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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야…" 


 

 태형이 책상 위에 엎드린 석진의 등허리를 볼펜으로 쿡쿡 찔러댔다. 갑자기 소란스러워진 교실 분위기에 궁금해서 한번쯤은 일어날 법도 한데 석진은 당최 그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자자, 조용! 담임 교사가 칠판을 주먹 쥔 손으로 가볍게 두드리자 여기저기서 수군대던 소리들이 사라졌다. 석진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태형은 이번엔 석진의 의자 밑을 발등으로 차기 시작했다. 


 

 "야, 석진아… 일어나봐." 


 

 어제 밤새 집에 안 들어간 탓에 피곤해 죽을 노릇인데 태형이 계속 귀찮게 구니 화가 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다. 왜. 석진이 몸을 일으킬 생각도 않고 조용히 물었다. 


 

 "전학생 이름은 김탄소고, 먼 데서 왔다. 사이좋게 지내고… 야! 김석진! 안 일어나?" 


 

 제 이름을 부르는 담임 교사의 목소리가 뒷 자리까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석진은 그제서야 감긴 눈을 하고선 몸을 일으켜 세웠다. 


 

 "쟤… 쟤 있잖아… 전학생…" 


 

 태형이 펜심이 삐죽 나온 볼펜으로 등허리를 네다섯번은 찔러대었던 탓에 잠에서 깨자 고통이 뒤늦게 느껴졌다. 석진은 여전히 감긴 눈으로 인상을 찌푸리고선 듣고 있다는 표시로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평소 오바를 잘하는 태형이었기에 그의 호들갑 떠는 목소리는 별로 솔깃하지 않았다. 석진은 입을 쫙 벌리고 하품을 했다. 이제야 잠 좀 자나 싶었더니. 


 

 "뭔데." 


 

 짜증나게 깨워놓고는 아무 말 없이 그의 등만 툭툭 쳐대는 태형이 답답한 나머지 석진이 제 뒷자리에 앉은 태형의 쪽으로 고개를 살짝 튼 뒤 물었다. 미열이 조금씩 올라오는 게 새벽까지 찬바람 쌩쌩 부는 밖에 서 있느라 감기에 걸린 것 같았다. 


 

 "쟤… 너랑 존나 닮았다…"

 

 석진은 대꾸조차 않고 태형의 시선을 따라 교탁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반 아이들이 일제히 저를 쳐다보며 수군대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 그 이후였다. 그리고 자신과 무척이나 닮은 여자애 하나가 김탄소라는 명찰을 달고 칠판 앞에 서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도. 석진은 혼잣말 하듯 낮게 물었다. 야, 이거 꿈이냐. 


 


 


 

[방탄소년단/김석진] 라퓨타, 천공의 성 01 | 인스티즈
 

 

라퓨타

 천공의 성 


 


 


 

 새로 전학 가는 학교에서도 분명 적응을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첫 대면부터가 이상했다. 반 아이들은 일제히 나를 보자마자 신기하면서 어딘가 꺼리는 듯한 시선으로 자기들끼리 귓속말을 주고 받기 시작했고, 그 정 가운데에는 아침 조례 시간부터 엎드려 자는 남자애도 있었으며, 선생님이 그 애를 깨우고 마침내 그가 고개를 들었을 때, 나는 애들이 왜 그렇게 나를 보자마자 쑥덕댔는지, 거울 속 내 모습과 너무나도 닮아있는 그를 보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눈치가 보통 사람들보다 빠른 편인 나는 금세 상황 파악을 마쳤다. 반 아이들은 나와 닮은 저 남자애를 오빠라고 칭했다. 몇 년 유급인지는 몰라도 복학생인 모양이었다. 또 직접적으로 말을 거는 사람은 그와 붙어다니는 강아지 상의 저 남자애 뿐이고 다른 애들은 쉽게 말을 걸 엄두조차 내지 못 하는 걸로 보아 애들을 패기라도 하고 다니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를 빼닮은 나를 보고선 사촌지간이라도 되는 줄로 알고 다들 말조차 섞지 않는 거겠지. 얼마나 갈 진 몰라도 당분간 친구 사귈 생각은 접어야 될 것 같았다. 


 

 무슨 소문이 일파만파로 다른 반, 다른 학년까지 퍼진 건지 쉬는 시간마다 나를 구경하러 온 아이들로 복도가 바글대었다. 나는 최대한 눈에 띄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에 시선은 책상에만 내리꽂은 채 가만히 앉아있었으나 그게 누군가에게는 아니꼬워 보였는지 앞에서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첫 날부터 도도한 척, 공주님인 척 하는 거 봐. 소름끼쳐서 못 보겠다." 

