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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김태형] 상처를 치료해줄 사람 어디 없나 17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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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프로젝트 넘긴지 얼마나 되었다고 사무실은 또 분주했다. 이번엔 모든 직원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다들 바빴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걱정을 했었는데 나름 잘 끝내고 와서 그랬던 건지 그날 이후로 내 일은 더욱 늘어났다.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평화로웠던 사무실엔 원래 계획보다 마감 날짜를 앞당겨 달라는 통보가 날아왔고 직원들은 모두 멘붕상태가 되어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당장 내일까지 다 끝내야 하는데 아직 다 끝마친 것이 하나 없었다. 단체로 높은 곳으로 올라가 망할 진작 좀 알려주지 왜 지금 알려줘서 우릴 괴롭히냐고 항의라도 하고 싶었다. 물론 생각만. 다들 표정은 뭐 씹은 것처럼 잔뜩 쭈그러들었지만 그저 월급 받아먹고 사는 사람들인데 군말 않고 누구 하나 쉬는 사람 없이 이마에 열심히 땀을 내고 있었다.

 

 


"아미씨, 일단 된 것부터 팀장님한테 컴펌받자. 어딨어?"

"아, 저 서랍에 넣어놨는데, 잠시만요."

"아미씨 자리 어디지? 어, 지민씨!"

 

 


바빠죽겠는데 바로 꺼내지 못 하고 느릿 느릿 뽑아내고 있는 복사기 앞에서 얼른 용지가 뽑아져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빨리 좀 나오라고 용지를 잡아끌려는 걸 간신히 참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는데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에 순간 정신이 멍해져 손만 쥐락펴락 알 수 없는 행동을 해댔다. 하필 복사기에서 내 자리까지 거리도 좀 있었고 지금 가서 가져다 드려야 하는지 거의 다 끝나가는 것을 기다렸다 들고 가져다 드려야 하는지 어쩔 줄 몰라 고개를 흔들고 있는 내가 보였는지 마침 내 자리 근처를 지나가던 박지민을 이대리님이 부르셨다.

 

 


"네?"

"거기 아미씨 자리에서, 어디에 있어?"

"두 번째 서랍이요."

"거기서 이번 건 시안 좀!"

 

 


대리님의 부름에 살짝 움직였던 몸을 다시 복사기 앞으로 가져가 나 대신 그것을 꺼내 줄 박지민에게 얼른 대답했다. 그럼 난 마저 내 할 일 하면 되는 거겠지, 얼마나 남았나 복사기로 시선을 돌리는데 순간 머릿속을 빠르게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얼른 다시 고개를 들어 내 자리를 쳐다보았고 박지민은 이미 그것을 꺼내려 내 책상 밑으로 몸을 숙이고 있었다.

 

 

 

 

 

 

 

 

 

 

 

[방탄소년단/김태형] 상처를 치료해줄 사람 어디 없나 17 | 인스티즈

 

 

 

 

상처를 치료해줄 사람 어디 없나 17

 

 

 

 

 

 

 

 

 

 


"두 번째...,"

"아, 잠깐!"

 

 


지금 박지민이 열려는 그곳에는 이제껏 그가 내게 건네주었던 오렌지 주스들이 잔뜩 들어있다는 것을. 내가 하고 있었던 일이 무엇이고 내가 지금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이고 간에 그 생각이 머리를 스치자 순간 다른 생각은 모두 날아가 버렸다. 그보다 먼저 박지민을 막아야 한다고. 그가 보지 못 하게 얼른 막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왜 이럴 때는 생각보다 몸이 더 느리게 나가는 것인지. 모든 걸 내팽개치고 내 자리로 뛰어들었지만 이미 박지민은 하필 정확하게 두 번째 서랍을 열어 어느새 아홉 개나 되어버린 오렌지 주스들과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망했다.

분명 사무실은 틀어놓은 에어컨을 이길 정도의 뜨거울 열기를 내뿜으며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는데 마치 우리 둘만 조각으로 잘라놓은 듯 시간이 멈추어버렸다. 이미 열어버린 서랍 속엔 지저분해진 책상 위가 보기 싫어 아무렇게나 넣어두었던 서류들과 함께 돌돌 음료수 병만 굴러다녔고 끝내 막지 못 한 내 손은 공중에서 어색하게 날아다녔다. 뭐라 말은 해야겠는데 아무 생각도 나질 않았다. 가뜩이나 지난번 엘리베이터에서 무례하게 굴었던 것 때문에 내내 마음이 안 좋았다. 얼른 먹어버리든가 집에 가져가든가 한다는 걸 미루고 미뤄두었더니 결국 터지고 만다. 그 일이 있고 얼마나 지났다고 다시 그에게 미안한 일이 터지고 만다.

 

 


"저... 그게요, 박지민씨."

"...."

"박지민씨 그러니까,"

"여기, 찾았어요."

