는 번호에 전화를 받았다.
다짜고짜 ‘백현아’ 하고 부르는 남자에 백현이 누구세요? 하고 묻자 상대방이 답했다.
[나 도작가. 올 때 케이크 하나만 좀 사다줄래?]
“케이크요?”
[응. 하얀 크림 있는걸로. 크기는 상관없고, 너가 먹고 싶은 걸로 사와. 돈 줄게]
“네-”
왠 케이크지?
전화를 받기 위해 장갑을 벗었던 백현이 다시 장갑을 끼고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어제 손을 살핀 것처럼 케이크를 두고 한참을 고민해 딸기가 잔뜩 얹어진 생크림 케이크를 구입했다.
“안녕하세요.”
“안녕. 밖에 많이 춥지?”
“목도리랑 장갑해서 괜찮았어요.”
“그래 목도리 잘하고 다녀.”
“네”
경수가 목도리를 말하자 왠지 쑥스러워진 백현이가 목도리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러다가 아직까지도 옅게 맡아지는 향수 냄새에 경수를 흘깃 살폈다.
“손 씻고와. 케이크 먹자.”
경수는 아직 신발을 벗지 않은 백현에게서 케이크를 건내 받고 안으로 들어갔다.
백현은 경수의 말대로 화장실로 가 손을 씻었다.
평소에는 물로 대충 씻었지만 오늘은 비누로 두 번이나 씻었다.
화장실에서 손을 털털 털며 나온 백현이 테이블 아래에 앉았다.
바닥에 깔린 러그가 폭신폭신 해서 기분이 좋았다.
어쩌면 오랜만에 먹는 케이크에 기분이 좋아진 걸지도 몰랐다.
케이크를 한 조각 잘라 접시 위에 담은 경수가 백현의 앞에 데운 흰 우유와 케이크를 통째로 내려놓았다.
“맛있는 걸로 잘 사왔네. 먹자.”
제 포크는 안주세요?
백현을 약올리듯 혼자서 케이크를 먹기 시작하는 경수를 바라보던 백현이 경수와 눈이 마주쳤다.
“안 먹어?”
“그 포크..”
울상인 표정의 백현에 경수가 또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여태 잘생겼다고 생각한 웃음이 오늘은 얄미워 보였다.
“안 돼. 손으로 먹어야지.”
“손으로요?”
“손 모델 해주기로 했잖아. 앞으로 우리집에서 먹는건 다 손으로 먹어. 알겠지?”
백현이 머뭇거리자 경수가 어제 손모델을 부탁했던 ‘정말로’ 톤으로 ‘어서’ 하고 말했다.
백현은 에라 모르겠다 케이크를 한웅큼 쥐었다.
하얀 생크림이 백현의 고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왔다.
입가에 크림이 잔뜩 묻는게 느껴졌지만 먹던 케이크 조각을 내려두기도 그래서 백현은 꿋꿋이 한 조각을 먹어냈다.
바깥 쪽 손목에 묻은 크림이 떨어지려하기에 급하게 입술로 닦아내고 나자 맞은편의 경수가 생각나 멈칫 굳었다.
백현이 슬쩍 살핀 경수는 입을 살짝 벌린 채로 백현을 보고 있었다.
반쯤 내리깐 눈이 백현의 손을 따라 움직였다.
쥐었던 케이크를 다 먹고 이번에는 딸기를 먹는 백현의 모습에 경수가 저도 모르게 아. 소리를 냈다.
그 소리에 백현이 먹던 것을 멈추고 뭐냐는 듯 바라보자 경수가 아니야, 계속 먹어 하고 손짓했다.
다시 쥔 케이크를 먹으며 티나지 않게 살펴본 경수는 아예 포크를 놓고 본격 관찰 중이였다.
“으.”
이번에 소리낸 것은 백현이었다.
케이크 속에도 딸기가 있을 줄은 모르고 케이크를 움켜쥔 탓에 딸기 즙이 흘러 팔목을 따라 흘러내렸다.
닦을 것을 찾다가 걷어부친 소매에 닿기 전에 팔을 따라 핥아먹었다.
귀찮으니까 좀 있다 손 씻을 때 같이 씻어야지.
“하아.”
깊은 한숨소리가 들려오고 눈이 마주친 경수는 백현에게 그저 고개를 저어보였다.
백현은 다시 케이크를 움켜쥐었고 케이크에 빠질 듯이 얼굴을 묻으며 먹었다.
가끔 엄지손가락에 크림이 너무 많이 뭉쳐있다 싶으면 한번씩 쪽 빨아 먹는 것도 잊지 않았다.
너무 달다 싶으면 케이크 위에 장식된 딸기를 들어 가득 베어먹기도 했다.
