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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연화 전체글ll조회 939l 1


최승철 X 부승관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에 눈을 떴다. 또, 아침이네. 승관이 자조적인 웃음을 짓다가 일어서 옆에 잠들어있는 승철을 바라봤다.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해주고 이불을 끌어올려 덮어주고 익숙하게 씻고 나와 어차피 금세 더러워질 교복을 입은 채 가방을 멨다. 다녀올게요. 잠에 취해있는 승철의 이마에 짧게 입을 맞추고 걸어 나온 승관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아침이 오지 않길 바라고 또 바랬는데. 그냥, 내일이 없었다면 하는 마음도 많았는데. 결국엔 다시 아침을 날 찾아왔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과 학교의 모습이 보일수록 빠르게 뛰는 심장에 입술만 느리게 깨물었다. 또, 오늘 하루도, 지옥이, 시작되겠지. 그럼, 난, 또 억지로, 버텨내야겠지. 교문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기분은 땅바닥을 치고 내려갔다. 현관을 지나서 교실로 들어오면 모두의 시선이 쏟아졌다. 질끈 눈을 감고 자리로 걸어가 앉으면 곧 웃으며 다가온 아이들이 하나둘 다가와 머리를 손가락으로 툭툭 쳤다.



"우리 승관이, 오늘도 뻔뻔하게 학교 나왔네?"

"...."

"아, 하긴 승관이가 학교 안 나오면 어딜 가겠어"



어디, 빡촌이라도 가려나? 비꼬듯 말하는 목소리에 주먹만 그러쥐었다. 이게, 시작이니까. 이 정도는 이제 별일 아니었으니까. 눈을 살짝 뜨면 모두들 나를 바라보고 비웃음을 터뜨렸고 고개만 푹 숙이면 머리 위로 끈적한 음료수들이 쏟아졌다. 아.. 작게 탄성을 내뱉으며 흘러내리는 음료수를 손으로 닦아내자 웃음을 지으며 맛있게 마셔. 하고 내 손에 음료수 병을 쥐여준 아이들은 다시금 자리로 돌아갔다. 허탈한 웃음만 터져 나왔다. 내가, 원한 게 아닌데. 나도, 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하고 싶었는데. 입술이 또 터진 건지 입안에 비릿한 피맛이 돌았다. 아저씨가 걱정할 텐데. 머릿속에 온통 아저씨 생각이 가득했다. 지금이라도 당장 집으로 뛰어가고 싶은데 그렇다면 이 모든 사실을 알아버리겠지. 그러면 그러면 나는.



"다 왔지?"



잔잔한 생각 사이로 선생님의 목소리가 울렸다. 고개를 들어 시선을 마주했다. 분명, 나를 봤는데. 선생님은 고개를 돌렸다. 원래 이런 곳인데. 원래 이럴 수밖에 없는 곳인데 나는 또 뭘 기대한 거지. 쓰게 웃음을 짓다가 시선을 돌렸다. 처음엔 그래도 선생님이 나를 봐주시긴 했는데 더 이상은 무리였을까. 선생님도 제가 귀찮았겠지. 그러니까 아저씨도 아저씨도 몰라야 한다. 내가 귀찮아서, 나를 버리기 전에. 또 버려지기 전에. 아저씨에게서 마저 버려지면 나는 정말, 죽을지도 모르니까.



"김상훈, 너네 또 담배 피웠지"

"아아 쌤 아닌데요"

"아니긴 뭐가 아니야"

"아아아"

"너네가 오늘 화장실 청소 다 하고 가라"

"헐, 너무했다"

"시끄럽고. 이상 없으면 조례 끝 수업 잘 들어라"



교탁을 두어 번 내려친 선생님이 나가고 아이들은 다시금 시끌벅적하게 떠들기 시작했다. 그대로 책상 위로 엎어져 눈을 감으면 주머니에 들어있던 핸드폰에서 연속으로 진동이 흘렀다. 조심히 핸드폰을 꺼내 알람을 보면 아니나 다를까 온통 욕만이 계속해서 날아왔다. 고아 새끼가. 아 어디서 고아 냄새난다. 미친 저러고 얼굴 들고 다니고 싶을까. 나 같으면 나가 죽는다. 야 괜히 버려졌겠냐 저러니까 버려지지. 하긴, 그건 그래. 다시 콱 입술을 깨물었다. 투둑하는 소리와 핸드폰 화면 위로 떨어지는 피에 급하게 입을 손으로 막았지만 울음이 터져 나오는 건 막을 틈이 없었다.

눈물이 계속 볼을 타고 흘렀다. 아무리 꿈이길 바라도. 눈을 감고 또 감고 그러다 다시 눈을 떠도 이건, 현실이었다. 핸드폰 전원을 끄고 끈적거리는 교복을 갈아입으려 사물함을 열면 발아래로 찢어진 체육복이 떨어졌다. 이게, 뭐.. 당황스러운 건 몇 번을 겪어도 같았다. 체육복을 들어 올리고 고개를 돌리면 아 미친 쟤 표정 봐. 사진 찍자 사진.이라면서 핸드폰을 들고 나를 찍어대는 아이들만 눈에 가득했다. 헛구역질이 몰려왔다. 으윽. 입을 막고 화장실로 달려와서 빈속을 개와 내면 다리에 힘이 풀렸다. 버텨야 하는데도. 이미 다 겪은 일인데도 그래도. 너무.



"우리 승관이 여기 있나"

"...."

"역시 승관이는 화장실이 잘 어울려 그치?"



비웃음 소리가 울리고 내가 있는 칸을 발로 차대며 나오라고 말하는 아이들의 말에 떨리는 손으로 문을 열면 머리채를 확 잡아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아프다는 소리를 내지도 못하고 돌아가며 아니, 단체로 발길질을 해대면 몸을 둥그렇게 말고 그저 눈을 감았다. 이 순간이 얼른 끝나길 바라고. 또 바라면서.






시간은 금방 흘렀다. 수업은 항상 최악이었고 몸을 계속해서 달라붙는 옷은 기분을 더 바닥으로 떨어지게 만들었다. 벌써 6시를 가리키는 시계 초침을 보며 가방을 들고 걸어 나오면 복도에 기대 서있던 아이들이 나를 잡아끌었다. 어디 가 승관아, 아까 화장실 청소하라는 말 못 들었어? 그건 내가.. 뭐? .... 질질 끌려 다시 화장실로 들어와 대걸레를 던지며 고개를 까딱하는 아이를 바라봤다. 힘없이 대걸레를 빨고 화장실 바닥부터 천천히 밀어 닦기 시작하면 세면대 위에 앉아 떠들던 아이들이 나를 가만히 바라봤다. 빨리 끝내고 집 가서 아저씨 기다려야지. 오늘도 많이 힘들 텐데. 일부러 다른 생각을 하면서 신경을 쓰지 않아도. 곧 머리 위로 부어지는 물에 자리에 멈춰 섰다. 걸레 냄새가 온몸에서 흘렀다.



