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천
김준수
정윤호
김재중 심창민
30년...즈음 되었으려나. 허공에 읊조리던 창민은 이내 피식, 혼잣말도 늘었구나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긴다. 도착한 곳은 사람의 발길이 끊긴지 오래 된 듯 희뿌연 먼지들로 뒤덮여 있었다. 이 길이 아니었던가, 하고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가 이내 그럴리 없지 하고 다시 발을 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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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책 읽기 좋아하던 저가 존경각에서 몰래 훔쳐다 가져다 놓은 책들이며, 그림에 남다른 재주를 보였던 재중이 한가득 쌓아놓은 도화지, 대사례를 앞두고 한 창 연습에 여념없던 윤호의 활과 화살들. 장난기 많은 유천이 울상 가득한 준수를 모른 채 하며 책장 높이 올려두었던 신. 전부 그대로 였다. 숨 막히도록 변함이 없는 이 곳에 더는 견디지 못하고 창민은 등을 돌렸다. 강산도 10년이면 변한다 하지 않았던가. 지금만큼은 그 굳건함이 너무도 원망스럽다. 기억 저 편 그들의 잔상을 떠올리며 이내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