-
“도작가님?”
케이크의 절반 정도를 헤치운 백현이 배가 불러 케이크를 한쪽으로 미루고 손가락에 묻은 크림들을 쪽쪽 빨아먹으며
아직도 멍한 느낌의 경수를 불렀다.
“더 먹지 왜.”
“배불러서 더 못 먹겠어요. 지금 다 먹어야 되요?”
“아니. 다음에 와서 또 먹어.”
“네. 저 손 씻고 나서 치울게요.”
그래.
경수가 사그라질 듯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백현이 화장실로 들어가고 손 씻는 소리를 들으며 경수는 테이블 위로 엎드려 고개를 묻었다.
그래 이정도란 말이지.
마구 풀려있던 얼굴을 재정비한 경수가 벌떡 일어나 케이크를 치우기 시작했다.
백현은 모르겠지만 케이크를 치우며 경수는 결정했다.
수(手)의 수위를 상향 조정하기로.
-
백현이 화장실에서 나오자 얼추 치워진 테이블 옆에 경수가 편안히 앉아있었다.
“앉아봐.”
백현은 경수가 두드린 자리에 얌전히 앉았다.
경수는 만지작 거리던 귤의 껍질을 벗기기 시작했다.
“귤 더 먹고 싶으면 말해.”
두 개의 깐 귤을 백현이 앞 테이블에 놓은 경수가 오른쪽 손바닥을 내밀었다.
“에?”
“손.”
“여기요.”
경수는 백현이가 올려놓은 손을 유심히 살폈다.
손의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세세하게 손톱을 보고 그 아래의 쭉 뻗은 손가락들을 따라서 손등까지 내려왔다가 다시 전체적인 모습을 보기도 하고.
손가락을 하나하나 만지다가 손톱 위를 문지르는 경수에 부끄러워진 백현이 손을 움츠렸다.
“쓰읍.”
그러자 백현이의 손을 부드럽게 펴내는 경수.
이어서 손을 돌려 손바닥의 손금을 따라 만지기도 하고 손가락을 접었다 펴보기도했다.
“땀 난다. 원래 손에 땀이 많아?”
“아뇨, 별로 없는데..”
아, 아. 속으로 연신 감탄만 내뱉던 백현이 힘줘서 주먹을 쥐게 된 것은 경수가 다시 손을 돌렸을 때였다.
그대로 손등을 들어 냄새를 맡는 듯 하더니 그대로 입술이 닿았다.
“흡!”
백현이 숨을 들이키는 소리는 경수의 두 입술 사이로 혀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경수의 혀는 백현의 손을 거슬러 올라가 손가락 끝가지 올라왔다.
그리고 손 끝에 쪽 하고 소리를 내며 백현이의 손을 놔주었다.
“오늘은 이정도면 되겠다. 난 작업할테니까, 귤 먹고 가.”
경수의 한쪽으로 웃는 잘생긴 웃음에 백현이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귀엽다는 듯 미소지은 경수가 방으로 들어가기 전에 한마디 더했다.
겨우 고른 숨을 쉬게 된 백현은 그 한마디에 다시 빨게지고 말았다.
“맛있더라.”
귤이 맛있다는 말인데 왜 부끄러워지는거야.
백현이는 차마 귤을 볼 수 없었다.
경수 |
뭔가를 쓰기 위해 바삐 움직이던 손가락들이 키보드 위에서 움찔거렸다. 경수는 키보드 위의 손을 아예 내렸다.
케이크. 초콜릿. 아이스크림. 젤리. 와인. 피아노. 리본. 크림. 나체.
그 고운 손은 어떤 것과 가장 잘 어울릴까? 경수의 머릿속에 끊임 없이 여러 아이템들이 떠올랐다.
음, 음.
머릿 속으로 백현의 손과 매치해보던 경수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다시 키보드 위를 손을 올렸다.
뭘 고민해. 다 해보면 되지. |
한마디 |
세세한 묘사를 하고 싶은데 오늘이 지나면 다시 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서 최대한 빨리 많이 쓰려고 하고 있어요 그래서 엉성하고 중간에 생략된 것들도 많아요 제일 속상한 것은 브금처럼 느긋하고 묘사를 자세히 하고 싶은데 그게 안되는거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정말 속상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백현이의 크림이 묻은 손목 바깥 족은 바로 저 빨간 동그라미 표시가 있는 부분이에요 저 곳에 묻은 크림을 핥으려 하는 백현이를 보고 경수는 헉했겠죠?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무튼 못 오기전에 더 쓸 수 있도록 부지런히 손을 움직여야겠어요 계속 쓰다가 딴 곳으로 세는데 흡사 과제하는 것 같네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