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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플렛 전체글ll조회 21518l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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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set glow - 흐린 날의 오후

 


 

"아무리 그래도 환자인데 이렇게 막 쳐들어가도 돼?"

"괜찮아, 아빠 찬스."

 


정호석이 눈을 찡긋했다. 자, 갑시다. 아빠 말 들어보니 빠르면 오늘 퇴원할 수도 있대. 그렇다면 그 전에 그 좋은 특실, 냉방 빵빵 잘 되어있는 데에 한번 더 가서 좀 맛있는 것도 먹고 어? 그래야 하는 거 아니겠어?

무슨 병원을 좋은 숙박업소 쯤으로 취급하는 정호석의 말이 어이없어서 흘려듣고 있는데, 옆에서 박지민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그런다.

 


"어? 너 어제 그 간호사 누나 보러 가는 거 아니었어?"

"아, 이 눈치없는 새끼..."



 

정호석이 짜증을 내며 박지민의 머리를 후려갈겼다. 나는 한숨을 내쉬다가 그만 소리내어 웃고 말았다.

하루도 안 되어 다시 김태형이 있는 곳으로 가고 있었고, 마음이 불편한 건 여전하지만 그래도 그전보다는 조금 나아졌다. 김태형을 만나고 나서는 짐을 챙겨 그동안 가지 못했던 내 집으로 갈 예정이었다. 계획 없이 피하기에만 급급해 민윤기의 집에 들이닥쳤던 거라, 그가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내심 불편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확실히 제대로 챙겨오지 않아 지금쯤은 돌아가야 하긴 했다.

 

- 괜찮아, 네 집에 가지는 않을 거니까.

 

김태형이 나간 내 집의 분위기는 전과는 다를 것이다. 그 애가 이번에 집으로 급작스럽게 들이치기 전까지의 느낌은 나지 않겠지. 분명히 조금은 어색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받아들일 마음도 있었다. 한동안은 익숙하지 않겠지만 곧 익숙해지겠지.

 

나는 엘레베이터에서 내려 김태형이 있는 병실 문으로 향했다. 문고리를 돌리자, 그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방탄소년단/김태형/민윤기] 베리 메리 체리 11 | 인스티즈

 

 베리 메리 체리

11

 

"근데 다시 생각해봐도 차 정말 아깝다."

 

 

복숭아를 제 얼굴처럼 예쁘게 깎아보겠다고 자신만만하게 칼을 집어든 박지민이 기어이 처참한 꼴을 만들어놓는 광경을 목격한 나는 말없이 그의 손에서 칼을 빼앗고 대신 깎아서 내려놓은 참이었다. 손에 묻은 과즙을 씻고 나오니, 세 명이 옹기종기 모여서 내가 잘라놓은 복숭아를 집어먹으며 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래도 차랑 목숨을 바꾼 셈 치면 싼 거지."

"그건 그래. 상대방은 뭐라든? 뻔뻔하게 나 잘못한 거 없어요- 그런 식으로는 나오지 않았겠지?"

"안 그랬어. 나 정신 잃었을 때, 바로 전화해서 병원으로 옮겨줬다고 들었거든."

"그러게 왜 졸음운전을 해서 그 난리를 부렸대? 당장 불러봐, 이 형이 따끔하게 한 방 날려야겠어."

 


갑자기 진한 우정에 불타오른 박지민이 주먹을 꽉 쥔채 그렇게 입을 털었다. 말만 저렇게 하지, 실상은 길에서 누군가가 제 어깨를 부딪치고 지나갔는데 상대방이 좀 험상궂게 생겼다면 먼저 사과를 건넬 놈이다. 나는 풍 콧김을 내뿜으며 박지민의 옆으로 가 풀썩 앉았다. 그리고 내가 열심히 깎아놓은 복숭아를 맛보려고 손을 뻗는데, 동시에 같은 조각으로 뻗어진 다른 손이 내 손에 주춤하더니 도로 거둬진다. 고개를 들었더니 김태형이었다.

 


 

"그럴 것도 없어. 보니까 그쪽이 나보다 더 다쳤더라고."

"왜? 가드레일에 박은 건 너라며? 근데 왜 자기가 더 다쳐?"

"낸들 알아?"

 


김태형이 성의없이 받아쳤다. 나는 그런 김태형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다 나와 시선이 마주친 김태형이 웃어보였다. 곧 돌려지는 그의 시선은 어느새 저 대신 침대를 장악하고 있는 정호석을 향했다. 침대 끝자락에 누워서 한 쪽 손으로 얼굴을 받쳐든 채 이쪽을 보고 있던 정호석이 입을 열어 묻는다. 

 


"그래서 합의는 언제 해? 그전에 너 이런 사고 혼자서 처리할 줄은 알아?"

"오늘. 그것 때문에 진형이랑 통화했어. 지금쯤 거의 다 왔을 텐데."

 


김태형이 소파 위에 길게 누우며 대답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날 보면서 말했다.



 

"처음이라 헤매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마중 나갔다 와주라."

"내가 왜?"

"그야 난 환자니까?"

 


말하는 모습이 워낙에 환자같지 않은 터라 나는 입을 비죽였다. 그렇지만 휘어지는 눈초리에 결국 진 척, 자리에서 일어나고 만다. 내가 그의 순한 눈웃음에 약한 걸 알고 잘 이용해먹는 약아빠진 녀석이다, 김태형은. 병실을 나가던 나는 문득 떠오른 생각에

 


"그런데 그 사람이 누군지 어떻게 알아?"

 


하고 묻자, 소파에 묻혀져 보이지 않는 김태형의 목소리가 날아왔다. 보면 알 거야, 너도 몇 번 봤을걸? 랜다.


 

그리고 그 말은 정말 틀리지 않았다. 엘레베이터에서 내려 김태형이 알려준 쪽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저 쪽에서 몇 번 본 적 있는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180cm정도 되어 보이는 키에 한 손에 서류가방을 들고 있는 단정한 옷차림의 사내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들리는 제 이름에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다니엘?"

 


김태형을 만나러 미국으로 갔었을 때, 오가면서 몇 번 마주쳤던 적이 있는 남자였다. 나를 보고선 반가운 얼굴로 걸어온 다니엘이 가볍게 인사했다. 오랜만에 보네요. 다니엘은 한국계 미국인이었지만, 청소년기까지 한국에서 살다가 그 후에 미국으로 넘어간 터라 한국말도 잘하는 사람이었다.

 


"그쪽 아니에요. 저 따라오세요, 태형이 때문에 온 거 맞죠?"

"맞아요. 안 그래도 어디로 올라가야하는지 헷갈리던 참이었는데."

 


그는 구세주를 만났다는 눈빛을 지으며 나를 얌전히 따라왔다. 사실 면식만 살짝 있을 뿐이지 그와 말을 해본적은 거의 없어서 엘레베이터가 내려오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어색했다. 물론 나 혼자만의 착각이고, 그는 아무런 생각이 없을수도 있었지만 -실제로도 정말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것 같이 보였다- 나로서는 뻘쭘한 이 상황을 타개해보려 입을 열었다.

