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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lin rouge, 00


21세기, 현대 과학기술의 발전, 그리고, 자유와 낭만의 시대.


석진은 늘 생각해 왔다. 비록 자신의 집안 형편이 좋지는 않았지만 자유가 있으니 상관없다고. 돈과 같은 물질적 가치보단 사랑하는 여자 한 명만 있으면 된다고. 사랑, 그건 석진이 가장 중요시했던 부분이었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석진은 사랑을 해 본 적 없었다. 게다가 석진은 소설가가 되고 싶었다. 사이가 좋지 않았던 석진의 아버지와 어머니와는 다르게 낭만적인 삶을 살며 소설가가 되어 평생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삶. 그게 석진의 이상적 삶이었다. 아르바이트를 해 돈을 모아 다양한 책을 사 공부를 하고 영감을 받아 소설책 몇 권을 집필하기도 했다. 그렇게 석진의 커리어는 탄탄대로를 걷는 것만 같았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사랑을 해 보지도 않은 자가 어떻게 사랑에 대한 글을 쓸 수 있겠는가. 석진은 고민했다. 우선 그 지옥 같은 집구석에서 나와야 했다. 매일 저녁 석진의 방문 밖에선 어머니의 울음소리와 아버지의 고함으로 가득했다. 술 냄새로 가득한 집을 보며 석진은 다시 한 번 술은 입에도 대지 않기로 다짐했었다. 그렇게 방문을 닫고 조용히 숨죽여 글만 써내려가던 석진에게 어느 날 구원과도 같은 전화가 왔다. 고등학교 시절 가장 친했던 친구였다. 석진은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폴더폰을 귓가에 가져다 댔다. 내가 유학을 가서 몇 달 동안 집을 비워야 하는데 우리 집 좀 맡아주지 않겠느냐고.


어머니에겐 미안하지만 석진은 자신을 짐처럼 여기던 어머니에게조차 아무런 애정을 느끼지 못했으니 그 길로 얼마 없는 짐을 꾸려 집을 나왔다.


" 저 처죽일 놈의 애새끼... 그래! 차라리 나가라, 나가! 내 눈앞에서 꺼져버려 씨발... 너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 내가 누군지 아냐고, 야! "


문 뒤편에서 들리는 아버지의 말을 그대로 무시하고.



**



친구의 집은 생각보다 깔끔했다. 깔끔한 성격의 석진에게 딱 어울렸다. 잘 사는 친구의 집은 복층으로 이루어졌었다. 2층은 다락방처럼 작았는데 작은 창문이 있어 햇살도 들어와 아늑하고 좋았다. 거기서 글 작업을 하기로 석진은 마음먹었다.


시간이 흐르고, 석진은 글을 차츰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사랑 얘기는 상상 속에서 만들어내도 충분했다. 석진은 집필한 원고를 프린트해 출판사들을 일일이 찾아가 자신을 어필했다. 힘들었고 가난했지만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니 됐다고 석진은 생각했다. 그날도 역시 출판사를 찾아가 퇴짜를 맞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 저기... "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누구지? 석진은 현관문 다이얼을 누르다 말고 경계심을 품은 채 목소리의 주인공을 향해 얼굴을 돌렸다. 웬 정장일까 싶었다.


" 글 쓰시죠? 아, 저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 옆집 사는데, 모르셨구나? "


자신을 전정국이라고 소개한 남자는 사람 좋은 웃음을 보이며 대뜸 악수를 청했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몰랐던 석진은 머쓱해 하며 살짝 미소 짓고 악수를 했다. 정국은 배우 지망생이었다. 일단 손님을 밖에 세우는 건 예의가 아니니 석진은 정국을 집으로 들였다.


