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유부녀
w.희익
매번 방에서 혼자 밥을 먹는것도 익숙해졌다. 밥그릇을 비우고 한쪽에다 올려놨다. 한번 밥그릇을 부엌에 갖다 놓으러 갔다가 사모님의 갖은 욕설과 이복언니의 폭력에 이젠 아예 사람을 시켜 갖다놓도록 했다. 끝없이 가라앉는 기분에 창가에 앉아 창밖만 멀거니 바라봤다. 어두운 회색빛 구름이 꽉찬 하늘에서는 엷은 빗줄기를 내렸다.
똑똑,
"아가씨."
"들어와."
"날씨도 안좋은데 꿀꿀하게 뭐하세요."
김비서의 말에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유일하게 한결같은 미소를 보여주는 사람. 나에 대한 설명을 다른이들에게 들었을텐데도 변함이 없는 그는 나와 다른, 그런 특이함이 있었다. 까탈스러운 오회장에게마저 신뢰를 얻은 그는, 다른 사람들과 달랐다. 내가 빤히 쳐다보자 애써 눈을 피해 화제를 돌린다.
"오, 밥 다 드셨네요. 웬일이지?"
"…그러게."
한쪽 입꼬리를 지익 그어올리자 그는 놀랍다는듯 눈을 크게 뜨고, 입을 쩍 벌렸다. 매번 분위기를 띄우고자 과한 반응을 보여주는 그다. 다시 입꼬리를 내리고 창밖을 봤다. 도로 곳곳에는 물웅덩이가 고여 빗방울이 물결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김비서 또한 말없이 서있었다. 작게 숨을 들이쉬었다 입을 열었다.
"할말 있어?"
"아, 그, 회장님께서 내일 외출준비 하시랍니다."
"…왜?"
"중요한 미팅이 있다고만 하셨어요."
"……알겠어. 나가봐."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김비서는 머뭇거리다 밥그릇을 들고 나갔다. 톡톡,빗줄기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며 눈을 꾹 감았다.
처음 입어보는 값비싼 옷과 가면쓰듯 어색한 화장은 나를 마네킹으로 만들었다. 옆에 앉은 오회장은 썩을대로 썩은 속을 잘도 감추고 이를 드러내며 웃어보인다. 그의 맞은편에 있는 B기업의 민회장은 아무것도 모르는지 만족스럽게 마주 웃었다. 스테이크를 썰어 입에 넣으며 슬쩍 앞을 보았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옅게 미소를 지은 남자는 다시 시선을 돌려 회장님들의 재미없는 담소를 들으며 재밌다는듯 작게 웃었다.
그 웃음을 보자 나는 속이 꿈틀거림을 느꼈다.
그 전에도 이야기를 나눴던 것인지 그와의 첫만남에 결혼날짜까지 잡은 후, 돌아가는 차안에서 나와 오회장은 각자 다른곳을 바라봤다. 백미러를 통해 힐끔 바라보는 김비서의 시선이 느껴졌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오조연의 비명에 가까운 고함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이를 부추기는 사모님의 말 또한.
"왜 내가 아니라 쟤야?! 민회장 어떻게 된거 아니야?! 저딴 더러운 피가 흐르는 년이 왜!!!"
"그래요, 당신. 저런 괴물같은 걸…다시 민회장이랑 얘기해봐요."
"아니. 이미 날짜까지 다 잡았어. 이제와서 말바꾸기엔 늦어."
오회장의 말에 헛웃음이 나왔다. 그에게도 일말의 죄책감이라는게 있는건지, 언제나 나를 보면 눈치를 살피는게 보였다. 이번에도 애써 둘러대는 그의 모습에 역겨웠다. 가치도 없는 대화를 뒤로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옷을 갈아입고 화장을 지우고나니 알수없는 공허함이 느껴져 또다시 창밖을 보았다. 잦아들었던 빗줄기가 다시 부스스 내리는게 보였다. 눈을 내려 비가 내리는 것을 멍하니 보고있는데, 옅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살며시 열렸다. 아무 대꾸도 하지 않자 김비서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아가씨, 차 끓였는데 드실래요?"
"김태형."
대뜸 그의 이름을 부르자 그는 놀란듯 말이 없었다. 고개를 돌려 김태형을 바라보자 역시나 바짝 경직되어 날 내려다보고있었다.
"나 결혼해."
"…."
"다음달에."
"…5월의 신부네요."
내 말에 굳은 얼굴로 서있던 그가 중얼거리더니 예의 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축하해요, 아가씨."