 

 


입속에서만 웅얼웅얼 정리되지 못 한 말들이 툭툭 밖으로 나가고 있으면 서랍에서 시안만 꺼내든 박지민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평소보다는 차분하게 웃어 보이며 내게 그것들을 내밀었다.

 

 


"왜 여기까지 오시구. 제가 가져다 드려도 되는데."

 

 


이내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는 박지민 때문에 나는 더욱 심장이 바늘로 쿡 찌르는 듯 따가웠다. 뭐라 더 말을 꺼내려 하면 '아미씨, 얼른!'하는 소리 때문에 다시 먹히고 만다. 소리가 들린 쪽과 박지민을 번갈아 쳐다보고 있으면 그런 내게 그는 얼른 가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한 마음에 입술만 잘근잘근 씹으며 그가 꺼내준 시안을 받아들고 끝내 그에게 아무 말도 못 한 채 발을 뗐다.

 

 

 

 

 

 

 

 

[방탄소년단/김태형] 상처를 치료해줄 사람 어디 없나 17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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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하게 그걸 왜 거기다 놓았냐며 속으로 몇 번이고 뺨을 때렸다. 이렇게 금방일지는 몰랐지만 마감 날짜도 다가오고 언제 팀장님이 가져오라고 할지 모르는 것이니 적당한 곳에 꽂아 놓거나 아님 다른 서랍도 많은데 왜 하필 거기 였냐며. 시안을 대리님께 가져다 드리고 다시 박지민에게 가려 했지만 박지민도 그 나름 바빠 보였고 복사기 앞에서 날 부르는 다른 목소리 때문에 그럴 수도 없었다. 그 뒤로도 하는 수 없이 이리저리 사무실을 굴러다니며 자꾸만 박지민의 눈치를 살핀 것 같다.

퇴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즘, 사무실은 겨우 정리가 되어갔다. 절대 제시간에 못 끝낼 것 같았는데 다들 숨 한번 제대로 못 쉴 정도로 땀을 낸 덕이었는지 결국은 해낸다. 다행히 야근은 피했다. 갑자기 바빠진 점심시간 이후로 참으로 보람찬 하루를 보내고 이제 즘 쉴 시간이 생겨 다들 기지개를 켜거나 바람이라도 쐬러 이곳저곳으로 퍼져있었다. 그제야 나도 편하게 의자에 몸을 기대었고 슬슬 다른 생각이 떠오르고 있었다. 이제 박지민을 찾아야 한다. 그에게 설명을 해주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더 빨리하고 싶었지만 일이 맞춰지지 않았고 몸은 비록 조금만 쉬자고 하지만 최대한 빨리 설명해주고 싶었다. 지금까지 느껴본 바로는 오해란 건 빨리 풀수록 좋다. 오해가 쌓여 있는 동안 마음의 상처만 더 깊어가는 것이다. 이제까지 충분히 많이 겪어보지 않았는가. 후에 또 어떤 폭풍이 몰아칠지는 모르겠지만 숨기고 참고 묻어버리는 것보다 밖으로 꺼내버리는 것이 더 낫다. 지금까지 겪어본 바로는 그랬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쓸데없이 걱정하며 가만히 앉아있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니다. 입을 다물고 있는다고 알아서 쉽게 흘러가거나 나아지지 않는다.

착한 건지 오지랖이 넓은 건지 아님 사회생활에 도가 튼 것인지 기운이 다 빠진 듯한 사무실 분위기를 위해 박지민은 자리에서 일어섰고 커피라도 돌리겠다며 탕비실로 들어갔다. 기회는 지금이다. 박지민과 단둘이 탕비실에 갇힐 거라는 생각은 꾹 눌러두고 우선은 그에게 설명을 하기 위해 나 또한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뜩이나 지난번 엘리베이터에서 무례하게 군 것 때문에 그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었는데 또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내가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하지 않길 바랐다.

 

 


"저... 박지민씨."

"아, 뭐 필요한 거 있으세요?"

 

 


탕비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는 종이컵을 여러 개 꺼내 놓고 믹스를 따서 정성스럽게도 직원들에게 돌릴 커피를 타고 있었다.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날 쳐다보며 아, 입을 슬쩍 벌리다 다시 고개를 숙이더니 말을 이었다. 평소라면 하던 것을 멈추고 나와 눈을 맞추고 있었겠지. 날 피하고 있다는 생각이 살풋 들었다. 누르기만 하면 바로 뜨거운 물이 콸콸 나오는 정수기가 있음에도 한쪽에 놓여진 커피포트가 작동되고 있었다. 아직 빨간 불을 내며 물을 끓이고 있었고 이미 준비를 다 해버려 할 것이 없는 것 같은데 괜한 종이컵들만 이리저리 옮기고 있었다.