"푸하, 야 존나 잘 어울려"

"...."

"역시 걸레는 걸레 냄새가 나지"

"으, 더러워"



뭐가 그렇게 좋아서. 웃고 떠드는지. 얼굴에 붙어있는 걸레 조각을 떼어내고 묵묵히 청소를 하면 양동이를 집어던지며 재미없다 말하는 아이들이 하나둘 화장실을 빠져나갔다. 문이 닫히고 힘없이 자리에 주저앉아서 한참을 울었다. 왜 나한테만 이러는지 몰라서. 도대체 왜 나한테만. 아빠 엄마 없는 게 뭐 어때서. 그게 뭐. 어때서.



"..끄흐.."



나는, 나는. 그러니까 나는.



"...아저씨, 보고, 싶어요, 흐으, 아저씨"



고아입니다. 엄마 아빠한테 버려진. 고아.



* * *



정신없이 집으로 돌아와서 몇 시간 동안 몸을 씻어냈을까. 아직까지 걸레 냄새가 나는 거 같아서 기분이 안 좋았지만 멍하니 침대 한가운데 앉아있었다. 8시가 넘어가고. 날이 어둑어둑해지면 급하게 거실로 나와 티브이를 켰다. 그리고, 웃었다. 곧, 아저씨가 오니까. 도어록 풀리는 소리에 일어나 달려 나갔다. 아저씨! 오늘 하루 처음으로 지어 보이는 웃음. 우리 승관이 오늘 하루도 잘 보냈어? 나를 꽉 끌어안아오며 토닥거리는 손에 고개를 끄덕이며 더 품을 파고들었다.



"승관아?"

"보고 싶었어요"

"..."

"보고 싶었어요, 아저씨"

"나도, 보고 싶었어"

"...."

"엄청 보고 싶었어 아가"



품에서 살짝 나를 떼어내고 이마에 짧게 입을 맞추며 웃어오는 아저씨에게 같이 웃음을 지어 보이고 손을 꼭 마주 잡았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든 그게 뭐가 중요하겠어. 나는, 지금이, 지금이 좋으니까. 그러니까. 말없이 아저씨를 바라보는 게 어색했는지 헛기침을 하던 아저씨는 내 머리를 헝클이고는 집안으로 들어서며 말했다. 저녁은 챙겨 먹었어? 아니요.. 내 말에 넥타이를 풀던 손을 멈추고 나를 돌아본 아저씨가 다시금 말을 이었다. 그럼, 우리 오늘 데이트할까?



"지금요?"

"응, 싫어?"

"아뇨 좋아요!"

"푸흐, 그럼 얼른 준비해 기다릴게"

"네네!"



그래, 오늘 일이 뭐가 중요하겠어. 지금, 이 기분이. 이 상황이 깨지지만 않는다면 나는 뭐든 괜찮았다.

언젠가 내가 무너진다 해도, 지금은. 아저씨와 함께면 뭐든. 괜찮았다.






장마가 시작됐다. 봄은 금방 소리소문도 없이 지나갔고 여름은 늘 그렇듯 찾아왔다. 우산을 신발장 위에 올려두고 신발을 신던 승관이 시간을 보곤 정신없이 뛰어나갔다. 선반위 우산은 그렇게 가만히 그 자리에 놓여있었다. 우으. 컴컴한 창을 등뒤로 한채 일어선 승철이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뜨며 기지개를 폈다. 벌써 갔네. 일찍 일어나서 승관이 학교가는 모습을 보고싶었지만 몸은 그렇게 따라주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들어가 씻고 나온 승철이 대충 토스트 하나를 입에 물고 티비를 켰고 비가 온다는 속보가 흘러나오는 덕에 자연스레 고개를 돌려 신발장을 바라봤다. 승관이한테 우산 가져가라고 했는데. 넥타이를 메며 걸음을 옮긴 승철이 선반위에 올려져있는 민트색 우산에 한숨을 푹 쉬었다. 부승관 또 두고 갔네. 가져다 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자켓을 걸친 승철이 차키와 서류가방 그리고 우산을 한손에 든채 집을 나왔다. 벌써부터 비가 올듯한 하늘은 어두운 먹구름이 가득했다.



"12시..50분쯤이면 시간맞겠지"



회사로 차를 몰며 대충 시간을 계산 해본 승철이 살짝 웃음을 지었다. 교복을 입은 승관을 보는게 벌써 몇년만인지. 괜스레 설렜다. 승관은 교복도 분명 잘어울릴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사무실로 들어온 승철을 본 직장동료들은 승철에게 저마다 한마디씩 던졌다. 오늘 좋아보이네요? 오늘 무슨 좋은 일 있어요? 오늘 따라 얼굴이 밝네. 사람들의 말에 승철은 그저 웃음으로 답을 대신했다. 그렇게 티가 많이 났나 싶다가도 뭐 아가 본다는데 신나는건 어쩔수없지 라며 합리화 시킨 승철이 일처리를 시작했다.

승관은 어둑해지는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비가 온다고 우산 챙겨가라고 했는데 깜빡한게 학교에 도착해서야 생각이 났다. 집으로 돌아가기는 시간이 너무 늦었고 승철이 학교로 오는건 원하지 않았다. 물비린내가 벌써부터 스멀스멀 기어올라왔다. 그덕에 힘없이 책상위로 엎어지는 승관의 머리위로 지우개가 날아들었다. 아. 승관이 손을 들어 머리를 감쌌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또 교실안을 울렸다. 눈을 꼭 감고 다른 생각을 하자고, 지금 날아오는건 지우개가 아니라고. 그렇게 자기 합리화를 하며 승관은 또 똑같은 시간을 지나고 있었다.



