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김태형] Just Two Of Us 04
"누나!!!"
"어 정국아"
뒤에서 크게 부르는 소리가 익숙하다. 뒤를 돌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환하게 웃으며 뛰어오는 정국이가 내 앞에 섰다. 어디가요? 쌀쌀한 날씨임에도 땀이 난 걸까. 흐르는 땀을 닦으며 내게 물었다. 그러게 어디갈까. 이 기분으로는 도서관도 가고 싶지 않거든. 무슨 일이 있는거냐며 걱정스레 이것저것 물어오는 정국이도 마냥 귀찮았다.
"무슨 일은 무슨. 또 한바탕 했지 뭐"
"아 형이랑요?"
"응.."
"에이 그러면서 둘이 또 금방 붙어다닐거 알아요, 뭐 형이랑 누나가 하루이틀 본 사이도 아니고"
"정국아"
"김태형이가 평소에도 내 얘기 많이 해?"
"에? 그건 왜요?"
"아니 그냥 궁금해서. 생각보다 나에 관해서 많이 아는 것 같아서. 사소한 거 하나하나"
"그거 알면 누나가 좀 더 잘해줘요"
분명 평소에 들었으면 서운할 말이었다. 좀 더 잘해주라니. 서운함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의식 뒤에 감춰버린 무의식 속에서 어쩌면 느끼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날카로운 표현에 비해 한없이 나를 생각하는 김태형을 말이다.
"형이 안그런것 같지만 누나 많이 생각할 거에요."
"그래 그건 나도 알아"
"근데 옆에서 보는 내 눈에 누나도 형 많이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응..."
"근데 형이 누나를 생각하는 거랑 누나가 형을 생각하는건 좀 다를거에요"
"그게 무슨 말이야?"
"조연은 여기까지. 더 말해주면 재미가 없죠"
내 물음에 능글맞게 대답하던 정국이는 금세 돌아서서 가버린다. 내가 김태형을 생각하는 마음과 김태형이 나를 생각하는 마음이 다르다니.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지금 기분으론 빨리 집에 들어가 씻고 침대에 누워 잠들고 싶었지만 오랜만의 동아리 회식이라며 한 사람도 빠지면 안된다는 동기의 말에 이끌려갔다. 평소에 그렇게 활발하지도 그렇다고 아싸처럼 굴지도 않았는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사람들의 이목이 자주 집중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탄소야 너가 한 번 말해봐 너 경영학과 걔랑 뭐 있지?"
누가봐도 '나 취했어요-'라고 얼굴에 쓰여있는 김선배는 저 말만 벌써 다섯번째였다. 자기가 관심있으니까 말같지도 않은 소리로 말 붙이며 내 행동을 떠보려는 속셈.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속셈에 절대 넘어가지 않는다. 내가 누군데. 어떻게 말하면 저 새끼가 더 빡칠까. 고민고민하다가 나야말로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내뱉었다.
"뭐가 있냐는 말이 무슨 말이에요?"
"둘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보이길래, 그냥 내 오해인가? 넘겨 짚어서 미안해 하하하 내가 오바했나봐 그치?"
"오해 아니에요 선배"
".....응?"
"미안해하실 필요 없어요. 잘해보려고 노력 중인데 티가 났나봐요."
"..."
"응원많이해주실거죠, 선배?"
"..."
"이왕 말 나온김에 저 태형이한테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지금 삐져있어서 풀어주려 가야되거든요. 저 먼저 가볼게요."
그 말을 끝으로 옆에 두었던 가방과 겉옷을 챙겨서 나가려하자 나를 급하게 세우는 김선배의 목소리에 다시 돌아서야했다.
"그럼 윤기는? 너 윤기랑은 어떻게 된거야?"
끌까지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선배. 선배가 민선배 이름 꺼낼 입장 아니신거 같은데. 민선배랑 있었던 일 쉬쉬하시던거 선배잖아요. 여기서 다 이야기 해볼까요?"
"야!..야 너.."
"다들 궁금해하던데. 어떻게든 묻으려고 노력하신 선배 덕에 저만 나쁜년 되는 꼴 보니까 재밌으셨겠어요."
"..."