 

 


"아까 서랍에 그건,"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

"다 아니까. 너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금방 부글부글 끓어버린 커피포트는 탁- 소리를 내며 이제 사용해도 된다는 것을 알려주었고 조심조심 종이컵에 물을 따르며 박지민은 말을 이어갔다. 대체 그 체념한 듯한 말투는 뭔지. 뭘 안다는 것인지. 역시나 그는 내가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자신과 몇 초도 같이 있기 싫어서 몸까지 벌벌 떨며 차마 버티지 못 하고 열리자마자 엘리베이터에서 뛰쳐나와버렸다고, 자기가 준 주스도 먹기 싫어서 서랍 속에 꽁꽁 감춰두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하지만 난 더 이상 남들이 나에 대해 마음대로 오해를 해버리도록 놔두고 싶지 않았다. 아닌 건 아니라고, 내 뜻은 그게 아니라고. 지금 박지민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 무엇일지 잘 모르겠지만 좋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확실했다. 두 번이나 강조하며 신경 쓰지 말라고 했지만 그런 그의 말에도 나는 무척이나 신경이 쓰였다. 그리고 난 이제 예전의 내가 아니라는 것. 더 이상의 말을 섞는 것이 불편해서 상대방이 나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품고 있더라도 그저 알겠다며 입을 닫아버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게다가 내게 꽤나 고마운 존재인 박지민에게는 더더욱.

 

 


"뭘 안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런 거 아니에요."

"네?"

"나는 오렌지 주스, 별로 안 좋아해요."

 

 


내가 뭐라고 해도 고개를 푹 박고 나를 봐주지 않더니 그제야 고집스럽게 숙여있던 고개를 들며 내게 시선을 옮겨주었다. 얼굴엔 몇 개의 물음표를 붙이고 눈꺼풀을 반짝반짝거렸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나 좀 봐달라며 속으로 그를 쿡쿡 찌르고 있었는데 모순적이게도 내게 갑자기 시선을 꽂아버리는 박지민 때문에 순간 말문이 막히기는 했지만 말이다. 꽤 가까이 서있었는지 그가 고개를 들자 더 가까워진 거리 덕분에 되려 내가 고개를 조금 숙이고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그래도 뒷걸음질 치려는 것을 참았으니 그걸 알아달라고.

 

 


"아... 그러니까... 박지민씨를 싫어해서 안 먹고 그냥 놔둔 게 아니라,"

"그럴 리가 없는데."

"...."

"언제부터?"

 

 


대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꼼지락거리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다시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 박지민은 고개를 까닥이며 생각을 하는 듯 허공을 바라보며 제 손가락으로 입술을 툭툭 쳤다. 그러다 이내 나를 다시 쳐다보며 언제부터라고 묻는다. 언제부터라니. 처음부터 나는 오렌지 주스를 좋아하지도 않았다. 내가 언제 그의 앞에서 오렌지 주스를 좋아한다고 말한 적이 있었는지 머릿속을 마구 굴렸다. 그런 적이 없는데. 언제 한번 직접 오렌지 주스를 사 먹은 적도 없다.

 

 


"...."

"언제부터,"

"...."

"아, 아구! 내가 잘못 알았나 보다."

"박지민씨."

"제가 뭔가 착각을 하고 있었나 봐요."

 

 


내게 다시 언제부터냐 묻다 아! 하고 입을 벌리더니 제 입술을 치던 손가락을 내리고 다시 제 머리를 콩 하고 쥐어박았다. 잘못 안 것은 사실이지만 박지민이 어디서부터 나에 대해 잘못 알아왔는지는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보아도 오렌지 주스에 대한 기억은 나오질 않았다. 그는 참 집요하게도 똑같은 오렌지 주스만 내게 건네었다. 게다가 박지민도 항상 내게 건네주는 똑같은 오렌지 주스를 마시는 것 또한 본 적이 없는데. 이제 와 그 주스에 대해 자세히 생각해보면 혹시나 내가 그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해 일부러 사 왔을까 하는 추측도 슬쩍 해보았다. 하지만 왜. 내가 그것을 좋아한다고 착각을 하고 있다 치더라도 왜 굳이 그런 수고까지 하냔 말이다. 전엔 한번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의아한 면이 있었다.  대체 왜 그런 오해를 했는지, 왜 내게 그런 친절을 베풀어주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아까와는 다르게 다시 평소처럼 환하게 웃어주는 박지민 때문에 그런 의문은 살짝 접으려 했던 것 같다. 그는 그저 무척이나 착한 사람이기 때문일 거라고. 아, 그거 좋아하시는구나. 어, 저기 있네. 생각난 김에 사다 드려야지. 라는 의식의 흐름으로 내게 건네주었을 것이라고. 뭐, 아직까지 왜 그런 오해를 했는지는 풀리지 않지만 말이다.

