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오백] 도작가의 손페티쉬 : 수(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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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손을 살피던 그가 눈을 치켜뜨자 눈이 마주쳤다.
자신의 반응을 살피듯 천천히 벌어지는 입술 사이로 혀가 나오고 그대로 손등 위를 핥는다.
으아. 부끄러워. 어디서 본 장면 같은데.
아하, 작가님 집에서 있었던 일이구나. 그럼 오늘도 가야겠네.
잠 잔지 꽤 오래된 것 같은데, 지금이 몇 시지?
“핫!”
잠에 취해 비몽사몽하던 백현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휴대폰을 확인하니 10시 42분.
11시까지 30분도 안 남은 시간이었다.
으앙 왜 알람을 못 들은거야!
백현이 제자리에서 훌렁훌렁 옷을 벗었다.
그대로 욕실로 달려가 다짜고짜 샤워기를 틀었다가 나오는 찬물에 화들짝 놀래기도 했다.
그래도 다행인지도 몰랐다.
제 시간에 일어났다면 어제일이 떠올라 준비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을테니까.
-
“도작가님!”
시계를 확인하니 딱 11시.
현관문이 열리고 보이는 경수의 모습에 백현이 반갑다는 듯 소리쳤다.
덜 말린 머리는 끝이 얼어있고, 반쯤 뒤로 벗겨진 패딩 사이 보이는 것은 얇은 티 한 장이었다.
달려왔는지 거친 숨을 내뱉은 입술 사이로 입김이 함께 나왔다.
빨간 색을 띄고 있는 두 볼과 귀 끝, 그리고 코끝이 꽤나 귀여운 모습이었다.
“볼 빨갛다. 얼른 들어와.”
현관문을 더욱 활짝 열며 들어오라 손짓하는 경수에 백현이 힛하고 웃으며 따라 들어섰다.
따뜻한 실내의 온도를 느끼듯 눈을 감은 백현이 얼은 몸과 함께 다리도 녹는 다는 듯 스르륵 러그 위로 앉았다.
“뛰어왔어?”
“아, 네. 일어났더니 10시 42분인거에요. 그래서 진짜 빨리 씻고 달려왔어요.”
“일찍 안자고 뭐 했어.”
“어저께 작가님이! 이... 티비 보다가요.”
백현이가 말을 흐리자 경수가 웃으며 다음부터는 늦으면 늦는다고 연락하고 느긋하게 와. 라고 대꾸하며
백현이 아무렇게나 벗어둔 패딩을 들어 의자에 걸어놓았다.
“일단 밥부터 먹을까?”
-
“어디가세요?”
“뭐 좀 사러. 쉬고 있어.”
같이 가자는 백현에게 추우니까 집에 있으라고 대답한 경수가 코트를 입었다.
백현이의 다녀오세요 인사를 받으며 경수가 나가자 백현이는 몸의 힘을 풀고 편히 앉았다.
늘어진 몸처럼 아래를 향한 눈에 띄는 것은 제 두 손.
백현이는 오늘은 뭐하시려나, 하다가 네 발로 기며 패딩 가까이로 갔다.
패딩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핸드크림.
목도리도, 장갑도 두고 나왔지만 바쁜 와중에 핸드크림은 잊지 않았다.
금방 오실테니까 티 안나게 조금만 발라야겠다.
백현은 핸드크림을 손 위로 짜고는 다시 패딩 주머니 깊숙이 집어넣었다.
그리고 열심히 핸드크림을 바르다가 어제의 경수가 생각나 제 손을 들어 냄새를 맡아보았다.
하지만 이미 핸드크림 범벅이 된 두 손에서 나는 것은 핸드크림의 향뿐이었다.
에이. 하고 실망한 백현이 이번에는 제 손등을 살짝 핥았다가 핸드크림의 맛에 으으 하고 얼굴을 구기기도 했다.
“연락도 없네.”
휴대폰을 들어 이것저것 살피던 백현이 오늘도 연락 없는 친구들을 떠올리며 뒤에 놓인 소파에 등을 기댔다.
배부르고 따뜻하니까 노곤해진다. 자고 싶어. 그래도 자면 안 돼.
무겁게 느껴지는 머리가 소파 위로 편히 눕혀지고, 눈에 보이는거라곤 집 천장 뿐이었다.
아, 눈 감긴다. 잠깐 감았다가 떠야지.
-
그로부터 백현이 눈을 뜬 것은 오후 4시였다.
흐릿한 시야로 거실 한쪽 벽에 걸린 시계가 오후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언제 잠들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충분히 경수가 돌아오고도 남았을 시간이란 것은 분명했다.
“일어났어? 졸리면 더 자.”
“아! 아니요!”
백현이 자신의 옆에서 책을 읽고 있던 경수에 놀라 자세를 바로 잡았다.
잠이 다 깬 듯 보이는 백현의 모습에 경수가 책갈피를 하고 책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백현을 마주보기 위해 자세를 틀었다.
“배는 좀 꺼진 것 같애?”
“네에. 근데, 언제 오셨어요?”
“방금?”
빙그레 미소짓는 경수의 모습에 백현이 좌절했다.
오신지 꽤 되셨구나.
바닥을 내려보며 안절부절 못하는 백현의 얼굴을 살피기 위해 백현 쪽으로 몸을 기울인 경수가 대뜸 물었다.
“술 마셔 본적 있어?”
“네?”
“궁금해서.”