 "그니까. 전학생 오니까 다들 궁금해서 보러오는 건데 지가 뭐 이뻐서 보러 오는 줄 알아." 

 "정작 석진오빠는 관심 없는 것 같더만 얼굴 조금 닮은 거 갖고…" 


 

 나를 보며 낄낄대던 여자애 둘의 웃음소리는 내 시선이 닿아도 멈출 줄을 몰랐다. 분명 가만히 앉아만 있다 욕먹은 상황이라 화가 나야 당연한데, 이상하게도 내가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듯한 기분이었다. 나는 그 사이에서 가만히 앉아있다가 복도의 소란이 잦아들었을 쯤, 점심시간이 끝나는 시간을 확인하고는 교실 밖으로 나섰다. 전에 다녔던 학교에선 친구가 꽤 많았던 편이었는데 혼자 다니려니 막막했다. 그냥 밥 먹지 말까. 친구들이 보고 싶었다. 


 

 식당 위치도 정확히 모르는 주제 나는 여기저기 두리번대며 대충 발이 닿는대로 가기 시작했다. 곧 교실이 있는 본관과 연결된 큰 건물이 하나 보였다. 칠이 거의 벗겨진 본관과는 달리 화려한 색으로 칠해져 있는 건물은 최근에 지어진 듯 보였다. 


 

 내부로 들어가자 교실로 보이는 공간은 온 데 간 데 없고 근처에 체육관이라도 있는 건지 사방에서 공 튀기는 소리 비슷한 것들만 들려왔다. 다시 다른 건물을 찾아서 발을 돌리려는 찰나에, 복도 저 멀리서 다리를 질질 끌며 내 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키 큰 남자가 보였다. 교복이 아닌 추리닝을 입은 채였다. 나는 체육 선생님이겠거니 하는 생각에 반가운 마음으로 다가가 주저없이 물었다. 


 

 "전학생이라 잘 몰라서 그런데, 식당 가려면 어느 쪽으로 가야 돼요?" 


 

 그는 가만히 서있기에도 버거워 보였다. 땀으로 흠뻑 젖은 추리닝은 군데 군데에 흙먼지가 묻어있었다. 결코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 아님에도 그는 내 물음에 아무 말 없이 나를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저기 선생님, 식당이 어디…" 

 "전학생?" 

 "네? 아, 네…" 


 

 내 대답에 그의 미간이 마치 괴상한 걸 보기라도 한듯 살짝 찌푸려졌다. 그는 복도 가장자리에 달린 봉을 부여잡고 몸을 숙이더니만 내 명찰 위에 새겨진 이름을 골똘히 바라보았다. 


 

 "여동생은 분명 없고, 사촌 있다는 얘기는 못 들은 거 같은데." 


 

 지금 그의 머릿속엔 내 질문이란 들어가 있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나는 혹여나 못 들었을까 다시 한번 물어보려고 입을 떼었다. 


 

 "저…" 

 "밥 먹으러 가는 거면 같이 가." 


 

 석진이 사촌. 그가 보조개가 움푹 패이도록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덧붙였다. 네? 그는 나의 되물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나를 제쳐갔다. 이제는 선생님일 거라는 확신도 서질 않았다. 앞서 걷고있던 그가 멍하니 그의 뒷모습만 바라보고 있던 나를 뒤돌아보며 따라오라 손짓했다. 


 

 식당에서 밥을 먹는 내내 주위로 쏟아지는 눈길들이 신경쓰여 밥을 제대로 먹지 못 했다. 이쯤 되니 나랑 닮았다는 그 석진이라는 남자는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돌아다니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신경 쓰지 마라. 쟤네들 중 반은 내가 잘생겨서 쳐다보는 거니까." 


 

 그리고 내 앞에 떡하니 앉아 후식으로 나온 요구르트를 까먹는 이 남자는 누구인지도. 나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숨겼다. 


 

 식당에서 나오자마자 인사도 없이 사라질 것 같던 그는 끝까지 내 옆에 철썩 붙어있었다. 행색을 보니 체육 교사는 도무지 아닌 것 같았다. 그럼 뭐지. 나는 그를 슬쩍 쳐다보았다. 얼굴은 순하게 생겼는데 키는 멀대같이 크다. 피부가 까맣게 탄 게 운동부 인 것 같기도 하고. 


 

 "김석진 찾아줄까?" 