 

 


"선배님 마음 다 아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내 마음, 자신을 싫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겠다는 건가. 평소와 같이 보여지는 그의 표정과 말투에 방금까지 꽉꽉 막혀있던 속이 쑥-하고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어찌나 걱정을 했는지. 그가 내 서랍을 열어버렸을 때 그 복잡했던 머릿속이란 어떻게 표현도 못 하겠다. 뭐라 설명은 해야 하는데 말 한마디 나오지도 않았고 빨리 그에게 설명을 해주고 싶어도 날 부르는 목소리들 때문에 발을 떼야 했을 때 그 답답함이란. 그 바쁜 와중에도 계속해서 박지민을 신경 썼던 것 같다. 중간중간 바라본 그의 표정이란 나와 비슷하게 뭔가 잔뜩 복잡해 보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래서 다른 생각 없이 박지민을 따라 탕비실로 들어왔던 것이다. 역시 미뤄두지 않고 빨리 풀어버리길 잘했지 속으로 머리를 쓱쓱 쓰다듬었다. 아무리 다른 여직원들과 친해졌다고 해도 처음부터 내게 허물없이 다가왔던 가장 편한 존재인 박지민과 불편하게 지내고 싶지 않았다. 전혀 그렇지 않은 내 마음을 오해하도록 놔두고 싶지도 않았다. 항상 모질게 굴어도, 지금까지 나에 대해 설명해주지 않았어도 늘 내게 똑같이 다가와 친절하게 대해주던 그였다. 이번만큼은. 꼭 확실하게 말해주고 싶었다. 그래, 만약 내가 박지민을 싫어했더라면 그 많은 오렌지 주스들은 내 서랍이 아닌 쓰레기통에서 발견되었을 것이다. 그러니 괜히 다른 오해는 하지 말아달라고. 물론 아직까지는 그에게 내 증상에 대해 털어놀 자신은 없지만 이것만 아니라면 다른 것들은 풀 수 있을 때 그때그때 바로 풀어버리겠다고 다짐한다.

카페에서 사 먹는 아메리카노보다 훨씬 단맛이 강해서 가끔 마시는 믹스커피가 담긴 종이컵 한 개를 내게 내밀며 다시 씨익 웃어 보였다. 고맙다며 받아들면 그는 지친 몸을 조금이라도 풀어줄 커피가 담긴 몇 잔의 종이컵들을 트레이에 하나하나 옮겨 담았다. 분명 박지민이라면 혼자 들고 문을 열 수 있겠지만 그가 트레이에 커피를 다 옮길 동안 얌전히 기다렸다가 괜히 내가 문을 열어주며 함께 탕비실을 빠져나왔다. 그럼 그런 사소한 행동에도 그는 고맙다며 내게 방글방글 웃으며 고개를 까딱였다.

 

 


"그럼 뭐 좋아하세요? 다음부턴 그거 드려야겠다."

 

 


역시나 그는 참 착하다.

 

 

 

 

 

 

 

 

 

 

[방탄소년단/김태형] 상처를 치료해줄 사람 어디 없나 17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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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기념할 일들이 많다는 핑계로 회식은 또 잡혔다. 얼마 전 잔뜩 망치고 돌아올 거라는 자신의 걱정과는 달리 제대로 끝내고 온 내가 다행이라는 것과, 또 며칠 전 갑작스럽게 당겨진 기한에 맞추느라 사무실이 뒤집혔던 것을 가져다 붙였다. 이젠 뭐, 고민도 하지 않고 발을 그쪽으로 돌릴 수 있지만 말이다. 그래 회식은 이제 상관이 없고, 그럼에도 뒤가 자꾸 간질 간질거렸던 이유는 바로 박지민 때문이었다. 우리와 같이 일을 하고부터 그는 한번 회식에 빠진 적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집안 사정이니 뭐니 하면서 적어도 한 번쯤은 빠졌을 텐데 박지민은 그런 말을 한 적도 없었다. 언제나 괜찮다고 가겠다고. 그랬던 사람이 정말 죄송하다며 이번엔 빠져야겠다 몇 번이고 고개를 숙였다. 이번이 처음이고 팀장 역시 그런 박지민에게 안 미안해도 된다고 급한 일이면 얼른 가보라며 그를 밀었다.

급한 일이라니, 개인적인 사정을 한 번도 끌어왔던 적이 없었는데 정말 큰일이라도 생긴 건가 살짝 걱정도 되었다. 언제부터 그렇게 친했다고 그를 걱정까지 하는 내가 조금은 웃겼지만 말이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냐며 조심스럽게 묻는 내게 별일 아니라며 심지어 슬쩍 다가와 조금만 마시고 들어가라는 말과 함께 항상 보여주는 방긋거리는 웃음을 던져주었던 그였기에 그래도 슬슬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그리고 문제는 생각지도 못 한 곳에서 터져버린다. 별 핑계를 대가며 자기가 회식자리를 마련했으면서 술은 입에도 안 대던 팀장이었다. 다른 직원들이 왜 안 마시냐고 물어도 오늘은 몸에서 알콜이 받질 않는다고 또다시 이상한 핑계를 댔다. 그럴 거면 오늘 회식은 왜 잡은 건지. 그러든 말든 내가 신경 쓸 것이 아니라며 넘겨버리고 다른 직원들과 이제는 즐겁게 회식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팀장은 자리를 일찍 정리했고 약간의 아쉬운 기분을 간직한 채 회식은 끝이 났다. 마지막까지 남아서 다들 돌아가는 것을 바라본 뒤 오늘은 박지민도 없으니 혼자 느릿느릿 집으로 걸어가자 생각을 하고 있으면 익숙한 검은 차 한 대가 내 앞에 멈춰 섰다. 저 사람도 부잣집 도련님인 것이 분명하다. 검은색으로 반짝반짝한 눈앞의 차는 차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내가 봐도 비싼 차라는 것이 한번에 느껴졌다. 우뚝 멈춰 선 차의 운전석에서 내리는 사람은 생각했던 대로 먼저 집으로 돌아간 줄 알았던 팀장이었다.

