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너징의 손발을 오징어로 만드는 썰.
BGM :: 소심한 오빠들 - 그대를 바라보면
지금 어딜 그렇게 가냐고 묻는다면,
종대랑 데이트?♡
는 장난이고, 곧 종대의 어머니 생신이라고 해서,
생신선물을 골라주러 향하는 중이야.
종대말로는 자기는 여자들 취향을 모르니까,
여자인 내가 가주는게 좋을 것 같다고 해서 나도 바로 오케이 했어!
종대가 엄마는 외계인 사준다고 해서 온거 아니다.
진짜야.
진짜라고..
근데 내가 오늘 종대를 만나기 전에,
잠깐 부모님이랑 또 쇼핑을 하고왔거든.
그래서 복장이 많이 어색해..
무려 완전 공주풍의 원피스라는..하..
" 종대야! "
" ...어..? "
실컷 달려서 약속장소에 도착했는데, 종대는 뭔가 평소랑 다르게 얼이 빠져 보였어.
약간 피곤한건지, 웃어보이는데도
예전만큼 펑키펑키한 느낌이 나지 않는 종대가 신경쓰여,
살짝 손을 들어 종대의 이마에 열이 있나 재어봤어.
근데 열은 없고, 그냥 애가 얼이 빠져 있는거야.
내가 열을 재도, 꿈쩍 않고 멍- 때리고 서있는 종대의 볼을
톡톡. 치면서 말을 걸어도 대답않고 벙쪄있는 종대를 나도 갸웃- 쳐다보는데,
" 으으아아아 "
하곤 바들바들 떠는 종대때문에, 나는 또 갸우뚱.
그리고서는 내 볼을 쭉 잡아 당기면서 너무 예뻐! 하고 소리지르는 종대야.
이런 상황이 민망하기도 하고,
괜히 비행기 태워주는 느낌이라 나는 약간 뒤로 뒷걸음질을 했어.
뻥치지마-. 종대의 몸을 살짝 밀어내면서 입술을 삐죽 내밀었는데,
자기 두 볼에 손을 대더니, 나 얼굴 빨개?
물어오는 종대가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다시 배시시 웃어보여.
그럼 또다시 멍때리다가 웃는 종대.
그리고 종대는 갑자기 저만치 앞으로 달려가버려.
나 여기 놔두고 너 어디가?ㅠㅠ
징
하고 울리는 진동과,
내 시야에 보이는 종대의 두 손에 들려진 핸드폰.
뭐야 얘.. 말로하면 되쟈나..
[ 오늘 옷 샀어? 너무 이뻐.
매일 그것만 입어주면 안돼?
나 숨 멎을까봐 도망가는거야 !
천천히 따라와. 숨좀 고르게 ㅠㅠ ]
또 또 이거 어디서 이런거 배워와서.
혀를 끌끌 차며 종대쪽을 바라보니,
이미 종대는 저만치 멀리로 도망가버리고 말았어.
내가 자기 놓치면 어쩌려고, 뭐 저렇게 도망가냨ㅋㅋㅋㅋㅋㅋ
한참이 흐르고, 내가 나를 쳐다보지도 않는 종대에게 결국 약간 짜증을 내자
종대는 그제서야 제대로 날 보기 시작했고, 우린 쇼핑다운 쇼핑을 할 수 있었어.
근데 종대 너 이렇게 살면 금방 망한다.
내가 예쁘다고, 어머님이 좋아하실 것 같다고 말하는건 모두 사는 종대야.
근데 너 어머니 취향도 모르는건 좀 너무하다. 이눔아
" 너 왜이렇게 돈이 많아? "
" 알바했어! "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언제 알바를 한 건지,
정말ㅋㅋㅋㅋㅋㅋㅋ마구잡이로 사더라 ㅋㅋㅋㅋㅋ
아니 정말이야.. 나중에 보니까 손에 쇼핑백이 한개..두개..세개..네개..
아유.. 어머님 아드님 잘 키우셨어요!
그리고 종대와 나는, 긴 시간동안의 쇼핑에 지쳐서,
백화점 옆의 베스킨라빈스ㅠㅠㅠㅠㅠㅠ
내가 이거먹을라고왔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앗차.
아니야.
아니야 종대 어머님 생신선물 골라드리려고 온거야.
