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요즘 솔로로 돌아오신 김남준씨, 떨리신가요?"
"아, 오랜만에 라디오라 떨리네요."
"이번 신곡은 되게 의미있다던데."
"아, 의미요? 많죠. 제 얘기가 들어가 있으니까요."
"오, 이런거 팬들한테 말해도 되는건가요?"
"뭐, 다 지나간 일인데요. "
"그럼 남준씨의 과거 얘기 들어보고 오실까요?"
음, 몇년 전 이더라, 십년 전인가? 와, 이렇게 생각하니 시간 참 빠르네요.
저는 되게 어렸을 때 부터 꿈을 키워왔었어요. 팬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한참 꿈을 키우면서 고등학교를 다닐때, 그러니까 고2때 같은 반 이였던 여자애가 있었어요.
사실 연습생이라 여자애들과 가까이 지낸 편이 아니여서 그 아이도 저랑 친하지 않았었는데,
어느날 비가 엄청 내렸어요. 장마철로 기억 하고 있는데,
예고도 없이 내렸어요. 근데 그 때가 다들 하교하고 석식먹으러 간 시간이여서 현관엔 아무도 없었는데
집을 가려고 보니 그 아이가 있는거에요. 엄청 우울한 얼굴로.
그래서 오지랖좀 부렸었죠, 제가.
"김탄소, 우산 없어?"
"..어? 어.."
"이거 쓰고가."
"..넌?"
"난 뭐. 집 가까워."
그게 그 아이랑 처음 한 대화였어요. 그아인 자기 이름을 아는지 몰랐던건지 엄청 놀라고.
아, 여기서 이름 말하면 안되는건가? 이미 말했으니까 그냥 말 할게요.
그러고서 그 아이 손에 우산을 쥐어주고 뛰어갔어요.
바로 연습실로 갔는데, 교복 말릴 생각 밖에 안했어요.
그러고 하루가 지나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날씨가 좋더라구요.
그래서 어제 하루종일 말린 교복을 입고 등교를 했죠.
평소와 다름없이 내 자리로 가서 앉는데, 그아이는 빨리 등교했는지 제 앞으로 걸어왔어요.
"..안녕?"
"어? 어 안녕. 어젠 잘 갔냐?"
"응, 덕분에. 잘 썼어. 오늘 학교 끝나고... 시간 돼?"
"응? 시간?"
"응! 내가 떡볶이 살게!"
우산을 건내며 수줍게 말하는 아이였어요.
저도 웃으며 알겠다고 대답했죠.
솔직히 말해서 오랜만에 여자인 친구가 생겼다는 마음에 설렜달까요.
그렇게 지루하고, 지루한 수업이 다 끝나고
그아이가 제 자리로 찾아왔어요.
가자! 라며 해맑게 말하는데 어찌나 귀엽던지,
현관에서 신발을 갈아 신을 때 부터 그 아이를 찬찬히 지켜봤어요.
지켜보는걸 좋아하는 편 이여서.
지금 생각 해 보면 그아이는 항상 검은 긴머리를 단정하게 묶고 신발은 빨간 컴버스 하이를 신었던거 같아요.
그래서 몇년 째 내 이상형이 된건가.
"남준아, 너 소문 도는거 알아?"
"어? 무슨 소문?"
"너, 연습생이래."
"어?"
"진짜야? 진짜?"
떡볶이 파는 포장마차에 도착해서 떡볶이를 시키고 그 아이의 말에 또 웃었어요.
아, 저 참고로 헤픈남자 아닙니다.
"응, 진짜."
"헐, 왜? 너 공부 완전 잘하잖아."
"그래도 난 랩이 더 좋은데?"
"와...."
"왜?"
"그냥! 멋져서."
어제 처음 말 튼 애인데, 생각 보다 어색하지 않아서 저도 놀랄 정도였어요. 물론 티는 안냈지만.
그렇게 떡볶이를 다 먹고, 헤어지고.
아, 십년전이라서 막 세세하겐 생각이 안나네요. 세세하게 말하기에 시간도 부족하고.
그렇게 그 아이랑 점심도 같이먹고, 연락도 하고. 그렇게 일년이 지났던 것 같아요.
고삼이 되었을땐 제가 연습생이라는 소문이 더 심하게 돌았어요.
아, 윤기형까지.
주위에선 나랑 그 아이랑 사귀냐는 소리도 들렸고.
그 말을 들으니까 저도 긴가민가 하더라구요.
내가 얘를 좋아하는건가, 하고.
그래서 윤기형한테 물어보니 데뷔는 어쩌고 연애생각이냐며 잔소리를 하다가 며칠만 그 아이를 멀리 해 보라는 거에요.
