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전/00으로 치환해주세요.
*비지엠, 사진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꼭 돌아가자, 평화로웠던 그 날로-
평화가 잦아드는 밤
w.녹음
Episode; 세번째 교실, 밖으로
"일어났어?"
"아..나 잠들었구나.."
창문으로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내 무릎을 베고 잠들었던 지민이가, 어느새 자리를 바꿔 잠든 내게 무릎베개를 해줬나보다. 다리 안 아팠어? 하고 물으니까 웃으며 너도 그랬을텐데 하고 웃는다.
.......안아팠다고는 안하네.
♩♪~
1교시를 시작하는 종이 울렸다. 변이자들은 학교에 퍼지는 종소리를 따라 썰물처럼 복도를 빠져 나간다. 뜻밖에 찾아온 아주 잠깐의 평화에 다들 안도하는 눈치다. 긴장으로 바짝 굳어있던 어깨가 편하게 내려앉는다. 어깨에 내려앉은 것은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온 평화의 무게일까, 죽음과 삶의 경계에 위태롭게 서있는 운명의 무게일까. 소음이 사라지고 적막이 찾아오면 현실은 불현듯 속삭인다.
저는 여기있노라, 적막에 몸을 감추고 찾아 왔노라고.
2016년 4월 14일 PM 12: 17
매일 같은 일을 하고, 같은 시간을 살아도 매일 같은 일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마치 지금처럼 말이다.
"여기만 있을 수 없어. 식량도 없고 안전하지도 않아. 움직여야 해."
"무슨 소리야, 식량은 그렇다 쳐. 그런데 밖에 나가면 무슨 수로 살아남아? 말이 되는 소리를 해."
"강성훈, 흥분하지마. 침착하고 생각해. 어제랑 오늘은 반 애들이 남겨뒀던 간식으로 끼니를 때웠어. 그런데 그거 얼마나 갈 수 있겠어? 지금도 몇개 안남았는데 당장 내일,모레? 구조될 수 있을까? 우린 언제까지 배를 곪으며 기다려야할지 몰라."
"저 좀비들이 우글대는 밖으로! 나가서 우리가 어쩔건데! 배고픔은 참으면 그만이지만 사람은 죽으면 끝이라고!"
"흥분 하지마. 배고픔을 언제까지 참을 수 있을까, 여기가 구조될때까지 안전할 수 있을까? 우린 나가서 더 안전한 곳을 찾아야해."
시발! 네 좇같은 생각대로 해라, 난 안 나가! 알아서 하라고!
방금까지는 다들 사이좋게 앉아 대화했는데.... 이 상황을 만든 원인인 호석에게로 눈을 돌려도 어떤 눈빛도, 표정도, 반응도 해주지 않는다. 호석이가 틀린 건 아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도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그래도 이런 상황을 원하지 않았다는 건 내 이기일까. 어쨌든 지금의 갈등을 만든 것은 의견이 갈려 싸운 성훈이도, 성훈이에게 동조한 몇몇의 아이들도 아니고, 그렇다고 중립을 유지하던 남희와 나도 아니다. 원인은 생존이 걸려있는 이 상황이겠지. 그렇다면 어떻게 풀어줄 수 없는데 이 숨막히는 상황을, 둘의 감정이 알아서 풀릴 때까지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 건가?
하아- 바깥으로 터져 나온 한숨에 옆에 있던 남희가 나를 돌아본다. 남희도 알만하다는 눈빛으로 나에게 웃었다. 휘어지는 눈과 입이 참 예쁘다. 자신을 빤히 보고 있으니 민망했는지 긴 손가락으로 얼굴을 가린다. 키가 크니까 손가락도 얇고 길구나. 체조선수 김남희와 사격선수 김남준. 두사람도 쌍둥이라 나도 자연스레 알게 됐다.
그렇지만 매일 양궁 연습과 학업에 시달리며 같은 반임에도 불구하고 말 한마디 나눈 적이 없었다. 다른 누군가와 교류하려는 노력도, 생각도 없었으니까. 그런 나와 수줍음 많은 남희가 하루만에 친해진 건 '지금의 좋지 않은 상황'이 큰 작용을 했으리라. 남희와 친해진 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 좋은 사람을 사귀게 돼 기쁘다. 그렇지만 우울한 건 왜일까.
"
2016년 4월 14일 PM 1: 57
"남희야, 같이 가자."
애절한 내 눈빛에도 남희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손가락으로 발목을 가리키며 삐었어, 어제 연습하다가. 하고 고개를 숙인다.
"못 걷겠어?"
"응..부었거든. 내가 나가봤자 걸림돌만 될 거야."
얼른 가봐, 호석이가 너무 무섭게 쳐다본다. 남희의 장난스러운 속삭임에 뒤를 돌아보자 교실 문 앞에 앉아있는 호석이가 보였다. 2시 종이 칠 때가 다가오자 신경이 곤두서는 모양이다. 그런 그의 시선에도 내 발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차마 남희를 두고 갈 수가 없어서. 이런 내 모습이 덩달아 불안했는지 남희가 속삭였다.
" 탄아, 지금 57분이야. 너도 가서 준비하고 있어야지."
