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Call Me Kat - Flower In The Night
사내 로맨스는 아찔하다.06
부제:박지민의 한계
(과거, 회식 날 밤-)
호프집 안, 정신없이 그들의 2차 회식이 시작되었다. 말이 2차지, 사실은 술판이나 다름없었다.
1차에서 이미 술을 많이 마신 사람(예를들면 ㅇㅇ라던가)이 있긴 했지만 주로 식사위주였고, 이번엔 작정하고 한번 마셔보자. 하는 의도랄까. 안주 몇 가지를 주문한 기획팀과 마케팅 팀원들이 저마다 자리를 잡고 앉아 술을 따르기 시작한다.
정국은 이미 자리를 잡고 앉았고, 그 주변은 당연하다는 듯 여사원들이 둘러싸고있었다. 평소 저는 매력덩어리라며, 너만 모르는거라고 입이 닳도록 ㅇㅇ에게 강조하던 정국의 말이 거짓은 아니었던건지 그의 주변에는 언제나 여사원들이 많았다.
한참동안 눈으로 가게 안을 훑으며 ㅇㅇ를 찾던 정국이 인상을 찡그린다.
이 가시나, 또 어데로 샜노.
1차때 하도 정신없이 주는대로 받아먹느라 ㅇㅇ를 챙기지 못한 정국은 뒤늦은 후회를 하고있었다. 하지만 정국이 그녀를 신경쓰지 못할만도 했던 것이, 술을 잘 마시는 편인 정국임에도 불구하고 정신이 어지러울 정도로 잔을 채워주던 여사원들이 많았었다.
하여간에 한시도 눈을 못떼요. 시간이 좀 지나도 안오면 찾으러 나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그는 그새 제 옆자리에 앉아 취한 척 어깨에 기대는 여사원 하나를 애써 웃으며 떼어냈다.
...아, 피곤하네.
살짝 짜증이 나는걸 꾹 참은 정국은 다시 억지웃음을 지으며 옆에서 주는 술을 받기 시작했다.
한 쪽 테이블에서 정국과 그의 동기들이 마시고있었다면, 옆 테이블은 지민과 같은 직급의 대리들이 앉았다. 2차라 그런지 친한 사람들끼리 앉다보니 자연스레 같은 직급끼리 테이블이 나눠진 것이었다.
지민은 호프집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ㅇㅇ를 찾았다. 윤기에게 맡길 때부터 신경쓰였던 그는 몇 분전의 상황을 생각하며 표정을 굳혔다. 윤기가 ㅇㅇ에게 관심이 있다는걸 알고는있었지만, 지민은 그가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나올거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솔직한 입장에서, 서로 그녀에게 관심이있다는걸 어느정도 눈치챈 상황에서도 윤기는 특별한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지민은 제 마음을 순수하게 다 드러내며 그녀를 챙겼던 반면, 윤기는 제 마음을 표현하는데 서툰 사람이었으니까. 평소에도 일 얘기가 아니면 잘 하지않았고 다른 여사원들과 ㅇㅇ에게하는 행동에 거의 차이가 없는 편이었다.
하지만 그렇기때문에 방심했던걸까, 제게서 ㅇㅇ를 당연하다는 듯 데려간 윤기가 또다시 떠올라 지민이 괜히 제 입술을 짓이기다 앞에있던 물 한 잔을 한번에 마셨다.
...아, 속타네.
제 옆에서 과일과 술을 권하는 동기들은 보지도 않고 무표정으로 호프집 문쪽만 보고있던 지민의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어, 민 팀장. 이 쪽으로 와서 앉아."
윤기가 뒤늦게 가게 안으로 들어와 팀장들과 부장들이 있는 자리로 섞여들어갔다.
근데, 왜 혼자와.
지민은 윤기에게 가서 물어볼까 하다가도 제가 껴서 한 마디를 꺼냈다가는 괜히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거라 생각해 억지로 자리에 앉은 채로 윤기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1차때 하고있던 그 단정한 차림은 어디간건지 수트 자켓도, 넥타이도 없이 셔츠 한장만 입은 채로 들어온 윤기의 모습이 익숙치 않았다. 차에 두고 내린거겠지. 대충 생각을 마무리하고 이따 부장이 테이블을 옮기면 윤기에게로 가 ㅇㅇ에 대해 물어봐야겠다 생각한 지민이 윤기에게서 시선을 떼려던 찰나, 그의 시선이 윤기의 목부근에서 멈췄다.
