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더우니까 포인트 없음!
[방탄소년단/김태형] Just Two Of Us 03
(이해와 오해는 한 끝 차이)
"탄소야, 오늘 집중을 잘 못하네? 다음에 할까?"
"아, 아니에요 죄송해요. 어디까지 말씀하셨어요? "
"이 부분 말이야, 여기서는 힘을 더 주는게 낫지 않겠어? 그거 말고는 꽤 나쁘지 않아. 수고했어."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좀 더 신경써볼게요."
딱히 피아노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그 때쯤 장래희망을 적어내라는 담임선생님의 말씀에 뭐라 적어내야할까 고민하던 중. 여자는 피아노 칠 때 가장 예쁘다고 하는 말에 덜컥 음대를 지원했다. 평소에 음악을 좋아해서 자주 피아노를 쳤지만 진로까지 생각해본적은 없었다. 무슨 생각으로 김태형의 한 마디에 진로를 정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때는 그렇게 했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죽마고우가 아니라고 해도 참 서로에게 영향을 많이 주는 사이였다. 그게 좋은 쪽이던 나쁜 쪽이던.
연습실에서 나오다가 교수님의 마지막이 말이 새삼스레 걸렸다. 뮤즈가 있는 건 좋은데 그 뮤즈로 인해서 정신 못 차리면 안돼. 뮤즈라.. 과연 피아노에 열망도 갖고 있지 않은 나에게 뮤즈라는게 존재하기나 할까. 동기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기들은 연습이 힘들고 고단하긴 해도 피아노를 칠 때 제일 행복하다고 한다. 입시 준비에 한창일 때 연습이 너무 힘들어서 항상 농땡이를 피우곤 했는데 사실은 피아노 칠 때가 가장 좋다고, 그걸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으면서도 부정하려고 했던 그 때가 참 안타깝다고 했다. 그걸 들은 나는 뭘 그렇게까지 생각하냐고 결국에는 이렇게 음대에 지원해서 피아노를 치고 있지 않냐고 했지만. 그거랑은 좀 다르단다. 고등학생 때의 자신은 그 때 한 순간인데, 그 순간에 피아노와 함께하지 못했다는게 아쉽다고 하더라. 그럼 나는? 지금의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뭘까. 나중에 생각했을 때 지금 함께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할 무언가가. 무엇인지 생각하면 걸었다.
"야"
한참 생각에 잠겨 걷는데 남자의 목소리가 들었다. 이름이 야도 아닐텐데 저렇게 정없게 불러야되나. 속으로 궁시렁 대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날씨 한 번 끝내주게 좋네.
"하늘에 뭐 있냐?"
필시 저 질문은 나에게 향하는 것이다. 질문의 당사자가 누구인지 돌아 봤다.
"뭐야 김태형?"
"잘 걸어가다 하늘은 왜 보는데 ㅋㅋㅋ 영화 찍냐"
"뭔소리야 어디가?"
"너한테 가는데"
왜? 묻는 내말에 점심시간인거 몰랐냐며 배고프다고 빨리가자는 김태형이다. 정국이는? 묻는 내말에 모처럼 둘이 먹으려고 그러는건데 딴사람 얘기를 왜 하냐며 머리를 살짝 쥐어박았다.
"아! 아파"
"엄살부리지 말고, 뭐 먹을래? 우리 오늘 다코야키 먹으러 갈래?"
다코야키.. 문어 들어간 다코야키. 얘는 오늘도 자기가 못 먹는 해물을 먹자고 그러네. 나한테 정말 영영 말 안할 생각인지. 왜 못먹는 음식을 같이 먹으러 가자고 하는거야.
"됐어. 오늘은 그냥 학교 앞에서 콩나물 국밥이나 먹자. 어제 너 달렸다며"
"어? 누가 그래, 전정국이지?"
"아니 민선배가 어제 말해줬어. 술집에서 마주쳤다며"
"민선배면, 민윤기?"
"어"
"너가 민윤기랑 밤에 연락을 왜 해"
"그냥 어쩌다 보니 하게 됐어. 먼저 카톡와서"
내 말을 끝으로 돌아오는 말이 없다. 화가 난건가. 괜히 이럴때면 김태형 눈치가 보인다. 걸으면서도 고개를 돌리곤 아무 말 없는 김태형에게 뭐라 말을 건네고 싶지만 참기로 한다. 괜히 건들였다가 폭발하면 나만 손해니까.
"이해안되는데"
"어?"
"이해 안되는데 한 번 해볼게."
"무슨 소리야"
"너랑 민윤기랑 연락하는거 이해 안되는데. 이해 해본다고. 또 멀어지기 싫으니까"
"어..어 그래"
"너랑 민윤기랑 연락하는 걸 이해하겠다고 하는게 아니야. 그럴 수 밖에 없었던 너를 이해해보겠다는 거지.
앞으로 민윤기랑 연락 하지마. 헤어진 전남친이랑 연락하는거 보기 안 좋아"
또 한번 크게 터질 줄만 알았던 김태형이 오늘은 웬일로 이해해보겠다며 누그러졌다. 휴우. 작게 안도의 한숨을 쉰다. 오해하지 않는 그의 모습에 안도하는 모습이 퍽 웃기지만 지금은 다행이다. 정말.