"저 먼저 가볼게요."
술집을 나오면서 출입문이 닫힘과 동시에 벙쪄있던 김선배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건지 나를 데려오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소리가 들린다. 이래서 사람을 쉽게 믿어서는 안된다고 엄마가 누누히 말했던 것일까. 어렸을 때부터 귀신의 존재를 무서워했던 나에게 엄마는 늘상 사람이 가장 무섭다고, 사람을 제일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사람을 덮어놓고 의심부터 할 수 있을까 하며 믿었던 나의 행동의 결과는 민윤기였다.
-
"탄소야"
"네?"
"나 너 좋아하는데 넌 나 어때?"
"....아"
"너 좋아해 우리 사귀자 응?"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나름대로의 환상이 있었다. 물론 캠퍼스 커플이니 뭐니 하는 그런 상상보다는 이제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게 늘어났다는 사실에 대한 환상.
그 중에 하나가 연애였다. 같은 학생이건 생판 모르는 남이건 어른들의 연애를 할 수 있을거라는 환상.
김태형은 누누히 멀리하라던 민선배를 가까이 하면서 가까워지고 성인의 첫 연애를 하게되었다.
"또 연락 안돼?"
"응"
"힘내 탄소야, 오늘도 클럽에 있지 않을까 싶다.."
하루걸러 가는 클럽에는 꿀단지를 숨겨 놓은 건지 선배는 매번 클럽에 드나들었다. 매번 이번이 마지막이라 빌고 또 비는 선배의 모습에 지쳐갈 무렵 이상한 소문이 나돌았다.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소문의 주어는 김태형과 나. 김태형과 내가 모텔에 출입하는 것을 봤다는 소문이 돌았고, 그 소문의 출처를 찾는 것은 모든 소문이 그러하듯 알아낼 수 없었다.
만나자는 선배의 말에 나간 카페에서의 마주한 선배의 표정은 방금 들어선 카페를 나가고 싶을 정도로 좋지 않았다. 가지말까했지만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선배 앞에 마주앉았다. 마주 앉자마자 선배는 쏘아붙였다.
"김탄소, 소문이 사실이야?"
"무슨 소문 말하는거에요."
"너도 귀가 있으니까 들어서 알 거아니야"
"오빠는 그 말을 믿는거에요?"
"사실이 아니면 뭔데. 애들이 봤다고 하잖아 네가 김태형이랑 모텔 밖에서 나오는거"
"그래서 나를 못 믿는다는 거죠, 오빠는"
"너를 못 믿는다는게 아니라.."
"아뇨. 지금 오빠는 나 대신 그 소문을 믿는거잖아요. 잘 알겠어요."
"아니 탄소야"
"잘 알겠어요. 그만 해요 우리"
-
선배의 눈에서는 더이상 애정어린 눈빛도 진심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를 아프게 할 말들만이 나를 마주하고 있었을뿐. 예상하지 못했던 사실도 아니었다. 우리의 연애는 처음부터 순탄하지 못했으니까. 꼭 죽어봐야 저승을 안다고. 힘들것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도 아닌데 굳이 여기까지 온 내가 잘못이었다. 처음 선배와의 연애소식을 알렸을 때 동기들은 축하보다 걱정을 전했다.
안 좋은 소문이 무성한 선배를 받아준 것은 선배는 적어도 나에게만은 진심일거라 믿었던 어린 날의 실수였다. 실수의 파장은 잔잔한 호수에 돌멩이를 던진것 처럼 고요했던 호수를 어지럽혔다.
"근데 선배"
"저한테 뭐 할말 없어요?"
"내가 너한테 무슨 말을 더 해야하는데?"
"..하 그럼 질문을 해볼까요?"
"무슨 질문"
"어젯밤, 같이 모텔 간 여자애가 제 사촌동생이라는건 알고 가신거에요?"
"ㅁ..뭐?"
"모르셨나보네. 하긴 알았으면 걔가 말할 이유도 없을거에요 그쵸?"
"너.. 누구한테 그런 얘길 듣고 온거야?"
