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에 앉아 그네를 혼자 타고 있는 작고 가녀린 소녀가 보인다. 며칠째 이 아이가 내 하교길이면 항상 그네를 타고 있었다. 발장구는 신나게 치면서 어딘가 슬퍼보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밤이지만 그냥 어딘지 모르게 너무나도 슬퍼보인다. 이 아이를 만난 건 오랜 시간이 지난 것은 아니다. 사실 며칠 전부터 이 아이가 내가 하교할때 언제나 그네를 타고 있었다. 항상 야자가 끝난 밤이기에 뭘 입고있는지 얼굴도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런 너에게 내가 다가가려고 하면 마치 나비처럼 빠르게 날아가버린다. 그래서 나는 이 아이를 나비라고 부른다. 내 나비. 마치 슬피 울고 있는 것 같은 내 나비. 오늘은 오전 수업만 하고 마치는 날이라 집에 가방만 놔둬놓고 몇시간째 나비가 앉는 옆 그네에 앉아 나도 나비처럼 발장구를 치고 있다. 언제 쯤 내 나비가 날아와줄까. 내 나비는 정녕 얼만큼이나 항상 앉아있을까. 과연 나비는 나를 알까?
집에 들어가기 싫다. 사실 집이라고 할 곳도 없다. 집은 편안한 곳이라고 했는데 내게 집은 너무나도 지옥이다. 차라리 지옥속에 있을 바에는 나가있자는 생각으로 놀이터로 간다. 아직 거창이라는 촌에서 서울로 이사온지 일주일도 안 되었기에 사투리도 너무 심해 원래 낯을 가려 말을 잘 못하는 내 성격임에 당연한듯 내 말문은 완전히 닫혔고, 아는 사람도 당연히 한명도 없다. 그런 내게 안식처같은 유일한 곳이 놀이터였다. 어느날부터 내가 그네에 앉아있으면 나를 한참 바라보다가 이쪽으로 오는 사람이 있다. 나는 사람이 두렵다. 사람이 무섭다. 다시 상처받기 싫다. 내게 섣불리 다가오는 저 사람도 그저 한가지만 생각하고 다가오는 거겠지. 오늘도 내 스스로 세상과의 벽을 쌓아 버린다.
서울로 온지 이주.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지 일주일. 오늘 오전수업만 했다. 다른 아이들은 다 자기들 끼리 놀면서 어디가자, 어디가자 하는데 나는 그럴만한 친구도 없다. 오늘도 다시 나는 놀이터로 향한다. 다들 내가 입만 열면 촌년에 까만년이라고 비웃는다. 남자애들 마저도 그저 나를 벌레 취급한다. 너희도 내가 그저 피부가 남들보다 더 까만 그런 사람이라 벌레 보듯이 보는 거겠지. 내가 그저 도망간 엄마가 있고, 그 밑에 배다른 남동생이 하나 있어서 그게 더러워서 비웃는 거겠지. 그런 상황에서 아빠한테마저 미움받고, 맨날 맞고, 심지어 아빠에게 강간당하는 내가 역겨워서 그렇게 바라보는 거겠지. 차라리 죽고싶다.
'야, 촌년. 또 집 기어들어가서 쳐 맞고 오게?'
그래. 내가 집에 들어가면 또 왜 왔냐고 때리는 아빠와 그 옆에서 방관하는 아줌마가 있겠지.
'더러운 년. 저런 애가 왜 우리 학교로 온건지 모르겠어.'
너희도 내가 더러워 보이지? 나도 이런 내가 너무 더러운데.
'으, 어디서 냄새 나지 않아? 쓰레기 냄새난다.'
내가 쓰레기. 왜 내가 쓰레기일까. 난 순전한 피해자인데. 왜 세상은 날 쓰레기로 만들고 나를 가해자처럼 보는걸까.
뚝뚝 눈물이 흘렀다. 쉴새없이 울며 놀이터로 향했다. 길을 걷다가 사고가 날뻔했다. 눈 앞이 뿌얘질만큼 울었다. 머리가 어지럽기만하다. 차라리 내가 차에 치였으면 얼마나 편했을까. 아니, 그 자리에서 죽어버렸으면 얼마나 행복했을까. 가면 적어도 날 사랑해주는 엄마가 기다리고 있을텐데. 한참을 놀이터로 향했다. 내가 놀이터로 들어서니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났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그냥 지나가는 동네 고양이거니 하고 그네에 앉아 꺽꺽 소리가 나게 울었다. 하늘이 너무 맑다. 내 마음에선 비가 내리고도 천둥번개가 치다 못해 집들에 번개가 맞아서 불이나고 다 폐허가 된 마음속과는 모순적이게도 이곳은 너무나 맑고 예쁘다. 그럴수록 이런 내가 더 초라해보인다.
