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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어락이 풀리자마자 원우는 짐가방을 거실 구석으로 집어던졌다. 피곤해진 눈을 꾹꾹 지압하며 외투를 한겹씩 벗어내는 몸동작이 평소보다 배는 느리다. 베이징에서 있었던 일은 의외로 원우에게 빨리 잊혀지는 느낌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화장실에서 감감무소식이 된 원우를 찾으러 온 준이 화장실 한 쪽 벽면에서 주저앉아 넋이 나가있는 원우를 발견하고는 최선을 다해 달래주었던 것이다. 준은 일주일 내내 원우를 달래고 즐겁게 해주느라 있는대로 고생을 했다. 덕분에 원우는 베이징에 있는 동안 민규 일은 생각도 안하고 즐겁게 남은 기간을 보낼 수 있었다. 원우는 준에게 나중에 꼭 한국으로 초대해 호화로운 여행을 즐기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괜히 저 때문에 준만 불쌍하게 된 사실에 대한 죄책감은 여전히 마음 한 구석을 찝찝하게 만들었다. 

 

 

 

원우는 비행시간동안 피곤에 쩔어있었던 몸을 씻어내기 위해 샤워부스 안으로 들어가 섰다. 따뜻한 물이 원우의 몸을 노곤하게 감쌌다. 어으- 하는 아저씨 같은 신음소리가 절로 나왔다. 머리위로 떨어지는 물을 샤워실 공기가 수증기로 가득찰 때까지 맞고 있는데 갑자기 까먹고 있었던 것만 같았던 민규의 말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됐어. 딱 봐도 소심해서 뭐 하지도 못해. 귀찮은데 뭐하러.' 

 

원우는 순간적으로 욱하는 마음에 두 이를 앙다물었다. 맞물리는 턱에서 우드득하는 괴랄한 소리가 났다. 그래 씨발. 나 소심하다. 

 

 

'그렇겠지 뭐. 관심 없어.' 

 

 

 

그렇게 한 번 생각이 물꼬를 트니, 민규가 내뱉었던 말들이 토씨하나 안틀리고 원우의 뇌속을 지배했다. 관심 없어.. 관심 없어.. 메아리 쳐 울리는 민규의 말과 더불어 떠오르는 민규의 잔상은 이렇게 얄미워도 되나 싶을 정도로 얄미운 모양새였다. 물론 원우는 민규의 표정이 어땠는가는 보지 못했었다. 다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하지 않는가. 원우의 상상 속 그 때 민규의 모습은 세상 제일가는 얄미운 인간이 되어버렸다. 

 

 

 

"어~ 그래!! 내가 언제 너한테 관심가져 달랬냐. 존나 지가 법정스님이야 뭐야 지한테 몇억을 갖다붓는 사람을 관심없어해서 어쩌겠다는 거야. 씨발 머리깎고 산이나 들어가라 미친!!으아악!!!" 

 

 

 

원우는 시뻘게진 얼굴을 부여잡으며 악을 썼다. 씩씩거리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또 다시 민규의 뒷말이 떠올랐다. 

 

 

 

'됐어. 솔직히 나는 그 사람 볼 때마다 좀 그랬어. 뭐 매번 안 따라오는 날이 없으니..' 

 

 

 

그래. 그 뒷말이 더 가관이었지. 원우는 뒤늦게 끓어오르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발산시켰다. 원우를 진정시켜줄 준 같은 사람이 없으니 여과 없이 분노는 분출됐다. 필터링 없는 쌍소리들도 원우 혼자 있으니 할 수 있는 말들이었다. 

 

 

 

"미친놈이!! 지 보러 한번 갈때마다 가성비 그지같은 차 끌고 다닌다고 든 기름값만 해도 몇백은 하겠다!! 서울에서 지방행사 갈때마다 시간맞춰가겠다고 무작정 밟다가 사고 날 뻔 한 적만 해도 몇번이야. 팬싸 한 번 가겠다고 똑같은 앨범만 몇백장을 가지고 있는데!! 처지곤란에 자리차지만 하는거 버리기도 뭐하고, 중고라 잘 팔리지도 않아서 보관한다고 몇년만에 쓰지도 않던 창고까지 치웠다고!! 매번 지 따라다닌다고 들었던 돈이며 시간이며 얼만줄은 알고 그렇게 쉽게 말하는 건가?? 곱씹을수록 열받네! 그 때 그냥 문 열고 나가서 퍼부었어야 했어! 악!!!!!" 

 

 

 

원우는 제 앞에 민규가 서 있는 것 마냥 삿대질까지 해가며 열을 냈다. 급격히 머리로 쏠리는 혈압에 현기증이 날 것만 같아 물을 냉수로 바꿔 틀면서도, 전혀 분노는 가라앉을 생각을 하지 않아서 죄 없는 가슴팍만 쿵쿵 쳐대고 있을 때였다. 