 "아니요, 아니…" 

 "잠깐 기다려 봐." 


 

 나는 입술을 깨물며 저 멀리 뛰어가는 남자의 뒷모습만 바라보았다. 그는 남학생들 사이에서도 눈에 딱 띌만큼 키가 컸다. 그래서 그의 귀까지 내 목소리가 닿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리나 싶기도 했다. 


 

 식당 출구 옆에 바로 매점이 붙어있어서 그런지 출구 근처는 학생들로 북적였다. 사람들 사이에 조용히 파묻혀 있으니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 좋았다. 나는 나 몰라라 하고 교실로 돌아가버릴까 하다가, 첫 날부터 왕따인 나랑 같이 밥을 먹어준 그가 고마워 매점 바깥쪽에 있는 의자에 앉아 기다리기로 했다. 다행히도, 그가 다시 나타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김석진 사촌동생 있는 거 왜 말 안 했냐?" 

 "누구. 전학생?" 


 

 어, 얘. 그가 다른 한 남자와 같이 아이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더니 나를 가리키며 대답했다. 얼굴이 낯이 익은 게 어디서 봤나 싶었더니 김석진과 붙어다니는 그 남자였다. 


 

 "김석진은 밥먹고 먼저 갔나봐. 얘는 김태형이라고 김석진 친구고." 


 

 내가 그의 사촌동생이라는 게 저 남자에게는 아예 기정사실로 깔려있는 듯 했다. 졸지에 커다란 거짓말을 해버린 장본인이 된 내가 아니라고 부정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김태형이 나 대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 얘 석진이 사촌 아냐." 

 "어?" 


 

 나는 이 민망하고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아주 이상한 상황에서 당장에라도 벗어나고 싶었다. 뭐? 남자가 잘못 들었다는 듯이 다시 한번 김태형에게 되물었다. 그 목소리에 음수대에서 물을 마시던 아이들의 시선이 점점 내 쪽으로 쏠리는 게 느껴졌다. 


 

 "내가 봐도 진짜, 존나 똑같이 생겼는데 남남이래. 근데 석진이한테 그런 말 하지 마라. 아까 엄청 화내더라." 

 "왜 화내는데?" 


 

 아까 엄청 화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욱한 감정이 들었다. 지금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피해 받는 게 어느 쪽인데. 왜 지가 화를 낸대. 나는 큰 소리를 내고 싶은 걸 꾹꾹 참아가며 최대한 침착하게 둘의 대화를 끊고 말했다. 


 

 "식당 알려주신 거 감사합니다." 


 

 어려서부터 사람들의 기분 나쁜 시선은 늘 받아왔었기에 익숙했지만 누군가 내게 직접적으로 혐오감이나 불쾌감을 드러내는 것에 있어서 나는 절대 익숙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 상황에서 김석진을 찾아가 대놓고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고, 가장 최선의 행동은 학교가 잠잠해질 때까지 꾹 참고 기다리는 것 뿐이었다. 


 


 

 그러나 금방 식을 줄 알았던 사람들의 관심은 날이 갈수록 높아졌다. 전학 온 지 사흘이 되자 3학년은 물론이고 1학년들도 아랑곳 하지 않고 나를 볼 때마다 힐끗대며 수군거렸다. 조금만 지나면 곧 익숙해질 수 있다 굳게 믿었지만 그 조금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오질 않았다. 


 

 다음 교시는 이동 수업이라는 말에 혼자 가기가 괜히 눈치 보여 반 아이들이 모두 교실을 빠져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 물건을 찾는 척 사물함을 열었다 닫았다 딴 짓 하기는 쉬웠다. 얼마 가지 않아 교실이 빈 걸 확인한 나는 조심스레 책상 서랍에서 교과서를 꺼내었다. 그런데 교실에는 언제 다시 들어왔는지 방금 나갔던 남자애들 넷이 서있었다. 무언가 말을 건넬 눈치였기에 나는 재빠르게 시선을 피하고선 필통까지 챙겼다. 


 

 "원어민 교실 어디인지 모르지?" 


 

 차라리 몰라도 가만히 내버려두는 게 내겐 나을 것 같은데 남자 아이들 중 안경 쓴 남자애 하나가 끝내 다가와 물었다. 김태형을 제외하면 처음으로 같은 반 아이가 말을 걸어준 것이었기에 당황을 감추지 못 했다.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같이 가자." 

 "…어… 고마워." 


