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그 토끼를 보내고 난 뒤 다시 연습실로 돌아와 멍한 눈빛으로 문만 응시하고 있는데
문이 팍!! 열리더니 도현이가 뛰어들어왔다.
“뛰지마, 땅 울려 임마”
“형!!형!!!그것보다 되게되게 빅뉴스있다니까!!”
“뭔 놈의 빅뉴스”
“형이 맨날 말하던 그 토끼있잖아!!내가 그 비슷한 사람 봤다니까?!”
“나도 봤다 임마.”
내가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자 이게 아니라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도현이
이 주위에 살고 있었으면 내가 못 봤을리가 없는데..
“그래서 뭐라고 했어?”
“뭘 뭐라고 해”
“아니!!무슨 말이라도 걸었을 꺼 아녀!!”
“말은 개뿔이,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했다.”
“와...진짜 예림이한테 한 거 반만 했어봐! 그 토끼 금방 친해지고도 남았을껄?”
자꾸 나를 질책해대는 도현을 한 번 째려봐주니
도현이 위협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면서 ‘왜 째려봐?’ 한다.
그 말에 어쩔 수 있으랴, 천천히 눈빛을 거둬들일 수 밖에
내가 들어와도 한참 브래드와의 대화에 집중하고 있던 예림이 토끼이야기가 나오자
갑자기 도현이 옆으로 다가와서 말을 건다.
“그 토끼, 찾았어?”
“어, 예림아!!범준이 형 완전 바보야!!”
“...왜?”
“그 토끼를 봐놓고서도 아무 말도 못했대잖어!”
“아..베이스로 들여온다며 계속 이렇게 베이스 비워둔 채로 갈 수도 없고..”
“그러니깐!아 진짜 범준 형 적극성이 없어 적극성이!!”
도현이는 또 쿵쿵쿵 땅을 울리면서 연습실을 나가버렸고
남은 건 나를 응시하는 예림이의 눈빛 뿐.
“왜 그래?”
“오빠, 별다른 감정..있는 거 아니지?”
“뭐? 그게 무슨소리야.”
“아, 아니야 내가 별 소리를 다 한다 그치?”
예림이는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이고는 이만 가봐야겠다며 자리를 뜬다
아무래도 저거....
“질투인가?”
“what?”
“엄...Nothing.”
기초생활영어반의 효과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는 브래드와도 의사소통이 되는건가...흡...드디어!!
“That jealous? Well Yelim do not think it'd be the case.”
그렇게 나의 꿈은 산산히 부서지고..
그렇게 밴드가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
“어어...”
브래드는 씨익 웃어보이더니 예림이를 따라하는 듯 내 빵모자를 툭툭 치고는 연습실을 나간다.
결국 브래드와 나의 언어의 장벽은 넘을 수 없었던 걸까...두둥..
혼자 연습실에 남아있는 것도 좀 그래서 토끼도 찾아볼 겸 밖으로 나왔다.
“악!”
그런데 연습실에서 나오자마자 나에게 달려드는 어떤 물체로 인해서
그만 뒤로 꽈당! 넘어져버리고 말았다.
매우 다행히 도현이는 아닌 듯 짓눌러오는 무게가 그리 무겁지만은 않다.
“죄송!!죄송합니다!!”
“아..괜찮은데..”
갑자기 내 위의 무게가 없어지고 허겁지겁 사과를 하는 음성이 들려왔다.
먼저 내 소중한 빵모자를 주워든 뒤 내 위로 넘어진 사람을 보는데
이게 웬걸, 빨간 토끼가 쑥쓰러운 듯 뒷머리를 긁적이며 내 앞에 서있었다.
동글동글한 눈으로 내 눈치를 보며 연신 죄송하다, 미안하다며.
사랑스러운 토끼가, 내 앞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