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 잘 모르겠어.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앞으로 그러지마."
"네...진짜 죄송해요..."
태형을 데리고 들어가니 윤기선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우리한테 걸어오셨다. 고마워. 윤기선배는 나한테 고맙다고 인사하셨고, 윤기선배가 내 옆에 서있는 태형한테 눈을 돌리자 태형은 바로 사과를 했다. 나름 엄청난 용기를 낸 것 같았다. 윤기선배는 잠시 뜸들이더니 손을 들어 태형의 어깨를 툭 치셨다. 이어 태형의 살짝 어두웠던 표정이 환해졌고 진짜 아무런 근심걱정 없는 것처럼 웃었다. 태형과 윤기선배는 완전히 풀린 것 같고, 태형을 데리고 왔으니 정국선배한테 받을 게 있지. 책상위에 걸터 앉아있는 정국선배를 쳐다보자 선배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제가 김태형 데리고 왔으니까 제 소원 하나 들어주셔야죠 선배님."
"..시계봐. 10분 지났는데?"
"치사하게 2분가지고 그럽니까, 사람이."
"하...그래 약속은 약속이니까. 하나 말해봐."
"저 퇴근하고,"
"..퇴근하고?"
"떡볶이 먹으러가요."
내 말을 듣자마자 선배는 입을 틀어막고 진짜 미친사람처럼 웃었다. 선배 옆에 서있는 지민선배에게 내가 그렇게 웃긴 말을 했냐고 묻자 선배는 대답은 않고 그냥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진짜 한참동안 웃었던 것 같다. 이제 좀 진정이 됐는지 가슴팍을 팡팡 치고,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고 찹찹 때리고 말을 이어갔다.
"그래 가자. 떡볶이 뭐 얼마한다고."
"예!"
선배는 흔쾌히 수락을 했다. 나는 자칭타칭 떡볶이덕후였다. 학창시절 애들이랑 놀러가면 떡볶이집은 무조건 들러야했고, 일주일에 4번이상은 떡볶이를 먹었다. 그만큼 떡볶이를 좋아하는 나여서 오늘같이 특별한 날에는 떡볶이를 먹어야 할 것 같았다. 머릿속으로 매콤달콤한 떡볶이 맛을 상상하고 있는데 정국선배가 박수를 짝 쳐서 그 상상이 저 멀리 날라가버렸다.
"우리 지금 회진돌러가야되니까 다 챙겨서 나와."
"네!"
"지민이는 니 환자 차트들고오고."
"네, 알겠습니다."
와 드디어 교수님 회진을 돌러가는거야? 메디컬 드라마에서 많이 보던, 교수님 뒤에 쪼로록 줄 서서 환자 체크하고, 회진 도는 걸 지금 하러간다. 내가. 이여주가. 나는 회진돌 때 메모하기 위해서 작은 수첩하나를 준비해왔다. 그걸 가방에서 꺼내고 내 자리앞에 서있는데 윤기선배가 뒤에서 내 어깨를 툭 치셨다.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자 엄청 밝게 웃으셨다. 입동굴 있구나. 무표정으로 있을 때는 진짜 무서웠는데 웃으니까 진짜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보였다.
"안가? 왜 그렇게 서있어?"
"아... 갈꺼에요. 가요."
"힘들지? 첫날인데."
"아니요, 하나도 안힘듭니다. 괜찮아요."
다행이네. 선배는 손을 들어 내 머리위에 올리시더니 머리를 헝클이시고는 휙 가셨다. 뭐야, 사람 설레게. 선배가 내 머리를 헝클일 때 심장에 다이너마이트를 달아논 건지 진짜 심장 터질 뻔 했다. 이거 무슨 느낌인지 알꺼에요. 좋아하는 사람이 내 옆에 지나갈때 심장 툭 떨어지는 느낌. 그런 느낌. 선배! 같이가요. 두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리고 선배를 빨리 쫓아갔다.
"안녕하세요, 어떠세요? 좀 괜찮아지셨어요?"
"네. 의사선생님 덕분에 너무 편해요. 진짜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몸조리 잘하셔야지 집에 일찍 가실 수 있어요. 많이 움직이지마세요. 알겠죠?"
"네 선생님. 감사합니다."
일단 교수님과 같이 간 병동은 우리과, 외과병동이었다. 6인실로 들어가자 많은 분들이 침대에 누워계셨다. 교수님께서 수술하신, 수술하실 분은 6명 중 2분이나 되셨다. 일단 왼쪽에 누워계신 분께 먼저갔다. 머리가 희끗희끗하신 걸 보니 나이를 꽤 드신 것 같아 보였다. 교수님께서 수술을 잘 마치셨는 지 환자 분의 안색은 아주 좋아보였고, 교수님도, 선배들도 다 기분 좋아보이는 표정이었다. 다들 행복해해서 나도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AHP야. 좀 심각하셔서 어려운 수술이었는데 잘 마무리됬어."