 

 선뜻 베푸는 호의에 나는 잠시 머뭇대다 곧 남자애들을 뒤따라갔다. 이 어색한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또 시선은 어따 둬야 하는 지 갈피조차 잡지 못 하고 있는 내게 와이셔츠 위에 니트를 입은 남자애 하나가 말을 걸어왔다. 


 

 "소문난 거 때문에 좀 그렇지? 신경쓰지 마." 


 

 내가 대답도 하기 전에 그가 신경쓰지 말라며 다독였다. 나는 혹시나 이상한 말이라도 떠돌진 않을까 하는 조바심에 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니야. 괜찮아." 

 "그래도 전학 온 첫 날부터 소문이 나냐…" 


 

 이유 모를 부담감이 느껴졌다. 아이들의 시선이 온통 나로 향해 있었던 탓인지 아님 과도한 배려 때문인지는 나도 몰랐다. 나는 걸음을 살짝 늦췄다. 


 

 "점심도 우리랑 같이 먹을래?" 

 "아, 고마운데… 그게…" 


 

 지금 교실에 혼자 박혀서 온종일 엎드려 잠만 자도 안좋게 보일 상황인데 여자 친구들을 사귀기도 전에 남자애들이랑 같이 점심을 먹는다니. 이 뒤의 상황은 불보듯 뻔했다. 


 

 "혼자 먹는 것도 괜찮아서…" 

 "그저께 보니까 점심 3학년 형이랑 먹던데?" 

 "아… 그건 나를… 그… 가족이라고 착각했나봐." 


 

 전혀 긴장할 상황이 아닌데 점점 조여오는 이유 모를 압박감에 입술이 바싹 타들어갔다. 체육 선생님이 아니라 3학년이었구나. 한편으로는 이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애들보다 그 이상한 사람이랑 있는 게 더 나을 듯 싶기도 했다. 


 

 "김석진? 아, 석진이 형?" 


 

 어느덧 교실 앞까지 다다른 모양이었다. 여기서는 무슨 말을 하든 그에 대해 아는 척 하는 것처럼 보일 것 같았기에 나는 말을 아꼈다. 정말로 괜찮다고 하고서는 거의 다 왔으니 혼자 가보겠다고 할 생각이었다. 


 

 "그러니까. 그 양아치 복학생 새끼 때문에 괜한 전학생만 피해 보는 거 아니냐?" 


 

 그러나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내 오른 쪽에 서있던 남자애 하나가 자기 친구의 말을 큰 소리로 거두었고, 어디선가 튀어나온 누군가의 주먹에 그 남자애는 순식간에 바닥 위로 널브러졌다. 나는 반사적으로 직감했다. 김석진이 그런 거라고. 그래서 고개를 돌려 누가 그랬는지 확인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대신에 그가 이런 내 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하듯, 내 얼굴 코앞까지 천천히 걸어왔다. 


 

 "전학생." 


 

 나를 부르는 소리에 화들짝 놀란 나는 마구 쿵쾅거리는 심장 박동을 느꼈다. 얼마나 쿵쿵대던지 내 귓가에까지 울리는 듯 싶었다. 나는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자기소개 하면서 반을 빙 둘러볼 때 스치듯 보긴 했지만 그의 얼굴을 이렇게나 가까이서, 자세히 본 건 처음이었다. 나는 입을 꾹 다문 채로 그의 눈과 마주했다. 내 앞에 서서 나를 아주 혐오스러운 눈으로 응시하고 있는 김석진이란 저 남자는, 나와 너무나 닮아있었다. 


 

 "그런 좆같은 수법은 어디서 배웠대." 

 "……." 


 

 낮고 굵은 목소리로 내뱉는 욕은 위협적이었다. 애써 떳떳한 척 하려고 해도 겁부터 났다. 나는 그를 바라보고 있던 눈을 아래로 거두었다. 그와 함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면서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야. 수업 늦겠다." 


 

 빨리 가, 빨리. 옆에서 잠자코 지켜보던 김태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김석진의 팔을 살짝 잡은 채로 내게 입을 뻥긋거리며 가보라는 눈치를 주었다. 나는 아직도 엎어진 상태로 복도 위에 쓰러져있는 남자애를 잠시 쳐다보다가 곧 교실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싸늘한 분위기가 흐르는 건물 안에 울려 퍼졌다. 


 

 엎어진 남자애를 데리고 보건실에 다녀온 남자 애들을 제외하고 수업에 늦은 김석진과 김태형, 나는 이십여분간 교실 밖에 서 있어야 했다. 김석진은 무표정으로 가만히 바닥만 내려보던 나를 흘끗 보다가 제 옆에 서있는 김태형을 툭툭 쳤다. 다른 데로 가자는 뜻이었다. 