 


"오느라 많이 고생하셨죠? 피곤하시겠어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리고 이게 제 일인걸요. 그보다 놀라진 않았어요?"

"네?"

"라이언이 교통사고 난 거, 저도 놀랐는데 당신은 엄청 놀랐을 거 같아요. 서로 엄청 가깝잖아요."

"그랬죠."

 


도달한 층에 내려 발을 움직이면서 들려온 말에 나는 마음이 살짝 불편해서 짧게 대답했지만, 그는 짧은 내 대답에도 큰 의문을 가지지 않는 것 같았다. 병실 쪽에 가까워지며 다니엘이 말을 이었다. 이번 여름에는 뭐를 준비했대요? 저번에 보니까 당신과 놀 계획만으로도 신나 보이던데.

매년 떠벌려지는 김태형과의 여행에 대해 물어보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차마 그 계획이 무산되었다고 입 밖으로 꺼낼 수가 없어 머뭇거리고 있는데, 그가 병실 문을 열었다. 차라리 대답을 안 해서 잘 됐다, 라고 생각하고 안으로 들어섰을 때, 예상치 못한 인물에 나는 이름을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윤기 오빠?"



 

내 목소리에 민윤기가 고개를 돌렸다. 팔 한쪽을 깁스하고 있는 사람의 옆에 서 있는 민윤기. 왜 여기에? 전혀 가늠이 되질 않아 눈을 깜박이고만 있는데, 그가 내 앞으로 걸어왔다.



 

"오빠가 왜 여기 있어요?"

"동생 사고 때문에. 그런데 상대방이 이렇게 아는 사람일 줄은 몰랐네."



 

그는 김태형을 흘끗 본 후 대답했다. 김태형을 마주하고 있던 민윤기의 표정이 불편한 기색을 내비추고 있었다. 혹시나 해서 김태형 쪽도 힐끔 쳐다보니, 그도 민윤기가 사고를 일으킨 사람의 형인줄은 전혀 몰랐다는 표정이었다. 나와 김태형, 민윤기 이 세사람이 한 자리에 모여있는 이 어색한 조합.

세상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하필이면 사고난 사람의 형이 민윤기라니, 그리고 하필이면 김태형에게 사고를 낸 사람이 민윤기의 동생이라니.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아 보여도 벌써부터 숨이 막히는 듯했다. 내 손목을 붙든 민윤기가 말을 이었다.

 


"지금은 단순히 동생의 보호자로 온 거니까, 괜한 걱정은 안해도 돼. 공사는 구분할 줄 알아."

"보호자라니..."

"문제를 해결해야지. 이야기 끝나면 찾으러 갈 테니까, 친구들 데리고 나가 있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사고 처리를 위해서 사사로운 감정은 배제하고 하겠다 해도, 둘을 놓고 나가기에는 불안했다. 내가 없는 사이에 저번처럼 한 차례 불꽃이 튈 것 같아서 같이 듣고 싶었지만, 다시금 나가기를 부탁하는 민윤기의 말에 결국은 병실 밖으로 걸음을 할 수밖에 없었다. 걱정하지 말고 나가서 기다리라는 듯 눈짓을 주는 민윤기의 뒤로, 괜찮다는 미소를 지어보이는 김태형의 얼굴 또한 들어왔다.

* *

 

​태형 측에 있는 다니엘이라는 남자와 저를 주로 하여 이끌어지던 대화가 마무리되자, 윤기는 철없는 동생의 머리를 아프지 않게 한 번 쳤다. 사실 명백한 동생 측의 과실이었으니 그리 어려운 것도, 쓸데없이 길게 할 것도 아니었다. 이렇게 간단한 건데 놀라서 저에게 구원요청을 한 동생이 대체 언제쯤 철이 들까 생각을 하며 윤기는 그럼, 이라 말한 후 가볍게 목례를 하고 동생을 끌고 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그런 윤기를 붙잡은 것은 가만히 흘러나오는 태형의 목소리였다.

 


"잠깐만요."

"저요?"

"아니요, 동생 분 말고 형 분이요."


​동생이 아닌, 자신을 부르는 말에 윤기가 태형을 돌아보았다. 태형이 사람좋게 미소지으며 입을 열었다. 잠시만, 따로 시간 내주실 수 있나요? 단 둘이서 말하고 싶은게 있어서요. 잠시 망설이던 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비상계단이 있는 문을 열고, 난간에 몸을 기댄 채 밖을 쳐다보고 있던 태형이 말하기를 기다리고 있던 윤기가 결국 먼저 입을 열었다.

 

 

"​할 말이 있어서 부른 게 아니었나?"


그러자 태형이 몸을 빙글 돌려 윤기를 바라보았다. 맞아요, 할 말 있어서 잠시 시간내달라고 한 거. 피차 불편한 건 마찬가지인데, 용건이 있다면 빨리 말해줬으면 하는데. 건조한 윤기의 말에 태형이 싱긋 웃었다. 갑자기 웃어버리는 태형의 모습에 윤기가 한 쪽 눈썹을 들어올렸다. 저를 비웃나?하는 생각에서였다. 윤기의 표정이 약간 매서워진 걸 알아챈 태형이 황급히 손을 젓고서는 입을 열었다.

 

"미안해요, 비웃는 게 아니라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하나 고민하다가 그런 거였어요. 사실 별 말 없어요, 그저..."

"..........."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으니까요."

 

​생각과는 다른 대답에 윤기가 태형의 눈을 가만히 응시했다. 지난번처럼 절망과 조급함이 깃든 눈이 아니었다. 정말로, 여주에게서 들었던 정리한다는 말이 거짓이 아닌 듯 평온한 눈동자였다. 하지만 그 눈동자를 볼 때, 덩달아 마음이 홀가분해지기는 커녕 누군가가 돌로 가슴께를 짓누르는 듯 무거운 기분이 들었다. 태형은 고개를 반쯤 돌려 바깥 풍경을 응시한 채, 말을 이었다.

 


"괜히 혼자 열나서 화풀이한 거에요. 그쪽이 잘못한 게 없다는 건 알고 있죠. 알면서도 이 답답한 마음을 표출할 곳이 필요했어요."

".............."

"그 출구가 그쪽이었을 뿐이고."

".............."

"시작이 빠르면 뭐해요, 어차피 내가 설 자리는 이미 없어졌는데. 기회는 날아가버린 지 오래죠."

 


태형은 날아가는 새를 가만히 응시했다. 빠르게 점이 되어 사라지는 새에서 눈을 뗀 태형이 다시 윤기를 바라보았다. 제가 말을 다 끝마칠 때까지 받아치는 말 한마디 없었다. 오히려 그 부분에서 안도감을 얻은 태형이 잔잔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다음주에 여행이랬죠? 안 좋은 일 따윈 까맣게 잊게, 재밌게 데리고 다녀주세요. 복잡하면서도 단순한 애라, 금방 잊어버리고 좋아할 거에요. 아, 그리고 진심으로 들릴지는 잘 모르겠지만... 300일도 미리 축하하고요."