말이 헛나온거야. 알았지? 말이 헛나온거야.
이전에도, 컨저링 본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왔던 베스킨라빈스인데,
오늘은 내가 먹여주는 스푼을 주저하거야!!!!김종따이가!!!!
그래서 나는 약간 상처받은 표정으로..
왜.. 내가..더러워? 이제? 하고 약간 울상을 지었는데,
" 아.. "
" 아 도데체 왜! 말을 해바! 응!? "
한참을 고민하던 종대는, 결국 두손을 들어 마른 세수를 몇번 해.
그리고선 너가 너무 이뻐. 하고는 민망한지 아이스크림만 뒤적뒤적.
나도 덩달아 약간 민망해져서,
이렇게 띄워주다간 나 비행기되서 날아간다! 하고 이마를 톡톡 쳐버려.
" 공주같다. 공주님. "
이내 내 머리를 조심스레 쓰담쓰담 쓰다듬는 종대때문에,
결국 나도 얕게 웃음을 터트리고,
그래~
만져라~
칭찬해라~
하고 해탈한 지경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종대와,
오랜만에 둘이 함께 있는 평화로운 시간이라서 정말로 좋았다고 한다!
뒷감당은 힘겨웠지만...
29. 이름만 오징어
종대와의 데이트아닌 데이트를 한지 1주일 정도 후.
아이들에게 우리는 철저한 비밀로했기 때문에 들키지 않았었는데,
나는 내가 사고를 쳤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어.
근데 생각해보면 내가 친 사고가 아닌데..
세훈이, 백현이와 함께 점심식사를 마치고 난 후, 자리에 앉아있는데,
내 책상 위로 올라오는 잡지 한 권.
그리고 이게 뭔지 설명해볼래? 하는 종인이.
나와 아이들은 어리둥절해서 잡지를 열어 휘리릭- 넘겨보는데
엥?
에?
아니?
이게 뭐지?
네?
" 이게 뭐야 ? "
내...내가 묻고싶은 그런.. 제가 묻고싶은데요..
잡지책 중간즈음, 종대와 함께 사진이 찍힌 나.
종대와 나란히 찍은 사진은 아니지만,
내 뒤에 서서 쇼핑백을 여러개 들고있는 실루엣은
어느 누가 봐도 종대였어.. 빼박캔트
생각해보니 그 날, 내가 입은 옷에 대한 정보를 싣고싶다고 사진을 찍어간 사람이 있었는데...
아니 나는 블로그정도인줄 아았지, 잡지일줄이야..
그것도 꽤 유명한 잡지의 새로운 코너에 중앙에 뙇! 하고 박힐줄이야.
" 징어네, 종대랑. "
" 응. 그러게? "
" 옷차림이 예사롭지 않네? "
" 징어가 이런 원피스를 언제 입은거지 ? "
그리고 그 후는 일단 전쟁이었다고 한ㄷ.. 종대 미안해.. 못 지켜줘서..
1차로 종대랑 나랑 콩알들 몰래 만남을 가진것에 대한 추궁이 이어졌고,
2차로 나의 옷차림에 대한 추궁.
3차로 이 사진에 대한 의문들이 이어졌..
아.. 피곤..
물론 그 와중에도 종대는 아이들에게
" 와- 배신 . "
" 반칙 개쩐다 "
하며 욕도 먹고, (((((종대)))))ㅠㅠㅠㅠ
그리고 절대 그런 기색을 내보인 적 없던 준멘도..
" 이 옷은 너무 이쁘잖아... "
하면서 잡지만 한참을 들여다보는 준멘.
그리곤 돌아서서 종대 등짝을 한번 짝. 하고 때리며 혼나야돼.를 연발
(((((종대등짝)))))ㅠㅠㅠㅠㅠ
콩알들이 아무리 자기를 때리고 괴롭혀도 종대는
" 이쁘다. 잘나왔어 " 하고 잡지를 또 만지작.
찬열이는 이 잡지 어디서 파는거냐며 종인이에게 묻고,
백현이는 이미 인터넷서점으로 주문하고,
아무래도 사람이 늘어났다보니, 더 정신없는 콩알탄.
그 와중에,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어.
"여보세요?"
그 전화가 나를 여기로 이끌었지.
지금 여기가 어디냐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지마라
웃지말르그..
무려 오디션장.