* * *



점심 맛있게 드세요. 승철의 말에 다들 고갤 갸웃했다. 승철씨는 안먹어요? 김팀장의 말에 저는 가볼데가 있어서. 하며 웃어보인 승철이 사무실을 걸어 나왔다. 한두방울씩 떨어지는 빗방울이 승철의 옷을 적셨다. 벌써 비오네. 승철이 하늘을 올려보다 차문을 열고 들어와 핸드폰을 꺼냈다. 연락을 할까 고민하다 서프라이즈나 해줄까 싶어 핸드폰을 대충 조수석에 던지고는 차를 몰았다. 익숙한 학교가 보이고 학교 근처에 차를 세워둔 승철이 내려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그저 승관을 보러 가는건데 이렇게 떨렸다. 후. 숨을뱉으며 한손에는 우산을 든 승철이 교문을 걸어 들어왔다. 학교, 오랜만이네. 문득 생각나는 자신의 옛날모습에 웃음 짓다가도 발치에 걸리는 옷더미에 고개를 내려 바라본 승철이 옷을 주워들었다. 체육복인가. 이리저리 훑어보다 앞쪽으로 돌려진 체육복에 써져있는 이름에 승철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부승관.



"승관이 체육복이 왜 여기"



너덜너덜해진채로 모래위에서 나뒹구는 체육복을 털어내고 학교에 들어가다 떨어뜨린거일거라고 생각한 승철이 다시금 걸음을 옮겼다. 승관이 3학년.. 3반이였던가. 고민하다 지나가는 학생을 잡은 승철이 물었다. 3학년교실은 어디로 가야해요? 승철의 물음에 놀라 어버버거리던 학생이 바로 보이는 동을 가르켰고 고맙다 말한 승철이 본동으로 들어섰다. 아이들이 복도를 우르르 뛰어다녔고 그런 아이들을 보며 살짝 웃어보인 승철이 멀리 보이는 3반의 푯말에 걸음을 빨리했다. 아가는 어떻게 생활을 할지, 친구는 많을지. 아니지 아가라면 충분히 사랑받고 지낼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3반근처로 다가가자 체육복입은 아이들이 교실을 빠져나오며 저들끼리 꺄르르 웃어댔다. 이 미친새끼야 다시 입열어서 떠들어보라고. 욕소리와 고함소리에 승철이 주춤했다. 무슨일이 있는걸까. 들어가도 되려나 이런저런 생각이 겹쳐 떠올랐다,



"부모도 없는 새끼가 뭘안다고 떠들어"

"...."

"씨발 야 벙어리냐? 왜 또 닥치고 앉아있어"

"...."

"아 이 또라이새끼"



승철이 뒷문으로 다가와 문을 연 순간 살과 살의 마찰음이 교실을 울렸다. 체육복을 입은 아이들이 둘러 싸고 있는 사이에 홀로 교복을 입고 서있던 승관이 돌아간 고개를 애써 제자리로 돌리려 고개를 든 순간 승철과 눈을 마주했다. 순간적으로 승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얼얼한 뺨과 마주한 시선. 그리고 뭐라 단정지을수없는 승철의 표정. 눈물이 차올랐다. 시야가 뿌얘졌다.



"...아,저씨"



승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아이들이 일제히 승철을 바라봤다. 입술을 살짝 깨문채 서있는 승철의 모습에 아이들이 살짝 놀라 뒤로 주춤했다. 다리에 힘이 풀릴거같았다. 지금 이 상황이 뭔지, 승관이가 왜. 도대체, 왜. 아저씨... 울먹거리는 승관의 목소리가 울리고 말없이 교실안으로 들어선 승철이 승관을 끌어안았다.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무슨 말을 꺼내야할지. 뭐라 승관에게 이야길 건네야 할지 그저 머릿속이 하얘졌다. 승철과 승관을 보던 아이들이 가자면서 하나둘 교실을 빠져나갔고 곧이어 종이 울렸다. 텅빈 교실안에 그저 정적이 가득했고 승철을 밀어내려 손에 힘을 주던 승관이 승관아 하고 불러오는 승철의 목소리에 몸에 힘을 풀었다.



"승관아"

"...."

"아가"



울음이 펑 터졌다. 숨도 못 쉴 만큼 빠르게 뛰는 심장과 떨어지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던 승관이 승철을 올려다보다 눈을 감았다. 조금씩, 조금씩 아무런 소리도.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승관아..? 승철이 당황해 승관을 흔들어도 승철을 끌어안고 있던 승관의 손은 힘없이 떨어졌다.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승관은 웃을 수 없었다. 그저, 단 한가지. 절망감뿐이였다. 더이상, 자신에게 돌아갈 집은 없다는.

무너질듯 위태롭게 버티던 승관의 천국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약 냄새가 희미하게 풍겨왔다. 병원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눈을 뜨면 아저씨가 내 옆에 있을까. 아저씨는 날 버리지 않을까 불안감만이 증폭되어왔다. 어떻게 아저씨를 볼지도, 어떤 말을 먼저 꺼내야 할지도 고민이었다. 억지로 눈을 떠 하얀 천장에 달려있던 조명을 보다 시선을 돌렸다. 가습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수증기가 병실 공기 사이를 수놓고 사라지고 손을 꼭 잡은 채 앉아있던 아저씨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입술을 깨물었다.



"부승관"

"...."

"...."



정적 속에 아저씨가 부르는 이름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어떡하지, 내가 어떻게 해야 하지. 눈물을 참을새도 없이 후드득 떨어져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무런 표정도 없이 나를 바라보는 모습에 더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절대, 보여주기 싫었고 들키기 싫었던 내 치부를 그대로 드러낸 것만 같았다. 그저, 행복한 모습만.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는데 나는. 나는 아저씨한테 그저 웃음을 주는 사람이고 싶었는데.



"..아저씨"

"..."

"나, 나, 버리지, 마요"

"...부승관"

"끄으, 나, 버리지, 말아요"



펑펑 흐르는 눈물을 소매로 문질러 닦아도 소매만 흥건히 적실뿐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너, 누가 그딴 생각하래. 화난 목소리에 움찔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한숨소리가 크게 병실을 울렸고 머리를 쓸어 올리며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뜨는 아저씨의 모습에 간당간당하게 달려있던 눈물이 다시 손으로 떨어졌다.



"부승관, 너는 뭐? 버려? 누가"

"...."

"내가 널? 너 씨발 지금 그게 말이라고 하는거야?"

