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흐..."
아직 겨울은 아닐 텐데...날씨가 꽤 추워졌네.
엄마가 가디건이라도 하나 걸치고 나가랄 때 말 들을 걸...
새벽 1시.
중간고사 때문에 독서실에 앉아 있으려니, 오늘 아침, 너희도 곧 고3이라던 담임의 말이 떠올라 소름이 끼쳤다.
대충 정리하고 가방을 챙겨나오니,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아무도 보이질 않는다.
그렇게 십 분 쯤 혼자 멍하니 걸었을까,
집으로 꺾어 들어가는 골목 입구에, 그림자 하나가 보인다.
"이 시간에 거기서 뭐하세요?"
잘 보이지 않아서 혹시나, 싶어 발걸음이 느려진다.
"너가 언제 오나 기다리고 있었지. 왜 이제 와?"
하며 천천히 내 쪽으로 다가오니, 표정 없는 얼굴이 보인다.
날카로운 생김새에 나는 또 멍해져서 바보같은 소리를 한다.
"어...? 아저씨 나 납치할 거에요?"
"뭔 소리야, 김유권."
"아얏,"
어느새 코 앞까지 다가와서는 멍하니 선 나에게 꿀밤을 먹인다.
"내가 널 왜 납치하겠어. 납치 그런 거 안 해도 내 옆에 있어줄텐데."
헤헤헷.
간지러운 말이라,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온다.
그제야 추운 공기에 얼어붙은 것만 같았던 아저씨 얼굴에도 피식, 하고 웃음기가 서린다.
팔을 크게 벌려서
앞에 서있는 아저씨를 그대로 안아버린다.
아,
아저씨가 더 크니까, 안겼다고 해야 할까?
추워서 시린 코 끝에
아저씨의 온기가 느껴져 고개를 부빗부빗 도리질쳐본다.
어깨를 안아오는 체온이 따뜻하다.
"내일 또 학교 가야 하는데... 지금 들어가면 엄마한테 혼나겠다. 늦게 왔다고..."
품 안에서 중얼거리니 웅웅, 내 목소리가 아저씨 품 안을 못 벗어나는 것 같다.
점점 내 몸을 녹여오는 따뜻함이 너무 좋아 더 꼭 안으며 아저씨를 올려다 본다.
그러면 아저씨가 고개를 숙여 날 마주봐 준다.
"나 빨리 아저씨랑 같이 살고 싶다."
"그러니까 빨리 커야지. 너 스무 살 되면 아저씨한테 오게 해 줄게."
하는 아저씨는 느끼하게도 웃고 있다. 나도 또 간지러워서,
볼이 아플만큼 입꼬리가 올라가 버린다.
"그럼 아저씨는 서른 넘는데? 나, 서른도 넘은 아저씨랑 같이 살아야 해요? 나 대학 붙으면 바로 데려가 줘요."
"아저씬 서른 넘어도 여전히 멋있을 텐데-."
흐흐흐. 아저씨 많이 달라졌네. 자뻑도 하고.
처음 만났을 때는 표정이 없어서 인조인간인 줄 알았더니.
"그래, 권이 대학 붙고나면 몸만 와. 씻을 때 빼곤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해줄게."
어느새 이렇게 바보같은 사람이 되어버렸다.
"싫은데-
난 아저씨가 먹는 밥 하고
아저씨가 먹을 찌개도 하고
아저씨가 먹은 그릇도 씻을 건데?"
하며 애교를 부리는 나도,
아저씨를 만나 많이 변했다.
"대신 아저씨가 아침마다 나 깨워주세요. 아저씨 목소리에 일어날래."
푸흣,
웃음을 흘린 아저씨가
내 양 볼을 감싸기에 난 아저씨의 입술을 기다리며 눈을 감는다.
아...
더 늦으면 엄마한테 혼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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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저씨 비범 톡 해준 꿀벌님 보고 있나요? (글잡에선 존댓말 써야 하니까 어색하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아닌가?)
아저씨 톡이 너무 간지러워서 글잡에 풀어버렸어영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벽에 불마크 안 단 건 안 자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