나비가 놀이터로 왔지만 너무나도 서럽게 울며 왔다. 차마 쉽사리 다가가지 못 한채로 일단 그네 뒤 벤치로 도망왔다. 내가 다가가도 될까. 내가 다가간다면 다시 나비가 날아가버리지 않을까. 영영 나비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어쩔까. 근데 내 나비야 어찌 그렇게 서럽게 우는건데. 왜 그리 슬피 울어 버리는 것인가. 나비야, 제발 내가 다가가도 날아가지 말아줘. 이 맑은 햇살 밑에서 그저 네가 우는 것을 바라보기만 할 수 없단 말이다. 햇살에 더욱 잘 보이는 네 눈물이 내 가슴을 후벼파는 기분이다.
무슨 생각이 들어서인지 모르겠지만 나비에게 다가갔다. 나비는 그저 내가 다가서자마자 놀라 도망가려 했다. 그런 나비를 붙잡고 내 품에 기대게 했다. 도저히 이 여린 아이가 우는 것을 보기 싫었다. 멀리서 볼때는 그저 작고 마른 아이구나 했는데 지금 안아보니 꼭 아직 초등학생 같이 작았고, 살짝만 안아도 으스러질 것 같이 여리여리한 아이였다. 이런 아이가 왜 우는 것일까. 뭐가 그리 슬퍼 이리 우는 것일까. 가까이서 맡으니 좋은 향이 난다. 내가 네게 더욱 취할 수 있는 향기인 것 같다. 이름도 모르고 학교도, 아 학교는 교복을 보니 우리 학교인 것 같다. 나이도 모르는 이 아이가 좋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우는 모습은 너무나도 보기 싫다.
"울지마, 나비야."
"..."
"난, 널 해치지 않아."
그 사람이다. 날 지켜보던 그 사람. 잘 보이지 않아도 그 사람이다. 분명 확신한다. 내게 다가올때 은은하게 풍기던 너의 좋은 향기가 난다. 마치 한송이의 꽃 같다. 그런 와중에내가 이 사람을 밀어내야 하는데. 또 사랑을 바라고, 연민을 바란다면 분명 나만 상처받을게 분명한데 이 따스한 품속이 너무나도 그리웠다. 벗어나기 싫다. 놀이터가 내 유일한 안식처가 아닌 이 사람도 내 안식처가 되어주면 좋겠다. 이 달디 단 꿈속에서 깨어나기 싫다. 나는 왜 이런 사랑을 한 번도 받지 못 하는 걸까. 내가 정녕 나비라면 그대가 나의 꽃이 되어주면 좋겠다. 이런 몹쓸 생각이 나를 더 아프게 하는 걸 알면서 희망을 버리기 싫다. 그렇지만 난 또 혼자 상처받겠지. 지금 가슴이 두근거리는 내가 너무나도 원망스럽다. 사랑받아 본 적이 없어서 이 순간이 행복하다.
"이거 놔 주세요..."
나비야. 겨우 널 잡았는데 왜 벗어나려 하니.
이제 겨우 널 잡았는데, 왜 넌 그리 슬픈 모습을 하면서 내게 못을 박아 버리고는 내게서 벗어나려 하는거야. 내가 여기서 널 놔버린다면 영영 돌아오지 않을 거란거 내가 알잖아. 도망가지 마. 난 널 해치지 않아. 내가 너의 꽃이 되라면 가시를 세울 수 있는 그런 장미가 될게. 그러니 내게서 날아가지 말아줘. 이제 겨우 네 얼굴을 보려고 하는데 어찌 이렇게 다시 도망가려 하는건데. 이제 네 이름을 물어보려 했는데 왜 날아가려 해. 내가 네 향에 취했듯 너도 내 향에 취해줘. 내일부터 학교를 샅샅이 뒤벼봐야겠다. 내 나비를 다시 내 품에 가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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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 공주님들... 눈이침침한태태입니다.
자그마치 이 겨우 프롤로그의 이 똥망글을 제가 한시간을 넘게 몇번을 엎고, 또 엎어서 쓴 글이에요.
지금 든 생각은 그냥 연애일기에나 집중해야겠다 싶네요.
죄송해요. 욕해도 달게 받을게요.
저는 이제 슬 운동 갈 준비를 할텐데...
이런 수습불가인 이런 글을 남겨놓고 가서 죄송해요.
조금 상황 설명을 하자면 호석이가 남주. 탄소가 여주. 여주의 배다른 남동생은 비밀이고.
탄소는 아버지에게 배다른 딸이라며 학대를 당하고 어머니는 조금 피부가 까마신 나라의 분이셨어요. 그래서 탄소도 피부가 까맣구요.
항상 놀림을 받고 차별 받았죠.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탄소의 남동생인 어머니가 집으로 들어오셔서 이제 탄소의 학대를 방관하시는 분이셔요.
뭐... 죄송해요. 그냥 죄송해요.
참 공주님들 이름 넣어주기도 미안한 글이네요. 연애일기에서 만나여...
그럼 전 운동하러 갑니다.
총총총 =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