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감사합니다...안녕히 가세요..'
'감사하면 다음에 밥 한 번 사주세요^^'
아주 자연스럽게 그는 내 집 앞에 다다라서 밥을 사달란 말을 내뱉었다.그리고선 교환되어진 전화번호,
안그래도 만나야했던 사람인데 우연찮게 자연스럽게 만나져서 뭔가 잘풀린 느낌이 들어. 까진무릎이 무색하게도 아픈 것보다는 즐거운 마음이 앞섰다.
-네. 덕분에요 어제 너무 감사했어요ㅎㅎ
...전송..
[기성용의 집]
"안녕하세요 기성용씨!"
"..아 오셨네요"
정말 무표정하다. 축구할때도 이렇게 무표정하게 달리면 진짜 기계같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리고 솔직히 그런 표정 마주하고 있는나도 기분이 편치많은 않다.
꽤 넓은 집에, 깔끔한 실내에, 따뜻하게 내리쬐는 햇살에 차가운 기성용 하나.
"일단 청소부터 해주시면 돼요. 점심은 1시쯤 먹고요"
"..저..기성용씨, 말할 때 원래 그렇게 무뚝뚝하세요?"
헛_ 당황한듯한 표정이 그의 얼굴에 서렸다. 마치 이런 질문은 처음 받아봤다는 듯이 말이다. 어...저..그런 나쁜 뜻으로 한 말은 아닌데..
"원래 그런건 아니에요."
당황한 표정뒤의 또다시 무뚝뚝한 표정은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는 듯이 그의 얼굴에 자리잡았다. 원래 그런게 아니란 말은 그럼 내가 싫어서..뭐 그런말인가?
기분나쁜 걸 숨길 수가 없어_ 살짝 찌푸린게 내 이맛살로 느껴진다.아오..
"..아.00씨가 싫다는 말은 아니에요. 오해하지 마세요"
충분히 오해할 만한 상황이다. 게다가 이건 오해라고 믿고 싶다 그의 태도가 저렇듯 무뚝뚝하니 원래의 목적도 잊어버리고 집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어.
"표정은..어떻게 해볼게요. 그렇게 나쁘게 보일줄은 몰랐네요."
"그렇게 나쁘게 보인건 아닌데..."
위이이잉_
청소기 돌아가는 소리가 시끄럽다. 예전에 어느책에선가 '백색소음'이라는 말을 본 적이 있다. 이 소리는 청소기소리, 비행기소리, 선풍기소리 등의 종류인데
백색소음은 주위의 다른 소리를 하얗게 지워버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어릴 적 엄마가 내 방에서 청소기를 돌릴 떄면
그 소리가 싫어 두 귀를 손으로 꼭 막고 밖으로 뛰쳐나가곤 했는데, 지금은 기성용과 나 사이의 어색한 침묵을 완화시켜주는 이 소리가 고맙기만해.
청소기를 돌리고, 대충 바닥을 걸레로 닦고나니 점심시간이 되었다. 점심으로 뭘 좋아할지 몰라 고민했는데 냉장고와 찬장을 열어보니
그가 뭘 좋아하는 지 대충 알것만 같았다. 찬장에는 가득 채워진 스팸과 파래김들
냉장고에는 양배추, 오이를 비롯한 채소 몇 가지와 얼마 남지 않은 미역국, 그리고 며칠 내에 먹기는 좀 부담스러운 양의 고기들
"기성용씨 미역국 좋아하세요?"
멀뚱히 거실 소파에서 티비만 주구장창 쳐다보던 그는 이내 고개를 내 쪽으로 돌리더니 그렇다고 대답했다.
아까 내가 한 말 때문인지 어색하게나마 웃어보이는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하는 그는 덩치에 맞지 않게 새심해보인다.
"밥 다됐어요 드세요!"
"잘 먹을게요"
"원래 가정부 고용하셨어요?"
"아..네. 몇 달사이에 사정이 생겨서 ..가정부가..지금은 없어서요"
"네에_뭐 더 필요한 음식 있으세요?"
"아니요 충분해요. 점심 안 드셨을 텐데 같이 드실래요?"
"괜찮.."
꾸르르륵_
"..지 않네요_헤헤.."
그가 권해서 한 숟갈 든 최초의 점심은 내가 그의 집에 처음 방문했을 때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그래도 어색한 기미를 감출 수가 없었다.
그저 간은 어때요?_ 괜찮아요_ 등의 간단한 몇 마디로 나와 기성용의 식사는 종점을 찍었다.
에휴..다음에 갔을 땐 더 나아져야 할텐데.. 이래서야는 일상에 제대로 내가 박히기는 어려울것 같다.
:
:
:
:
:
:
:
:
:
:
:
:
"우와_이거 소재봐 되게 독특하다"
"..소재는 그렇네. 근데 난 디자인은 별로야"
"그런가?뭐 그런것도 같고, 그나저나 너 작전수행은 제대로 하고 있는거지?ㅋㅋ"
'어..음...아우!!너 너무 어려운거 시킨 거 알지 나한테?"
"풉ㅋㅋ난 네가 잘 해낼거라고 생각해서 너한테 하라고 한거야. 분명 니 인생에 1%라도 도움되는게 있을거다 아마"
"씨이...!!!아니기만해봐 진짜 못된년_ !!!!!!!!!"
환절기겸 해서 오랜만에 나와본 명동거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와 함께 나누는 소박한 수다도 나른하게 아른거려 그닥 나쁘지 않았다.
푹푹 한숨만 내쉬어지던 작전도 **이와 얘기하니 뭔가 속이 탁 트이는 기분이 들게끔 느껴졌다.
비록 이 엄청난 일을 벌려논 장본인이지만 말이다.
"아!!맞다!!나 구자철 그사람이랑 번호교환했어!"
"벌써???그렇게 빨리 진행될줄은 몰랐다 얘_"
"집에 가는길에 우연하게 그 사람이랑 부딪혀서 넘어졌거든?그사람이 집까지 데려다주면서 밥 한끼쏘래드라...ㅎㅎ"
"ㅋㅋ잘됐네 좀 수월해진것 같다?"
까똑까똑_
-혹시 지금 밥 사주실수 있으세요?
..구자철 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