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안녕 민규야”
원우의 시선은 민규의 눈동자에 머물러있다. 숱하게 많은 팬 싸인회에 가봤지만 이토록 선명하게 민규를 바라본 건 처음이었다. 꼭 해야만 하는 말이 있다는 강박 덕분인지, 원우는 이상하게 전에 없던 용기가 샘솟는 것 같았다. 너 나한테 잘 못 한 거 있지 않아? 라고 쏘아붙이고 마는 새침한 여자친구와 같은 마음도 살짝 들었다.
“민규야 혹시 1년전에 boys and girls 투어 베이징 콘서트 했던 거 기억나?”
“네~ 당연히 기억하죠! 아! 혹시 그날도 오셨어요?”
“아니이.. 사실 그 날 가려고 표까지 구해놨었는데.. 못갔어.”
“네? 왜요??”
민규의 선량한 눈빛은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고 시인하고 있었다. 솔직히 저렇게 강아지 같은 표정으로 쳐다보면 따지고 싶어도 못 따진다. 사실 뭐, 굳이 따져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말이다. 원우는 순간 말문이 턱 막혀버렸다. 그래도 해야 할 말은 꼭 해야 했다. 나만 기억하고 있는 나에 대한 오해일지라도 말이다.
“응.. 그 때 사실 내가 우연히 너랑 같은 호텔에 묵게 됐었어. 정말 이건 모든 걸 다 걸고 우연이었어! 근데 너가 그 때 나를 사생이라고 오해한 것 같더라고.. 맞지? 그날 너가.. 화장실에서 말하는 것도 우연찮게 듣게 됐거든.. 정말 우연으로!!”
후.. 한번도 더듬거리지 않고 잘 말했다. 처음으로 민규 앞에서 단어의 나열이 아닌 말 같은 말을 건 것이다. 그리고 원우 입장에선 일생일대의 중요한 순간 중 하나이기도 했다. 원우가 가장 사랑해 마지않는 사람에게 제 오해를 풀 수 있는 기회. 원우는 심장이 입 밖으로 곧장 튀어나올 것 같이 흥분 되어 있었다. 그런 원우의 말을 들은 민규는 잠시간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 없었다가 곧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버버 거리기 시작했다. 민규는 당황한 듯 안절부절 못 하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러다가 또 연신 미안하다고 말 하는 것이다.
그런 민규의 반응에 더 당황 한 것은 원우였다. 어쩌면 저에 대한 얘기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고-그럴 확률은 0에 수렴한다고 알고 있지만 서도- 살짝 들었던 기대감은 와장창 무너졌다. 하지만 당황해하며 식은땀까지 흘리고 있는 민규의 모습에 저 역시 당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저렇게 진심으로 미안해하고 있는데 화장실에서 매니저와 나눴던 그 말들이 더 진심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원우는 좋은게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민규의 솔직한 반응 덕에 조금이라도 남겨져 있었던 앙금은 이미 살살 녹아내려 없었다. 원우는 입가를 가리고 해사하게 웃어보였다. 손사래를 치며 아니라고- 미안하다고- 오해였다 사과하고 있던 민규의 몸이 굳어버린 것도 그 순간이었다. 민규에겐 소매를 길게 늘어뜨리고 제 입가를 가려 수줍게 웃고 있는 원우의 모습이 제가 그동안 봐왔던 그 어떤 사람보다도 더 청량해보였다. 원우의 작은 웃음소리가 고막을 때릴 때마다 비례하여 그 청량도는 높아졌다. 민규는 마치 원우 주변 공기에 청량함을 담은 앰플을 톡톡 터트리고 있는 것처럼 원우가 웃자마자 원우의 주변 공기가 화사해지는 것을 느꼈다. 민규는 또 다시 당황해 굳어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멍하니 원우를 쳐다보고 있는 사이 이미 다음 차례가 넘어와 팬이 민규의 팔을 툭툭 건드리며 말을 걸어왔지만 민규는 쉽사리 그 잔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저렇게 웃을 줄도 아는 사람이었어? 소녀처럼 수줍게 웃는 원우의 얼굴은 좋은 의미로 민규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비로소 서로가 서로의 얼빠가 되어버린 역사적인 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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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우는 기분이 좋았다. 저에 대한 오해가 그리 깊은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아서 이기도 했고, 어쩐지 민규의 저 양면성까지도 좋아질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이기도 했다. 이제부터는 민규의 모든 것을 포용 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민규가 10시간의 안무연습 후 씻지 않고 잠들 수도 있는 지극히 현실적인 남자애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비유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어떨지 모른다.) 민규의 반응을 보니 매니저 앞에서 제 뒷담을 한 것도 민규가 현실적인 사람이라서 그랬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민규는 아직 갓 스물 된 어린 남자애이고, 그런 애가 홧김에 저의 사생처럼 보이는 사람에 대해 나쁜 생각을 가지고 뒤에서 욕 정도는 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그 욕 자체도 욕이라고 할 수도 없을 만큼 순수하지 않았던가. 제가 그동안 민규에게 너무 큰 환상을 가지고 좁은 틀에 민규를 가둬 놓은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별 것도 아닌 일이었는데 말이다. 제가 너무 속이 좁았다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민규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생각이 제 마음을 지배했다. 탈덕은 무슨. 다시생각해도 저 자신이 정말 유리 멘탈이었다. 싸인을 받은 앨범을 꼭 쥐고 내려오면서 원우는 연주를 향해 제 기분을 숨기지 않고 웃어보였다. 그 소년같이 천진난만한 원우의 미소에 민규의 팬질로 영생 하겠다 굳게 다짐한 연주의 마음도 갈대처럼 살랑살랑 흔들릴 뻔 했던 것은 연주만의 비밀로 하겠다. 연주는 단상을 내려오는 원우를 보고 본능적으로 심장께를 부여잡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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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염치가 없습니다....
이런 지름글을 이렇게 좋아해주실줄은 몰랐어요 ㅠ
사실 이 글이.. 스토리를 구상하고 막 막 이렇게 이렇게 해야짛 ㅎㅎ 이런 생각자체가 없었던
걍 원래는 에피소드형식으로 써야지 ㅎㅎ 했던 생각 없던 글이라ㅜㅜ
댓글이 늘어갈수록,.. 고마움과 동시에 부담감이..ㅠ
어케어케 지금까지 에피는 진행시켰는데 그 다음 쓸 소재가 생각이 도저히 ㅠ.. 안나서 ㅠ..ㅎ...
여러분들 저는 이만 쓰겠습니다..ㅋㅋ..ㅋㅋ..ㅋ....ㅠㅠㅠ
저 역시 항상 소비러의 입장이었고(..) 받아 먹는거 밖에 능력이 없는 하찮은 사람이라(..)
사실 여러분들이 소재 던져주시면 써볼까 생각해봤지만 제 능력부족으로 무리 ㅠㅠ 일것같고..
둘이 꼭 연애 시키고 싶었는데!! ㅠㅠㅠㅠ 언제 될지 모르겠어서 그냥 이 글은 더이상 글잡에 올리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제가 병에 걸렸는지..제 글 다 구려보이고..똥 같아보이고.. 사실 그동안 썼던 글들도 다 오글거려서 ㅠ 지워버리고 싶은데
선생님들 댓글 고마워서라도 못지우겠고 ㅠㅠ 저 찾으실때마다 양심에 찔리고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큽..ㅠㅠ
그래도 블로그에는 썰 풀수도 있습니다... 저는 원래 그런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ㅠㅠㅠㅠㅠ엉엉 ㅠㅠㅠㅠ
하여튼 그동안 댓글들 정말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