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커플의 장점이 있다면, 매일 매일 볼 수 있다는 거고,
단점이 있다면 매일 매일 봐야한다는 거다.
[세븐틴/문준휘] 네가 없는 시간 - 300일 이벤트 with 일공공사
w. 뿌존뿌존
괜히 아무도 없는 운동장을 타박, 타박 걸어요.
운동장을 걷다보면, 그대와의 추억이 늘 떠오르죠.
내 발엔 거친 돌만이 채이지만, 그대와의 예쁜 추억이 날 부드럽게 만드니 난 괜찮아요.
"어 준휘쌤, 승철학생 담임이었어요?"
"아, 네."
"많이 다쳤던데, 준휘쌤이 애 병원 가라고 설득 좀 해주세요"
"아, 그게, 애한테 병원 가보는 게 어떻겠냐고 계속 물어봐도
그냥 보건실에서 반 애들이랑 있겠대요."
"혹시 승철이 육상...?"
"아뇨, 그냥 평범한 학생이었는데, 참, 신기한 일이죠?"
"준휘쌤도 많이 놀라셨겠어요,
반 학생이 많이 다쳐서"
"아까 세봉쌤 사회보다가 엄청 놀라더만요, 귀엽게"
"............여튼 승철 학생 꼭 병원 데려가보셔요.
외상도 크고, 뼈에 골절이나 뇌에 이상이 생겼을 수도 있어요.
학교라서 정확한 진단은 불가능하지만"
"예, 그럼요"
3년전 체육대회날, 승철이가 있는 보건실로 향하던 길,
보건 교사 세봉 쌤의 걱정어린 잔소리만 잔뜩 듣고 오던 날.
처음으로 승철이를 질투한 날,
처음으로 내 마음을 정의한 날.
세봉쌤, 승철이 군대갔대요.
아마 세봉썜은 이 소식도 모르고 있을거야 그죠?
나 승철이 제대하고 결혼하면 사회 봐주기로 했는데.
세봉쌤 손 꼭잡고 같이 결혼식 가주기로 했는데.
-
운동장에서 서성이다,
명호 쌤과 급식실로 향하는 그대를 봤어요.
그대 여전히 참 예뻐요,
이젠 나의 님이 아니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을 보고 웃지 않아주면 좋겠어요.
난 아직도 이렇게 아픈걸요.
"오, 오늘은 밥 혼자 드시나봐요?"
"................옵.....안녕하세요"
체육대회 며칠 후, 혼자 터벅터벅 급식실로 올라가던 길,
급식실에서 만났던 구석에 혼자 앉아 밥을 먹고 있던 세봉쌤
늘 밥을 혼자 먹는 그대에 내 마음이 아려왔던 날.
"준휘쌤도 오늘은 혼자시네요"
"예, 오늘 4교시에 수업이 있었거든요"
"아............"
내가 그때 그대에게 힘이 되어주지 못해 아직도 미안해요,
앞으로 밥 같이 먹자고 물어볼걸,
그대, 내가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어여쁜 그대에게 꼭 용기내어 말하겠어요.
-
여전히 예쁜 그대를 보다보니 우리의 수줍었던 시작이 생각나요.
여기서 이렇게 그대를 보는것도 나쁘진 않은것 같네요.
체욱대회 1년 후, 시작한 사내, 아니 교내 연애.
승철이가 2학년이 되고, 3학년이 되어도 쭉.
그대는 보건실에서, 나는 1학년 7반에서.
분명히 비밀 연애였는데,
"쌤, 오늘 보건실 다녀왔는데 보건쌤 기분 안 좋아보이던데요?"
라며 걱정해 오는 찬이나,
"아 준휘쌤! 보건 쌤 오늘 아침에 배즙 드시면서 등교하시는거 봤어요?
거 참 같이 좀 등교하시라니까"
라며 잔소리하는 승관이를 보면,
우리는 공공연한 교내 커플이 된게 분명했는데,
교장선생님께 주례도 부탁드렸는데.
"우리 그만해요 이제"
네 예쁜 입에서 그 말이 나오지만 않았더라면,
찬이가 3학년이 된 이 시간.
난 그대에게 사랑한다 말해줄 수 있었을텐데.
참 오래되었네요, 그대와 나의 시간.
참 오래되었네요, 그대가 없는 나의 시간.
나는요 보건 쌤, 어디가 아파도 보건실에 갈 수가 없어요.
팔이 까져도, 무릎이 까져도, 널 보는 내 마음보다 아프진 않을거거든요.
세봉 쌤, 우리의 사랑은 여기서 끝나지만,
우리의 사랑을 잊지 말기로 해요.
내가, 당신을, 당신이 나를 가득히 사랑했던건 잊지 말기로 해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