 


태형이 가볍게 웃은 후 윤기를 바라보았다. 우습게 들리겠지만, 진심이에요. 윤기는 여전히 한 마디도 하지 못한 채, 그런 태형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었다. 난간에 등을 살짝 기댄 태형이 작게 말을 끝맺었다.

 

그쯤에 난 떠나고 여기 없을 거니까... 모르게 해 주세요.

 

* *

 

정호석과 박지민을 데리고 병원 주위를 돌고 있던 나는 나오는 민윤기의 형상을 보고 그 쪽으로 걸어갔다. 기다리는 내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마조마하고 있던 나는 아까와 같은 그의 표정을 보자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저 표정을 보아하니 최소한 둘 사이에 싸우지는 않았다는 의미였다.



 

"괜찮게 끝났어요?"

"응, 둘 다. 걱정할 거 없다고 했잖아."

 


동생 일과 김태형과의 일 모두 괜찮게 마무리했다는 말이었다. 중의적 의미를 눈치챈 나는 민윤기를 꼭 껴안았다. 가만히 서 있던 그는 잠시 후 팔을 들어올려 나를 가볍게 안아준 후 품에서 떼어냈다. 그리고 차키를 꺼내며 내게 물었다.

 


 

"데려다줄까?"

"네?"

"오늘 네 집으로 돌아간다고 했잖아. 생각보다 시간이 남아서, 데려다주려고 그랬지."

 


아.

나는 순간적으로 떠오른 생각에 김태형이 있는 곳을 쳐다보았다. 간다고 말도 안 했는데, 이렇게 가버려도 되나. 말도 없이 사라진 날 보고 김태형이 행방을 찾을 게 분명했다.

 


 

"여주야."

 

들리는 목소리에 다시 민윤기를 바라보았다. 민윤기는 내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며 말을 이었다. 가자.

아까와 같이 '데려다줄까'라고 권유하는 말이 아닌, '가자'라는 말에 나는 그가 불안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김태형은 나를 정리하겠다고 말을 했으며, 나는 그러한 그의 말을 받아들이고 민윤기에게도 전달했다. 그러면 나는 더 이상 흔들리지 말고 민윤기의 말을 최우선으로 두어야 했다. 결정을 내렸는데도, 또다시 헷갈려버렸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요."

 


뒤에서 우리들을 지켜보고 있는 박지민과 정호석에게 눈짓을 해 보였다. 민윤기의 손을 붙잡은 날 본 박지민은 잠시 무표정이 되었다가 뒤이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두 명만 돌아온 걸 알고서 김태형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나에게 마음을 보이기 전에 장난으로 그랬던 것처럼 섭섭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욕할까, 아니면 씁쓸하게 미소를 지을까.

* *

김태형은 퇴원했고, 나는 그 소식을 들었다. 솔직히 교통사고가 났다는 사실이 무색하게, 김태형의 상태는 몹시 멀쩡했기에 나는 오히려 쉬이 퇴원하지 않았던 이유가 궁금했다. 박지민이 말하길,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나타나지 않은 후유증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염려 때문에 병원 측에서 좀 더 붙잡아두었다는 것과, 김태형의 핑계를 대고 병원 특실에 출석도장을 찍으며 어여쁜 간호사 누나를 보고 있다는 정호석이 있다고 했다. 그중에서 더 가능성이 있는 것은... 호석이한테 미안하지만, 후자였다.

새끼 연애를 안 한다고 선언한지 한 달도 안 되었는데 또 발병 났다. 참을 인도 세 번이라고, 세 번까지는 어떻게 넘긴 정호석이지만 만일 이번에도 패배를 맛본다면 애가 망가지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옆에서 지켜본 박지민의 말에 의하면, 이번에는 좀 다른 것 같다고 했다. 넌 정호석이 세번째 사귀는 때도 그소리 했잖아, 하고 핀잔을 주자 박지민이 고개를 저으며 그랬다.


'아냐, 이번에는 김태형도 느낌이 좋다 했어.'


김태형의 감을 믿고 사는 정호석이 그 말을 넘겨짚을 리 없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김태형과 마지막으로 연락을 한 것은 그저께 저녁이었다. 별 것 아닌 내용만으로 이루어진 문자였다. 그 어떤 문자들 사이에서도, 김태형의 감춰져있는 마음이 들어있는 것은 발견할 수 없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4명이서 거하게 술파티를 한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며칠 내내 오지 않던 비는 거세게 오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오늘 저녁부터 밤 사이까지만 비가 많이 내리고, 내일부터는 전국적으로 맑은 날씨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장마의 끝을 알리는 겸 빗줄기가 발악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신발이 다 젖어가고 있었지만 기분이 좋았다.

타이밍 한번 죽인다.

내일이면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기념일 여행을 가는 날이었다. 그동안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났지만, 일주일 사이 마음이 거의 진정되었고 여행하는 동안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설렌 마음으로 며칠동안 짐을 풀었다 쌌다, 일정을 꼼꼼히 짚고 빠진 거 보충하며 완벽하게 싸놓았지만, 그래도 출발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확인하는 건 필수였다. 그렇기에 애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나 먼저 일어나겠다고 말을 한 후 집으로 가고 있었다.

가서 씻고,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일찍 잠들어야지- 라고 생각하며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한 손으로 꺼내 확인하니 엄마에게서였다. 이게 얼마만이람? 다큐멘터리를 찍으시는 나의 부모님은 심심하면 오지로 가서 몇 개월씩 연락이 끊기는 게 취미시라, 나는 딱히 걱정되지 않았다. 매정하다 싶겠지만, 사실 이 분들은 무소식이 희소식일 뿐더러, 비행기가 추락하더라도 극적으로 살아남으실 분들이기에 그런 걱정따윈 쓸데없었다. 그래도 내심 전화가 반가웠던 터라, 얼른 받아들었다.

 


"어, 엄마."

- 아구, 빨리 받네! 게임하고 있었지?

"아니거든. 진짜 오랜만이다. 별일 없지?

- 그럼. 그러니까 이렇게 전화도 하고 그러는 거지.

"그렇구나. 잘 지내서 다행이다. 그런데 왜 전화했어?"

 


좋아보이는 엄마의 목소리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빗소리때문에 잘 들리지 않아 통화 볼륨을 최대치로 올렸다. 그러자 전보다 더 또렷해진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택배 보냈는데, 받아라 우리 딸.