"...아저씨"



처음 보는 모습에 몸이 떨렸다. 눈물은 멈추고 빠르게 뛰는 심장 덕에 저도 모르게 딸꾹질이 나왔다. 입을 막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잘못했어요, 잘못, 했어요. 하며 중얼대자 다시 한숨을 쉰 아저씨는 나를 끌어안았다. 아니야, 네가 뭘 잘못해.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을 잇는 모습에 고개를 살짝 젓자 손을 들어 등을 토닥이던 아저씨가 말을 이었다. 미안해, 화내서, 내가 더 미안해. 괜찮아요. 떨려오는 목소리를 애써 누르고 딸꾹질을 참으려 입을 다물고 있자 조심스레 얼굴을 감싸 올린 아저씨가 눈을 맞추다 천천히 입을 맞췄다. 맞닿은 입술 새로 온기가 퍼지고 눈물이 흘러내리자 눈을 살짝 손으로 가려준 아저씨는 그렇게 한참을 깊이 입 맞췄다.



"...."

"승관아"

"...."

"아가"

"...."

"널,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항상 나는 너 많이 챙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

"그게 아니였네"

"아저씨.."

"미안해, 그렇게까지 힘들게 해서, 미안해"

"...."

"몰라줘서, 너무 미안해"



아저씨가 잘못한 게 아니잖아요, 아저씨가 몰랐던 게 당연하잖아. 말을 해야 하는데 계속해서 울음이 터졌다. 진정이 된 줄 알았는 게 그게 아니었나. 아저씨는 말없이 나를 끌어안으며 팔에 힘을 줬다. 아저씨가, 더 잘할게. 고개만 끄덕이며 팔을 허리에 두르고 한참을 안겨서 울었다. 그동안, 받지 못한 위로를 지금이라도 받고 싶어서. 그동안 힘들었던 거 이렇게라도 보상받고 싶어서. 내가 말 안 한 거지만, 그래도. 그래도 아저씨한테 기대고 싶었다. 적어도 오늘만큼은. 내가 다시 돌아올 곳이 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었다. 더 이상 그 벼랑 끝에 혼자 서서 떨어지지 않게. 그동안, 불안해하던 마음이 잘못됐다는 걸 깨달을 수 있게 그렇게 한참을 아저씨의 품에 안겨있었다.

승관이 잠들자 이불을 끌어올려 덮은 승철이 승관의 머리를 정리했다. 생각이 많아졌다. 핸드폰으로 계속해서 오는 회사 사람들의 연락도 그리고 아까 보았던 승관의 모습도 계속 승철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학교를 그만두게 하는 게 맞을까. 지금 그만두면 괜찮아질까.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면, 그렇다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심스레 승관이 입고 있던 교복을 들추자 팔에 시퍼렇게 든 멍들 이 보였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도대체 이 여린 아이는 혼자 어떤 일을 숨기고 있던 걸까. 나는 왜, 왜. 같이 사는 그 수많은 시간 동안 이 아이의 상처를 몰랐던 걸까. 자책감이 승철을 짓눌렀다. 고개를 푹 숙이고 승관의 손을 잡은 승철은 계속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중얼거렸다.



"아가, 미안해.. 미안"



작은 한숨이 퍼지고 승관의 손위로 눈물방울이 떨어졌다. 승관이 어렸을 적 크게 다친 이후로 울어본 적이 없는데. 눈물이 계속 떨어졌다. 항상 웃는 아이의 뒤에 있던 아픔을 늦게 알아줬다는 마음에. 그런 아이를 늦게까지 홀로 두었다는 생각에. 솔직히, 승관에게 점점 식어가는 것 같기도 했다. 제 마음이 전과 같지 않다는 걸 느꼈었다. 승관이 웃으며 제게 안겨와도 조금씩 귀찮아서 밀어내려던 제 모습이 머릿속에 피어올랐다. 꽃을 꺾어 제 정원에 두었음에도 자신은 슬슬 그 꽃의 향기에 질리고 있었음을. 그러다 고개를 저은 승철이 마주 잡은 승관의 손을 꼭 잡았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승관을 혼자 두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그렇게, 다시금 마음을 되잡았다.

처음, 꽃을 보고 사랑에 빠졌던 그날처럼.






비가 그친 하늘은 여전히 어두운 구름을 만들어냈다. 학교 가지 말라는 승철의 말에도 불구하고 승관은 꿋꿋이 학교로 향했다. 교실 문 앞에 서서 떨리는 손으로 문을 끌어 열자 모든 아이들의 시선이 승관에게로 쏟아졌다. 말없이 아이들 사이를 지나쳐 제자리로 돌아온 승관이 곧 책상의 가득한 낙서에 입술을 깨물었다. 이제 원조교제까지 하냐. 걸레, 쓰레기. 허탈한 웃음이 퍼졌다. 달라질 거라는 생각은 안 했지만, 그래도. 적어도 조금은, 달라졌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결국은 승철까지 저 때문에 욕을 먹었다.



"어때, 승관아 마음에 들어?"

"...."

"아주 눈물나더라 응?"



제 어깨에 팔을 둘러오며 말하는 승현의 말에 승관이 피식 웃음을 터뜨리다 승현의 팔을 쳐냈다. 당황한 눈빛도 잠시 뭐 하냐. 하며 목소리를 낮게 까는 승현을 가만히 보던 승관이 입을 열었다. 이런 짓 하면 좋아? 나한테 이래서 너네가 얻는 게 뭔데? 예상외의 반응에 아이들이 말없이 승관을 보다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 승관이 많이 컸네. 머리를 쓰다듬던 승현이 손에 힘을 줘 승관의 머리채를 잡았다. 으. 미간을 찌푸리며 승현의 손목을 잡아챈 승관이 밀어내려 바둥거리자 그대로 사물함 쪽으로 승관을 던진 승현이 바닥에 침을 뱉었다.



"그 아저씨 등에 업고 뭐라도 된냥 행동하지마"

"...."

"넌, 그러나 저러나, 걸레잖아"

"...."

"아. 그 아저씨도 몸으로 꼬셨으려나?"



아이들의 비웃음이 터지고 사물함에 정확히 찍힌 어깨가 아파졌다. 승관이 아무 말 못하고 고개를 숙이자 다시금 아이들의 발길질이 이어졌다. 종이 울리고 선생님이 들어오기 전까지 힘없이 몸을 둥글게 말고 있던 승관이 눈물을 참았다. 울지 말자고, 더 울지 말자고 그렇게 입안을 터질 때까지 깨물었다. 문이 열리고 들어온 담임이 교탁을 두드리자 승관에게 쏟아지던 발길질이 잦아들었다.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서는 승관을 빤히 보다 한숨을 푹 쉰 담임이 처음으로, 승관에게 말했다.