모양은 번져서 옅어졌지만 윤기의 목에는 붉은 계열의 립스틱 자국이 남아있었다. 지민의 손이, 이번에는 물컵이 아닌 글라스로 향했다. 어어, 박지민, 그거 술인데...!
옆에서 들리는 말에도 지민은 아무렇지않게 꽉 찬 술을 한번에 입안으로 털어넣었다. ...아, 괜찮아. 대충 대답한 지민이 다시 빈 술잔에 소주를 가득 부었다. 이따 그녀가 오면 가장 먼저 그 망할 립스틱 색부터 확인하겠다 다짐하며.
***
"민 팀장님, 죄송한데 성 사원 어디 있습니까? 아까부터 안보이는 것 같아서요."
"...아, 지금 내 차에서 자고있는데. 피곤해보여서 안 깨웠..."
"뭐야, 성 사원 자고있어? 팀장들도 다 나와있는데, 어?"
윤기의 옆에서 술을 마시던 가은이 두 남자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와, 윤기야. 너네 팀이라고 너무 아끼는거 아니냐? 뭐냐, 아직 부장님도 안가셨는데. 이러기야?
가은의 목소리를 들은 다른 팀장들도 윤기를 향해 장난스러운 얼굴로 야유를 보냈다. 지민도 이런 상황이 발생할까 작게 물어봤는데 그걸 또 들은건지 바로 끼어든 가은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괜히 윤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내가 가서 데려오겠습니..."
"에이, 박대리가 좀 갔다와줄래요? 얘가 또 한번 일어나면 앉으려고 하질 않아서."
"...아, 그럼 차키 주시면 제가 데려오겠습니다."
저가 데려오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윤기의 팔을 가은이 억지로 잡아당겨 앉히고, 지민은 옆에 서서 어색하게 입술만 잘근거리다 결국 가은이 윤기에게서 뺏어든 차키를 받아들고 가게를 나온다. 그러고는 가게 주변을 둘러보다 맞은편에 세워진 윤기의 차를 찾아 그쪽으로 향한다.
처음엔 윤기가 ㅇㅇ를 좋아해 저를 피곤하게 할 바에는 가은과 잘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지민은 마음을 고쳐먹은지 오래였다.
그녀는 제가 양보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가은을 그와 이어주는 건 너무 미안할 짓이라는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윤기의 차에 다달아 뒷문을 연 지민이 저도 모르게 작은 웃음을 터뜨렸다. 불편할만도 한 승용차 뒷좌석에서 몸을 움츠리고 담요 위에 윤기의 수트 자켓까지 덮은 채로 편하게도 자고있는 ㅇㅇ가 귀여워서였다. (물론 덮은 자켓이 윤기의 것이라는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민은 웃음을 꾹 참고 입꼬리를 내리며 차 안으로 들어가 ㅇㅇ의 어깨를 약하게 흔들었다.
"ㅇㅇ씨, 일어나요."
"으응..."
"ㅇㅇ씨, 응? 얼른 일어나요. 다들 찾고있는데."
"졸려어..."
ㅇㅇ는 잠시 뒤척이다 다시 잠에 들려다가도 끈질기게 제 어깨를 잡고 놓지않는 손에 투정을 부리며 지민의 손을 꼭 잡아 저를 괴롭히지 못하도록 했다.
그 모습에 입가에 미소를 잔뜩 머금은 지민이 아쉽다는 듯 손을 풀어내며 그녀의 어깨를 끌어당겨 의자에 기대 앉혔다.
아직도 불그스름한 ㅇㅇ의 볼을 제 손등으로 두어번 쓸어내린 지민이 그녀의 어깨를 달래듯 토닥이며 이름을 부르자 그제야 천천히 눈을 뜬다. 그래봤자 이미 잔뜩 풀린 눈이라 금방이라도 다시 잠들 것 같았지만, 그래도 눈을 떴다는 것에 희망을 둔 지민이 웃으며 ㅇㅇ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ㅇㅇ씨, 우리 이제 들어가야하는데. 일어날 수 있어요?"
"으응, 있어요..."
"나한테 기대요. 넘어지면 안되니까, 응?"
"...안아줘어,"
"응, 안아줄게요. 정신차리고 걸어야 해."
지민은 저도 모르는 새 술취한 ㅇㅇ를 길들이는 법을 터득한 듯 했다.