" 그래서 용건이 뭐예요? "

" 켁, 거참 성격 급하시네. 다른 게 아니라... 혹시 물랑루즈 아세요? "


정국은 석진이 건넨 오렌지 주스를 벌컥벌컥 들이켜다 급한 석진의 질문에 목이 막혀 황당하다는 듯이 석진을 올려다봤다. 물랑루즈. 바깥세상 일에 별 관심이 없던 석진은 무슨 아이돌 그룹 이름이겠거니 생각하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일단 저 질문을 자신에게 왜 하는 건지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정국은 잠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는 갑자기 일어나 석진을 데리고 그의 옷장으로 향했다. 아니, 뭐, 뭐 하시는! 딱 봐도 자기보다 나이도 어려 보이는데 힘은 또 왜 그리 좋은 건지. 석진의 옷장을 벌컥 연 정국은 옷걸이들을 뒤지며 혀를 끌끌 찼다.


" 얼굴도 반반한 사람이 왜 옷은 이런 것밖에 없어요? 어휴, 이게 다 언제적 유행하던 거야. "


자신의 패션센스만큼은 확고하다고 생각했던 석진은 기분이 조금 나빠졌다. 정색하며 정국의 행동을 노려보고만 있었다. 정국도 그럴 것이 석진은 옷 입는 것엔 딱히 관심이 없었다. 자신이 입는 게 곧 패션이요 스타일이다. 그렇게 한참을 뭔가를 찾던 정국은 찾았다, 하며 석진이 아는 친구네 할머니 장례식 때 딱 한 번 입고 말았던 정장을 들었다. 입고 나와요. 석진은 황당했지만 정국의 포스에 기가 죽었다. 그리고 배우지망생이면 그래도 비슷한 업계니까 친해지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고. 정장을 입고 나온 석진을 보며 정국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안목을 칭찬했다.


정국은 석진을 데리고 집에서 나와 지하주차장으로 향해 자신의 차에 태웠다. 어린 나이에 벌써 차도 있네, 석진은 조금 놀랐다. 


" 근데 우리 어디 가요? "

" 물랑루즈. "


어라, 이젠 말도 놓네. 석진은 화가 머리 끝까지 났지만 정국의 표정은 몹시 진지했기에 별꼴이야, 하며 넘겼다. 물랑루즈는 공교롭게도 아이돌 그룹이 아니라 무슨 장소인 것 같았다. 한숨을 푹 쉬며 창밖을 내다보던 석진은 그대로 잠에 들었다. 몇 시간만에 모든 일들이 일어나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



정국의 차는 꽤 오랫동안 달렸다. 석진이 부스스한 머리를 정리하며 눈을 떴을 때 도착했으니 말이다. 정국은 석진에게 내리라고 말한 뒤 자신도 차에서 내렸다. 아니 도로 한복판에 차를 세우는 미친 자가 있다니. 석진은 황당했다. 정국은 차 키를 이쪽으로 걸어오는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에게 건네고 석진을 불렀다. 석진이 정국을 향해 몸을 돌린 순간, 어마어마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방탄소년단] Moulin rouge 00 | 인스티즈


물랑루즈는 마치 궁전 같았다. 흰색 빌딩은 노란색 조명을 받으며 은은하게 빛났고 그 주위엔 다양한 작은 건물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태어나서 난생처음 보는 장면에 석진은 눈을 떼지 못하였다. 그들만의 세상. 말 그대로 그들만의 세상이었다. 정국은 슬쩍 웃으며 석진의 팔목을 잡아 이끌었다. 이렇게 화려한 건물이 있다는 것을 왜 알지 못했을까 석진은 생각했다.


" 정치계의 고위 인사들, 유명한 연예인들, 심지어 할리우드 스타들까지 찾아오는 곳이 바로 물랑루즈예요. 언론 통제를 해 놨으니 일반인은 마음대로 출입하지 못하죠. 뭐 하는 곳이냐고요? 카지노와 클럽, 그리고 홍등가를 다 섞어 놓은 곳이라고 하면 될까. "


석진은 경악했다. 석진이 혐오하는 세 가지를 모아놓은 곳이나 다름없었다. 당장에라도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었지만, 정국이 한발 빨랐다.