 

 


"오늘은 박지민씨도 없으니 내가 데려다주겠습니다."

"네?"

"타요."

 

 


살짝은 알딸딸한 기운이 밀려와 고개를 흔들흔들거리며 나름 다리만큼은 땅에 콕 박고 꼿꼿이 서있으면 차에서 내린 김석진이 제 차의 뒷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저게 지금 뭐 하는 건가 눈을 깜빡거리다 또 저 말의 뜻은 뭘까 한참을 생각했다. 박지민이 날 항상 데려다주었던 것도 아니고. 뭐 한두 번은 더 데려다주었지만 말이다. 하긴 방금까지 나 또한 박지민이 없으니 혼자 가야지, 하며 박지민을 자연스럽게 떠올렸으니 그런 말도 일리가 있구나 왠지 모를 민망함이 밀려와 귀만 만지작거렸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난 곱게 팀장의 차를 탈 생각이 없었다.

 

 


"아... 저 혼자 갈 수 있습니다."

"한번 타 보지. 할 얘기도 있고."

"할 얘기요? 무슨...."

"알고 싶으면 타죠. 얼른 갑시다. 시간도 많이 늦었는데."

 

 


자신의 차 문에 기대어 재촉이라도 하는 듯 창문을 똑똑였다. 제길. 자기가 상사라 이건가. 괜히 저 말에서 상사의 압박 아닌 압박이 느껴지는 이유는 왜일까. 이곳은 회사가 아니니 대들고 싶어도 방금까지 회사일의 연장이었던 회식을 하고 나왔으니 잔말 말고 타야 될 것 같았다. 딱히 엄청 궁금하진 않았지만 꼭 들으라는 듯한 할 얘기도 있다 하고. 하지만 데려다주는 것은 데려다주는 것이고 저 사람의 차에 타는 것이 문제였다. 전날 박지민이 나를 데려다주었던 것은 함께 걸을 뿐이었으니까 그래도 참았다 치고 자신의 차를 타라니. 나에 대해 알고 있는 게 맞기는 한건가 싶었다. 순간 저 안이 더 좁은 곳인가 엘리베이터가 더 좁은 곳인가 엉뚱한 생각도 슬쩍 들었다. 늘 하던 회식장소들과 다르게 집에서 조금 먼 거리였음에도 내가 택시를 타지 않고 굳이 아픈 다리로 걸어가려는 이유가 뭔데. 날 괴롭히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게 분명하다.

슬슬 얄미워진 그였기에 문까지 열어주는 매너는 내가 생각한 진짜 매너가 아니라 도망가지 말고 내가 타는 것을 확실히 보기 위해서였던 것 같기도 했다. 안타깝지만 내게 비친 김석진의 모습은 그러했다. 뭐든 의심이 가고 곱지 않았다. 아마 직장 상사라는 그의 자리와 가끔 속을 알 수 없는 말을 뱉어댔기 때문일 것이다. 회사에서 했으면 될 것을 굳이 자신의 차까지 태워 하려는 것도 그렇고. 분명 시간이 늦었으니 날 데려다 주려는 것은 맞는데 뒤에 붙은 그의 말투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말투가 저런 건지, 아님 정말 자신의 할 말 때문인 건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둘 다라고 하겠다.

 


어쩔 수 없이 쭈볏쭈볏 그의 차를 얻어탔다. 내가 닫으려는 문도 자신이 곱게 닫아주었지만 그 또한 내가 도망가지 못 하게 하려는 것으로 생각하겠다. 차에 타자마자 늘 코로 은근히 들어왔던 김석진의 냄새가 훅-하고 들어왔다. 나쁘지는 않았다. 인정하기 싫지만 그의 향기는 꽤나 좋으니까. 술이 들어가서 그런지 폭신한 의자에 엉덩이가 닿자마자 아픈 다리에 힘도 풀리고 편하다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생각지도 못 하고. 그러다 금방 운적석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타는 김석진 때문에 다시 편하게 대었던 등을 의자에서 떼고 긴장을 해야 했지만 말이다. 그래. 나는 지금 처음으로 차 안에 남자와 단둘이 갇혀있는 상황에 닥친 것이다. 그래도 자신의 옆자리가 아닌 뒷자리를 건네주었으니 나를 조금은 배려했다고 볼 수도 있는 건가.