"아..."
*AHP(acute hemorrhagic pancreatitis): 급성 출혈성 췌장염
내 옆에 서있었던 호석선배가 이 환자의 병명을 알려주었다. 급성 출혈성 췌장염이라고 하셨다. 들고온 수첩에 열심히 적고, 교수님께서 수술하실 다른 환자분한테로 넘어갔다. 이 환자분이 바로 지민선배 환자분, 김준유 환자분이었다. 이 환자에 대해 너무 열심히 공부하다가 정국선배랑 토론할 꺼 준비 제대로 못했던, 그래도 칭찬은 받았지만. 그 환자분이었다.
"지민아. 차트좀."
"예. 여기 있습니다. 근데 심박이 일정하지가 않아요."
"하... 그러면 안되는데. 수술은 내일 아침 8시야. 알지?"
"네."
"그때까지만 안정되면되니까, 한시간마다 체크해."
"네, 알겠습니다."
지민선배는 김준유 환자분의 심박을 체크하시고, 주무시고 계신 환자분의 이불을 꼭꼭 덮어주었다. 우리는 밖으로 나왔고, 복도를 걸으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별 말 안했다. 실제는 정국선배와 교수님과의 얘기였다. 정국선배가 치프이다보니 교수님 바로 옆에 서있었다. 그 뒤로 윤기선배랑 지민선배, 나랑 호석선배, 그리고 태형이. 이렇게 줄을 서서 다녔다.
진지한 얼굴로 교수님과 진지한 얘기를 하니까 정국선배가 조금 달라보였다. 역시 사람은 전문적인 사람이 멋진건가, 진짜 멋져보였다. 저렇게 진지한 모습은 처음 봤다. 그래, 뭐 처음 볼 수 밖에 없지. 나랑 선배랑 며칠 봤다고. 아직 하루도 안됬는데.
"오늘 회진은 여기까지 하도록하겠다. 정국이는 나 따라오고."
"예!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어요 교수님."
"그래. 열심히 해라."
드디어 회진이 끝났다. 정국선배는 교수님이 불러서 따라갔고, 정국선배를 제외한 호석선배, 윤기선배, 지민선배, 태형, 그리고 나는 다시 우리방으로 돌아왔다. 오자마자 선배들은 의자에 쓰러지듯이 앉아서 기지개를 폈고, 태형은 춤을 췄다. 선배들! 이거 엄청 재밌어요! 막 교수님 따라서 돌아다니는거! 선배들은 태형을 보더니 다들 픽-하고 헛웃음을 쳤다. 정국선배가 없는 틈을 타서 눈을 붙이고 잠시 숨을 쉬고 있는데 정국선배가 들어왔다.
"태형이는 퇴근해. 여주는 잠깐만 기다리고."
"선배님들 수고하셨습니다. 내일도 화이팅해요!!"
"그래, 태형아 잘가라. 수고했어."
오늘 일정은 다 마쳤는지 선배는 태형이 보고 퇴근하라고 했고, 퇴근하는게 그렇게 좋은지 엄청 밝은 표정으로 문을 열고 나갔다. 선배는 나보고 내 자리에서 잠깐만 기다리라고 했다. 기다리는 거 하면 나 이여주지. 선배는 화이트 가운을 벗고 머리를 정리를 하셨다. 가자. 나는 선배가 말을 하자마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미리 메고 있었던 가방을 똑바로 고쳐매고 문 앞으로 달려갔다.
"나 없다고 놀지마라."
"예~ 알겠습니다~"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잡고 엘리베이터가 우리 층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런 얘기도 하지않았다. 왜이렇게 어색하지? 이렇게 어색하진 않았는데. 옆에 서 있는 선배를 살짝 보니까 우리 사이를 가득 채우고있는 이 기분나쁜 어색어색한 공기를 눈치를 채지 못 한 것 같았다. 8층입니다. 엘리베이터가 우리 층에 도착했고, 선배는 버튼을 누르고 먼저 들어가지 않았다. 정국선배를 보자 선배는 먼저 들어가라고 활짝 열려있는 문을 턱으로 가리켰다.
"떡볶이 맛있는 데 알아?"
"당연하죠. 제 단골이에요."
"여기서 멀면 안되는데."