거북하지만 사실이었다. 오늘 아침 술 냄새에 쩔어 외박을 했다며 몇 시간만 재워달라고 온 사촌 동생에게 방을 내어줬다. 정말 몇 시간만 잘 생각이었는지 잠에 들고 몇 시간 후에 일어나 주섬주섬 다시 챙기기 시작하는 동생에게 물었다. 오늘도 클럽? 묻는 내말에 부정의 표시를 하며 오늘은 집에 들어가야겠다고 말하는 동생에게 이유를 물으니.
어제밤 같이 보낸 남자가 너무 대단했다며 무용담을 늘어놓았다. 이름이 민윤기라던데 이름도 섹시하더라. 근데 생긴건 더 섹시해 하얗고, 팔에 핏줄이..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우연인줄 알았다. 근데 언니랑 같은 학교던데 정치외교학과. 동생의 마지막 말이 들리기 전까진 말이다.
"당사자한테 듣죠 어디서 듣겠어요 제가"
"나라는 증거도 없고 나 아니야. 너 그 말을 믿는거야? 근원지도 모르는 말을?"
"선배가 그런 말 할 입장,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
"선배도 나 못 믿잖아요. 나도 선배 못 믿어요."
-
그 후, 예상했던것과는 다른 전개가 나를 반겼다. 이미 학과 사람들은 물론 캠퍼스 전체에 김태형과 내가 모텔을 드나든건 아니라는 이야기가 퍼졌지만. 대신 민선배와의 헤어짐이 오로지 내 탓이라는 내가 먼저 헤어짐을 말했다는 이야기만 돌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를 피할 수 밖에 없을거라고, 앞으로 조용히 쥐죽은 듯이 학교를 다닐것 같았던 민선배는 어깨를 쫙 피고 다녔고 나와의 헤어짐을 술자리의 안주로 삼는 탓에 캠퍼스 내에 회자되는 내 이미지를 날이 갈수록 실추시키는데에 한몫했다.
내 앞에 놓여진 이 말도안되는 상황을 뒤엎을 수 있는 불편한 진실들을 알고 있음에도 나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나의 침묵은 회자되는 이야기의 사실을 의미했다. 나의 침묵은 곧 타의적 불언.
'네가 사실대로 학교에 말했다가는 네 사촌동생 사진이 어디에 어떻게 돌아다녀도 난 몰라'
'좋게좋게가자 탄소야'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집으로 돌아가는길 괜시리 서러워졌다. 어쩌다가 그런 역대급 똥차를 만나 인생이 이렇게도 꼬였을까. 그 사람 하나 때문에 지금 몇 년째 고생을 하는건지.
김태형과는 어떻게 풀어야할지. 내가 함부로 해버린 방금 전의 발언을 이해해주지 못하면 어떡하지. 화가 많이 난건지. 화가 많이 나 보였는데. 화는 안냈으면 좋겠다. 계속 김태형과의 관계를 걱정하며 걷다보면 걱정은 어느새 더 쌓여있는듯 했다. 진짜 이번 일로 나를 안 보면 어떡할까.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하지.
걷다가 무심코 고개를 든 거리의 끝에 김태형이 있었다.
물론 오늘도 그 거리의 끝은 우리집 앞이었고, 그 앞에는 오늘도 김태형이 서있었다.
한 걸음, 한 걸음 걷는 내내 홀리듯이 걸어가며 마주한 두 눈을 떼지 않고 걸었다.
마침내 김태형 앞에 섰을 때 김태형이 내게 말했다.
"화내려고 왔는데 울고 있으면, 내가 화를 못 내잖아."
+) 오..오랜..만..이져?...하하하하핳
제가 징계를 일주일동안 받았어요...허허... 죄송해요ㅠㅠㅠㅠ 창문으로 뛰어내리면 되는 부분이죠 ??
하아. 정말 대신 오늘 분량 낭낭합니다 아주.
긴 글 싫으시면 말해주세요! 다시 조정합니다!!
생각보다 옆에서 잘래 텍파 작업은 꽤 걸리네요 원래는 불맠부분만 수정하려고했는데 그러면 약간 전개가 어색해져서 아마 본문까지 수정해야할 것 같아요.ㅠ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이쁜이들 :)
오늘도 읽어주시는 분들 감사해요 사랑합니다.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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