술을 먹었다면 대리를 불러서 갔겠지. 그랬으면 날 굳이 태우고 가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게 오늘은 왜 몸에서 술이 안 받으셨을까, 원망도 조금 해본다. 날 태운 차는 부드럽게 출발을 했고 그와 동시에 내 몸은 전혀 부드럽지 않게 어딘가 불편한 사람처럼 딱딱하게 움직였다. 뭘 그렇게 긴장이 돼서 꼴깍 목뒤로 침까지 넘겼다. 시선은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데굴데굴 정처 없이 헤매고 다녔다. 옆에 자리도 많은데 꽉 쥐고 무릎 위에 얌전히 올려둔 가방으로 정신없는 시선을 잡았다가 창밖을 쳐다보면 조금 나을까 시선을 그쪽으로 돌렸다.

 

 


"숨 쉴만합니까."

 

 


그걸 아는 사람이 날 굳이 여기 태우나. 출발을 하고 몇 분 동안은 할 말이 있다던 사람이 운전에만 신경을 쓰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창밖을 보고 있던 시선을 조금 들어 앞자리 백미러를 쳐다보았다. 백미러를 통해 본 김석진은 고개를 왔다 갔다 운전을 하느라 바빠 보이길래 몰래 뒤통수를 잔뜩 째려보았다. 출발하고 바로 몇 분 동안은 정말 숨도 못 쉴 정도로 답답하더니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 뒤로는 생각보다 그리 나쁘지 않았다. 휙휙 지나가는 창밖을 보고 있자니 그저 버스를 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김석진이 입을 열기 전까지 말이다. 정말 버스를 타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의 목소리가 들리자 방금까지 잊고 있었던 긴장감이 다시 올라오는 것 같았다. 가방을 쥐고 있는 손에선 차에 타고부터 조금씩 땀이 나고 있긴 했다.

 

 


"네."

 

 


못 쉰다고 하면 어쩔 거야. 내려줄 것도 아니고. 아직까지 익숙한 장소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걸어갔으면 꽤나 오래 걸렸겠다 싶었다. 이미 앉아버렸는데 다리도 아프고 비록 불편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태워다 주니 얌전히 타고 가겠다. 뒷자리에 앉은 것이 꽤나 큰 효과를 보는 것 같기는 했다. 적어도 내가 뒤에 있고 앞에서 무엇을 하는지 보고 있는 상태라면 그래도 조금 나았다. 박지민과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야 그럴 수도 없게 정말 나란히 서있어서 더 힘들었고. 내가 긴장을 하든 몸을 벌벌 떨든 김석진은 날 볼 수 없으니. 마치 김태형과 처음 전화를 했을 때 그에게 나를 들키지 않아도 되니 긴장을 조금 덜했던 것과 같은 이유였다.

 

 


"그날, 많이 놀랐습니까?"

"그날이요?"

 

 


본격 '할 얘기'라는 것을 꺼내려는 듯싶었다. 근데 그날이라니. 밑도 끝도 없이 그날이 뭐야. 그의 뒤통수를 향해 물음표를 던져댔다. 그럼 그는 차도 별로 없는데 뭐가 그리 조심스러운지 운전에 잔뜩 집중을 한 채 눈썹을 씰룩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자기가 왜 나와. 내가 잘 좀 부탁한다고 했지, 누가 자기 궁금증 풀라고 했나."

"네?"

"아닙니다."

 

 


아까부터 혼자 뭐라고 하는 것인지. 자꾸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뱉었다. 제발 내 말에 대답을 좀 해달라고. 할 얘기가 있다면서 도통 주제를 알 수 없는 말들만 해댔다. 나랑 대화를 하자는 건지 아님 조용했던 차 안이 지루했던 것인지를 모르겠다.

 

 


"그 남자는 누굽니까."

"... 그 남자요?"

"남자친구?"

"아... 아니요."

"남자친구도 아닌데,"

 

 


그 남자라니. 순간 떠오른 사람은 김태형이었다. 그 사람밖에 없지. 내 주위에 남자가 또 어딨어. 이제 와 내게 첫 미팅을 맡겨던 날을 말하는 것 같았다. 처음부터 그렇게 말을 해주지 내 추측들로 때려 맞출 때까지 김석진은 제대로 말을 해주지 않았다. 그게 그렇게 어렵나. 대화의 흐름은 대충 손에 쥔 것 같고 그나저나 나름 믿었던 김남준에게 책임감 따위는 없었던 모양이다. 그날의 일을 결국은 우리 팀장에게 말해버린 듯했다. 김석진은 뒷말을 흐리며 작게 자신에게만 들릴 듯 뭐라 중얼거렸다. 남들이 봐도 좀 우스울 상황이긴 했다. 뭐라고 전해줬으려나. 그쪽 부하직원은 앞뒤 생각 안 하고 그대로 받아버리는 남자가 꼬여있다고 했으려나. 아님 그쪽 부하직원의 남자친구 때문에 기분이 몹시 나빴다고 전했으려나. 팀장의 말로는 그렇게 말했을 가능성도 조금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 역시 김태형에게 자격에 관해서 화를 냈으니까. 그때 했던 행동이 남자친구의 간섭과 같은 모습이 아니고 뭐겠는가. 충분히 그렇게 전했을 수도, 팀장이 그렇게 오해했을 수도 있다. 만약 그때의 일이 팀장의 귀에 들어간다면 팀장은 나를 따로 불러내 바로 혼을 낼 줄 알았다. 큰맘 먹고 맡겼더니 사적인 일도 관리하지 못 해서 우리 회사 망신을 주냐고. 근데 그렇게 하지는 않았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합니까?"

