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또라이 새끼
" 지훈아 "
날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답지 않게 쑥스러워하는 듯한 너가 보였다.
사랑스럽다.
불그스름해진 너의 양볼은 복숭아를 떠올리게 했다.
볼을 물어버리면 달콤한 과즙이 나오지 않을까? 아, 물면 아파하려나? 실없는 생각을 하며 너의 눈을 마주 보았을까.
" 지훈아 "
" 응 "
" 지훈아 "
" 응 "
" 나 사랑하지? "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뜸을 들이는 걸까?
오늘따라 너답지 않은 행동에 잠깐 이유를 생각해봤다.
" 당연하지. 무슨 일이야? "
" 지훈아, 축하해 "
" 응? "
" 우리..... "
수줍은 얼굴로 너는 아까부터 등 뒤로 숨기고 있던 종이를 건네주었다.
설마? 설마? 기쁜 마음에 입꼬리가 주체할 수 없이 올라갔다.
히죽히죽 웃으며 너가 건네주는 것을 받았을까.
나는 경악을 금치 못 했다.
" 지훈아! 우리! 군인 커플이야! "
너가 나에게 건넨 것은... 재 입대 영장이었다.
" 끔찍했어 "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마른 세수를 하는 지훈이었다.얘네가 달달할 리가!
개꿈도 이런 개꿈이라니.
소름이 오소소 돋는 기분에 팔뚝을 야무지게 문지르는 지훈이었다.
" 아 진짜 한 번이라도 제시간에 나오지를 않아요 "
오늘은 진짜 헤어지겠습니다.이걸로 35568556655663번째꿈도 뭣 같아서는! 29살에 재입대라니!
가뜩이나 짜증 나 죽겠는데 얘는 언제 오냐.
" 야 "
" 너 약속시간 좀 지켜 "
" 왜 또 예민하십니까 "
" 아! 그 말투 좀 하지 마! "
" 야, 나 긴장돼 "
" 뭐가 "
" 너한테 오늘 할 말 있거든 "
수줍수줍한 네 모습에 자꾸 꿈 내용이 떠올라서
" 하지 마 "
" 뭐? "
" 말하지 말라고
" 왜 이리 예민해? 영장 나오는 꿈이라도 꿨냐? "
" 헤어져 "
늘 그랬듯이 가볍게 뱉었다.
" 우리 방금 만났는데? "
" 헤어져 "
" 왜, 뭐가 싫은 건데 "
" 너가 군인인 게 싫어 "
내 말에 너는 잠시 생각을 하는 듯 말이 없다 이내 어깨를 한번 가볍게 들썩이더니 입을 열었다.
나올 말이야 뻔하니까... 오늘은 날씨가 더우니까 실내에만 있어야지. 너가 무슨 영화를 보고 싶다고 했었더라?
" 그래 "
" 뭐? "
" 헤어지자. "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조심히 서 들어가 "
너무하네 진짜
헤어지자고 말한 건 나인데 왜 차인 듯한 느낌인지.
우리의 마지막 순간에 나는 우리의 첫 시작이 떠올랐다.
" 내가 예민해서 상처 줄 수 있어 "
" 내가 막말을 할 수도 있어 "
" 그렇지만 진짜 싫어서 하는 말은 아니야 "
" 알고 있어 "
" 나도 노력할게 "
" 괜찮아 "
" 뭐가 괜찮아 "
" 난 진짜 다 괜찮아! "
" 왜? "
" 너가 좋으니까! "
"...나도 "
" 응? "
" 나도 너 좋으니까 전부 괜찮아 "
" 나도 진짜 진짜 너의 모든 것이 괜찮아! "
" 너가 헤어지자고 해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게 "
" 너가 나를 때려도 옆에 있을 거야 "
" 그럴 일은 없어 (한숨) "
알고 지낸 지 오래되었지만 '우리'로서 시작하는 그 모든 것이 새로웠다.
지금은 시간이 지나
새로웠던 그 모든 것은 익숙해졌다.
그리고
우리는 오늘 '각자'가 되었다.
생각해보니 너는 여태껏 그 약속을 지켜왔다.
" 응. 그래. 나 휴가 끝나기 전에 한 번 더 보자 "
" 그래~ 내일 뭐 할지 정해 와~ "
" 앞으로 그만 만나지 뭐. 대신 뒤로 만나자! "
" 이지훈, 너무하네 진짜 "
+
참으로 민망한 오타..
수정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