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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김태형] 金泰亨 | 인스티즈 

 


 


 


 

金泰亨 


 


 


 

 그것은 흔하디 흔한 일이었다. 옆집 양반댁도 그러했고, 할아버지 적에도 몸값을 받고 종을 풀어주었다고 얼핏 들은듯 했다. 하지만 그녀에게서 풀어달라는 말을 들었을 때, 태형의 가슴 한켠에서 이유 모를 화라든가, 배신감이라든가 하는 불쾌함이 솟구쳤다. 이게 탄소를 위한 일이고, 사람은 소유할 수 없다는 그의 신념에 맞는 선택이었지만 태형은 차마 나폴거리는 종이 쪼가리 하나를 북 찢어버리는 그 쉬운 짓조차 하지 못했다. 그녀를 보내는 건 더더욱 할 수 없었다. 

 태형은 그녀가 조심스레 건넨 엽전 몇 개가 초라하게 들어있는 누런 빛깔의 함을 열어보지도 않고 옆으로 치워버렸다. 그리고는 그의 돌발스런 행동에 당황한 그녀에게 말했다. 


 "이것으로 될 것 같더냐."
 "……." 


 그녀의 눈썹이 축 쳐졌다. 태형은 그런 탄소를 거들떠도 보지 않고, 말을 이었다. 


 "네 몸값이 이 정도뿐이라 생각하느냐."
 "허나…"
 "더 가져와라. 몇 곱절은 더 받아야 성에 차겠다."
 "……." 


 그녀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애초에 사람 대접 받기를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지조는 있는 양반 자제라 이 정도면 인정으로 풀어주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탄소는 방바닥에 흩어진 엽전들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러자 태형은 낮게 내리깐 눈으로 그녀의 눈을 마주했다. 침묵이 흐르고, 평소 따뜻하기만 하던 방이 머지않아 서늘해지자 그녀가 입술을 떼었다. 처음으로 제 주인에게 대들 생각이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감히 도련님께 한 말씀 올립니다. 혹 엽전 수가 모자라 맘에 안드신다면 평생 밖에 나가 일하며 다달이 갚겠습니다. 부디 상 년 목숨 하나 건져준다 생각하시고…" 


 목숨 하나 건진다. 그 한 마디에 태형의 미간이 찌푸러졌다. 그렇게는 안되겠다. 태형은 그녀의 간절한 부탁을 칼보다 매섭게 되받아쳤다. 너는 여기서 사는 게 목숨을 버리는 것이냐. 하고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는 끝내 입을 열지 못 했다. 그녀가 그렇다 한다면 쉽사리 감당해낼 자신이 없었다. 탄소는 태형의 대답에 앙칼지게 대꾸했다. 


 "…전에 제게 하셨던 약조를 기억하시는지요."
 "무엇을."
 "이전에 밤 산책에서… 제게 소원을 하나 들어주시겠다고 하셨지 않으십니까." 


 밤 산책. 태형은 방 구석에 걸려있는 등을 보면서 그 날을 회상했다. 

 별빛이 등을 오른손에 들고 그의 뒤를 말 없이 졸졸 따라오는 그녀의 어깨 위로 쏟아졌다. 풀이 서로를 갈겨대는 소리와 특유의 밤바람 소리가 한 데 엉켜 조화를 이루었다. 흥이 오른 태형은 서있는 그 자리에 무엇 하나 깔지도 않고 대자로 누웠다. 옷이 더럽혀진다며 그녀가 옆에서 타박했지만 태형은 제 옆을 손바닥으로 툭툭 치며 그녀의 옷 자락을 끌어당겼다. 그곳엔 가슴이 뻥 뚫릴만큼 시원한 공기와 바람이 있었다. 하늘로는 무수한 별들이 반짝였고, 옆으로는 언제나 붙어다닌 그녀가 있었다. 


 "탄소야, 내 기분이 좋으니 너에게 약조 하나 하겠다."
 "무슨 약조인지요."
 "후에 너가 하고 싶은 일이 있거든, 내게 말하거라. 모두 이루어주겠다."
 "정말이십니까?"
 "그래. 무엇이든 하게 해주마." 


 그녀에게 연심을 품고 있다는 걸 깨달은 건 이미 한참도 더 된 오래 전일지도 몰랐다.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칼을 쓰다듬고 싶었지만 그러지를 못 했다. 대신 그녀에게 소원을 내걸었다. 그녀가 간절히 바랬던 꿈을 이뤄 행복해할 때, 그녀의 옆에 있고 싶어 내건 약속이었다. 하지만 지금 탄소는 그 행복을 저와의 이별에서 찾고 있었다. 어딘가 몹시 쓰라렸다. 독하게 쓰라렸다. 태형은 속에서 피어나는 통증을 꾹 참으며 꿋꿋이 대답을 이어나갔다. 