"끝나고, 상담 좀 하자"



잘못한 건, 저 아이들인데, 제가 왜요? 차마 묻지 못한 말이 입안 가득 차올랐다. 더러워진 교복을 털어내며 자리에 앉아 힘없이 책상에 엎드린 승관이 눈을 감았다. 수업을 들을 이유도, 이 자리에 남아있을 이유도. 아무리 생각해도 존재하지 않는데, 자신은 왜 이곳에 앉아있는지. 허탈했다. 그저 모든 것이 다.

승철은 한바탕 과장에게 말을 듣고 사무실 가운데 앉아있었다. 승관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데리러 가야 한다는 말에 과장도 어쩔 수 없다는 듯 허락을 해주었지만 여전히 승철은 불안했다. 학교를 간다는 승관을 말렸어야 하는 건데. 끝까지 가지 말라고 잡았어야 하는 건데. 머리를 헝클이며 책상 위를 바라보던 승철이 옆에 놓인 액자를 만지작거렸다. 제발, 아무 일도 없기를, 승관에게. 아무런, 일도 존재하지 않기를. 이뤄질 수 없는 바램을 빌고 또 빌었다.

9시가 넘어가는 시간이었다. 승철이 회사에서 빠져나와 승관의 학교로 향했다. 초조하게 떨리는 손과 불규칙하게 뛰는 심장박동이 승철의 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비가 올 것같이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다 학교 앞에 차를 세운 승철이 차에서 내리자 하나 둘 빠져나오는 아이들의 시선이 승철에게 향했다. 상담해서 늦을 거 같다는 문자에도 그저 초조하게 이리저리 걸어 다니는 승철을 본 승현이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승철에게 달려왔다.



"안녕하세요?"

"...."

"그때 그분이죠?"



승현의 말에 승철이 미간을 찌푸리며 승현을 바라봤다. 익숙한 얼굴, 그리고 떠오른 장면에 아 하고 소리를 낸 승철이 고갤 살짝 끄덕이곤 다시 시선을 돌려 학교를 바라봤다. 아가는 언제 나올까, 학교를 옮길까 하는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아저씨. 승현의 목소리에 승철이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돌리자 승철을 빤히 보던 승현이 말했다. 부승관이랑 원조교제해요? 뭐? 하긴, 우리 승관이가 오죽 예뻐야죠. 표정이 싸하게 굳어갔다. 지금, 그게 무슨 말이죠. 최대한 예의를 갖추려 말을 함에도 깔리는 목소리에 헛기침을 한 승현이 어깨를 으쓱했다.



"아저씨 모르셨나보네, 부승관이 학교 쌤들한테 몸 대주는 거"

"...."

"우리 승관이도 참"



피식피식 웃으며 얼른 들어가 보세요 혹시 알아요 지금도 몸 대줄지. 한 승현이 아이들과 웃으며 사라졌고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승현을 보던 승철이 학교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혹시나, 정말로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다. 그럴 리가 없다는 것도. 그럴 애가 아니란 것도 알았지만, 정말. 혹시나 해서. 저기요. 걷고 있는 승철을 붙잡은 한 소년의 행동에 승철이 고갤 갸웃하자 목례를 한 소년이 말을 이었다.



"부승관, 지금, 교무실에 있어요"

"..."

"저새끼들이 한 말 거짓말이니까, 믿지마시구요"

"..너는 누구.."

"미안해서"

"...."

"부승관한테 미안해서 그래요"

"...."

"얼른 가보세요 그 선생 쓰레기니까"



소년이 급하게 사라지고 승철이 멍하니 또 소년을 보다 걸음을 옮겼다. 아이들의 말이 섞여 머릿속을 울리고 교무실 푯말을 확인한 승철이 문을 열자 선생의 앞에 무릎 꿇고 앉아 울고 있는 승관의 모습이 보였다. 부승관. 화가 난 승철의 목소리가 교무실을 울리고 동시에 쏟아지는 두 사람의 시선에 승철이 픽 웃음을 터뜨렸다. 엉키고, 꼬인 상태에서 눈앞에 놓인 장면이 사실이 아니라고. 그런 쪽이 아니라고 아무리 생각하려 해도 머리는 자꾸만 이성을 방해했다. 아저,씨. 울먹거리는 목소리가 울렸고 곧 하늘에선 비가 쏟아졌다.

별이 하나도 빛나지 않는 밤이었다.






데리러 온다는 문자에 기분이 좋아지기도 잠시 곧 교무실로 오라는 말에 상담 때문에 늦을 거 같다는 문자를 보낸 승관이 교무실로 걸음을 옮겼다. 야자가 시작되는 종이 울리고 교무실 문을 열면 다른 선생들은 모두 퇴근한 듯 승관의 담임만이 자리에 앉아있었다. 선생님. 떨리는 목소리로 승관이 입을 열자 시선을 돌려 승관을 본 태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로 앉아. 원형 테이블 한쪽 의자를 가리키며 말해 옴에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 앉은 승관이 아무 말 하지 않고 고개만 숙이고 있자 태환이 승관을 가만히 바라보다 말을 이었다.



"어제, 무단조퇴 한거 알지"

"...."

"듣기론, 어떤 남자가 너 데리고 갔다고 하더라"

"선생님, 그게"

"어떠한,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내가 무단 조퇴는 안된다고 하지 않았나"



태환의 말에 승관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학기 초 말하던 말이 생각났고 승관을 보고 픽 웃음을 터뜨린 태환이 승관의 허벅지 위로 손을 올려 토닥였다. 우리 승관이가, 요새 성적도 떨어지고 그러더니, 다 그 사람 때문이었나? 답지도 않게 다정하게 말을 해오는 모습에 승관이 살짝 몸을 떨었다. 선생님 그런 게 아니라. 뭐라 말을 이어가려는 승관을 보던 시선을 무표정하게 짓던 태환이 승관의 허벅지를 연신 지분거리며 말했다.



"원조교제, 학교에 걸리면 어떻게 되는지는 잘 알지"

"...."

"퇴학일텐데"

"...."

"막아 줄 부모님도 없을 테고"

"..선생님.."

"그 사람은, 물론 너 때문에 피해를 보겠지"



아무런 말을 할 수도 없었다. 아무리 저와 승철이 같이 살았다 하지만, 호적상으론 남남이 맞았고 다른 사람 눈엔 그저 원조교제로 보일 수밖에 없는 나이 차이였다. 승관이 잘못했다는 소리를 툭 내뱉자 잠깐 정적이 흘렀다. 승관아. 처음으로 들려오는 제 이름에 승관이 살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태환을 바라봤다. 잘못을 했다면, 벌을 받는 게 맞지? 웃고 있는 얼굴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벌, 이라뇨..