 

 "혼자 가. 튀었다가 걸리면 또 꿇는다." 


 

 분명 농담으로 한 말 같았는데 김석진은 진담이었는지 나를 아주 불쾌한 표정으로 쳐다보더니만 곧 혼자서 계단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야, 가지 마. 김석진. 너 또…" 


 

 아, 미친놈… 김태형이 이미 저만치 가버린 김석진의 뒤통수에 대고 욕을 나즈막히 내뱉더니 옆에 서있는 나를 눈치라도 보듯 조심스레 쳐다보았다. 


 

 "저 새끼가 원래 좀 이상해." 


 

 김태형이 살살 미소지으며 말했다. 나는 한숨이라도 쉬듯 숨을 길게 내쉬었다. 이해 되지 않는 게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이 상황을 이해했다면 그게 더 이해 되지 않는 거겠지.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오라고 창문에 손짓할 때까지 나는 김석진이 내게 뱉었던 말을 곱씹어보았다. 좆같은 수법이 뭘까. 좆같은 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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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쫑냥]으로 암호닉 신청합니다 아니 석진이랑 닮은 얼굴이라니. 이런 글은 처음보는거 같은데 너무 좋습니다ㅎㅎ 다음화 기대하구 있을께여!
7년 전
비회원16.12
헐러ㅛㅎ럴루ㅠㅠㅠㅜ 이란가 젛아요... 너무 좋아요.... 암호닉 받으시ㅣ면 [진썸] 신청해요오..♡
7년 전
독자2
[썰썰]로 암호닉 신청할게요~
이런 소재의 글은 처음 봐요! 너무 기대하고 있슴다ㅎㅎ

7년 전
독자3
[나팔꽃]으로 암호닉 신청하겠습니당~
이런 내용은 처음보는거라 넘나 떨려요 헤헤 신알신 하구갈게요ㅛ!

7년 전
비회원113.18
와 ㅠ 너무 재밌어여 ㅠ 댓글 첨 남기는데 진짜 제 취향 ㅠㅠ
7년 전
비회원247.226
ㅎㄹ 저도 [노랑레고]로 암호닉 신청할게요.
.ㅜㅠㅠㅠㅜㅠㅜ 천공의성 라퓨타라니ㅜㅠㅠㅠㅠㅠ 석진이랑 닮른 얼굴에 여자가 잘 상상은 안 가지만 예쁠듯요ㅜㅠㅠㅠ

7년 전
비회원189.13
으아규ㅠㅠㅠㅠㅠㅠ작가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애들교복입은거생각하니까 발리네요ㅠㅠㅠㅠ 석진아 너 닮았으면 예쁘겠담...
7년 전
독자4
와 세상에 제목보고 헐 뭐야 대박스멜 하면서 들어왔는데 오랜만에 제 코가 안틀렸네요ㅠㅠ 브금부터 심쿵해서 문체 내용 분량 다 완벽적ㅠㅜㅜㅠㅜ 작가님 알아봐서 행복해요ㅜㅜ 요즘 날씨도 더운데 뭐든 다 하기 싫어져서 인생 의미없게 지내고 있었는데 이제 이 글 기다리면서 살게써요ㅠㅠ 신알신 꾹 누르고 얌전히 기다리고 있을게요♥
7년 전
독자5
독방에서 추천받고 정주행하러 왔어요!ㅎㅎ 첫화부터 분량부터 문체 분위기까지ㅠㅠㅠㅠ 취향저격인제 왜 이제서야 이 글을 발견했을까요ㅠㅠㅠㅠ 너무 재밌어요ㅠㅠ
7년 전
독자6
독방에서 추천받고 왔숩니다 필력... 어마어마하시네요 브금도 잔잔하니 글에 집중이 잘되는것 같아요!
7년 전
독자7
헐 잼써여....ㅠㅠㅠㅠ정주행갑니더ㅜㅜㅠㅠㅠㅠ진짜 취저...
7년 전
독자8
와..추천받고 왔는데 글 좋네요ㅠㅠㅠ정주행 시작합니다!
7년 전
독자9
열렬 으로 암호닉 신청해도 될까요! 글잡 들락날락 거리다가 글을 발견하고선 첫 화부터 정주행해야겠다 싶어 읽어봤는데 진짜 진짜 너무 좋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감사합니다 ;ㅅ; ♥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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