**
서로 합의하에 결혼식은 진행하지 않았다. 민윤기씨는 내 제의에 당황한듯 했지만 이내 받아들였다. 마련한 집으로 들어가 생활하기 시작했지만 민윤기씨도 그대로 바빴고 나 또한 나대로 방안에 틀어박혀 생활했다. 처음엔 애써 나에게 말을 걸어보고자 했던 그는 점점 갈수록 대꾸 없는 나에게 지친듯 형식적인 인사만 건냈다. 차라리 이게 나에겐 편했다. 누군가와 소통을 하며 함께 살아간다는것은 평생을 겪어본적도 없거니와 상상할수도 없었다. 점점 갈수록 나는 빠르게 어둠속으로 침식해갔다.
일이 터진건 우연한 사고로 비롯했다. 새벽에 부엌에 나와 물을 마시다 손이 미끄러져 컵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흩어진 유리조각들을 멍하니 내려다보던 나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날카롭고 커다란 조각을 집어들어 손목에 그어버리고 말았다. 뒤늦게 나를 발견한 민윤기씨의 경악에 찬 표정을 마지막으로 가물가물한 눈을 감았다. 꿈속에서 마저도 나는 어둠속에 잠겨 아래로 깊이 가라앉고 있었다. 그 날 이후로 나는 습관처럼 유리를 깨 아물지도 않은 손목에 빨간선을 더했고, 이해하고자 했던 민윤기씨는 나를 외면했다. 집에서 일하던 가정부 아주머니조차 나를 보면 겁에 질려 애써 멀리했다.
어느날이었다. 벽 한쪽을 채우는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언덕아래 화려한 야경을 바라보며 습관처럼 눈을 감고 손목을 그었다. 축축하게 카페트를 물들이는 붉은 액체를 내려다보며 몸을 쓰러트리듯 뉘였다. 흐릿해지는 시야에 눈을 꾹 감자 한 얼굴이 떠올랐다. 이제서야 어둠에서부터 벗어나는 기분이 들며 처음으로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암전.
어쩌다 유부녀 |
요우 이런 어두운 분위기 정말 적응 안되쥬ㅣ! 맨! 안녕하세요, 희익입니다. 이런 늦은시간, 새벽감성이 저를 자극하길래 마구마구 썼어요. 왜그랬을까요.이런 어두운 분위기는 재능이 없는걸 알면서... 그것도 그렇지만 어제 제가 글업뎃을 안햇자나요...? 그래서 짜잔하고 나타났어요! 그리고 아마 평소보다 일찍 올거같아요! 좋으신 분들 소리쥘러~~~~~~~~~! 작가는 그렇게 광광 우럭다. 네 무시하고 넘어갑시다 이 글 이후로 여러분들 아시다시피 최여주와 오주연의 영혼체인지예요! 00편이랑 비슷하게 맞춰서 써봤어요 히힉 이것참... 아 근데 본의아니게 사진들을 흑백을 썻는데 중간에 민슈가 혼자 알록달록하더라구요...시강일거같아 걱정... 그리고 몇몇분들이 궁금해했던 오주연이의 잔인한 행동의 이유는 우울증이였슴니다ㅠㅠ 민슈가는 나쁜놈이 아니였어요...불쌍한 남자였어요...이러케 오해가 풀렷다고 한다. 자 이제 슬슬 무관심의 유관심 전문가가 되어가는 민서방씨는 5편에서 만나자구요~! 잘자요 여러분~!♥ |
사랑둥이덜~~~~ |
♥0103님♥항암제님♥지민꽃님♥란덕손님♥열원소님♥소년정국님♥92꾸이님♥뿌뿌님♥ ♥즌증구기일어나라님♥침탵님♥긍응이님♥구가구가님♥비븨뷔님♥망개야님♥사랑둥이님♥ ♥뉸뉴냔냐냔님♥민빠답님♥미늉기님♥슙기력님♥누삐님♥장작님♥배고프다님♥압솔뤼님♥삼월님♥윤기윤기님♥ ♥꽃오징어님♥세이쓰님♥눈꽃ss님♥찌몬님♥민슈프림님♥베릴님♥꾸꾸님♥가위바위보님♥자몽님♥단미님♥쫑냥님♥룬님♥ ♥74님♥청록님♥●달걀말이●님♥달콤이님♥ 좀 이쁘게 해볼려고 하트 무지개했다가 제가 무지개 건널뻔했네요..이제 이쁘게 안할꾸야...(시무룩) 아 그리고 암호닉 신청하실 분들 가장 최신편에 신청하시면 돼요! 이전편에 신청하신 분들이 계시더라구요ㅠㅠ 저한테 알림이 안떠서 모르고 그냥 지나칠 수 있으니 만약 이전편에 신청하신분들 암호닉 목록 확인하셔서 다시 신청해주세요!!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