콩나물 국밥 두 그릇을 깨끗이 비우고는 이따 강의 끝나고 동아리방 앞에서 만나자며 강의실로 뛰어간 김태형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나도 다시 도서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쌀쌀한 날씨에 건조함이 더해져서 일까 자꾸만 눈물이 났다. 안구 건조증이 심한 편이라 항상 눈이 피로했다. 집에서는 보통 안경을 쓰는 편인데 밖에서는 렌즈를 고집했다. 인공눈물을 항상 챙겨다녔는데 마침 딱 떨어졌다. 벌써 월 말이구나. 인공눈물이 떨어진 걸 보니. 또 한 달이 지나간다.
느릿느릿. 공강의 자유를 느끼며 도서관으로 향하는데 잡히는 어깨에 뒤를 돌았다. 어 선배?
"멀리서 봐서 긴가민가 했는데. 너 맞네"
"아.. 안녕하세요"
"뭘 안녕하세요야. 오늘 아침까지만해도 연락했으면서, 밥먹었어?"
"네 먹고 오는길이에요."
내 어깨를 잡은 사람은 민선배였다. 일방적으로 연락하고, 가던 사람 붙잡는 선배는, 여전하다 제멋대로인거. 딱히 할 말이 없었던 건지 그냥 히죽히죽 웃으면서 나를 내려다봤다. 이 사람이 원래 이렇게 잘 웃는 사람이었나.
"그럼 카페가서 뭐라도 마실래?"
"아.. 저 도서관에 가볼 일이 있어서"
"와 우리 되게 오랜만에 만났는데 서운하다"
서운하다는 말과 함께 잡힌 손목을 빼내려 비틀어봐도 빼지지 않는다. 맞아. 이 사람 힘을 꽤나 쓰던 사람이었다.
"어? 이거 내가 준 팔찌 아니야? 이것도 오랜만이다.
아직도 갖고 있었네?"
"아.. 이거 오빠가 준거..였구나"
"우리는 진짜 생활 속에 스며들어있네. 넌 나 안 보고 싶었어?"
"네?"
왜 자꾸 나에게 와서 헛물을 켜는걸까. 이제와서. 자기가 한 행동을 다 잊었나보다. 제발 한시라도 빨리 이 자리를 뜨고 싶었다.
"근데 이거 좀..."
"아? 어 왜? 아직도 내가 불편해?"
"아니 그런게 아니라"
똥차 중에 똥차. 갑오브똥차가 뭐라는거야. 진짜 입도 가벼워서 함부로 대할 수도 없었다. 괜히 소문 안 좋게 퍼뜨리면 나만 손해니까
"야 김탄소"
김태형이 시야에 들어왔다. 아주 화난 얼굴을 하고서.
"어.. 김태형.."
성큼성큼 걸어온 그가 민윤기를 한참을 바라봤다.
"왜 날 그렇게 봐?"
"형 얘 손목 좀 놔요. 아프다잖아요"
"니가 신경쓸바..."
"형이 그렇게 잡을 자격은 더더욱 없는걸로 아는데.
얘 앞에서 고개들 수 있어요?"
이야기 하는 틈을 타 손목을 빼내곤 김태형 옆에 가서 섰다. 하 참. 어이없어하는 민선배는 다음에 보자 탄소야. 라고 말을 하고 떠났다.
남은건 김태형과 나.
"도와줘서 고마..."
"넌 민윤기랑 붙어있지 말라고 한지 얼마나 됐다고 이러고 있냐"
김태형 눈빛이 차갑게 나를 쏘아댔다. 그런게 아닌데. 일방적으로 내가 잡힌건데. 내 얘기를 들을리 만무했다. 이미 김태형은 화가 머리 끝까지 솟은 듯 했으니까.
"근데 내가 일부로 그런건...아닌데"
아무 말없이 내 손에 상자 하나를 쥐어주곤 말 없이 돌아서서 멀어진다. 쟤 진짜 화 많이 났나. 손에 들린 상자를 내려다보니 인공눈물이었다. 계속 눈물을 흘리는 걸 보았는지 강의시간에 맞춰 가야한다며 걸음을 빨리하던 그가 약국까지 다녀왔던 건가.
인공눈물을 꺼내 하나를 부러트려 눈에 넣었다. 거울 없이 넣어서 인지 옆으로 흐른다.
자꾸만 흐른다. 괜히 서러워져서일까. 방금 넣은 인공눈물이 다 나왔음에도 얼굴에 자꾸 흐르더라.
흐르는 눈물 만큼이나 혼란스러운 마음이었다.
+) 안녕하세요-. 안아줘요입니다!
다들 잘 지내시죠???
날씨가 너무 덥네요... 정말... 이 놈의 날씨 ...ㅂㄷㅂㄷ
좀 늦게 올렸는데 아주 바빠여 정말.. 일상생활도 바쁘지만 옆에서 잘래 번외와 텍파작업 그리고 암호닉 정리까지..
글 쓰는 욕심은 또 넘쳐서 필명까지 새로파서 글 쓰느라 바쁘네요.
근데 진짜 신기한건 여기서 보이는 암호닉이 거기서도 보이면 정말 신기해요!! 아직 그 필명은 암호닉이 많지 않지만 말이에요.
막막 아는 척 하고 싶은데 꾹 참아여.. 아는척 해버릴까요!!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신기방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고맙고 항상 사랑해요!
Just Two Of Us 암호닉은 천천히 정리해서 올릴게요! (아마 다음편.. 다다음편쯤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