튀어나온 말에 나는 가던 발걸음의 속도를 살짝 늦추었다. 부모님은 가끔 깜짝 택배를 보내곤 했는데, 그 안의 내용물이 복불복이라는 게 문제였다. 어느 날은 맛있는 것으로 가득했던 상자였지만, 또 어느 날은... 으으, 생각하기 싫군. 택배란 말에 불안해진 나는 다시 걷는 속도를 올리며 슬그머니 물었다.



 

"설마 저번처럼 이상한 건 아니지?"

- 아휴, 얘도 참. 그거 아니야. 말하면 재미없으니까, 받고나서 열어봐!

"하튼 깜짝선물 되게 좋아해. 그래서 그게 언제쯤 오는데?"

- 모레쯤?

 


택배가 올 날짜를 되뇌이던 나는 내일 여행을 떠나 집을 비운다는 것을 깨닫고 말을 이었다. 그거, 혹시 냉장고에 당장 보관해야하는 건 아니지? 왜? 나 그때 여행가서 집에 없어.

여름이라 음식물은 상하기 쉬운데, 그것만 아니면 된다. 만일 그게 아니라면 와도 상관없다, 부탁해서 맡겨달라고 하면 되니까.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엄마의 목소리가 휙 넘어왔다.

 


- 태형이랑? 이번에는 좀 빨리 가네?

"아니...,"

- 그러고보니 태형이가 뭐라고 하던? 느이 아빠처럼 밋밋한 고백은 하지 않았겠지.



 

김태형이 아니라 민윤기라고, 내 남자친구와 기념일 여행을 간다고 말하려는데 들려오는 말에 나는 되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 느이 아빠는 케이크 속에 반지를 넣어서, 엄마 이 나갈 뻔했던 거 아니. 로맨틱하다고 해서 따라한 거라는데, 엄마는 누누히 말했다시피 먹는거에 장난치는 거 별로 안 좋아해서 그때 프로포즈 찰까- 하고 한순간이지만 고민도 했었다? 태형이가 그렇게 구시대적 방법을 쓰지는 않았겠지? 아, 아니면 아직 거기까지는 안 갔니? 이건 못 들은 척 해, 잊어버려.

"...프로포즈라고?"

 


걷던 발걸음을 멈추고 나는 천천히 되물었다. 심장이 쿵쿵 뛰고 있었다. 핸드폰을 잡은 손에서 식은땀이 배어나오기 시작했다. 뭐야, 뭔데 이거. 너머에서는 엄마의 목소리가 연이어 들려오고 있었다.

 


- 기지배, 프로포즈는 잊어버리고 어떻게 고백했는지나 말해줘봐. 응? 엄만 정말 궁금하다. 태형이가 너한테 뭐라고 고백하던? 그냥 밋밋하게 좋아한다고 하던?

"...엄마가 그걸 어떻게 알아?"

 


손이 덜덜 떨렸다. 우산에 부딪쳐 타닥타닥 시끄럽게 들리던 빗소리가, 다음부터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에 음소거되는 기분이 들었다. 웅웅거리며 주변이 멀어져가는 멍한 사이에서 엄마의 목소리만이 또렷하게 귓속으로 흘러들어왔다. 얘는, 엄마가 당연히 알지.

 


- 참 대단하지, 사실 엄만 말이지, 태형이 같은 얄쌍한 얼굴은 별로 안 좋아하는 거 알잖니? 그 어린애가 과연 진심일까 해서 일부러 어려운 조건을 걸었던 건데, 설마 해낼 줄은 몰랐다 얘. 이정도면 당연히 인정해줘야지. 엄마도 감동받았는데, 만일 감동 안 받았다면 우리 딸이지만 너무 감정이 메말랐다. 친구에서 연인사이로 발전한 감정은 어떻던?

 


이어져나오는 엄마의 말에 나는 얼굴을 굳히고 김태형이 있는 곳을 향해 뛰었다.


 

- 어? 몰랐어? 태형이, 9년 전부터 너 좋아했잖아. 엄마가 괜히 우리 딸 위해서 어려운 조건 걸고, 능력도 응, 발휘하라고, 그렇게 했는데 그렇게 정말 할줄은 몰랐지 뭐니.

  딸? 딸, 듣고 있어?

 

* *

 

비가 앞으로 들이친다. 우산마저 소용 없었다. 뭔데, 뭔데, 대체 뭔데!! 내가 들은 말들, 다 뭔데.

 

아까까지 우리가 있던 가게를 향해 미친듯이 달려간 나는 막 누군가를 택시 태워 보내는 뒷모습을 발견했다. 김태형이었다. 미친듯이 움직이던 다리가 제자리에 멈춘다. 떠난 택시를 확인한 김태형이 몸을 돌렸다가, 내가 서 있는 것을 보고서는 어?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 놓고 갔어?"

 


가까이 다가온 김태형은 내 얼굴을 보자 입을 다물었다. 나는 가슴을 들썩이며 달려오느라 턱끝까지 차오른 숨을 골랐다. 지금 내 상태로는 김태형의 얼굴을 보고서 떠오르는 말 전부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없을 걸 안다. 그래도 천천히 말하기 위해 호흡을 일부러 고르게 내쉬었다. 나는 입을 열었다.

 


"너, 왜 말 안 했어."

"뭐를."

 


내가 뭘 말하는지 알면서 모른척 하는 김태형의 말에, 결국 참았던 둑이 터져 쏟아지고 말았다. 나는 그의 얼굴을 보며 소리질렀다.

 


 

"9년 전부터 나 좋아했던 거!! 나한테 고백하려고, 그 조건들, 다 해내서 돌아온 거!!"

".............."

"왜 안 말했냐고!!"

".............."

"대답해!!"

 


김태형은 쏟아지는 말을 그냥 듣고만 있었다. 눈앞이 흐려지다가 또렷해기를 반복했다.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게,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한가지 감정 때문만은 아니었다. 슬픔, 분노, 경악, 허무, 고통, 그 모든 단어가 섞여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소리지른 내 말에도, 김태형의 입술이 움직이지 않는다. 내가 던졌던 말들을 부정하지 않는 모습. 나는 깨달았다. 들었던 말들은 모두-

 

사실이었다.

 

내세울 것 하나 없는 나는 폭발했다. 김태형에게 대고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주체할 수가 없었다. 온 몸이 배신감으로 인해 부들부들 떨려, 목소리도 부들부들 떨려나왔다.

 


"왜, 그전에 나한테 단 한번도 그런 말을 안 했는데?!"

"이제와서 말한다고 달라져?"

 


김태형이 쏘아붙였다. 단 한번도 입을 열지 않았던 김태형은, 그렇게 말하고서는 나를 노려보았다. 김태형이 다시 씹어뱉었다. 이제와서 너를 그 오래전부터 좋아했었다, 라고 말하면 뭐가 달라지냐고!!

상체가 더욱 젖어든다. 무섭게 소리치는 김태형의 말에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내일 당장 여행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지금 돌아가야 하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발이 안 떨어졌다. 그동안 감춰와야했던 걸 쏟아내겠다고 작정하기라도 한 듯, 김태형은 큰 목소리로 내게 외쳤다.