 

 

 

"크음.. 원우야." 

 

 

 

원우는 온 몸에 소름이 쭈뼛 서는 것을 느꼈다. 저 목소리가 누군지 원우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미우나 고우나 20년을 같이 살며 매일 들었던 목소리인데 모를리가 만구하다. 재수 없게도 낮고 다정한 목소리에는 웃음기가 덕지덕지 묻어있었다. 차라리 웃어라는 말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원우는 제가 화장실에서 혼자 미친 듯이 발광해대던 모습을 제 혈육에게 다 보이고야 말았다는 사실에 온 몸으로 좌절감을 느껴야 했다. 오늘부로 전원우 제작, 전원우 연출의 끔찍한 흑역사가 하나 더 추가 됐다. 어쩜 끝을 모르고 갱신해가냐. 원우는 헛웃음이 나오는 걸 굳이 막지 않았다. 그리고 동시에 제 혈육, 둘째 형 전강우는 박수까지 쳐대며 폭소를 터트렸다. 

 

 

 

 

 

 

"그래서. 왜 왔는데?" 

 

 

 

원우는 제 형이 허리도 못 펴고 웃고 있는 동안, 샤워를 재빠르게 끝낸 후 옷을 껴입고 거실로 나왔다. 그새 웃음을 겨우 그친 형이 거실 쇼파에 자리잡고 앉아 집안을 둘러다보는 모습을 보고 원우는 또다시 짜증이 밀려와 퉁명스럽게 말을 뱉어냈다. 그러거나 말거나 원우의 형은 원우의 기분에는 관심이 없었다. 

 

 

"원우야. 우리 마지막으로 봤을 때가 2년전이던가?" 

 

"그게 뭐.. 어쩌라고.." 

 

"그때는 하루에 20시간을 잠만 자고 있길래 우리 막내가 신생아로 퇴행한건 아닐까 은근 걱정이 많았거든. 다행이 요즘은 여행도 다니고, 돈도 팍팍 쓰고. 즐거워 보여서 보기가 좋네." 

 

" 용건만 간단히. 가 우리사이 신념이잖아. 할 말이나 빨리하셔. 왜 온거야? 그것도 기척도 안내구! 샤워실문이나 벌컥벌컥 열고, 형이 무슨 변태 치한이야? 기척은 좀 내고 들어와!" 

 

"왜? 형은 우리 막내 태초의 모습을 오랜만에 봐서 좋기만 했는데. 어쩐지 우리 원우가 유치원때 천둥벌거숭이 같은 행색으로 온 집안을 탐험하고 다녔을 때도 생각나고 말이야. 하하." 

 

"아아아!! 빨리 할 말이나 해라구우!" 

 

 

 

원우는 제 앞에서 사람좋은 얼굴로 웃고있는 제 형을 한대만이라도 때리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 어쩜 저렇게 사람이 밉냐! 원우는 눈을 세모꼴로 뜨고 형을 노려봤다. 역시 형은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도 안쓰지만. 

 

 

 

"그래. 나도 바쁘니까 이제 본론으로 돌아갈게." 

 

 

 

웃던 얼굴을 아무런 기믹도 없이 딱딱히 굳은 얼굴로 만드는 형의 모습에 원우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지는 걸 느꼈다. 죄 많은 원우는 그동안 제가 얼마나 막 살아왔는가를 곰곰히 곱씹어봤다. 사실 제대로 살았던 날이 많지가 않다. 드디어 나도 발목에 족쇄가 채워질 날이 온 것인가. 원우는 날카롭게 치켜떴던 눈을 누그러 뜨리고 최대한 불쌍한 눈을 했다. 

 

 

 

"원우야. 너도 이제 일을 해야지 않겠니?" 

 

 

 

원우의 어깨가 흠칫 떨려왔다. 눈을 이리저리 돌리며 피해봐도 제 앞에 앉아있는 형은 꼼짝없이 원우만 쳐다보고 있다. 젊은 나이에 대기업 임원직에 앉더니 쓸데없이 위압감만 커져왔다. 원우는 어쩔수 없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암요. 본부대로 하십셔.  

 

 

 

불행은 한꺼번에 밀려왔다. 삶의 낙이 사라지고, 제 자유도 사라졌다. 본의아니게 탈덕은 자의로도, 타의로도 진행되고 있었다. 