ㅋㅋㅋㅋㅋㅋ웃지므.
읏즈므
나는 우선 이런쪽에 관심이 전혀 없던 사람인데,
그날 전화를 받고서도 내가 뭔 연기. 하고서 무시했어.
잡지책을 보고 수소문 끝에 찾아냈다고 하는 전화였어.
어떤 여가수의 뮤직비디오 여자주인공을 찾는데, 딱인것 같다며.
부담스러워서 정중하게 거절하고, 아이들과 노는데, 학교앞까지 찾아와선 부탁하더라고.
자기들이 찾던 이미지랑 너무 잘 맞는다면서..
내가 한다고 했을 것 같아..?
절대 아니야.
이미지랑 연기는 별개잖아.
이쪽을 꿈으로 목표하고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억울해, 안그래?
그래서 나는 거절하려고 했는데,
예쁘게 스타일링해서 사진을 찍어준다는 회사쪽의 말에 단번에 OK해버린 콩알들.
결국엔 모집 오디션을 보러 가는 것으로 합의를 보고, 지금 나는 그 오디션장에 와 있는거야.
근데 나는 여러가지 이유로 얼굴이 빨개지고 말아,
다들 진지한 표정으로 마음을 가다듬고, 준비해 온 것 같은데.
나는 일단 준비한 것도 없을 뿐더러.
...
기어코 따라오겠다고 오디션장까지 따라와선 시끄럽게 구는 비글들때문에..
제가 얼굴이 다 팔립니다.. 제가.. 아..
우와! 를 연발하며 오디션장 내부의 여러가지 물건들을 만지작,
가만히 앉아있질 못하고 나보다 더 안절부절하는 콩알들도 있고,
아니 당신은 왜 여기 계세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오빠 나 보려고 왔어? "
" 준면이가. 오자한거야.. 별로 내키진 않은데 "
근데 왜 당신 손에 카메라가 들려있어요..? 그건 왜 절 향하고 있고?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보니 콩알탄은 10명으로 불어있었고,
9명을 거동하고 오디션장에 출몰(?)한 나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지.
게다가 그 9명이 모두 나를 사방에서 만지작 만지작 거리면서
한마디씩 충고, 또는 걱정, 아니면 장난질을 쳐대고 있으니까.
부러워하는 사람도 보이고, 호기심 가득한 눈을 가지고 쳐다보는 사람도 보이고,
다들 친해지는건 좋지만..
아 모르겠다.
정신없이 대기실에서 보내다가,
어느새 내 차례가 되어 나는 콩알들을 뿌리치고 오디션장 내부로 들어갔고,
긴장한 상태로 몇가지 카메라 테스트? 를 거치고,
대사가 따로 없는 뮤직비디오 특성때문인지, 대본읽기 같은건 안 하더라고..
그냥 별거 없었던 것 같아.
대기실에서 봤던 정말 예쁜 여자분들이, 나보다 더 잘했으려니.
오디션장 밖에 나가니
안절부절하던 콩알들 다들 얼굴 확 밝아지면서 우루루루 달려오는데,
다자녀 집안의 엄마가 된 기분이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
엄마, 밥은 구한거야? 같은 느낌?
잘했냐고 물어오는 콩알들에게, 어깨를 으쓱하고
몰라. 나지막하게 중얼거린 후 집가자! 를 외친 나에게
다들 더더 말해보라고 재촉을 하더라고,
다른 사람들이 훨씬 예쁘고, 별로 기대하고 온것도 아니라고,
귀찮아서 손을 휘휘 내저으며 집에가자는 나를 갑자기 멈춰 세우더니,
단체로 하트를 날리며 ( 누구 생각인거야 ㅋㅋㅋㅋㅋ )
" 여기서 너가 제일 이뻐! "
" 우리 징어 짱! "
하는 콩알들.
각각의 개성을 가진 너희들, 오빠들,
이 콩알들이
아주 나를 들었다 놨다 합니다.
얕게 웃으며 알아. 하고 혓바닥을 낼름, 한 나는
예상치 못한 내 대답에 벙찐 콩알들을 뒤로하고
그냥 집가는 길을 유유히 걸었다고 한다!
안읽어도 상관없는 작가잡담 |
..아..아홉..아홉번째 초록글이라니..아..아홉..?
초..초록글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