안아주겠다는 지민의 말에 기분 좋은 듯 웃음지으며 그의 팔을 꼭 잡고 드디어 차에서 빠져나온 ㅇㅇ에 지민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차문을 닫고 잠갔다. 1단계는 됐고, 이제 들어가야지. 제 팔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꼭 잡은 ㅇㅇ를 약속대로 안아주어야했기에, 지민은 그녀의 어깨를 오른팔로 감싸안아 제 품에 넣은 채로 식당 앞까지 걸어갔다.
그 새 잠이 좀 깬건지, 지민의 품에서 빠져나온 ㅇㅇ가 가게 표지판에 그려진 닭 그림을 가리킨다. 그 작은 손이 가리키는 곳을 따라 본 지민이 의아한 표정으로 ㅇㅇ를 바라보자, 해맑은 목소리로 '치킨!' 하고 외친 그녀는 지민을 식당 앞에 그대로 둔 채 먼저 안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취하니까 애같아지는 것 같으면서도, 그게 더 야하단말이야. 이상하게. 지민은 진지하게 ㅇㅇ가 정말 취한게 맞는걸까, 생각하다가도 아까 저를 보던 풀린 눈이 생각나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한결 가벼운 걸음으로 ㅇㅇ를 따라 가게 안으로 다시 들어섰다.
"지민씨, 여기!"
지민이 들어가자마자, 언제 또 자리를 옮긴건지 그가 있던 테이블에는 그의 자리만을 제외한 세 자리 모두에 여자 사원들이 앉아있었다. 훅 끼쳐오는 불안감에 ㅇㅇ를 재빨리 눈으로 찾자 역시나, 남자 사원들 사이에 끼어 벌써 또 술을 받아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몰래 한숨을 쉰 지민이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여사원들 사이, 제 자리로 돌아갔다.
그가 자리에 앉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술과 안주를 건네며 말을 걸어오는 사원들에 웃으며 잔을 받는다. 미치겠네... 왜 또 저 자리에 앉아서는... 제 자리에서 ㅇㅇ에게 향하는 시야를 정확하게 가려 앉은 여사원에게 뭐라 하지도 못하는 그는 남 몰래 그녀의 상태를 살필 방법을 찾기에 바빴다.
그러나, 적당히 맞춰주다 ㅇㅇ의 옆자리로 가야겠다는 지민의 계획을 보란듯이 망쳐놓듯 자꾸만 제게 기대오는 여사원에 그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물론 그 순간에도 ㅇㅇ는 술을 받아마시며 풀린 눈으로 웃어보이고있었기에, 지민은 스트레스가 푹푹 쌓이는 기분이었다.
내 앞에서만 야하면 되지, 왜 다른사람 앞에서까지 끼가 흘러서 사람을 애타게 하는지. 지민은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뜨며 당장 그녀의 옆자리로 가고싶은 충동을 눌러담았다.
***
사내 로맨스는 아찔하다.
W.봄처녀
***
"성 사원, 이번에 들어오자마자 프로젝트 때문에 힘들었지. 수고 많았어요."
"네에, 많았어요."
"우리 ㅇㅇ씨. 술 한잔 받을까, 응?"
"네에..."
ㅇㅇ의 술잔에 술이 가득 따라지고, 지민의 표정은 그가 그녀를 처음 데리고 들어왔을 때보다 훨씬 굳어져있었다.
그리고 그건 아마도, 그녀의 옆에서 술을 따라주는 사람 때문임이 분명했다.
한세원.
입사 때부터 들어온지 얼마 안된 여사원들에게 더럽게 치근대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분명 유부남인데도 불구하고 왼손에 낀 반지에게 부끄럽지도 않은지, 여사원들에게 돌아가며 치대는 걸로 모자라 최근에는 성희롱까지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게다가 아부에도 소질이 있는건지, 동기들 사이에서 좋지 않은 평판에도 어떻게 대리까지 버티고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세원이 ㅇㅇ의 옆으로 가 앉았을 때부터 이미 지민의 표정은 일주일동안 풀 야근을 해야하는 사람마냥 웃음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지민은 제 옆에 앉았던 여사원들은 안중에도 없이 ㅇㅇ에게 온 신경을 고정한 채로 집중하고있었다.
"와, 성 사원. 얼굴도 예쁜데 술까지 잘 마시니까 더 예쁘네?"
"저 잘 마시죠! 완전 잘마시죠, 제가아..."