"내가 눈감아주려면, 나한테도 뭔가 있어야 하지 않겠어?"

"...."



이 잘게 떨려왔다. 무서움이 승관을 감싸 안았다.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승관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은 태환이 잘 알지, 무슨 소린지. 하며 말을 해왔고 승관이 고개를 저었다. 선생님 이건 아니잖아요. 승관의 말에 피식 웃으며 그래? 하고 답한 태환이 자리에서 일어서 승관을 내려다봤다. 그럼, 어쩔 수 없고. 어깨를 으쓱하는 모습에 승관이 태환의 손목을 잡았다. 선생님.. 아무리 애를 써도 전혀 달라질 태도는 보이지 않았다. 소문처럼, 태환은 악랄했고 무서웠다. 이 일로 승철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었다.



"할,게요"

"..."

"할테니까, 제발요"



태환이 손을 뻗어 승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다시금 자리에 앉은 태환의 앞에 무릎을 꿇은 승관이 눈가를 소매로 비볐지만 그치지 않는 눈물에 입안을 깨물었다. 떨리는 승관의 손이 태환의 허벅지 위로 올라간 순간 문이 다시 한번 드르륵 소리를 내며 열렸다. 부승관. 승철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 승철을 바라본 승관이 뚝뚝 끊어지는 목소리로 아저씨라는 단어를 뱉자마자 승철이 실소를 터뜨렸다.



"지금, 뭐하냐"

"...."

"애 데리고, 뭐하시는 겁니까"



승철의 낮은 목소리가 교무실을 울렸다. 태환 또한 당황한 듯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성큼성큼 걸어온 승철이 승관의 손목을 잡아 일으켜 세웠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하는 말만 남긴 채 승관을 교무실에서 끌고 나왔다. 아저씨, 아, 파요. 승관의 말에도 그저 말없이 손목을 억세게 잡아 끈 승철이 곧 도착한 차 앞에서 승관의 손목을 뿌리치듯 놨고 붉게 부어오르는 손목을 감싼 승관이 고개를 푹 숙였다.



"부승관"

"..."

"부승관, 대답"

"..네"

"지금, 뭐하는거야, 너"

"...."

"지금..후"



한숨을 푹 쉬며 넥타이를 느슨하게 푸르는 승철의 모습에 승관이 그저 눈물을 떨궜다. 신발코를 적시며 떨어지는 눈물을 보던 승관의 고개가 승철에 의해 들려졌다. 내가, 너 이런 꼴, 보려고 학교, 보낸 거 아니야. 허공에서 마주한 승철의 시선에 승관이 잘못했다고 말을 하자 승철이 말없이 승관을 바라봤다.



"잘못,했어요,아저씨"

"...."

"나는, 아저씨한테, 더, 피해갈까봐.."

"...."

"나는.."



아저씨가 좋은데, 아저씨한테 피해 가는 건 싫어요 그래서.. 그러니까.. 횡설수설 이어지는 말에 승철이 눈을 감았다 뜨며 승관을 차에 태웠다. 일단, 집에 가서 얘기하자. 빗물에 젖은 몸으로 조수석에 가만히 앉아 고개를 숙이는 승관을 보던 승철이 고개를 돌려 말없이 차를 출발시켰다. 집으로 가는 그 시간 동안 둘에겐 한마디에 대화도 오고 가지 않았다.

침대 위에 가만히 앉아 승철을 바라보던 승관이 손톱을 물어뜯었다. 일종의 버릇이었다. 아주 어렸을 적부터 불안해지면 저도 모르게 손톱을 물어뜯었다. 손톱, 뜯지 마. 승철의 목소리에 승관이 행동을 멈추고 손을 내려놨다. 승철이 수건을 내려두고 승관의 앞에 앉아 승관을 바라봤다. 시선을 제대로 마주하지도 못하고 고개를 숙이는 승관의 모습에 또다시 승철의 한숨이 퍼졌다.



"언제부터였어"

"...."

"애들이, 괴롭힌거"

"...."

"대답"

"...중학교때부터.."

"...."

"...."

"오늘, 내가 본건 뭐야."



승철의 물음에 승관이 주먹을 꽉 쥐며 오해예요, 저 진짜, 그런 적, 없어요. 하며 말했고 승철은 가만히 승관을 바라봤다. 아저씨랑 같이 사는 거 선생님이 원조교제라고.. 막.. 승관의 울먹이는 목소리에 승철이 승관을 끌어안았다. 말하지 마. 승철의 말에 승관이 입을 다물고 승철의 어깨에 얼굴을 기댔다. 미안해요 아저씨. 목소리가 울리고 승관의 등을 토닥인 승철이 말을 이었다.



"학교, 옮기자"

"...."

"아니면, 그만 둘래?"



승철의 말에 놀라 승관이 고개를 들자 승관의 눈가에 짧게 입을 맞춘 승철이 말했다. 너 이렇게 아픈 거 더 보기 싫어. 너 때문에 내가 힘들 거라는 생각도 그만했으면 좋겠어. 승관이 아무 말 하지 않고 승철을 보자 한 손을 들어 승관의 머리를 쓰다듬은 승철이 말을 이었다. 그냥, 너만 있으면 나는 다 괜찮으니까 승관아. ... 상처받지 말고 이제 그냥 내 옆에만 있어줘. 내가, 너 많이 사랑하니까. 그러니까. 승철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승관이 먼저 입을 맞췄다. 꼭 감은 눈과 제 팔을 잡아오는 승관의 손을 보던 승철이 이내 살짝 웃으며 깊게 승관의 입을 탐했다.



"...아저씨"

"응"

"변하지 마요"

"..."

"계속, 옆에 붙어있을거니까"

"당연하지"



붉어진 입술로 색색 숨을 뱉으며 말하는 승관의 모습에 승철이 웃으며 승관의 머리를 정리했다. 서로를 바라보던 눈빛이 묘해지고 승철이 조심스레 승관을 뒤로 눕혔다. 승관아. 네.. 아저씨, 믿지? 고개를 끄덕이며 승철에게 배시시 웃어 보인 승관이 말을 이었다. 사랑해요, 아저씨. 방안으로 비치던 그림자가 하나로 겹치고 빗소리는 어느새 은은한 세레나데로 변했다.

별이 하나도 없는 밤이었지만 달은 둘을 비춰주고 있었다.