"가깝습니다. 아주 가까워요. 걱정 노노해요."
정국선배는 내 대답이 뭐가 그렇게 웃긴지 또 입을 틀어막고 정말 힘겹게 웃었다. 하하하 참 웃기네요. 나도 한번 웃어보고 싶어서 억지로 웃자 선배는 아무 잘못 없는 엘리베이터 벽을 팡팡 쳤다. 으아...흔들리는데...무서워...
"뭐가 그렇게 웃긴거에요 대체? 나는 하나도 모르겠는데?"
"그냥 니가 하는 말 자체가 너무 웃겨. 너는 모르지 당연하게."
"으잉... 난 진짜 모르겠는데."
5층입니다. 엘리베이터가 5층에 섰고, 문이 열리자 너머에 서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진짜 끊임없이 들어왔다. 정원은 25명인데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왔다. 갑자기 많이 들어온 사람들에 놀라서 나는 엘리베이터 맨 구석에 쭈구리 처럼 섰고, 선배는 버튼 누르는 쪽에 서있었다. 사람들이 꾸역꾸역 들어와서 내 앞에 사람들이 점점 내 쪽으로 더 가까워졌다. 숨을 못쉴 것 같아서 한 쪽 손을 힘겹게 들었는데도 아무도 봐주지 않았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갑자기 숨이 탁 트여서 위를 올려다보자 정국선배가 바로 내 앞에 있었다.
"선배..."
"키도 작은 애가. 너 어딨는지 찾았잖아. 손을 들어도 키가 작아가지고 잘 안보이더만."
"아 진짜, 저 키 작은거가지고 놀리지마요."
"그래도 내가 니 앞에 있잖아. 좀 괜찮지?"
선배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쪼맹이네, 쪼맹이야. 선배는 나보고 쪼맹이라면서 내 머리를 살살 쓸어내렸다. 내 시야에는 정국선배 밖에 없었다. 내가 키가 작아서 그런지 나보다 세 뼘은 더 큰 선배로 온 세상이 다 찼다. 힘이 쭉 빠져서 선배의 가슴팍에 내 머리를 기대고 숨을 한번 내쉬자 선배의 심장이 쿵, 쿵, 쿵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 정국선배를 바라보자 얼굴이 금새 빨게져있었다. 진짜 귀여운 구석이 있다니까.
"잠깐만요, 저희 나갈께요."
"...아..."
"....잡아."
1층에 도착했고, 5층에서 탄 사람들은 다들 지하주차장으로 가는건지 1층에 도착했는데도 아무도 내리지않았다. 우리는 맨 끝 구석에 있었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5초 동안 끝에서 저 앞까지 가야했다. 선배가 먼저 나가려는데 사람들이 하도 많아서 비킬려해도 서로 부딪혀서 나가는데 아주 힘들어보였다. 잡아. 정국선배는 나한테 손을 내밀었고, 나는 그 손을 덥석 잡았다. 선배는 잡은 손을 힘을 주어 더 꽉 잡았고 빠르게, 엄청 빠르게 그 많은 사람들을 통과해서 나갔다. 꽉 잡고 있던 손 덕분에 나도 쉽게 나올 수 있었다.
"떡볶이 하나 먹으러 가는데 왜이렇게 힘드냐."
"그러게요. 아까 저 진짜 숨 막혀 죽을 뻔 했어요."
"자, 이제 가자. 니가 좋아하는 떡볶이 먹으러."
떡볶이 먹기전에 진짜 있는 힘 없는 힘 다 뺀 것 같다. 너무 힘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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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내이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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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공삼공구입니다.
진짜ㅜㅜㅜㅜㅜ초록글ㅜㅜㅜㅜ너무 감사해요ㅜㅜㅜㅜㅜㅜ
진짜 제 글이 재미있는 것도 아닌데 많은 관심 주셔서 진짜 감사해요ㅜㅜㅜㅜ
더 재미있게 쓰도록 진짜 열심히 노력할게요ㅠㅠㅠㅠ진짜ㅜㅜㅜㅜ감동이야ㅜㅜㅜㅜ
사랑해요ㅜㅜ진짜ㅜㅜㅜㅜㅜ
암호닉은 계속 받고있구요 저번화에 못 넣어드린 분 추가했습니다!
+) 방탄소년단 3주년 진짜 축하해요
비록 3년을 다 함께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오빠들 덕분에 진짜 너무 행복해요.
함께하지 않은 시간보다 함께 한 시간이 훨씬 더 많아지기를 바래요.(지금도 더 많지만)
사랑합니다. 진짜로. 축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