"...."

"너무 섭섭해하지는 말고. 단지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서 전해 들은 것뿐이니까."

"아..., 네."

"뭐, 어떻게 보면 내 덕에 그런 일도 그냥 눈 감아 준 건데 나한테 고맙다고도 안 해?"

"감사... 합니다...?"

 

 


김석진의 뒤통수를 지나쳐 허공에 대고 김남준에 대해 씹고 있다 다시 미러를 통해 김석진을 돌아보면 언제 나와 같이 미러로 나를 보고 있던 그가 물었다. 아, 아는 사이였구나. 그제야 조금씩 풀리는 것도 같았다. 그때 김남준이 '그 사람 부탁'이라고 했던 것은 우리 팀장이었던 모양이다. 꽤나 내가 걱정이 되었나 보다. 혹시나 일을 망치고 돌아올까 봐 잘 좀 봐달라고 미리 말까지 해두고. 하긴 그런 일을 그냥 넘어가 주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되겠어. 혹시 실수를 하더라도 그냥 봐줘, 내가 보낸 사람이니까. 이렇게 말했으려나. 역시 하는 말이나 일처리나 꽤나 꼼꼼하고 능력이 좋아 보이더니 원래 나오려던 사람보다 조금 높은 직책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아까 했던 말도 이것이겠지. 어떤 사람이길래 부탁까지 했을까 궁금해서 원래 나오려던 사람을 밀어내고 자신이 나간다고 했을까. 호기심이 꽤나 많은 사람인가 보지. 팀장은 그저 내가 일을 망치고 올까 봐 그랬던 것일 텐데.

아는 사람이라서 그런 일도 눈 감아 주었으리라는 걸 내가 어떻게 알았겠는가. 언제 설명도 해준 적 없으면서 말이다. 끝음을 올려 뭔가 탐탁지 않는 듯한 투로 감사 인사를 뱉으니 팀장은 슬쩍 웃는 것 같았다. 뭐가 웃겨, 왜 웃어. 그리고 자신이 상사라고 중간중간 말 놓는 것 좀 봐. 어찌 보면 정말 김석진의 부탁으로, 그의 친분으로 눈 감아 줬을 수도 있겠다 싶어 그냥 원하는 말을 뱉어주었다. 만약 원래 나오려던 사람이 나왔으면. 아니다. 원래 나오려던 사람이 나왔으면 이런 일은 애초에 일어나지도 않았겠지. 일의 처음으로 올라가 원인을 찾으려 하면 이것저것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해야 하니 그냥 넘어가련다. 어차피 벌어진 일이고, 그저 고맙다고 하자.

 

 


"실은 좀 놀랐습니다."

"...."

"주위에 남자는 하나도 없는 줄 알았더니."

 

 


그렇겠지. 어떻게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나에 대해 알고 있는 김석진이었다. 내 증상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고, 자신이 겪었던 것들도 있고, 보았던 것들도 있고. 내가 밀어내는 것도 있지만 다른 남자들도 굳이 내 옆에 붙어있을 이유가 없었다. 마치 못 볼 것이라도 본 것처럼, 벌레라도 닿은 것처럼 기겁을 하고 피해버리는데 어떤 사람이 좋다고 붙어있어 주겠는가. 정말 감사하게도 박지민은 예외로 두고. 그러니 김석진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했다. 뭐, 나도. 김태형은 조금 의외이니 말이다. 어떻게 그런 사람이 내 옆에 남아주는 것인지 가끔 신기하기도 하다. 어떻게 그와 이런 인연이 생겼는가 놀랍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그 사람은 괜찮더랍니까."

"네?"

"나는 맨날 째려보고 불러도 피하고 만지지도 못하게 하면서. 그 사람은 괜찮냔 말입니다."

"... 아... 그게...."

 

 

 
김태형도 마찬가진데. 가끔 어이없는 소리를 늘어놓아서 째려보기도 하고. 말 안 들을 때는 무시하고 그냥 지나치기도 하고. 만지는 건 모든 남자들에게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부분이다. 내겐 아직 그게 가장 어렵다. 근데 대체 내게 무슨 말을 듣고 싶어서 저런 말을 늘어놓는 것인지. 내가 김태형에게만 너그럽게 봐주는 것을 보지도 않았으면서 괜히 투정 비슷한 것을 늘어놓는 것 같았다. 그게 중요한 건가. 내가 실수를 했다는 게 중요한 거 아닌가. 뭔가 요점이 이상한 곳으로 흐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누군지, 참 궁금하네."