 

 

 

 

 

일요일에 인티접속을 안하고 놀러다니다가 오늘 아침에 폰을 봤는데 댓글이 정말 ㅠㅠ.. 고마워서 

급하게 써서 왔습니다.. ㅠㅠㅠ. 더 채워서 올려고 했는데 현생이 바빠서여.. ㅠ 홈마원우가 보고싶은 분들이 많으시던데 곧 있으면 다시 복직 시키겠습니당 봐주셔서 감사해요!! 모바일로 썰 푸느라 오타나 띄어쓰기 잘못이 많아요.. 감안해서 봐주시길.. ㅠ 그나저나 분량이 진짜 반의반의 반토막... 흑..ㅠ 꽉 채워서 다시 올게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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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진짜 재밌어요ㅠㅠㅠㅠㅠㅠ하 민원 이것때문에 치여서 파고있습니다ㅠㅠㅠ
8년 전
독자2
허우ㅜㅜㅜㅜㅠㅠㅠㅠㅠ워누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제 밍구는 원우가 안가서 허전하게찌
8년 전
독자3
세상이 원우 탈덕을 도우지만 절대 그렇게는 되지 않을 거라고... 작가님만 믿고 갑니다... 다음편도 기다릴게요 ㅠㅠㅠㅠ
8년 전
독자4
헐 ㅠㅠㅠㅠㅠㅠ원우가 언젠간 다시 돌아오겠죠ㅠㅠㅠㅠㅠㅠ민규 넘 심했어ㅠㅠㅠ
8년 전
독자5
아ㅠㅠㅠ너누야ㅠㅠㅠㅠㅠ워누 다시 홈마 하는거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6
작가님 잘 보고있어요ㅠㅠㅠ나중에 원우가 다시 돌아올거라고 믿고 기다릴게요ㅠㅠㅠ
8년 전
독자7
으어ㅜㅜㅜㅜㅜㅜ탈덕이라니ㅠㅠㅜㅠㅜㅜ
8년 전
비회원212.162
저 오늘 정주행했는데 너무 좋아요 진짜 취저ㅠㅠㅠ 기다리고있을게요
8년 전
독자8
세상에 탈덕이라니 아니 원우가 그래도 마음에 담고만 있지 않아서 다행이긴한데ㅜㅜㅠㅠㅠㅠ
8년 전
독자9
학교가기전에 읽고 가여..헿헤 워누.. 완벽한 탈덕..은 아니길..★ 워누 다시 돌아오길 바래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잘 보고갑니당!
8년 전
독자10
열심히일하다가 다시 홈마해야져ㅠ
8년 전
독자11
민원덕심을 불타오르게 하는 썰이네요ㅠㅜㅠㅠ 넘 설정부터 발리는 것...자까님...♡
8년 전
독자12
작가님 진짜 잘 보고 있어요❤진짜 너무 재미있어서 또 보고 또 보고 있어요❤
8년 전
독자13
넘재미서.....현기등나빨리담화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14
아 재미써요ㅠㅠㅠㅠㅠ 정주행하고왔는데 넘나 꿀잼인 갓ㅠㅠㅠㅠ 빨리 다음 내용 읽고싶얼요ㅋㅋㅋㅋㅋ
8년 전
독자15
작가님 저 일상생활 하는데 문득 문득 이 글이 떠오르고 귀여운 홈마 전원우가 떠올라서 실실 웃다가 친구들한테 이상하다는 소리 들었다고 말하면 안 믿으실 거죠...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재밌게 보고 있어요 원우 혼자서 화내는 부분 뭔가 짠하기도 한데 귀여워요ㅋㅋㅋㅋ 아니 그나저나 탈덕이라니... 원우가 얼른 덕심을 불태울 수 있는 어떤 계기가 빨리 나왔으면 좋겠어요 항상 잘 보고 있어요!!!ㅎㅎㅎ
8년 전
독자16
헐본업이라니...회사일이라니... ㅠㅠㅠㅠ다시홈마한다는건 나쁜말들어도 민규를너무좋아하는건가요?!ㅠㅠㅠ다음화도얼른보고싶어요!ㅠㅠㅠㅠ
8년 전
독자17
헉ㄱ 넘 재미써요ㅠㅠㅠㅠㅠㅜㅠㅠㅠㅠ정주행다했슴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ㅜ원우를 멀리하는 민규 마음도 이해가 가고 민규를 너무 좋아해서 표현하지도 못하는 원우도 이해가가서 안타깝네요ㅠㅠㅠㅠㅜㅜ
8년 전
독자18
헉 너무 재밌어요ㅠㅠㅠㅠ 신알신 신청해두고 가요♡
8년 전
독자19
아 자까님ㅠㅠㅠㅠㅠ 진짜 재밌어유ㅠㅠㅠㅠㅠㅠㅠㅠ 자까님 최고ㅠㅠ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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