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기 서라!!!!도둑아!!!!!!! " 자그마한 마을에 오랜만에 열리는 마을 장터에서 왠 소란스러운 외침이 들려오고 있었다. 그 소리를 피해 자기 품에 있는 사과 두 개를 꼬옥 안고 낡은 치마를 펄럭이며 그저 달리는 소녀가 있었다. 고개 들지도 못 하고 이리저리 사람들에게 치여가며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렸다. 이마에는 땀이 흥건하고 자기의 숨이 이미 턱 끝에 차올랐다는것도 모르는채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무작정 소녀는 달렸다.
앞을 보지 않고 무작정 사람이 없는 곳으로 달렸을까 소녀는 제 눈 앞에 펼쳐진 보라색의 꽃들의 향연에 그만 입이 떡하니 벌어지고 말았다. 덩달아 눈도 커졌다. 떨어질려는 두개의 사과를 겨우 붙잡으며 정신을 차리고선 이 마을에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처음 와 보는 꽃밭. 소녀는 '내가 와 보지 못 한 곳도 있었나?' 라는 의문을 품으며 꽃밭 사이로 가 드러누웠다. 소녀는 하늘을 바라보며 누웠다. 제 눈 안에 들어오는 장면을 바라보며 아까 훔쳐온 사과 두개 중 하나를 제 소매로 꼼꼼하게 닦으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바람의 흐름따라 흘려가는 하얀 구름들. 모양도 가지각색이였다. 저를 향해 비춰오는 햇빛에 살짝 눈을 찡그렸다. 구름으로 손을 뻗어 잡는 척도 해 보았다. 햇빛의 포근함에 소녀는 스르륵 눈이 감기며 꽃밭에서 그만 잠이 들어버렸다 . 서서히 하늘에서 어둠이 깔리는것도 모르는채 말이다.
소녀는 급하게 몸을 일으켰다. 일어나자마자 보이는 장면은 어두워진 주변과 하늘, 서서히 달과 별들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소녀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곳이 처음이기도 하고 계속 여기 있을수는 없을 노릇이였다. 어디든지 이동해야했다.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점점 더 깊은 곳으로. 소녀는 그만 사과 한 개를 그 자리에 흘린지도 모르는채 사라졌다. 곧 사과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우더니 사과도 소녀처럼 사라져버렸다.
한참을 걸었을까 주변은 완전히 어두워져 밤이 되었다. 하늘엔 이미 달과 별들이 자신의 빛을 내보내기에 바빴다. 그때 소녀의 눈에 보인 낡은 오두막이 있었다. 누가 살지는 않는건지 불은 커녕 작은 빛 조차 보이지 않았고 지붕과 벽엔 넝쿨과 이끼가 잔뜩 있었다. 그래도 다시 이대로 이동한다고 해도 잘 만한 곳을 구한다는 보장은 없어 낡은 오두막으로 향했다. 끼이익- 거리는 문을 조심히 열고 들어가 어두컴컴한 내부의 불을 키기 위해 성냥을 이리저리 찾으러 돌아다녔을까 한 구석에서 작은 불을 킨 초를 들고 나타난 할아버지 한 분이 계셨다. "꺄아아악!!!!" 소녀는 그만 놀라 제 귀를 손바닥으로 덮으며 그대로 주저 앉아 버렸다. 온 몸이 사시나무 떨듯이 덜덜덜 떨리면서 말이다. 그에 놀란 할아버지는 급히 초를 다른 곳에 놓으시고 소녀를 일으키기 위해 소녀쪽으로 다가가 직접 일으키셔서 푹신한 의자에 앉혀 주신 뒤. 오두막 곳곳에 위치한 초에 불을 키며 오두막을 밝혔다. 할아버지의 모습이 보이고 소녀는 그때서야 안심을 했다. " 하...할아버지, 왜 이런 곳에 혼자 계세요 " " 너는 어떻게 이렇게 깊은 산 속까지 왔느냐 " 제 말에 오히려 다시 질문을 하는 할아버지에 소녀는 당황해서 잠시동안 어버버 거리다가 답변을 해주었다. " 전 그냥 사람들 피해서 무작정 달리다보니 이곳에 오게 되었어요. " " 이름이 무엇인지 물어봐도 실례는 아니겠지?" " 성이름 이에요. " 소녀의 말을 들은 할아버지는 지그시 소녀를 쳐다보다가 그저 묵묵히 낡은 문서들과 책들로 가득한 책꽂이에 꽂힌 낡은 서적을 한 권 꺼내시더니 소녀의 앞에 있는 작은 탁자 위에 살짝 놓으시며 살짝 미소를 지으셨다. " 아침이 밝으면 읽어보도록해라. 꼭 도움이 될 테니. 지금은 날이 많이 어두웠으니 잠을 청할려든 저 계단 이용해 올라가면 바로 침대가 있을거다 " 피곤할테니 일찍 자라는 할아버지의 말씀에 소녀는 계단 위로 올라가 바로 보이는 침대에 그대로 몸을 던지고 얼마 되지 않은 시간에 잠을 자는 소녀였다. 할아버지는 소녀가 계단을 올라가고 뒷모습이 사라질땔까지 계속 쳐다보다가 곧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림자가 있어야 할 자리에 그저 삐걱거리는 마루만이 남았다.
서서히 어둠이 사라지고 빛이 들어서며 새들은 일찍감치 움직이는건지 꽤나 이른 시간부터 짹짹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곧 오두막 집의 문이 열리고 소녀가 나왔다. 제 옆구리에는 할아버지가 주신 책을 끼우고서는 가까이 있는 근처 나무 밑에 앉아 책을 제 무릎위에 올렸다. 아무 글씨도 문양도 없는 녹색의 표지를 넘기면 제일 첫장에 작은 단어 하나가 적혀있었다. rêver (프랑스 어로 꿈을 꾸다) rêver라고 적힌 종이를 한 장을 또 넘기니 이번엔 일기 형식 처럼 되어져 있는 짤막한 문단을 볼 수가 있었다. 소녀는 그 문단을 손가락으로 훑으며 읽었다. ' 마을 이장님의 말을 들을걸 그랬다. 보라색 꽃밭을 보고 다시 돌아왔어야했다. 안개가 옅어지는걸 알아챘음에도 불구하고 궁금증을 가지고 더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지 말았어야했다. 살아서 돌아간다면 행운이겠지. ' 소녀는 그 문단을 읽고 깊은 생각에 빠졌다. 보라색 꽃밭...? 더 깊은 산 속...? 이 모든 단어가 자기한테 해당되는 단어들이였다. 깜빡 잠 들었던 보라색 꽃밭. 사람들을 피해 더 깊숙히 들어온 산 속. 그 순간 마을의 전설이 생각났다. 하지만 중요한 한가지가 보이지 않았다. 바로, 안개. 그들이 사는 숲 속이라면 들어올때부터 안개가 껴있다고 한다. 하지만, 소녀가 들어온 숲은 안개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소녀는 그새 의심을 버리고 꼬르륵- 거리는 제 배를 움켜쥐며 어제 훔쳐온 사과를 꺼낼려고 제 주머니를 뒤졌을까 잡히지도 보이지도 않는 사과의 모습에 좌절하고 말았다. 그것도 잠시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제 주변에 과일나무가 있는지 살피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 품에 책을 안은채 소녀는 또 한 번 더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갔다. 바로 뒤에 안개가 다가오는걸 눈치채지 못 한채.
" 근처네. " 암호닉 [태형아]님, [사이다]님, [쓴다]님, [미스트]님, [1104]님, [0103]님 늦어서 죄송합니다ㅜㅡ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