학교를 옮겼다. 승철 또한 회사 부서를 바꿔가면서까지 회사를 옮겼고 전에 살던 집 보다 조금 더 큰집으로 이사했다. 승관은 처음 가는 학교가 두렵기도 설레기도 했다. 친구가 생길까, 나한테도 친구란게 존재할까. 이런저런 고민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여기서 뭐해. 짐정리를 어느정도 끝낸 승철이 테라스 한켠에 서있는 승관에게 다가와 승관을 끌어안으며 물었다. 그냥, 생각 좀 했어요. 자연스레 몸을 돌려 승철에게 안긴 승관이 웃어보였고 그런 승관의 등을 토닥이며 이마에 짧게 입을 맞춘 승철이 말을 이었다.



"괜찮을거야"

"...."

"너무 걱정하지마"



다정한 목소리에 승관이 응 하며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보였다. 웃는게 참 예쁘다고 승철은 생각했다. 들어가자, 춥다. 승관을 끌어 집안으로 들어와 액자를 마저 벽에 걸고 조촐한 저녁을 먹은 둘은 새로운 방 새로운 침대위에서 잠을 청했다. 햇빛이 머리맡까지 찾아와 노크했다. 승관이 뒤척거리며 일어서 잠들어있는 승철의 볼에 짧게 입을 맞추고 익숙하게 씻고 나와 새로운 교복을 입었다. 전보다 딱 맞는 핏에 색감도 예쁜 교복이라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다녀올게요"



잠에 취해있는 승철의 이불을 끌어올려 덮어준 승관이 떨리는 마음을 잡으며 학교로 향했다. 아이들이 하나둘 교문으로 들어가고 승관역시 교문을 지나쳐 교무실로 향했다. 너네 또!!! 교무실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승관이 살짝 주춤했다. 들어가도 되는거겠지. 고민하다 문을 연 승관에게로 쏟아지는 시선에 승관이 어 인사하자 남자아이 둘을 혼내던 석진이 아,너가 승관이구나? 하며 웃어보였다.



"워, 쌤 표정 바뀌는거봐"

"이야 역시"

"시끄러워 이석민, 권순영 너네는 혼날 줄 알아"

"아잉 쌤"

"봐주세요오"

"조용히 하고 있어라"



석진이 승관에게 다가와 한쪽으로 이끌었고 서있던 남자아이 둘, 아니 석민과 순영은 관심있게 승관을 바라봤다. 전에 학교 이야기는 들었어. 석진의 말에 승관이 입을 다물었다. 고개들어. ... 너가 뭘 잘못했다고 그렇게 쳐져있어. 승관이 살짝 울컥해 입술을 깨물었다. 한손으로 승관의 어깨를 두드리며 여기선 그런 일 없을거니까 너무 걱정마. 그저, 그 한마디에 승관은 모든게 풀리는 느낌이였다. 선생님에게 이렇게 다정한 말을 들어본게 언제더라. 생각했다. 너는 3학년2반이고 학기중에 전학온거라 어색하겠지만 잘적응할수있지? 노력할게요.. 그래, 그럼 잠깐만. 석진이 고개를 끄덕이고 시선을 돌렸다. 어이 거기 커플 이리와봐. 석진의 말에 아 쌤!!! 저 얘랑 커플아니에요!!! 하면서 서로 싫어하는 티를 팍팍 내고 다가오는 순영과 석민을 승관이 멍하니 올려다 봤다.



"같은 반이니까, 잘 챙겨줘라"

"....."

"아 당연하죠"

"물론입죠"

"너네 벌은 생각해보고 다시 말할테니까 오늘은 이만 돌아가"

"감사합니다"



승관이도 가봐. 석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승관이 일어서 교무실을 나가고 뒤를 이어 순영과 석민이 나왔다. 전학생. 석민의 말에 승관이 움찔하며 몸을 돌리자 호탕하게 웃어보인 석민이 말을 이었다. 나는 이석민이다, 잘지내보자. 손을 먼저 내밀었다. 내밀어진 손을 멍하니 보던 승관이 마주잡자 순영이 승관을 끌어당기며 말했다. 쟤랑 놀지마, 나랑 놀아 나랑. 아 저새끼. 뭐 임마, 아무튼 승관이? 나는 권순영! 순영의 웃음에 승관도 피실 웃음을 터뜨렸다.

6년의 학교생활 처음으로 친구들이 승관에게 생겼다. 누구보다 밝은 아이들, 두명이.

다녀왔습니다! 승관의 밝은 목소리가 집안을 울렸다. 거실 겸 서재 한쪽에 앉아 일을 하던 승철이 기지개를 펴며 승관에게 다가섰다. 우리 아가 왔어? 네! 오늘은 신났네? 승철의 말에 승관이 고개를 끄덕이며 승철을 끌어 소파에 앉았다. 아저씨 나,친구생겼어요! 친구가 있다는건 당연한건데. 신이나서 말하는 승관의 모습에 승철이 살짝 씁쓸하게 웃어보이다 이내 환한 미소를 띄웠다. 그랬어? 좋은 애들이야?



"응! 완전 재밌어요 둘다 진짜 웃겨"

"그래? 우리 승관이 엄청 좋은가보네"

"완전 좋아요, 나 엄마아빠 없다는거 아는데도 잘해줘요"

"...."

"둘이 막 좋아하는거 티나는데 서로 안좋아한다고 그러고"



말을 하는 승관을 보던 승철이 승관을 끌어안았다. 어어? 아저씨..? 살짝 놀라 조용해지는 승관의 뒷머리를 쓰다듬으며 고마워 하고 작게 말한 승철이 손을 내려 등을 토닥였다. 뭐가 고마워요.. 그냥, 다 고마워. 말하지 않아도 굳이 잇지 않은 말들이 전해지는것같았다. 승관도 승철의 허리를 꽉 끌어안고 승철의 어깨에 얼굴을 부볐다. 나도 고마운데,항상. 포근한 온기가 둘을 감싸 안았다. 한참을 끌어안고 있던 둘이 떨어지고 승관의 머리를 정리해준 승철이 웃어보였다.



"옷갈아입고 외식할까?"

"좋아요!"

"그래 얼른 갈아입고 가자"



승관이 일어나 도도도 뛰어 방으로 들어가고 그런 승관의 뒷모습을 보던 승철이 옅게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에 자신의 아이가, 자신의 사랑이, 완연한 색을 그려냈다. 아이의 향기가 아직도 제 손에 남아있는것 같았다. 자리에서 일어선 승철이 방으로 뒤따라 들어가고 둘의 앉아있던 자리엔 꽃향기만이 은은하게 남아있었다.