 


 

"넌 내일이면 떠나, 기념일 여행을 간다고 들떠있는 애를 충분히 망쳐놨어, 이제 좀 좋아지려는 걸 내가 다시 망쳤어야 해? 어? 내가 그러길 바랐어?"

"..........."

"말해봐. 넌!! 내가, 그러길 바랐냐고!"

 


크게 소리치는 목소리에 절로 몸이 떨렸다. 김태형이 이를 악물었다. 우리 사이에 사람 두 명은 충분히 들어올 만한 거리가 있었는데도, 일그러지는 그의 표정, 팔 위로 불거지는 힘줄, 꽉 쥐어진 채 떨리는 주먹, 이 모든 것들이 너무나도 잘 보였다. 쏟아내듯이 말한 김태형은, 잠시 후에 입을 열었다.

 


"가지마."


 

눈을 크게 떴다. 방금전까지와는 다른 처연한 눈빛. 가지 말라는 단어가 심장속으로 박혀들어왔다. 애절했다, 보는 사람의 마음이 너덜너덜해질 만큼 깊은 감정이었다. 상처받은 눈동자, 날 향한 애원.


 

"...이렇게 말하면, 안 갈 거야? 아니잖아."


 

눈빛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김태형이 딱딱하게 내뱉었다.

눈치채지도 못한 사이에 택시를 잡은 김태형은 내 손목을 붙들고 힘으로 날 뒷좌석으로 밀어넣었다. -로 가 주세요. 내 집주소를 술술 읊는 그의 목소리. 접은 우산을 내 옆으로 밀어넣으며 차갑게 말하는 목소리. 가.

 


"그냥 모른척 해. 그거, 못들은 걸로 해."

 


쾅.

 

김태형이 문을 닫았고, 택시는 곧 빠르게 출발했다. 날 바라보는 김태형의 모습이 순식간에 멀어져갔다. 나는 젖은 손으로 창문에 달라붙어 흐느꼈다. 태형아, 태형아. 태형아...

 

여주를 태운 택시가 멀어져가는 것을 본 태형은 멀쩡한 모습으로 뒤를 돌았다. 제 갈 길을 가기 위해 내밀어졌던 발은 곧 얼마 가지 못 가 멈추어지고 만다. 태형이 빗속에서 중얼거렸다. 작은 목소리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아니,



 

"가지 마."

 


태형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태형이 떨리는 입술을 달싹였다.

 


"가지마...."

 


다시. 태형은 결국 진심을 내뱉고 말았다.


 

"가지마, 나 너 좋아해..."



 

태형의 눈에서 눈물인지 빗물인지 모를 액체가 고인 웅덩이 속으로 떨어져내렸다.

 

* *

 

일기예보대로 밤새 비가 내린 후 다음날은 더없이 맑았다. 그러나 화창한 하늘과는 달리, 내 마음은 무거웠다. 싸둔 짐을 챙겨들고 비행기를 타기 위해 김포공항을 향해 떠나는, 여행의 시작길에서도 내 얼굴은 어두웠다. 내 표정을 본 민윤기가 여행가는 게 아니라 어디 유배가는 거냐고 농담을 건네는 말에 본 목적을 떠올리고 애써 웃음을 지어보였지만, 얼마 가지 않아서 웃음기가 사라지고 말았다.

 


 

"어디 아파?"

"아뇨, 그건 아니고 어제 잠을 설쳐서 그런가 봐요."

"그럼 도착하고 나서 먼저 좀 자자. 피곤한 상태로 돌아다니면 제대로 못 노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만 더 있으면 탑승할 시각이 다가온다. 나는 핸드폰을 종료한 채 민윤기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연착으로 인해 하필이면 20분 지연이었다. 재수없게 왜 아침부터 연착이람... 투덜거렸지만 민윤기는 그런 날 토닥여줄 뿐 나처럼 욕하진 않았다. 어른스러운 그의 모습에 비해 나만 찡찡거리는 어린애가 된 거 같아 좀 부끄러워졌다. 아직 시간도 남았겠다, 화장실이 가고 싶어진 나는 그에게 화장실좀 다녀오겠다고 말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행기 연착에 이어서 화장실에서도 기다리는 사람이 몇 명 있는 채였다. 얼마 기다리지 않아 내 차례에 올 만큼 줄은 빠르게 줄어들었는데, 문제는 내 앞 사람들이 도무지 나올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는 거였다. 미치겠네. 혹시나 탑승 시각에 늦을까봐 시간을 보러 핸드폰을 킨 나는 그다음 바로 열리는 문에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안에 들어갔다.

 

볼일을 보고 손을 씻은 후, 아까 시간을 확인하느라 켰던 핸드폰의 전원을 다시 끄려고 꺼내들었는데, 미리보기 창이 떠 있었다. 



 

[ 잘 가 ]

 


정호석에게서였다. 어제 인사불성이 되어서 들어간 후 지금에서야 일어난 모양이었다. 나는 당연히 나에게 여행을 잘 갔다오라는 말이라 생각했기에, 배웅해주는 것에 대해 답장을 보내려고 대화창을 들어갔다. 하지만 그 안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 김씨 여행 잘 갔다오고 ]

[ 김태도 곧 있으면 가겠네 다 가니까 나도 어디 여행가야 할 듯 ]

 


김태형이 오늘 미국으로 떠난다는 사실.

나는 재빨리 정호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호석이 마지막으로 보냈기에 박지민보다 더 빨리 받지 않을까 해서 전화한 거였고, 그런 내 생각은 들어맞아서 신호음이 세 번을 가기도 전에 그가 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건지 피곤에 찌든 목소리였지만, 나는 조급했다.



 

"카톡 뭐야. 태형이 미국 가? 오늘? 왜? 왜 이렇게 갑자기?"

- 어 오늘 11시 15분 비행기. 뭐가 갑자기야? 어제 그래서 만났잖아.

 


김태형 배웅 파티.

 

야야, 나 속 안좋아서 전화 나중에 해. 정호석에게서 전화가 끊긴 후에도 나는 움직이지 못한 채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말도 없이 가, 왜. 또.


정신을 차린 후 걸음을 옮겨 민윤기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자, 그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자, 지금부터 탑승 시작이래. 민윤기가 등을 돌려 먼저 나섰지만 나는 그를 뒤따라가지 못했다. 누가 내 발목을 붙잡고 있는 듯,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새파래진 얼굴로 멀어져가는 민윤기를 바라보았다. 따라오지 않은 것을 안 민윤기는 도로 돌아와 내 앞에 섰다. 그는 한동안 말이 없다가, 입을 열었다.



 

"왜, 태형이가 간대?"



 

나는 고개를 들어 민윤기를 바라보았다. 미국으로, 간다고. 오늘이겠지. 그는 한 손으로 제 얼굴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뒤이어 흘러나오는 낮은 목소리.