" 사실 이곳의 정확한 명칭은 없어요, 근데 다들 물랑루즈라고 부르죠. 왜냐, 물랑루즈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대다수거든요. 물랑루즈는 속된 말로 그냥 무도회장이에요. 음, 쉽게 말하면 물랑루즈 소속 여자들과 돈 많은 남자가 날뛰고 노는 곳. 제가 석진 씨를 데리고 온 이유는 이거예요. 물랑루즈에서 최근 극단을 새로 만든다는 소문이 도는데 난 거기 들어가고 싶거든요. 뭐 아시다시피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근데 내가 거기를 무슨 수로 들어가겠어요. 석진 씨 글 쓰잖아요, 극본도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무슨 말인지 알죠? "


" 제가 남자주인공인 극을 써 주세요. "


석진은 인상을 찌푸렸다. 물론 글을 쓰는 건 마찬가지지만 갑자기 장르를 전향하는 건 조금 힘들다. 게다가 내가 극을 쓴다고 물랑루즈에서 날 받아주는 것도 아니고. 조금은 무리수였다. 아니, 조금이 아니라 많이. 그리고 어떻게 오늘 처음 본 나를 데리고 이런 곳을 올 생각을 했지? 일반인 출입금지라면서 그럼 전정국은 일반인이 아닌가? 그렇다면 나는? 수많은 질문이 석진의 머릿속을 채웠다. 석진을 데리고 지하 어딘가로 내려가던 정국은 석진의 눈치를 보다가 도착했는지 새빨간 색의 문 앞에 서서 무슨 좋은 수가 생각난 듯 장난스럽게 웃었다.


정국이 문을 열었다. 



**



[방탄소년단] Moulin rouge 00 | 인스티즈



시끄러운 음악과 사람들의 환호성, 그리고 여자들의 교태 섞인 웃음이 석진의 귀를 강타했다. 절로 얼굴이 구겨졌다. 몸을 사고파는 행위는 석진이 정한 사랑과는 매우 어긋나 있었다. 그리고 사람 많은 곳은 딱 질색이었다. 석진이 부모님의 하룻밤 사이 일어난 실수로 태어나버린 것처럼, 여기는 그런 생각 없는 사람들만이 오는 것으로 생각하고 지냈기 때문이다.


" 물론, 여자주인공은, "


여자들이 중요부위를 겨우 가릴 듯한 짧은 드레스를 입고 음악에 맞춰 방방 뛰고 있었다. 남자들은 그런 그녀들을 보고 좋다며 술을 들이켰다.


" 여기에서 가장 유명한, "


정국은 멍하니 서 있는 석진을 보고 웃더니 그를 메인 스테이지 쪽으로 이끌었다. 그러고는 스테이지 위에서 다른 여자들과는 다르게 혼자서만 금색 드레스를 입고 금색 티아라를 쓴 새빨간 입술의 여자를 향해 손가락을 들어 가리켰다. 여자는 석진과 눈이 마주쳤다. 


" 저 여자로. "


여자가 석진을 향해 야실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



❤︎ 사담 ❤︎

안녕하세요 오늘 처음 인사드리게 된 페이퍼하트입니다 :)

분량 조절 완전 실패했네요 ㅠㅅㅠ 마지막은 꼭 정국이의 저 대화로 끝내고 싶었다 보니까...... 


