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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는 석 달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 했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아 실어증이 왔다고 했다. 갓 아홉 살이 된 석진은 그게 무엇인지 몰랐다. 하지만 하나만은 알았다. 내가 한 짓 때문에 엄마가 슬퍼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건 절대로 누군가에게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것.


 지지직 거리는 티비를 틀어놓고 소리 없이 울고 있던 엄마를 훔쳐보던 석진은 제 방으로 들어갔다. 슬프지도 않은데 울음이 터져 나왔다. 모든 걸 지켜본다는 산타 할아버지가 저를 벌 줄까 무섭기도 했다. 석진은 무릎 위에 고개를 묻었다. 문을 열어달라 울부짖던 그녀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방탄소년단/김석진] 라퓨타, 천공의 성 04 | 인스티즈



 라퓨타
 천공의 성




 위로를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터진 입술에서 새어나오는 피를 머금은 내 모습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이해 가지 않는 말만 내뱉는 김석진을 보며 소름이 돋았다. 내가 왜 너 때문에 이렇게까지 당해야 되느냐고 따질까 생각도 해봤지만 소리칠 기운조차 없었다. 나는 말 없이 눈물 자국을 두 손으로 닦고선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무슨 소릴 하는 건진 몰라도 그만해."
 "……."
 "날 보기 싫은 거면 반을 바꾸든 전학을 가버리든 할 테니까."


 울고 난 뒤라 그런지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질 않았다. 일련의 죄책감이라도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뱉은 말이었으나 그의 표정은 여전했다. 아니, 오히려 더 굳어버린 것 같았다. 김석진은 말을 끝낸 뒤 교실로 돌아가려 그의 옆을 비켜가는 내 팔을 세게 붙잡고는 말했다.


 "그리고서?"
 "……."
 "너 같은 애 잘 알지. 금방이라도 끝내버릴 것처럼 굴다가 나중에 가서는 갑자기 내 탓하며 돌아오는 최악."


 차게 식은 그의 목소리는 어딘가 깊숙한 데서부터 나오는 것 같았다. 나를 간파하기라도 했다는 듯 확신에 찬 그의 말투에서 나는 경이로움을 느꼈다. 하지만 그를 한번 쳐다볼 용기조차 내질 못 하고, 그저 말 없이 팔을 뿌리치는 것으로밖에 족해야만 했다.


 막상 교실 앞까지 오긴 했는데 핏자국 남은 입술로 들어가기도 그렇고, 보건실에 가면 분명 손찌검이라는 걸 알 테니 그것도 어렵고, 그렇다고 해서 조퇴증을 받으러 교무실에 가도 얼굴을 보고선 꼬치꼬치 캐묻기는 매한가지일 테니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상황에서 수업시간을 흘려보내야 했다. 결국 결론은… 좋은 생각이 떠오를 때까지 아무 데도 들어가지 않는 것이었다.


 교실 복도에 우두커니 서있으면 종치고 나온 애들이 또 볼까봐, 조바심에 나는 학교 건물을 누볐다. 우연히 마주친 선생님들은 급히 갈 길이 있는지 생각보다 나를 신경쓰지 않았다. 그저 어디 맞은 듯한 내 얼굴을 한번 흘끗 쳐다보기만 할 뿐. 휴대폰이 없어 쉬는 시간까지 얼마나 남았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나는 그냥 멍하니 매점 앞 벤치에 앉아 김석진이 했던 말을 몇 번이고 곱씹어보았다.


 너 같은 애 잘 알지.

 나 같은 애…
 그에게 나는 무엇으로 비춰졌던 걸까. 남자애들에게 둘러싸여서 자기랑 얼굴 닮았다고 징징대는 애? 김유빈한테 제 발로 직접 찾아가놓고 너 때문에 맞은 거라고 탓하는 애?


 그 때, 매점에서 남자 하나가 나오는 게 보였다. 꽤 멀리 있었는데도 눈에 띄는 운동복 덕에 대강 누군지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속으로 김남준이 나를 발견 못 했길 빌면서 고개를 최대한 자연스럽게 반대로 돌렸다.


 그러나 김남준은 사라지긴 커녕 십초만에 내 앞쪽으로 와 우연히 지나가는 척 하며 내가 맞는지 확인이라도 해보려는 듯 나를 응시했다.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이란 시선을 피하는 것 뿐이었다.


 "김탄소?"
 "…안녕하세요."


 대충 눈짓으로 대꾸 한번 하고선 제 갈 길 가버렸음 좋겠건만, 김남준은 반대로 내 인사에 더 신이 나서는 내게 달려오더니 얼굴에 난 상처를 본 건지 사뭇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물어볼까 말까 내 눈치를 살피는 것 역시 느껴졌다. 그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다 검지로 제 얼굴을 스스로 가리키며 물었다.


 "다쳤어?"
 "……."
 "어디서?"


