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 조각 모음
w. 뿌존뿌존
1. 간질간질, 두근두근
[승관]
그 애의 이름은 김세봉이에요.
그 애는 우리 학교 옆에 있는 여고에 다녀요.
몇살일까요?
아마 샛노란 체육복으로 봐선 나랑 동갑인것 같아요.
그 애는 참 예뻐요.
머리를 항상 질끈 묶어도, 그 아이의 예쁜 눈을 단추구멍만하게 만들어버리는 안경을 써도
샛 노란 체육복에 회색 패딩조끼를 걸쳐도, 책이 가득 든 가방을 메고 터덜터덜 학교로 걸어가도,
그 아이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던 그 아이는 정말 예뻐요.
정말, 정말요.
그 애는 우리 옆 동에 살아요.
조그만 빌라촌, 그 곳에 너와 나 둘만 존재했으면 해요.
그래서 낯을 가리는 나 대신, 부끄럼을 많이 타는 나 대신,
예쁜 네가 예쁜 네 입술로 내게 속삭일 수 밖에 없게끔.
"어휴 학생 이러다 지각하겠네-"
가끔 내가 늦잠을 자서 후다닥 뛰어 버스정류장에 늦게 도착해도
그 애는 버스정류장에 앉아있어요.
날 기다린걸까요?
흘깃, 나를 보는 그 애의 관심없다는 눈빛이 좋아요.
물론 난 그 애가 올때까지 버스정류장에 늘 가만히 앉아있지만요,
내가, 그 애가 타고 가야할 17번 버스가 3번이나 지나가도 그 애를 기다리지만요.
17번 버스, 덜컹거리는 낡은 고물 버스에 너와 나 둘만 존재했으면 해요.
늘 네 옆에 서서 가방끈만 만지작 거리는 나 대신,
예쁜 네가 예쁜 네 눈동자로 날 바라볼 수 밖에 없게끔.
나는 그 애가 어디서 내리는 지 알고 있어요.
우리 고등학교 전전 정류장.
나는 그 애가 내려야 함을 알리는 기계의 차가운 목소리가 싫어요.
너와 함께하는 이 시간이 너무 좋은걸요.
시끄러운 기계의 목소리, 그 목소리가 네 예쁜 귀에 들리지 않았으면 해요.
창에 비친 널 계속 바라보던 내가, 내려야 할 곳을 놓쳐버린 널 도울 수 있게끔.
소녀, 날 알고 있나요?
등교하는 짧은 그 시간, 내가 항상 널 바라보고 있다는 걸요,
네가 좋아요,
예쁜 네가, 참 좋아요.
2. 도와줘 SOS
[원우]
심쿵!
오늘만 다섯번째네요.
그만 웃어요, 네가 웃을 때마다 내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단 말예요.
어여쁜 내 님은 내내 어여쁘소서 라는 말은 순 엉터리예요.
내 님이 내내 어여쁘면 난 어떻게 살라는거죠?
내 님은 내내 어여뻐선 안돼요. 이미 충분히 어여쁜걸요.
도와줘요, 심장이 춤을 춰요.
날 보고 그렇게 싱긋, 웃지 말란 말예요.
나는 공부를 해야하는 대한민국의 학생인걸요.
심장소리가 귀까지 들려요, 짝꿍이 비웃네요.
음, 내가 제일 싫어하는 체육시간!
그대, 제발 다른 아이들과 짝이 되어 피구를 하지 말아요.
난 그대를 맞출 수 없단말예요.
난 내 허리를 잡아오는 다른 애들의 손길도 싫고,
그대를 맞추라며 종용하는 눈치없는 애들의 목소리도 싫고,
나를 보며 승부욕에 불타는 그대도 싫어요.
이런 내가 참 한심하지만 어째요,
그대가 너무 어여쁜 탓이죠.
아, 어여쁜 내님, 그만 어여쁘소서.
3. ICE ICE BABY
[한솔]
아아, 들려요?
여긴 아주아주 추운 산 꼭대기.
난 지금 세봉이와 산장에 갇혔어요.
벽, 지붕, 어두운 방안.
자꾸 드는 이상한 생각에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요.
스키장에 놀러왔다가 이게 무슨 봉변이죠?
여긴 너무 추워요, 입김이 호호 나요.
어떡해요! 세봉이가 기침을 해요,
YOU'RE SO ICE BABY.
그녀의 이마가 펄펄 끓어요, 내 손이 녹을 만큼요.
조금만 참아요 내 님, 구조요원들이 눈을 치우고 있대요.
네 차가운 손이 자꾸 날 찾아요.
눈을 질끈 감아요.
벽, 지붕, 어두운 방안.
그래요, 내 님은 추워선 안돼요.
내 님, 구조요원들이 올때까지만,
그때까지만 꼭 안아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