제가 아직 포인트를 받을 정도는 아닌 것 같아서 포인트는 0으로 설정해 놨어요. 그냥 많은 분이 읽으셨음 좋겠다 싶은 것도 있었고요. 연재를 하면서 포인트가 올라갈 수도 있는데 저도 다른 분들의 글을 많이 읽어보니까 포인트 많으면 잘 안 찾게 되더라고요 ㅠㅠ 적당히 올리도록 할게요


제목에서 보이는 것처럼 이 글은 물랑루즈를 보고 영감을 받아 쓴 글이에요. 좀 야하긴 해도 물랑루즈가 제 인생영화거든요. 콘셉트는 21세기의 물랑루즈예요. 작가의 역량이 미흡해서 제대로 묘사를 못 하겠더라구요, 물랑루즈의 분위기를. 그래서 사진을 좀 썼어요. 몰입하는 데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요. 아 근데 두 번째 움짤은 그 위대한 개츠비에서 나온 장면이에요. 오해 없으셨길 바라요.


네, 예상하셨다시피 저 여자가 바로 우리의 여주예요. 더 이상의 스포는 자제할게요. 그리고 이 글은 으음... 반응 연재일 것 같아요. 아무래도 찾아주시는 분이 없으면 쓰고 싶은 마음이 안 들고 그럼 퀄리티도 떨어지니까요. 연재 텀도 느려요 이해해 주셨음 합니다


암호닉 신청 있을진 모르겠지만 일단 받도록 할게요 언제든지 남겨주세요 하트 하트


읽어주셔서 넘나 감사해요 T-T



반응 연재, 연재 느려요

(배경과 글씨체 수정을 위해 글을 수정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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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헉 첫화부터 분위기가 장난아니네요,,신알신하고 가요! ❤️❤️❤️
8년 전
페이퍼하트
아이고 전 왜 댓글들을 지금 봤을까요 ㅠㅅㅠ 신알신 감사해요 아이 럽 유
8년 전
독자2
스토리 좋은 거 같아요!!!
8년 전
페이퍼하트
감사해요 열심히 쓸게요 하트 하트
8년 전
독자3
스토리 참신하고 좋아요 기대할게요!
8년 전
페이퍼하트
고마워요 기대해 주세요!
8년 전
독자4
와진심..쩐다ㅜㅠㅜㅜㅜㅜㅜㅜㅜㅠ암호닉받으시나여ㅜㅜㅜ제가 암호닉잘신청안하는데 [ 종이 ] 로 신청해여...부탁드립니다ㅜㅜㅜㅜㅜ미치겠네ㅜㅜ발렷서 설레서 토할것같아요ㅜㅜㅜㅜㅜㅠㄴ엉엉넘나좋다 배경색깔은 과반수로 정하겠지만 제생각엔! 석진이 분위기랑 흰색이 잘 어울리고 무엇보다 가독성이 좋은것같아요! 제생각은그렇습니다..)-_( 쭈굴 아무튼간에 다음편 정말 기대합니다..!!!
8년 전
페이퍼하트
절 매우 치세요 전 지금 댓글들을 봤답니다 하아...... 네 암호닉 받아요! 아이고 ㅋㅋ 토하지는 마세요 맴 아파 ㅠㅅㅠ 저도 기독성 때문에 흰색으로 할까 했지만 검은색이 1위를 해서 검은색으로 하려구요! 다음 편도 기대해 주세요 하트
8년 전
독자5
안녕하세여 글잡 지박령인데여 대작스멜 맡고 찾아왔습니다 킁킁
분위기...소재도ㅜㅜㅜ제가 저 영화를 안봐서 줄거리를 모르지만 기대가 많이 되요![첼리]로 암호닉 신청하고갑니당 추천도!

8년 전
페이퍼하트
암호닉 + 추천 감사해요 ㅠㅅㅠ 영화와 비슷하긴 한데 각색을 많이 해서 모르셔도 전혀 지장 안 될 것 같아요! 아무튼 기대해 주세요 사랑합니다
8년 전
비회원21.147
스토리짱인듯.... 암호닉신청[뀩]으로할께요!!! 되게기대되요 ㅠㅠㅠㅠㅎ!!
8년 전
페이퍼하트
감사합니다 암호닉도 고마워요! 기대 많이 해 주세요 아이 럽 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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