 내 대답도 전에 그는 누군가 나를 때렸다는 걸 안 듯한 뉘앙스였다. 나는 턱까지 차오른 김유빈의 이름을 차마 내뱉지 못 하고, 애써 밝은 표정으로 답했다. 넘어졌어요.


 "김유빈?"


 나는 애들 말대로 여우 기질이 있는 게 분명했다. 그렇다 고개를 끄덕이고 싶었으니까. 누군가 혼내줬음 하는 바램에서 결국 아니라고 부정은 못 했으니까.


 "수업은, 안 들어가려고?"
 "……."
 "운동부에 약 많아. 빌려줄게. 애들 다 훈련가서 지금 비어있어."
 "아니요. 괜찮아요."


 김남준의 제안을 듣자마자 머릿 속에 떠오르는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에 나는 고개를 내저으며 사양했다.


 "그 얼굴로 수업 들어갈 거야? 이대로 무단조퇴 할 수도 없잖아. 차라리 밴드 붙이고 넘어진 것처럼 수업 들어가는 게 낫지."


 솔깃한 말이긴 했지만 바로 알겠다고 수긍하기엔 체면이 서질 않는 것 같아 나는 잠시 생각하는 척 하다,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김남준은 그런 날 보며 살풋 웃고는 말 없이 숙소로 앞장섰다.


 "아까 너 처음 봤을 때 아는 척 할까 말까 고민 했는데."
 "……."
 "넌 어떻게 다친 얼굴도 김석진이랑 똑같냐."


 지금은 별로 듣고 싶지 않은 이름이었다. 김남준은 그런 내 맘을 알기라도 했는지 조심스레 김석진 얘기를 꺼내었다.


 "걔가 너 싫어하는 거. 너 입장에선 어이없겠지만 걔 눈엔 너가 어떤 여자애랑 겹쳐 보여서 그래. 작년에 김석진이 오토바이로 사고를 냈었는데, 우리 학교 여자애였거든. 부모님이랑 같이 타고 있었고. 오토바이를 보고선 급정차 하다가 추락한 거야."
 "……."
 "큰 수술까지 했는데도 부모님은 두 분 다 돌아가시고, 그게 김태형이 중고로 산 오토바이를 빌려줬던 건데 하필이면 그것도 어디서 훔쳐온 오토바이였던 거야. 그래서 판결은 쌍방과실이었어도 김석진이랑 김태형은 무기정학을 받았는데 김태형네 부모님이 탄원서 내신 거 때문에 유급 처리로 마무리 됐어. 여자애는 혼자 남아서 세 달 넘게 입원해 있었는데 우울증이 왔는지 그림 그리던 애가 자기 손까지 망가뜨리고… 김석진이 자기 옆을 떠난다 싶으면 그걸로 불러 내는 거야. 걔는 그렇게 하면 올 놈이라는 걸 아니까."


 김남준은 말을 마치고선 내 얼굴을 한번 힐끗 보더니 물었다.


 "…오늘 점심은 왜 안 먹었어."


 나 같은 애가 그 여자애를 가리키는 말이었다는 걸 안 순간 그동안 내게 비췄던 혐오와 어딘가 두려워하는 듯 했던 그의 시선이 동시에 떠올랐다. 나는 일부러 강세를 두며 대답했다.


 "같이 안 먹어 주셔도 돼요."
 "김유빈이 그것도 뭐라 했냐."


 김남준이 걸음을 잠시 멈추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머릿속에 나도 모르게 차오르는 이기심으로, 내가 김유빈에게 당했다는 사실을 누군가 알아줬음 하는 마음에 부정하지 않았다. 그저 불쌍한 척이라도 하는 마냥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김석진, 김태형한테는 말 못 해도 나한테는 말해도 돼. 뭐든."


 오래 본 사이도 아닌데 왜 이렇게 호의를 베푸는 건지 궁금했다. 의심과는 거리가 멀었다. 다 왔다. 학교 후문 바로 옆에 지어진 조그마한 2층 빌라 앞에 다다르자 그가 말했다. 전 학교에 있었던 운동부 숙소보다 꽤 좋아보였다. 김남준은 도어락에 비밀번호를 누른 후 먼저 건물 안으로 들어가 밖에 우두커니 서있는 내게 따라오라 손짓했다.


 그러나 그 안은 난장판이었다. 청소하시는 아주머니 분께서 휴가를 내서 잠시 이렇다는 그의 변명이 있었지만 외관과는 전혀 다른 모습에 충격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그 옷과 속옷 한 무더기 속에서 수납장을 열더니 어디선가 응급약 박스를 가져왔다. 그리고는 앉을 자리가 없어 멀뚱히 서있기만 하는 나를 흘끗 보더니 제 발로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것들을 다 한 쪽으로 치워버렸다.


 "자. 여기."


 이건 후시딘이고, 면봉. 밴드. 빨간약도 있는데 아파.
 그가 건네주는 걸 무작정 받긴 했는데 어떻게 발라야 할 지 감이 오질 않았다. 나는 잠시 머뭇대다 그에게 물었다.