"네. 그러니까 이번엔 ㅇㅇ씨가 한번 따라봐. 잔이 비었네-"
"네에... 병이 어디,"
한참동안 상 위를 살피다 병을 발견한 ㅇㅇ가 소주병을 손에 쥐려는 순간, 그녀의 얇은 손목은 지민에 의해 저절로 멈춰졌다. 제 손이 갑자기 잡히자 놀라 눈을 크게 뜬 ㅇㅇ가 제 손목을 잡은 사람을 올려다보고는 실없이 웃는다.
어어, 우리 대리님이네에...
"...성ㅇㅇ씨 일어나요."
"으응, 왜요... 한 대리님이 이거, 술 달라고..."
"...됐죠. 이제 그만 하고 일어나요. 많이 취했어."
제 앞에 놓여있던 술병을 잡아 세원의 앞으로 소리나게 내려놓는 지민을 세원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노려봤고, 그런 그를 신경도 쓰지 않는 듯, 지민은 말없이 ㅇㅇ의 어깨를 감싸 일으켰다.
그대로 밖으로 나가려다 멈칫한 지민은, 굳은 표정으로 세원을 보며 딱딱 끊어말했다.
"...나이가 있고 경력이 있으면, 적당히 좀 하시죠."
"......"
" 나 같으면 창피할 것 같은데. 당신같은 남편 둔거."
여전히 자리에 앉은 채 치마 아래로 드러난 ㅇㅇ의 흰 다리를 힐끗거리며 쳐다보던 세원에, 저도 모르게 멱살을 잡을 뻔한걸 꾹 참은 지민의 마지막 한계였다. 화를 잔뜩 억누른 지민의 말투에 세원은 언짢은 얼굴로 자리를 옮겼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주변이 시끄러워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 했다.
그러나, 지민이 화가 날대로 난걸 눈치 채지도 못한건지, 술이 깨지않은 상태에서 더 받아마신 ㅇㅇ는 조금 나아졌나 싶다가도 여전히 휘청이며 지민의 어깨에 기대어있었다.
지민은 그런 그녀를 가만히 보다 한숨을 쉬고 어깨를 감싼 채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가게 밖으로 나와 바로 앞에 있는 벤치에 ㅇㅇ를 앉힌 지민은 여전히 표정이 굳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제 수트 자켓을 벗어 그녀의 어꺠에 덮었다. 도대체 하루에 몇 번 남의 자켓을 덮는건지, 아무 생각이 없는 듯 한 ㅇㅇ는 제 앞에 서있는 지민을 올려다봤다. 그의 굳은 얼굴을 올려다본 ㅇㅇ는, 덩달아 울상이 되어버린다.
...삐졌어어. 우리 지민이?
제 손을 위로 올려 지민의 두 볼에 손을 댄 채로 말하던 ㅇㅇ가 벤치에서 일어나 그와 더 가까이에서 눈을 맞췄다.
그 행동에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던 지민이 제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러다 곧 혀를 내어 제 입술을 쓸어내며 그녀의 입술로 시선을 옮겼다.
분명 방금까지 세원의 행동에 화가 머리 끝까지 났던 지민은, 제 앞에 보이는 ㅇㅇ의 모습에 눈을 느리게 감았다 떴다. 세원의 옆에서 뭐라 더 말을 하지 않고 가만히 술을 따르려던 ㅇㅇ에게도 어느정도 화가 치밀었었는데, 이제는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 때문에 오히려 화가 사그라든 제 자신이 미울정도였다.
천천히 제 볼에 올라온 두 손을 제 손으로 잡아내린 지민이 그녀를 다시 앉히려 작은 어깨에 손을 올렸다.
"지미나..."
"......"
"왜, 삐져써어..."
"...하아."
"화난거야아, 응?"
"...제발, 좀."
지민의 표정은 이제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바뀐지 오래였다.
제발, 하는 말과 함께 ㅇㅇ를 앉히려던 지민의 행동은 제 허리를 끌어안는 그녀에 의해 그대로 멈춰버렸다.
...화나써어, 우리 지민이이.
말꼬리를 늘이며 셔츠 한장만 입은 제 등을 쓸어내리는 손길에 지민은 은근한 자극을 받아 그녀의 허리를 감은 팔에 힘을 줬다.