 


"그 애가 정리해도, 네가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 ...단순히 생각으로만 끝나길 바랐는데."

 


민윤기는 쓸어내린 손을 늘어뜨린 채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바라보는 그의 시선을 피하지 못해 마주하고 있자니, 나도 모르는 내 속이 훤히 읽힌 것 같았다. 10시 45분 김포 제주 747편을 이용해주시는 탑승객 분들은 지금... 안내원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민윤기는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가."

 


짧게 튀어나온 단어에 그를 바라보았다. 민윤기는 반쯤 고개를 돌려, 맑은 하늘 아래 놓여있는 비행기들을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지금 김태형한테 가면, 너는 나에게만 나쁜 사람이 돼."

"........"

"하지만 계속 나와 같이 있으면 넌 두명에게 나쁜 사람이 되어버리지."

"......."

"김태형이랑 민윤기, 두 사람 모두에게."

 


민윤기는 찬찬히 고개를 돌렸다. 다시금 나를 마주하는 시선. 조용하지만 무게있게 흘러나오는 그의 목소리가 나에게로 다가왔다.



 

"한 사람에게만 나쁜 사람이 될래, 아니면 두 명에게 모두 나빠질래."

"..............."

"선택은 네 몫이야."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대답하지 못하는 날 본 민윤기는 쓴웃음을 지었다. ...끝까지 내 손으로 밀어주도록 만드는구나, 넌. 그리고, 잠시 후 웃음기를 지운 그가 단호하게 내뱉었다.

 


"내가 정해줄게,"

 


가.

 

나는 그 말이 신호라도 된 듯 몸을 돌려 김포공항을 뛰쳐나왔다.

 

* *

 

"인천공항으로 가주세요, 최대한 빨리요."


 

택시를 잡아탄 나는 다급하게 내뱉었다. 11시 15분 로스엔젤레스행 비행기, 현재 시각은 10시 30분. 아슬아슬한 시각이었다. 달려가는 동안 김태형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원이 꺼져 있어서 소리샘으로 넘어간다는 말만이 흘러나왔다. 택시는 내 부탁대로 빠르게 달려가고 있었지만 나의 입장에서는 엉금엉금 기어가는 거북이 같았다. 나는 다리를 심하게 떨어댔다. 태형아, 태형아, 김태형. 제발 늦지 않았으면 좋겠어.

핸드폰에는 부재중 음성 메세지가 하나 와 있었다. 나는 재생 버튼을 눌렀다. 재생되자, 하나씩 들려오는 목소리에 터져 나올 뻔한 울음을 간신히 삼켜냈다.


 

- 이걸 들을 때쯤이면 난 이미 한국을 떠나 있겠지. 제주도는 잘 도착했어? 지금쯤이면 도착했을 거 같은데. 이걸 언제 확인할지 모르겠어서 물어보기가 좀 그렇네. 너 핸드폰 끄면 잊어버리고 안 킬 때가 종종 있으니까.



 

택시 문을 닫고 힘껏 달려 인천공항 로비를 가로질렀다. 뛰거나 걷지 마세요, 라 써져 있는 안내문을 무시하고 에스컬레이터를 달려 올라갔다. 김태형이 떠나는 출국장까지, 늦지 않게.

 


- 메세지 안 남기려고 했는데, 그냥 남기고 싶었어. 저번처럼, 너에게만 알려주지 않았다고 화낼까봐. 이제와서 말하는거지만 너 화내는 연습 좀 해야겠더라. 나름 화 낸다고 하는 것 같은데, 진짜 하나도 안 무서워.

 

- ........

 

- ...알아, 내가 남기고 싶은 말은 이게 아니야. 용기가 없었어. 내가 가는 날짜를 알려주면 네가 날 끊어내려고 혹시라도 배웅하러 나오지 않을까 무서웠어. 알려주지 않는다면, 네가 날 보러 오지 않는 것이 당연하니 무서울 필요도 없겠지.

- 하지만 내가 가는 날짜를 알려주지 않더라도, 내가 미쳐서 너에게 이렇게, 전화로 간다고 말해버릴까봐 일부러 날짜를 너 갈 때 맞춰서 잡았어. 그러면, 지금처럼 이 뒤늦게 남겨진 음성을 통해 자의든 타의든 확실히 널 못 볼 테니까.



 

출국장에 도달한 나는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당연히, 보이는 많은 사람들 중에서 김태형의 모습은 그 어느곳에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저 앞에서 출국 검사를 하는 사람에게 달려갔다. 쉬지 않고 달려온 턱끝까지 숨이 차올라 힘들었지만, 나는 그사람에게 다급하게 물었다.



 

- ........

- 잘 있어.

 

- 다시 볼 때는 단순한 친구로서 만나자.

 


"여기, 여기 11시 15분 로스엔젤레스 행 비행기는요?"

"아... 늦게 오셨나 봐요. 어쩌죠, 비행기는 방금 떠났을 텐데."

 


쿵.

 

나는 비칠비칠 물러나 시간을 확인했다. 11시 17분. 고개를 저으며 뒤로 주춤주춤 물러서는 날 보고 대답해준 사람이 당황한 게 느껴졌지만, 오로지 머릿속에는 한 가지의 사실이 가득 차 있었다. 떠났다,

 

김태형이 나를 떠났다.


다리에 힘이 빠져 그대로 주저앉았다. 아까부터 참고 있던 눈물샘이 터져나와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가지마, 가지마.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나는 울먹거리며 서글프게 중얼거렸다. 가지마 태형아,



 

"가지마 제발..."


 

 

민윤기를 내치고 온 결과는 이건가. 나는 둘 다 잡으려다가, 결국에는 둘 다 놓치게 되었다. 어리석음과 욕심 때문에 모든 것을 망쳤다. 나는 주저앉은 채 엉엉 울었다. 주변의 시선 따위는 신경쓰이지 않았다. 오로지 내가 잘못한 사실만이 떠올라 괴로웠다. 나에게 답을 들이밀어준 민윤기, 나도 확신할 수 없던 내 감정을 말해준 그. 가, 가서 김태형을 붙잡아. 하지만, 그가 마지막으로 말한 말조차도 못 지키게 되었다.

 

쪼그려앉은 무릎 사이로 고개를 파묻고 어깨를 들썩이며 울었다. 미안해, 미안해. 내가 널 좋아한대, 아니, 내가 널 좋아해... 주인을 잃은 말이 자꾸 흘러나왔다. 목소리는 울음소리에 파묻어지려 한다. 잘못했어, 가지마 태형아...



 

"돌아와...."



 

지나가는 누군가가 날 보고 있다면 제발 욕을 해주길. 멍청한 년, 결국에는 둘 다 상처를 주고, 너도 상처받고. 네가 자초한 바야. 직설적으로 내가 못된 사람이라고 비난해줬으면. ...그렇게 하더라도, 결과는 바뀌지 않겠지.