승관의 학교생활은 평탄했다. 그동안 누리지 못한 우정이 뭔지, 의리가 뭔지 순영과 석민은 승관의 옆에 꼭 붙어 알려주었다. 어떻게 이야기를 하고 어떻게 손을 잡고 걸어가는지. 어떻게 웃을 수 있고 어떻게 행동할 수 있는지 전부를 둘은 승관에게 가르쳐주었다. 2주라는 시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시간에 셋은 엄청 친해졌다. 승관 특유의 애교와 넉살에 선생님들도 결국은 웃음을 지으며 넘어갈 수밖에 없을 정도로 셋은 긍정 에너지를 퍼뜨리고 다녔다. 승철은 그런 승관의 모습에 다행이라는 마음과 동시에 미안함이 퍼졌다. 조금 더 일찍 알아줬다면, 조금 더 일찍. 항상 그런 생각이 승철을 감싸기도 했지만 승관이 승철의 손을 잡으면 승철은 안도감에 승관을 보며 웃어 보였다.



"아저씨 우리 놀러 가면 안 돼요?"

"놀러?"

"응! 석민이랑 순영이랑..."

"...."

"아저씨도.."



승관의 말에 승철이 살짝 고민하듯 보이자 승관이 어색하게 뒷머리를 긁적였다. 바쁘면 안 가도 괜찮아요, 그냥.. 아니야. 승철의 대답에 승관이 눈을 살짝 동그랗게 뜨자 웃으면서 승관을 본 승철이 다시금 말을 이었다. 가자, 놀러 가면 되는 거지. 시간 괜찮아요? 당연하지, 너랑 같이 가는 거면. 승철이 손을 들어 승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밝은 갈색 머리가 헝클어지고 배시시 웃은 승관이 승철을 끌어안았다. 이번 주 주말에 꼭 가는 거예요! 응, 그래. 아 좋다.. 승관의 웅얼거림이 들리고 승철이 가만히 승관의 등을 토닥이다가 살짝 품에서 떼어내 입을 짧게 맞췄다. ....어어.. 애들이랑 계획 다 짜고 얘기해줘, 내가 다 해줄 테니까. 응! 승관이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승철 역시 승관을 보며 웃음을 지어주었다.

시간은 금방 흘렀다. 동해를 가자고 이야기를 시작해서 흘러나온 말들은 계획표 한 장을 꽉 채웠고 승관이 들고 온 계획표를 보고 웃음을 터뜨린 승철이 알겠다며 시간을 다시금 정리해주었다. 그렇게 셋, 아니 넷은 바다로 향했다. 승철이 운전을 하고 승관이 조수석에 타고 순영과 석민이 뒷자리에 앉아 어색하게 승철을 바라봤다.



"왜 그렇게 어색해해"

"어, 그냥, 그냥요"

"답지 않다 권순영 "

"응 나도 적응 안 돼 내가"



순영의 말에 승철이 웃음을 터뜨리고 승관이 분위기를 풀려고 노래를 틀고 이야기를 꺼내자 금세 적응한 석민과 순영이 바쁘게 입을 놀렸다. 세 사람의 서라운드 사운드에 승철이 작게 한숨을 쉬다 피식 웃음을 지었다. 아이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는지도, 이렇게 사람을 좋아하는 아이였는지도 새롭게 알게 되는 것 같았다. 장시간의 운전으로 하나둘 잠에 취하고 승철이 가만히 잠든 승관의 위로 담요를 끌어 덮어주고는 다시 바쁘게 차를 운전해 동해에 도착했다. 차를 한쪽에 세워두고 먼저 내려 스트레칭을 한 승철이 가만히 눈을 감고 서있었다. 아 시원하네. 바람이 불어와 승철의 검은 머리를 헝클이고 잠에서 깨어난 승관이 창으로 승철을 바라보다 내려서 조심스레 승철을 끌어안았다. 피곤하죠 오.. 언제 일어났어. 방금요.. 잘 잤고? 응, 아저씨 피곤해서 어떡해요. 승관의 말에 몸을 돌려 승관을 끌어안았다 내려다 본 승철이 고개를 저으며 웃어 보였다.



"뭐가 피곤해, 너랑 같이 온 여행인데"

".. 헤에, 그래도"

"정 마음에 걸리면"



여기 뽀뽀. 승철이 제 입술을 툭툭 두드리고 승관이 눈을 도르르 굴리다 곧 눈치를 보며 입에 짧게 쪽 소리를 내며 입을 맞췄다. 너무 짧은데. 승철의 능글스러운 말에 승관이 얼굴을 붉히자 피식 웃으며 승관의 허리를 끌어안아 잡아당겨 다시 깊게 입을 맞췄다. 입술을 혀로 살짝 핥다 제 입안을 부드럽게 휘젓는 승철에 승관이 자연스레 눈을 감고 승철의 옷자락을 꽉 쥐었다. 하아, 조금의 시간 끝에 떨어진 입에 승관이 살짝 숨을 몰아쉬자 승철이 웃으며 다시 입에 쪽 입을 맞췄고 곧 서로를 보며 웃는 둘에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와, 지금 새벽부터 뭐 하는 거람"

"와, 커플 냄새난다"

"와, 너무하네 둘이"

"와, 우리 왕따인가 봐"



승관이 놀라 뒤를 돌자 둘이 브이 자를 만들어 눈을 가리듯이 하고는 말을 했고 승철이 피식 웃으며 승관을 끌어안듯하고는 말을 이었다. 부러우면 지는 건데? 너네도 연애하던가. what?!?! 얘랑요????!!! 순영이 기겁하며 석민을 가리키고 석민이 야 내가 어때서.. 하며 이야기하자 큭큭 거리던 승관이 승철에게 중얼거렸다. 맞죠? 둘이 좋아하는 거? 승관의 말에 저쪽에 서 투닥거리는 둘을 보던 승철이 곧 승관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다 승관의 손을 꼭 마주 잡았다. 어쩐지 재미있는 여행이 될 거 같았다.





X Talk X

독방의 글을 끌올, 제목도 나름 짓고 이건 꼭 완결을 내리라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하아. 소재 제공 해주신 우리 내 님들 모두모두 감사드리는 거 아시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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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진짜..... 대박이에요..... 눈물나려는거 참으면서 읽었는데...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7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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