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컨데, 권순영과 김세봉이는 내가 이 세상에서 본 사람들 중 가장 병신이다.
-이지훈-
[세븐틴/권순영] 말하고 싶어完- 300일 이벤트 with 호시탐탐탐
w. 뿌존뿌존
"그래서, 걔를 진짜 붙잡았다고?"
"...응"
이지훈 폭발하기 3초 전,
"그래서 붙잡고 뭐라고 했는데"
"그 새끼한테 가지말고 나랑 하교하자고 했어"
이지훈 폭발하기 2초 전,
"그래서, 하교하면서 뭐라고 했는데"
"그냥 별 말 안했어,"
이지훈 폭발하기 1초 전,
"아니 병신아......! 붙잡으란다고 진짜 붙잡냐?
아니, 그리고 그렇게 분위기 잡아놓고서 진짜 그냥 하교만 했어?
어휴 병신; 둘이 아주 쌍으로 병신 짓만 골라서 해요 아주;"
"........야, 나 그래도 니가 하라는데로 했다...!"
"(노어이)"
아무래도 이지훈 말이 맞는 것 같다.
권순영은 돌았다.
확실해.
어제 그렇게 난리를 쳐놓고 진짜 '잡기' 만 했단다.
(빡침)
"여어~ 나 왔다~"
"아 또 늦냐;"
"아 미안, 과학 수행ㅇㅇ"
뭐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김세봉도 눈치는 더럽게 없다.
-
"승관아, 권순영이 별 말 안하디?"
"응?"
워후, 눈치 고자 김세봉이 눈치를 챈 것 같다.
순영아...! 형한테 밥 사라, 알지?
"아니, 어제 그 새끼가 헤어지면서
내일 매점에서 초코빵 사준다고 했는데..
기억 못하나봐"
방금 그 말 취소다, 내가 얘네한테 뭘 바래,
-
그 후로 정말 김세봉이는 쉬는 시간 내내 초코빵 타령을 해댔고,
난 정말 졸리지 않지만 졸린척을 하며 내 자리에 누워있었다.
아 씨, 진짜 나 친구들이랑 오버워치 얘기해야된단 말이야.....!
난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권순영이 김세봉을 왜 좋아하는지,
그리고 김세봉이는 권순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체육시간,
주번인 세봉이가 열쇠를 잠글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옆을 천천히 걸었다.
아직 조금 추운 날씨라 체육복을 목 끝까지 잠그고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였다.
"그래서 어제 권순영이랑 집에 갈때 어색하지는 않았어?"
"응, 괜찮았어. 그 새끼가 지가 잘못한거 아는지 안절 부절하더라구.
그것만 빼면 괜찮았어"
망할, 세봉이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권순영은 지가 잘못한걸 알아서 안절부절 하는게 아니라
그냥 니가 너무 좋아서 안절부절하는거라고.
우리 세봉이가 내가 몰래 매점 다녀온걸 알아차리는 정도로만
권순영의 마음을 눈치채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너무 답답해서 미쳐버릴것만 같다.
"어제 지훈이가 한 말 진심 아니었던거 알지?"
"그럼, 권순영도 진심 아니었던거 알아.
니네 말 빨리 들을걸, 최승철 여자친구있더라.
나 같았어도 그렇게 행동했을거야.
바보같이 착해서, 여자친구한테도 함부로 못하고, 나도 세게 못 쳐낸거야"
세봉이의 눈꼬리가 또 축, 처진다.
누가 문과 아니랄까봐, 끝없는 문과감성;
"그 선배 이과잖아; 다 계산적인 행동이었을거다 멍청아"
"사람 그렇게 판단하지마; 이지훈도 이과잖아.
걔는 과학 좋아서 이과간건데?"
미안하지만 세봉아, 걔는 과학 좋아서 이과갔지만 말야,
그렇지만 걔는 머리가 워낙 좋아.......
"권순영은 어떻게 생각하는데?"
"걘 좋은 애지, 지 감정을 표현할 줄 몰랐어서 그래"
순영아, 가능성이 보이는 것도 같다.
-
체육시간이 끝나고 잠깐 조니 어느새 종례를 하고 있었다.
또 꼴에 반장인 김세봉이 인사를 하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서 깨어났다.
씨, 내 친구만 아니었어도 뒤통수를 한대 때렸을거야.
망할 눈치 고자 새끼.
가방을 챙겨 세봉이와 야자실을 향해 걸으면서도 계속 똑같은 생각이 들었다.
세봉이는 권순영을 좋아할까?
도대체 권순영은 왜 고백을 안 할까?
그렇지만 계속 생각하면 괜히 내 머리만 아플 것 같아 그만 두었다.
그래, 지들끼리 알아서 하겠지.
에이씨! 난 모르겠다!
천하의 눈치 백단 부승관님도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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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새끼한테 가지마. 나랑 하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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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지금은 권순영이랑 같이 하교 중이다.
권순영이 마치 뭐 마려운 똥개새끼처럼 안절부절 못하는 통에 영 신경쓰이지만
그냥 가만히 조용히 걸었다.
권순영 말 안 듣고 괜히 최승철 좋아한다고 설친 건 나니까.
얘 말 일찍 들을걸,
가만 생각해보니 얘는 틀린 말을 한번도 한적이 없었다.
치,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것 같아 기분이 조금 나빠지려고 한다.
"김세봉"
"음?"
"그 새끼가 어디가 그렇게 좋았는데"
"최승철은 진짜 착했어. 사실 나 1학년때 체육대회 보고 반했거든.
아니 반바퀴나 뒤쳐졌는데 어떻게 1등을 해,"
"............"
"그래서 멋있다라고만 생각했는데 어느 날 매점에서 만났어,
내가 그때 부승관이랑 같이 있었는데, 부승관이 초코빵을 사주려고 했어"
"또 초코빵이냐"
"근데 초코빵이 1000원 이잖아, 근데 부승관이 100원인줄 알고 50원 짜리를 가져온거야"
"응"
"그래서 부승관이 엄청 미안해 하고 있었는데
최승철이 대신 내주고 갔어. 지금 생각해보니까
그때도 최승철은 그 언니 주려고 사탕 사고 있었던것 같아.
그걸 지금 안 내가 참 멍청하지, 그지?"
"....고작 그거냐?"
"그거라니?"
"초코빵 사줘서 반한거냐고"
"응"
".............."
"뭐야, 왜 그런 눈으로 보는데"
"김세봉"
"음?"
"내가 내일 초코빵 사줄테니까,"
"응"
"그러니까, 나도 좋아해주면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