 

내 어깨를 짚는 손길에 고개를 들었다. 전 괜찮아요, 놔두세요... 그렇게 말하려 했지만 상대의 얼굴을 확인하자 들어가고 만다.



 

떠났어야 했던, 김태형이었다.

 


 

사담

저의 모든 것을 이번화에 쏟아냈어요...ㅇ<-< 아고 힘들다

분량이 많지만 2화로 끊기에는 맥락이 너무 느려지는 듯 해서 쑤셔넣었습니다

적당한 브금이 없어서 안 넣으려고 했는데 태형이와의 싸움씬(?)에서 빠지면 허전할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브금이 좀 안맞으면 끄시고 읽으셔도 상관 없어요! 처음부터 끄셨다면 탁월한 선택bb

 

윤기가 눈치가 빠르다고 했죠, 처음부터 이런 일을 예상하고 있었어요(ㅠㅠ)

자기 옆에 있어봤자 더 이상 행복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태형이한테 보내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기념일 여행은...아듀...

 

 

읽어주시는 분들, 덧글 남겨주시는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아 맞아 저 전부터 살짝 궁금한 게 있는데...덧글 막 길게 남겨주시는 분...혹시 귀찮지는 않으신가요....(소심)

ㅠㅠㅠㅠ저는 정말정말 너무 감사해서 집 뛰쳐나가고 싶은데 힘드실까봐 걱정이 됩니다..ㅜㅜ엉엉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그저 사랑한다는 말밖에 적을게 없네요

 

사랑해요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 좋은 주말 보내시길!!

 


 

암호닉 분들ㅠㅅㅠ

<1차 분들>

#그대에게/~계란말이~/오하요곰방와/20/틸다/MLJS/민군주짱짱맨/심슨/옥수수수염차/0070/0207/0221/0309/0328/0419/0515/0526/0528/060909/06130310/ 

0724/0902/1001/10041230/1013/1029/11023/1211/1234/2330/414/423/627/66/6번탄소/818/8개월/980703/990419/abcd/BTS방탄소년단/CGV/chouchou/eeggg/J/nameless/Remiel/Rosebud/

가온/가위바위보/간장밥/감귤/감자/감자감자펀치/감쟈/갓찌민디바/갓태형/강변호사/강여우/개떡/건감깡/검더리/게살버거/겨란/겨울냄새/계란후라이/계피/고구마/

고등어민윤기/고래야/고룡/고미/골드빈/곰지/공대생/공정쟁/관계의회복이에요/굥기굥기/굥기는맑음/굥기요정/구구콘/구기네/구름/국숲/국정전/군밤양갱/군주의정석/규짐/그뉵쿠키/

그레/금붕/기디/기화/김밥의미학/김석진센빠이/김태태/김태형하트/깜비/깡바/꼬깔콘/꼬마이모/꼬이/꽁냥꽁냥/꽃길/꽃님/꽃봄/꾸기꾸기/꾸깃꾸깃/꾸꾸/

꾸꾸기/꾸꾸야/꾸꾹이/꾸민/꾸엥/꾸쮸뿌쮸/꾹꾹이/꾹냥꾸가냥/꾹블리/꾹빵/꾹아가/꾹젼/꾹콩/꿀떡맛탕/꿀띵/꿈빛/꿍꾸/꿍디/뀨기/뀨뀨/

뀨루뀨뀨루///끙챠/낑깡/낑챠/나라빛/나야나/나연/나의 그대/나의별/나인/나침반/난석진이꺼/날봐태태/남준이보조개에빠지고싶다/남쥰/내마음의전정쿠키/

내맘에니콩/너랑나/너만볼래/넬오라인/녹차라떼/누가보면/눈부신/눈뷔신태양/뉸뉴냔냐/늘봄/늘품/닉태형/다곰/다다눌/다름/다소니/단미/단호박쓰/달꾸/

달님/달달한비/달려라방탄/당근/대두/더푸/덤불/덩율곰/데이먼/도비/도손/독자1/돈까스/됼됼/두둠두둠/두둠칫/두뷔두뷔둡/둘리여친/둡부/둥그랗게/둥둥/

둥이마망/들레/디보이/딘시/딩가/또또/또롱/또이/또치/뚜벅뚜벅/뚱이//띠뚜/띠리띠리/라블리/라온하제/라이언/라일락/라임슈가/라즈베리에이드/

레몬/레몬사탕/레인보우샤벳/로봇시계/로제//루이비//리블리/리자몽/마리/마망고/마앙개애/마이크로칩쿠키/마지/마틸다/막꾹수/말랑/맙소사/망개는망개야/

망개떠억/망개똥/망개베리메리체리/망고/망고꾸기/망무망무/매직레인/매직핸드/맨투맨/맴매때찌/머루/메리딸기/메리뮤/멜랑꼴리/명언/명탐정코코/모찌/모찌모찌해/모찌한지민/모찌햄찌/

몽구스/몽또몽또/몽쉘/몽유/몽자몽/몽총이덜/무네큥/무리/무민/무지개소녀/무지티/물결잉/물망개/뮈뮈/뮹딩/미끄럼틀/미니꾸기/미니미니/미랑아/미름달/

미미/미스터/미역/미자탈출/민군주/민들레설탕/민설탕수육/민윤기 코딱지/민윤기/민윤기군주님/민윤기다리털/민윤기예쁨보스/민윤기천재짱짱맨뿡뿡/민트/민트초코칩/밀짚모자/밀키//밍도/밍뿌/

밍아/바라기/바비/박력꾹/박여사/박지민/박침침/반딥/밤공기/밤비/밤열한시/밤이죠아/밥한끼해요/방소/배고프다/백허그/베네/베리메리/베리베리/벨베뿌야/

별콩벌콩/보라도리/보마/보호/복숭아츄/본시걸/부농이/부들부들/불고기/붕붕카/붕어/뷔까번쩍/뷔던/뷔랑이/뷔밀병기/뷔뷔뷕/뷔여워/뷔키/뷩꾹/브이백/

블락소년단/비글/비글워터/비눗방울/비데/비림/비븨뷔/비비빅/빙봉/빅토리아 시크릿/빙그레/빠밤/빡찌/빨강/빵떡아 좋아해/빵빠레/빵빵/빽쮸/뽀로로/뽀야뽀야/뾰로롱/

Yo/뿌뽀뿌/뿡뚱/뿡뿡99/뿡뿡이//쁄/삐리/삐삐까/삥꾸/사과/사랑꾼/사랑둥이/사랑별/사랑사랑사랑/사랑아태태해/사막여우/산들코랄/살구잼/삼월/상큼민트/

새벽/새벽밤/새벽별/새우/샤군/서영/설레임과자/섬혜/섭징어/성인정국/세레니티/세일러문/세젤예세젤귀/소금/소녀/소심/소진/소청/솔랑이/솔트말고슈가/솔트액/