백현이 졸업 여행 때 조금 마셔봤어요. 하자 경수가 이어서 주량이 얼마나 되냐 물었다.
모르겠어요. 그때 소주 밖에 없었는데, 맛이 없어서 몇 잔 먹고 안 먹었거든요.
“수능 끝나고 친구들끼리 모여서 먹지 않아?”
백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네, 졸업식 날 저녁에 만나기로 했어요. 했다.
경수가 기다렸다는 듯 씨익 웃으며 말했다.
어른한테 술 배워야 술주정 없는거 알지? 내가 술 가르쳐줄게.
“지금이요?”
“아니 나중에. 오늘은 초콜릿 먹자.”
놀라서 되묻는 백현이에게 경수가 대답해주며 옆에 놓아둔 초콜릿 상자를 테이블 위에 놓았다.
뚜껑을 열자 초콜릿의 달큰한 냄새가 퍼져 집안을 채웠다.
초콜릿의 종류와 양이 많은 탓도 있었지만 실내에 둔 초콜릿이 반쯤 녹은 탓도 있었다.
“다 녹았네...”
아쉬운 듯 초콜릿을 바라보던 백현에게 경수가 어제처럼 손을 내밀었다.
양 손 중 좀 더 고운 왼손을 건내주는 백현의 손을 잡으며 경수가 반대쪽으로 줘. 했다.
“왼손이 더 나으실텐데.”
“왼손에 점 있잖아. 여기로는,”
초콜릿 먹어줘.
점이 초콜릿 색이니까 초콜릿이랑 잘 어울리겠다.
경수의 말에 갑자기 왼손 엄지손가락 위의 점이 간지러워 검지로 긁은 백현이 작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초콜릿, 많이 녹았는데.
경수는 머뭇거리는 백현을 보채지 않고 그대로 초콜릿 하나를 집어, 잡고 있던 백현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그대로 힘을 줘 백현이의 손을 주먹쥐게 만들었다.
백현이의 손 안에서 뭉게진 초콜릿이 손가락 사이로 삐죽삐죽 세어나왔다.
손의 온도에 느리지만 착실하게 녹아가는 초콜릿이 슬금슬금 범위를 넓혀가기 시작했다.
녹은 초콜릿의 감촉에 작게 움찔거리던 백현의 손을 조심히 펴준 경수가 말했다.
“먹어.”
그 음성이 어찌나 나지막하면서도 힘 있는지, 백현이는 홀린 듯 제 손바닥을 핥았다.
손등을 핥았을 때와는 달리 너무나도 달콤하고 맛있는 초콜릿이 입안 가득 퍼졌다.
경수는 아래 놓여있떤 백현이의 오른손을 잡고 초콜릿을 먹는 백현이를 감상했다.
포근한 실내의 온도가 아까보다 좀 더 높아진 듯 했다.
<경수> |
경수가 발걸음을 잘게 놀려 집으로 돌아오자 살펴본 백현은 소파에 기대 잠든 모습이었다. 살금살금 발걸음을 조심히 옮기며 경수가 옷을 벗고 짐 정리 후, 초콜릿과 함께 백현의 옆에 조용히 앉았다. 성인이 된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앳된 얼굴이 평온한 얼굴로 새근새근 코를 골았다. 귀여워라. 어째서 스무 살 남자애에게 노란색이 어울릴거라 생각했지하고 살짝 고민해보았었다. 그러다 떠오른게 병아리였다. 남자애 그것도 다 큰 아이에게 붙이기에는 낯간지러운 동물이었지만 잠든 백현을 살펴보고 있으니 노란색이 어울릴만해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다른 남자애들처럼 축구나 농구를 하며 뛰노는 걸 좋아하는지 옷 사이로 보이는 속살보다는 살짝 더 까만 얼굴이지만 아이처럼 볼이 귀엽고 코끝이 둥글다. 따지자면 눈도 둥글고 귀도 둥그네. 백현의 이곳저곳을 살피는 경수의 시선이 어깨와 팔을 따라 그대로 아래로 향했다. 손. 도저히 남자아이 손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곱고 길게 뻗은 두 손. 경수는 가까이에 놓인 백현의 오른손을 흘깃 살피다 꼭 잡았다. 어제 케이크를 이을 다음 아이템은, 초콜릿이다. 왼손 엄지 위에 누가 흘린 듯 콕 찍힌 점을 초콜릿과 함께 보고 싶었다. 백현아. 한 숨 자고, 오늘은 초콜릿 먹자. 경수가 기분 좋게 책을 펼쳤다. 어디까지 읽었더라. 다 읽기 전에 일어나면 좋겠는데. |
다음주가 시험 전주고, 보조 교사로 활동 나가는 것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을 것 같애서 최대한 빨리빨리 쓰려고 하고 있어요 어제 쓸 수 있을만큼 쓰고 잘 것을 오늘 다시 이어 쓰려니 이상해요 읽을 수록 이상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백현이 손과 작가 경수를 두고 왜 이것밖에 못 쓰는거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울고싶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무튼 오늘안에 다음 글이 올라오지 않는다면 앞으로 2주동안은 못 오는거에요...흑한마디
생각 못하고 있었는데 암호닉 신청해주신 분들이 계셔서요 몽몽몽 애기곰 모자란게 많은 글이고해서 암호닉 신청하신 분들께 드릴 혜택이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신청해주셨으니까 안 까먹고 잘 기억하고 있을게요 암호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