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사 전정국 00
오늘도 역시 평화로운 하루였다. 퇴근시간이 얼마남았나 궁금해 시계를 쳐다보다가 2시간정도 남았길래 책상에 발을 기대 창문 밖을 쳐다보면 더 빨리 달리라는 소대장의 소리에 옷을 짜면 땀이 주루룩 하고 나올정도로 뛰는 이등병들의 모습이 보였다. 저 불쌍한 것들, 내가 저 소대장 족칠 수 있는데.
소대장보다 높은 내 계급은 중위이다. 직업군인은 하사부터 시작하니, 나 정도 계급이면 뭐, 어느정도 봐줄만하다고 본다. 대위 바로 아래니까. 여자가 무슨 직업군인이냐고 묻겠지만, 나는 군의관이다. 장교이신 내 아버지 덕에 이 딱딱하고 어두침침한 군대에 끌려왔다. 군의관이라고해서 하는 일이 많은 건 아니었다. 그냥 발목 좀 삐거나 약간의 생채기가 난 군인들 치료해주고, 좀 심각한거면 소견서 써주고 외출증 끊어주고, 그게 다였다. 그러니 평화로운 하루가 될 수 밖에.
의자에 앉아 여유롭게 쇼핑몰에서 옷을 보고있는데 똑똑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저 소대장, 빡세게 돌리더니 애기 한명 또 다치게 한 것 같았다. 들어오십시오. 하지만 내 눈 앞에 서있는 사람은 한 줄 짜리 이등병이 아니었다. 내가 보는 저 계급장이 화살표 2개가 맞나? 중사? 중사가 왜 군의관실에 찾아온걸까. 평소에 군의관실에 직업군인, 즉 하사 이상의 계급장을 지닌 사람들이 오는 것은 극히 드물었다. 근데 이 사람은 왜 왔을까, 곰곰히 생각하는데 중저음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이렇게 계속 서있어야하는겁니까."
고개를 들어 그 사람을 마주하자 보이는 엄청나게 잘생긴얼굴. 군인치고는 믿기지 않도록 하얗고 매끈한 피부에 높은 콧대, 그리고 짙은 속쌍커풀을 가진 커다랗고 별을 박은듯이 반짝거리는 눈. 그 사람을 계속 쳐다보고있자 좀 민망했던지 기침을 한다.
"아, 미안합니다. 어디가 불편해서 온겁니까?"
"저, 웨이트하다가 인대가 조금 늘어난것 같습니다."
어디냐고 묻자 겉옷을 벋고 와이셔츠 단추를 풀어 팔위로 걷어올렸다. 운동을 막 하고 와서 그런지 힘줄이 두드러지게 보였고 나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화끈거렸다. 치료하는데 너무 조용하길래 먼저 말을 꺼냈다. 중사, 이름이 뭡니까.
"전정국 입니다."
"내 이름은 안 궁금합니까?"
"알게되도, 별 필요없을 것 같습니다."
"상급자한테 말하는 꼬라지가 이게 뭡니까. 이여주, 이중위입니다."
"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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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사는 운동할때 제복입고 합니까? 제복입고 웨이트를 하니까 이렇게 인대가 늘어나지."
"죄송합니다."
"나한테 죄송하다 하지말고 니 몸한테 죄송하다 하십시오. 괜히 멋부릴려고 제복입고 하다가 니 몸 다 버립니다. 보니까 특수부댄거 같은데"
더 얘기 하고싶었지만 벌써 다 끝나버린 치료에 어쩔 수 없이 정국을 보냈다.
"되도록이면 팔 쓰지않는게 좋을겁니다."
"감사합니다."
뒤 돌아보지않고 그냥 나가는 정국에
"앞으로 많이 봅시다, 전정국중사"
너, 마음에 든다.
내가 너 졸졸 따라다닐거야.전정국.
아직 덜 올렸는데 새작을 내놓은 공삼공구입니다
허허허허허
암호닉은 댓글에다 적어주시면 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