화내려고 했는데, 왜 아무 반항 안하고 술을 따라주려고 했냐며 짜증을 내려고했는데, 제 품에 안긴 그녀를 보면 그런 말이 입밖으로 나올리가 없었다. ㅇㅇ는 그런 지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의 품에 안긴 채 눈을 마주쳤다.
풀린 눈을 한 채로 저를 보는 ㅇㅇ에, 그는 그대로 입을 맞추고싶은 본능을 억지로 참아내고있었다. 그러나 이미 술이 얼마 들어갔기 때문일까, 지민의 손은 이미 올라가 그녀의 말캉한 입술에 닿아 있었다.
지민은 그제야 ㅇㅇ의 립스틱 색을 제대로 확인했다. 그리고 윤기의 목에 남아있던 입술자국이 ㅇㅇ의 것이었다는 것이 확실해진 순간, 당장이라도 그녀의 립스틱 색이 다 지워질 때까지 입술을 맞대고, 물고 빨아대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 남은 지민의 이성은 입을 맞추는 대신 손으로 그녀의 입술을 쓰는걸로 대신하는 듯 싶었다. 그 손길에 붉은 립스틱 색이 그의 손에 자연스레 묻어났고, 제 손가락에 묻은 붉은 색을 가만히 보던 지민은, 곧 손가락을 가져가 제 입에 문 ㅇㅇ와 눈이 마주치고말았다.
...진짜, 이젠 못참겠는데. 이 여자를 어쩌면 좋지. 벌써 몇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내쉰 지민은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몇 초가 흐르고, 그는 다시 고개를 들어 ㅇㅇ와 눈을 맞춘 채 잔뜩 낮아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무한테나 웃고, 술도 막 따라주고."
"......"
"이렇게 입술도 함부로 주면."
"......"
"이제 뭘 더 어떡하려고 그래요."
단순히 제 립스틱이 그의 손에 묻었기에 닦아주려던 ㅇㅇ의 생각은 지민에 의해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되어버렸고, 제 손을 ㅇㅇ의 붉은 입술 새로 빼낸 지민은 허리를 숙여 그녀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너 진짜 큰일나요, 이러다가."
"......"
"내가 이 정돈데, 다른 새끼들은 오죽하겠냐고. 어?"
다시 생각해도 짜증나는 그 입술자국에 그녀에게서 다시 살짝 떨어져 제 머리를 거칠게 헝클어뜨린 지민의 뒤로, 작게 사람들이 나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지민이 말없이 저를 올려다보고만 있는 ㅇㅇ를 다시 벤치에 앉혔다.
그러고는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능숙하게 웃는 얼굴로 그녀의 어깨에서 약간 흘러내린 제 수트 자켓을 다시 올려덮어준다.
"ㅇㅇ씨, 여기 가만히 있어요. 네?"
"네에..."
"딴 새끼들한테 한눈 팔지 말고. 알았어?"
"네에... 알았어..."
고개를 끄덕이며 영혼없는 대답을 내뱉는 ㅇㅇ를 미심쩍은 눈으로 보던 지민이 대충 다 나온 것 같은 사람들 틈으로 섞여들었다.
빨리 자리를 마무리하고 그녀를 데려다주겠다는 생각 뿐이었기 때문일까.
지민은, 벤치에 앉아 멍하니 한 남자를 쳐다보는 ㅇㅇ를 전혀 눈치채지 못 했다.
***봄처녀의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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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힌 편에 쓰려다가 글이 너무 난잡해질까봐 05, 06편으로 나누어 쓰게되었습니다!
그래서 어쩌다보니 박지민 두개...
지민아 축하한다! ^^*
오늘은 박지민 데이였는데요. 어떠셨나 모르겠습니다.
박지민 하면 역시 이중성이 매력이죠... 온도차 쩌는 너란 남자...하...
아 그리고 글에서 전국에 계신 모든 가은님과 세원님꼐 죄송합니다... 사랑해요. 하하
그리고, 이제부터 ㄹㅇ 시험기간... 이번 주에 올린건 그나마ㅏ 저번주에 조금 써두기라도 했지만 성적관리에 들어가야하는 저란 사람은 이제부터 또다시 책상앞에만... 네...
아마 다음편이 올라오기까지는 조금(?)의 텀이 있지않을까 싶습니다!
다음에 올 때는 저번 암호닉에 신청하지 못해 아쉬우셨던 분들이 많으셔서 한번 더 암호닉을 열까 생각 중이니! 기대해주세요. ^ㅁ^
그럼 작가는 이만 사라집니다. 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