 "그것 또한 아니 되겠다."
 "…이유라도 가르쳐 주십시오." 


 태형의 대답에 그녀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 모습을 보자 태형은 기이하게도 화가 났다. 너무 화가 나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 화를 탄소를 세게 껴안음으로써 풀어버리고 싶었다. 


 "그럼, 너는 이유가 무엇이냐."
 "……."
 "그렇게 풀어달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저는 나가서 꼭 해야하는 일이…"
 "나를 떠나는 이유는."
 "……."
 "그 이유는 뭔데." 


 태형의 물음에 그녀가 고개를 떨구었다. 눈물 한 방울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태형은 지끈지끈 아파오는 머리에 이마를 한 손으로 짚었다. 추억이라 할 수 있는지 그것마저도 모르겠을 기억들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 대체 세월이 뭐기에 김탄소는 이렇게나 커버렸을까. 나는 또 언제 이렇게 자랐을까. 지나버린 시간들이 너무 아까웠고 소중했다. 그 시간 속에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짓고, 남 몰래 행복해하던 자신이 너무나 부러웠다. 

 태형을 말없이 지켜보던 그녀가 말문을 열기 무섭게, 태형은 손짓으로 그녀의 입을 막았다. 시선은 여전히 맨바닥에 둔 채였다. 


 "내일 가라."
 "……."
 "내 너를…" 


 …놓아주겠다. 

 그는 그 순간 모든 것들이, 그동안 쌓아왔던 비밀같은 사랑이라든가 추억이라든가 하는 것들이 그 짧은 사이에 탁, 하고 매정하게 허공으로 날아가버림을 느꼈다. 태형은 끝 말을 메여오는 목으로 애꿎게 삼키고 또 삼키며 고개도 못 들고선 조용히 방에서 물러가는 탄소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따금 태형은 배나무 꽃이 만개한 어느 봄 날을 떠올렸다. 한창 서당에서 글 공부를 할 때 뜰 밖에서 홀로 태형을 기다리고 있는 그녀가 있었다. 문을 활짝 열어놓고 수업을 듣는데, 바닥에 무언가를 자꾸만 썼다가 지웠다가 하는 그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탄소는 그 짓을 몇번이고 끊임없이 반복하다 결국 드디어 맘에 들었는지 땅바닥을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태형은 눈을 가늘게 떠서 그녀가 쓴 글자가 무엇인지 헤아려보았다. 

 성씨 김, 클 태… 형통할 형. 

 진짜 봄은 여기에 있었구나.
 태형은 간질거리는 가슴께를 느끼며 탄소를 한없이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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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네? 사극이요? 작가님ㅠㅠㅠㅠ
저한테 왜 그러세요ㅠㅠ 하루종일 글잡에서 살아야겠... 엉엉. 여주가 나가서 해야할 일이 무엇일지, 앞으로 태형인 어떻게 될 지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집니당ㅎㅎ
(라퓨타, 천공의 성에서의 암호닉은 썰썰입니다.)

7년 전
독자2
세상마상 저 신알싱ㅇ 잘못 온 줄 알았잖아요ㅠㅜㅠㅠㅠ칼업뎃에 사극까지ㅠㅜㅜㅜㅠ 후에 떠날 때 태태가 말이라도 한 번 태워주면 얼마나 좋을까...ㅠㅠ 오늘도 잘 읽고 가요♥
7년 전
비회원202.89
진짜 봄은 여기있었구나ㅠ,,,,와,,넘 좋아요 여주는 왜 태형이를 떠나가려는 걸까요 이유를 알고 싶은데 태형이가 듣고 싶지 않아하니 저도 그런걸로,,하고싶던 일을 멋지게 해결하고 온 여주가 다시 태형이 앞에 짠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태형이가 넘 안타깝시러서ㅠㅜㅜ
7년 전
독자3
오 이거 중단편인가요? 안호닉신청( 우유)
7년 전
비회원113.18
와 진짜 대박.. 분위기도 좋고 비지엠도 좋고 ㅠ 마지막 마무리도 넘 좋아요 작가님 ㅠㅠㅠㅠㅠ 제취향 ㅠㅠㅠㅠㅠ하 아련아련 회원이었으면 슼 하고 두고두고 읽었을텐데 ㅠ 비회원인게 서럽네영 좋은 글 감사해요 작가님 사랑해요 ㅠ-ㅠ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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