 "…거울은…"
 "아, 거울…"
 "……."
 "거울… 없는데…"


 김남준이 머쓱하게 웃었다. 하는 수 없이 나는 우선 따끔거리는 부위부터 면봉으로 살살 갖다대기 시작했다. 잘 바르고 있는 건지 알 방도가 그의 표정 뿐이었다. 그는 제 눈치를 살피는 나를 보며 살풋 웃더니, 줘 봐. 하고선 내가 쥐고 있던 면봉을 채갔다.


 자신만만하던 태도와는 다르게 내 입술 위로 약을 바르는 그의 손이 점점 떨려왔다. 나는 모르는 체 하며 김남준의 얼굴을 살폈다. 그의 표정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애써 시선을 피하던 그는 약을 다 발랐는지 뿌듯하다는듯 미소를 지었다.


 "다 됐다."


 분위기가 갑작스레 서늘해졌다. 아마 나와 마찬가지로 김남준 역시 서로 너무 가까이 붙어있었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깨달은 것 같았다. 나와 눈을 마주치지 못 한 채 이리저리 허공을 떠다니던 그의 눈이 나를 좇아왔다. 방 안은 너무나 조용했고, 나를 응시하는 김남준의 표정은 더 이상 긴장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그가 천천히 내게로 다가오는 순간, 나는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내 뜬금없는 인사에 김남준은 나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저가 생각해도 민망했는지 머쓱하다는 듯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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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ㅠㅠㅠ 오늘도 분위기 대박이네요 역시ㅜㅜㅜ 브금이랑 너무 잘 어울려요.... 김석진이샛기가 왜 진리냔이랑 엮여있나 했더니 저런 사연이.....! 유빈이냔이랑 석진이샛기랑 등등 여주좀 그만 괴롭 혔으면..ㅠㅠ 흙흙모래모래 자갈자갈...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7년 전
비회원13.233
쓰차 땜시 비회원으로 글 남기네요ㅠㅠ7ㅅ8
혹시 암호닉 받으시나요..? 받으신다면 [꿍디] 신청하고 갑니다..
그리구 분위기ㅠㅠㅠㅠ쩔어여ㅠㅠㅠㅠㅠㅠ대박 으엉 다음편 기다리겠습니다❤️

7년 전
독자2
진리 과거와 석진이 죄책감까지 알게됐네요 엄청 기다렸는데 기다린 보람이 있어요ㅠㅠ 여주보고 그건 여우가 아니라고 사람이 따뜻함을 찾아 헤매는 거라고 말해주고 싶네요ㅠㅠㅜㅠ 챙겨주는 남주니ㅠㅠㅠ고맙댜ㅠㅜㅜ 날이 여전히 덥지만 날씨는 좋네요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7년 전
독자3
진리와 석진의 과거를 드디어 알게 되었네요. 너무 궁금했었는데ㅜ 남준이가 따듯하게 잘 대해줘서 다행이에요.ㅆㅆ
7년 전
비회원113.18
남준이 !!! 마지막에 뽀뽀하려다가 실패한 건가여 ㅋㅋㅋㅋㅠㅠ 원래 홍일점물 같은 거 좋아하는데 몬가 남준 태형 석진 셋이 다 여주 좋아하는 거 같아서 설레여 ㅠ 역시 진리랑 무슨 일이 있었구나... 그나저나 도입부에 나온 저 내용은 뭘까요.. 뭘 잘못한 거지 ㅠㅠ... 오늘두 잘읽구 가요 작가님 더운데 힘내세요 ♥
7년 전
독자4
오늘 분위기가 장난없네요. 조심스럽게 신알신하고갑니다. 잘읽고 있어요!
7년 전
비회원202.89
악 대박적,,,처음 부분과 진리 얘기 부분을 보면 석진이 진짜 산전수전 다 겪고 자란 거 같네요 그래서 여주 의심하고 여주가 아니라는 믿음을 주고 서로 라부라부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큽니다 어차피 작가님이 평소대로 잘만 써주실 테니 저는 울면서 읽기만 하면 되지만유 그리고 남주니,,나이도 어리면서 분위기가 정말 키스해버리고 싶은(?,,,,,다친 후배 약 발라주고 착한 슨배 남준이ㅠ넘 따뜻하네여 오늘도 너무 좋아요 잘 읽었습니다
7년 전
비회원124.111
ㅇㄴㅠㅠㅠㅜㅜㅜㅠㅜ남준이 괘설레요.....8ㅅ8 항상 잘 읽구 있습니다♥
7년 전
독자5
열렬 입니다! 와.. 진짜 석진이는 과거에 어떤 아픔을 가지게 됐고, 어떻게 현재까지 그 아픔을 안고 오게 됐을까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나저나 탄소 성격 단정짓는 건 진짜... 혼자서 오해를 한 번 더 하게 된 것 같고... 와중에 남준이 다정보쓰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넘 다정한 선배... ㅁ7ㅁ8 곧 다음 화에서 뵈어요! ♥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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