"알아..그래도 아직 3분 남았잖아."
"네가 왜이러는지 알아. 나 때문에 그렇지?"
나는 괜찮아. 여기 있는 애들도 있고, 내가 나가면 더 불편해질 뿐이야. 너희한테도, 나한테도. 살풋 올라가는 남희의 입꼬리에 나는 기분이 팍 상했다.
"말을 왜 그렇게 해! 네가 같이 가는 게 왜 불편해, 전혀 안 그런데? 같이 가면 안돼?"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면서 왜 이럴까."
내가 아무 대답을 하지 않자 남희는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 이렇게 하자, 어디에 있든 문자로 어디에 있는지 연락하기. 됐지? 남희의 말이 꼭 마지막 인사 같아져서 울적한 마음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터뜨렸다. 그런 내 모습에도 남희는 눈시울만 붉히고 절대 울지 않았다. 종친다, 이제. 네 손으로 눈물 닦고 연락해,꼭. 남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호석이의 옆으로 다가가자 때마침 종이 울린다.
어슬렁거리던 변이자들은 또다시 소리를 쫓아 8반이 있는 방향으로 우르르 달려간다. 한적해진 복도를 확인하고 빠르게 교실 문을 열었다. 교실에 남을 아이들이 밖으로 나갈 우리를 걱정하고 있었다. 교실을 나서며 뒤돌았을 때 그 속에 남아있는 남희와 한순간 시선이 마주쳤다. 담담하게 내 눈물을 닦아주던 아이답지 않게 눈물로 범벅된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눈물을 닦아주던 남희의 손길이 떨고 있을 때처럼, 눈앞이 얼룩지고 있었다. 멈칫하려던 나를 알아챈 지민이가 손목을 끌어당기며 뛰어가자 이끌리듯 교실을 나섰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는데, 너무 많은 일을 겪어서 눈물샘이 고장나버렸나. 어루만져 주지도 못할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린다.
4반 앞에는 과학실이 있는 건물과 3학년 건물을 이어주는 다리가 있는데 그곳을 통해 1층에 있는 과학실에 갈 계획이다. 지금은 시험기간이라 과학실 건물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발소리를 죽이고 4반 뒷문까지 도착하자 8반 쪽으로 몰려갔던 변이자들이 어느새 4반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다리와 그 건너편에는 아무도 없는 듯 했고, 안전한 것을 확인한 호석이를 선두로 태형이와 지민이까지 모두 다리로 들어갔다.
다리는 큰 걸음으로 대여섯 걸음이면 들어갈 수 있다. 할 수 있다는 생각과 괜찮을 거라는 믿음을 되뇌이며, 안전하게 도착한 셋에 나도 뒤따라 걸음을 옮기려고 했다. 나는 뒷문에 몸을 기대어 지탱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레 일어서자 균형을 잃은 팔꿈치가 뒷문에 충돌하며 쿵-하는 소리가 났다.
순간이었다.
지민이가 내 쪽으로 오려고 몸을 일으켰고, 그런 지민이를 호석이와 태형이가 붙잡아 앉혔다. 그 순간 남아있던 변이자가 아이들의 주변으로 기어왔다. 그리고 4반의 앞문에 있던 변이자들이 움직였다. 벌벌 떨면서도 우스운 사실은, 이 모든 순간이 슬로우모션처럼 느껴졌다는 것이다.
내쪽으로 손을 뻗어오는 지민이도, 기괴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변이자들도. 아주 느리게 느껴졌다. 살아야겠다는 본능이 뇌를 빠르게 해준 것일까. 손은 빠르게 움직여 빽빽하게 꽂혀있는 화살 하나를 빼들었다. 그리고 빠르게 변이자의 옆으로 던졌다.
챙그랑-
가벼운 소리에 변이자들은 멈칫했고, 지민이 근처에 있던 변이자가 뛰어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다 정신차린 나는 긴장으로 풀려버린 팔다리를 이끌고 다리로 뛰어갔다. 곧이어 변이자들이 떨어진 화살을 잡으려 버둥대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고개를 돌려 다리를 보니 호석이와 태형이에게 잡혀있던 지민이가 어느새 둘에게서 벗어나 뛰어오는 나를 끌어안고 다리의 안으로 뒷걸음질쳤다. 괜찮아,괜찮아- 지민이의 어깨에 고개를 떨구자 그는 다정한 목소리로 위로하고 쓰다듬어줬다. 그제서야 지민이의 온기가, 봄의 따스함이 느껴진다.
아, 나는 아직 살아 있구나.
안녕하세요! 시험기간을 마치고, 방학을 맞이한 녹음입니다!
굉장히 느린 연재에 사죄를 올리며 물러갑니다, 댓글 달아주시고 봐주시는 내 님들, 사랑합니다.
-암호닉-
프롤로그; 둥둥이 님, 다홍 님, 골드빈 님
첫번째 교실; 유자청 님, 꿍디 님
두번째 교실; 빠가뿡가리 님, 튜리튜라 님, 꾸기꾸깃 님
암호닉이 잘못됐으면 댓글로 매우 쳐주십시오! 사랑하는 내 님들, 좋은 꿈 꾸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