솜지/송아리/수마이/순대곱창/순별/순수/순심아버지/순이/숩숩이/숲늘/슈가슛/슈비슈비/슈웩/슈팅버블/슙디/슙슙이/슙큥/스케일은 전국/스티치/시나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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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구멍/콩콩/쿄쿄S/쿠맘/쿠요/쿠우쿠우/쿠키/쿠키앤크림//크슷/태굴/태꿍태꿍/태둥이/태랑이/태백/태태(김태형)/태태/태태뀨/태태마망/

태태사랑태태/태태한 침침이/태형아/탱탱/탵태/텐텐/토깽이/토끼/토마스/토마토는맛있어/퉁퉁이/팅팅탱탱/파란/파티/팔이/팥빵/팬케이크/퍼퐁/펄맛/포마토/

포키/퐁퐁/푸들푸들/풀네임이즈정국오빠/퓨어/플랑크톤회장/피리부는아이/피카피카/핑몬핑몬핑몬업/하누월/하늘하늘해/하람/하리보/하이얀/하트반지/핫초코/항암제/햄버거/햄찌/햄키/

행기/허니자몽/허블/헐마이니/헤헤태형//현이/형아/호두마루/호비/호비요정/호비호비/호빈이/호빗/호석이몰래/호시기호식이해/호어니/홍삼/홍시/

홍홍/화개장터/환타/황금올리브유/황막꾸기/황토색/후르츠눈꽃빙수/흥흥/흩어지게해/흰색/히동/



 

<2차 분들>


@천일/7896/이마/하트태태하트/0115/0506/0623/1022/1023/1102/1158/1220/3x8/88/9852/

계탈수니/고기/고다/고답이/고대가고싶다/곰씨/굥굥/굿베베/권지용/귀요미/그래영/기태혀/김냥/김석진사랑해요/김자반/김태팡/까까/까꿍이/꽃소녀/꽃오징어/

꽃진/꾸꾸꾹/꾸루꾸루/꾸잉/꿀돼/낙화유수/녹차잎/니베아피치립밤/닉주디/다도해/다람이덕/다홍빛/단리/단아한사과/달다리/달콤윤기/대박나자/댐므/더럽꾹럽/동상이몽/

둘셋/따시따시/딸기쨈/딸기탱탱/또비또비/또잉또인/라임/라코/라프/랩런볼/레몽/레이첼/마농/마리스코티/망개한지민/망망이/목소리/몬무이/미늉/민슈팅/

민윤기기윤민/바나나우유/바닐라라떼야/바다맛사탕/바람에날려/박지민다리털//베리믹스에이드/복숭아꽃/봄플/부니야/불타는고구마/붸이붸/뷔켜/비누/뿌까/뿔테/삐삐걸즈/사과즙/새우깡/서유윤/

세이쓰/섹시태형/소년방탄단/슈퍼침침/슙비둡비/슙슙슈룹슙/스고이김태형/스삼/스페셜캔디/아리랑/안녕진아/얄루얄루/양념치킨/어화둥둥내진이야/여릉잉/오빠미낭낭/오윈/오페라/와와/완뚜꽁/

2/요롱코롱/용달샘/우리집엔신라면/우연/우유/원형/위티/윈터/윈트/유레카/유비/유자마카롱/유자에이드/윤기야 나랑 살자/윤민기/윤치명/융깅얌/이월십일일/

일반여자/일일구1/있잖아요..?/자몽몽몽/저장소666/전막내/정꾸기냥/정꾸마망/정꾸야/젤귕/젤라/즌증구기/지민이랑/진리/짱짱구리/쪼꼬망개/쫑냥/쭈꾸미/쮸뀨/찐빵/

참기름/책가방/청포도/체리마루/체리블러썸/초코퍼지/취해쏘/침구/쿠마모토쿠마몬/쿠우마몬/쿠키가게//크왕/탄저균/태누나/태링링/태태요정/태형아김태형/태황제/테형이/

텐텐/토끼굴그래피티/토끼정/토마토마/피닝/핑가/하얀레몬/허니레몬/화이탱탱/황새/후니/후엥/흥탐/희망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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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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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39
헐ㅜㅜㅡ느느느느 우리 윤기 ㅜㅜㅡ딱한 민윤기는 제가 보쌈해 가겠습니다 ㅜㅜㅜ 그나저나 둘 다 놓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ㅜㅜ
7년 전
독자440
민윤기 이 착하고 멋있등 남자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여주 어머니 뭐하시는거에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윤기따문애 눈물 마를 날ㅇ 없네요.....찌통ㅠㅠㅠㅠㅠ맴찌쥬ㅠㅠㅠ태형이랑 이제 꽃길인가요...아직 스토커 나오지 않았는데...담 화를 어서 볼게요..
7년 전
독자441
윤기는 진짜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었군요ㅠㅠㅠ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ㅜ김태태ㅠㅠㅠㅠㅠ
7년 전
독자442
윤기여ㅠㅠㅠㅠㅠㅠ윤기 진짜ㅠㅠㅠㅠ쏘 스윗맨ㅠㅠㅠㅠㅠㅠㅠ
7년 전
독자443
윤기도얼마나슬펐을까....여주가얼마나혼란스러웠는지잘느껴져서 더 몰입해서읽었네요ㅠㅠ
7년 전
독자444
ㅠㅜㅜㅜㅠ미친거아니냐민윤기ㅠㅠㅠㅠ그러게여주야 조금이라도빨리맘정하지ㅠㅠㅠㅠㅠ아니드런거랑은상관없나ㅠㅠㅠ어차피윤기가상처받는건 똑같으니깐ㅠㅜㅜㅠㅜ윤기랑마지막이진짜예상외네여ㅠㅠㅠㅠㅠ여주가헤어지자할줄알았는데 가라고 놔주다니ㅠㅠㅠㅠ아ㅠㅠㅠㅠ아....아...ㅜㅠㅠㅠ
7년 전
독자445
유ㅏㅠㅠㅠㅠ대박.ㅠㅠㅠ드디어 잡았구나
7년 전
독자446
맙소사,,, 윤기찌통,,, 그냥 등장인물 모두가 찌통ㅜㅠㅠㅠㅠ
6년 전
독자447
아 융기야ㅠ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ㅠ 너무 맴찢인데....ㅠㅠㅠㅠㅠㅠㅠㅠ
6년 전
독자448
서브병이 도졌어요 전,,, 윤기는 무슨 ,,윤기는 뭔 죄야. 너무 처연하네요 윤기 말이. 단순히 생각으로만 끝나길 바랐다니. 사실 연인사이에서 가정할 가치 없는 생각 아닌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진짜 진즉에 여주는 윤기한테 좋은 사람은 어려웠네요. 그래,, 체리베리 둘이 아주 그냐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어휴,,여주 어머니는 그래도 그렇지 참 못되셨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힝,,,
6년 전
독자449
이 글 속의 윤기는 진짜 으른이네요,,,,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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