 

 


자기가 왜 궁금해. 사람들은 참 이상한 게,그렇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 의외의 부분에서 오지랖을 부리는 것 같다. 이것도 부하직원 관리 차원에서 인 건지. 나에 관해서 알아보았던 건 그럴 수 있다고 치겠지만 내 주위 사람까지 궁금해하는 것은 조금 넘치는 참견이라고 하겠다.

 


슬슬 익숙한 건물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어디쯤 내려야 할까 몸을 더 세워서 창밖을 둘러보고 있었다. 지난번처럼 괜히 집 앞까지 들어왔다가 김태형과 어이없게 마주쳐서 또 큰 소란을 내고 싶지 않았다. 그 뒤로 몇 번 더 박지민이 데려다줄 때도 어떻게든 우겨 근처에서 그를 보낸 뒤 나 혼자 골목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우리 동네는 좁은 골목들이 많아서 차가 들어갔다 나가기도 불편하니까. 이 비싼 차가 괜히 그리 들어가서 여기저기 긁혀 난리를 쳐대는 김석진을 보고 싶지도 않았다.

 

 


"아, 여기서 내려주시면 됩니다. 더 들어가면 나오기도 힘드실겁니다."

"나도 더 들어가고 싶은 생각 없습니다."

 

 


하여간 김석진을 말을 해도 꼭 저럽게 얄밉게 한다. 저러니 이 늦은 밤에 나를 집까지 태워다 주어도 곱게 보일 리가 없었다.

 

 


"문. 열어줘야 합니까."

"아, 아니요. 괜찮습니다."

 

 


기대도 안 한다. 이미 알아서 문을 열고 나가기 위해 문고리를 잡았는데 뭐. 가방도 아까부터 곱게 무릎 위에 올려놓고 있었고 살짝 고개를 끄덕인 뒤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약간은 쌀쌀해진 밤공기가 내겐 그저 시원하게만 느껴졌다. 그래도 나 꽤 커더란 성과를 거둔 거 아닌가. 바로 옆 조수석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남자와 단둘이 차까지 탔다고. 살짝은 뿌듯해해도 되는 거겠지. 차에서 내려 뻣뻣하게 굳어 뻐근한 허리를 쭈욱 펴고 있으면 김석진은 앞자리 창문을 슬슬 내렸다.

 

 


"내일 또 봅시다. 김아미씨."

"감사합니다, 팀장님."

 

 


펴던 몸을 다시 굽혀 차 안으로 건너 운적석에 앉은 김석진을 바라보며 나 또한 감사 인사를 건네었다. 어찌 되었든 나를 데려다주러 이곳까지 왔고 꽤 먼 거리를 걸어올뻔했는데 편하게 차를 타고 금방 도착하지 않았는가. 뭐, 솔직히 그렇게 엄청 편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 고맙다.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자 그는 또 슬쩍 웃어준 뒤 다시 창문을 올리고 내게 점점 멀어졌다. 요즘 왜 저렇게 웃는 건지. 이제 좀 무서워지기까지 한다.

김석진의 차가 출발하는 것을 보고 나도 이제 집으로 들어가기 위해 바로 몸을 돌렸다. 또각또각 고요한 곳에 내 구둣소리만 울렸다. 김태형은 지금쯤 어디서 뭘 하고 있으려나.

 

 

 

 

 

 

 

 

 

 

 

 

 

 

 


 

암호닉

암호닉은 재업이 끝난 후부터 다시 받겠습니다.

 

통통 / 눈부신 / 태태 / 인사이드아웃 / 령아 / 초딩입맛 / 슙디 / 태형오빠 / 군주님 / 민트 / 태태이즈뭔들 / 이현 / 똥맛카레 / #RealV / 소녀 / 침을태태 / 김석진 / 거창왕자태태 / 개학전날밤 / 코코팜 / 슙숨 / 공감 / 태태야 / 슈탕 / 두부 / 딸기빙수 / 요정 / 카라멜 / 태형이안에 / 미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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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지민이 너무 귀여워요ㅠㅠㅠㅠㅠㅠㅠ
왠지 태형이 석진이보다 눈에 더 띄는 거 같아욤

7년 전
독자2
예전에 봤었던건데 지금도 신청가능하나요?[아도라블]로 신청할게요!!
7년 전
독자3
으어 ㅠㅠㅠ 지민이진짜착하네요... 팀장님도무너가관심이있믄서같구..헤 머르것다 무츤 글감사해요 ♡
7년 전
독자4
인사이드아웃이에요 작가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금글은 역시 봐도 봐도 재밋네요 ㅋㅋㅋ
7년 전
독자5
암호닉신청은 끝났겠죠?! 이 글..진찌ㅠㅠ너무 오랜만이에여ㅠㅠㅠ다시 정주행중인데ㅠㅠㅠㅠ재밌어요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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