그래서 그 아이가 밥먹으러 가자는 것도 생각 없다며 누워자고.
인사를 해도 못본 척 하고.
그때 진짜 마음 아파 죽는 줄 알았어요.
그렇게 이틀이 지났나, 항상 그래 왔듯이 석식시간에 하교를 하는데 그 아이가 제 팔을 잡는거에요.
"남준아."
"어?'
"나랑 얘기 좀 하자."
"뭔 얘기? 해봐."
"너 요즘 왜 나 피해? 데뷔 하는거야? 그래서 나 피하는 거야?"
"아니, 그런거 아니야."
"그럼 나 왜 피하는데? 내가 뭐 잘 못 한거야?"
그렇게 말하면서 울라고 하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예쁘던지. 아, 변태 아니에요.
그때 깨달았었어요. 내가 얘를 좋아 하는구나. 그래서 그 아이를 살며시 안았어요.
"좋아해."
"어?"
"너 좋아해."
"..근데 왜 피한거야."
"이게 좋아하는 마음인가 확인하고 싶어서."
예상은 했지만, 그아이도 좋다고 그러더라구요.
그렇게 숫자세는 사이가 되었었어요.
그렇게 하루하루, 기분 좋은 날을 보냈어요.
그렇게 졸업을 하고, 그 아이는 대학을 가고, 나는 숙소로 가고.
아, 성인이 되서는 일주년이라고 노래도 만들어 줬던 기억이 있어요.
진짜 감동이라면서 좋아했었는데.
그렇게 데뷔일은 다가왔고, 데뷔를했죠,
데뷔를 하고 엄청 바쁜 와중에도 그 아이를 만나러 다녔었는데, 글쎄 기잔지 사생팬인지 누구한테 같이 있는 사진이 찍힌거에요.
그게 또 협박으로 소속사에 사진이 퍼지고.
정말 헤어지기 싫었는데, 어쩌겠어요. 내가 리던데. 나 혼자가 아닌데.
그래서 헤어짐을 선택했어요.
늦여름 밤에 그 아이를 집 앞으로 불렀었어요.
과제중이라 바쁜데 내가 부르니까 나온다는 그 아이 말에 진짜 눈물 날 뻔 했는데.
"진짜 오랜만이다. 요즘 바쁜가봐?"
"...어, 저기 탄소야."
"응? 뭐 말 할거 있어? 왜. 많이 힘들어?"
"헤어지자."
"...응? 갑자기 왜,"
"너도 알잖아. 나 아이돌인데. 여자친구 있으면 안되는 거 잖아."
지금 생각해보니 그 아이는 항상 절 먼저 생각 해 온것 같아요. 그래도 짧고 연하게 사귄 사이도 아닌데.
엄청 담담하게 알겠다며, 뒤돌아 집으로 들어가는 그 아이를 보며 멍 하니 서 있었어요.
아, 이게 영화가 아닌 곳에서도 존재하는 일이구나.
내가 탄소랑 헤어졌구나.
그 생각에 다다르고서 갑자기 울컥하는거에요.
그래서 숙소가서 윤기형한테 하루종일 위로만 받은 것 같아요.
제가 연애중인걸 몰랐던 멤버들은 힘들어서 그런 건 줄 알고.
그렇게, 하루하루 작업만 하면서 살았어요.
팬들만 바라보며.
아, 힘들 때마다 위로해주던 그아이가 생각나 더 힘들기도 했어요.
지금 겨우 담담해 진건데. 그래도 보고 싶네요.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와, 둘 다 원치않던 헤어짐 이네요?"
"그렇죠."
"그러고서 아무도 안만난 거에요? 제가 알기론 여자연예인들이 그렇게 좋아하신다고 알고 있는데."
"그래요? 그 아이만큼 저를 알아주는 분이 아직 없네요."
"그분은 뭐 하고 계시려나. 저희가 알아 봐 드릴까요?"
"아니에요. 옆에 짝이 있으면 어떡해요. 내 마음만 아파요. 그럴바엔 어렸을 때의 좋은 추억으로 남길래요."
"에이, 그래도-"
"인연이였으면, 만나겠죠. 꼭 만나고 싶네요."
아름답던 청춘과, 그대가 그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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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 오라는 배우 스탈리스트는 안들고오고!
작가를 매우쳐라!
쓰고싶었어요...헿.... 시리즈....헿....
아련하라고 쓴건데 아련할지 모르겠당
남준이 파트 듣고 쓴 내용입니다-
다음엔 누구로 무슨 음악 들고올까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