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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온앤오프 샤이니
홀로 전체글ll조회 2417l

 

깎아 세운 듯이 몹시 가파르고 험한 조각칼이 경수의 안경을 부셔트렸다. 초점어린 눈을 데구르 굴리는 경수는 마음속으로 이 상황을 깐보며 도망칠 궁리를 하고있다. 길고 얇은, 하지만 악력은 생김새처럼 갸날프지 않은 억센 손은 경수의 와이셔츠 깃을 잡아 올린다. 목 주위가 깔깔했다. 살갗에 닿는 감촉이 딱딱하고 까칠까칠했다. 혀로 입술을 축였다. 아무리 햝아도 입속은 까슬까슬하게 메말라서 매끄럽지 못했다. 경수의 초점은 자신의 와이셔츠 깃을 잡아쥔 길다란 손을 따라 올라간다. 눈앞을 막는것은 남자의 가슴팍이였다. 한자 한자 박혀있는 명찰. 변 백현 이라 써있다. 백현은 경수의 안경을 부숴트린 조각칼로 안경 주인까지 위협한다. 그것은 백현의 성미가 가스라져 나긋나긋하지 못하다는걸 증명해주는듯 했다. 백현이 겁먹은 경수를 위협하던 조각칼은 저 멀리 집어던지고 그 조각칼을 집던 손으로 경수의 옷 속의 속살을 매만졌다. 얼마나 말랐는지 야위고 윤기가 없어 좀 거친 느낌이 있다. 몸이 까칫까칫한게 전만 못한것 같았다. 퉤. 침을 뱉는 소리가 들렸다. 경수의 표정이 미세하게 변화되었다. 침을 바닥에 뱉아대는 백현이 게름칙 해서이다. 경수는 더러운것을 싫어한다. 그렇기에 백현을 좋게보지 않았다. 백현은 학교에서 소위 잘나간다는 축에 끼는 아이였으며, 늘 꼬장꼬장하게 걸어다니고 담임의 눈을 피해 담배나 뻑뻑 피대는 꼴이 다섯살보다 못한 애새끼 같았다. 하지만 처음부터 백현을 나쁘게 본것은 아니다. 어쩔수 없이 경수는 백현에게 잘 대해줘야 했다. 백현은 엄마가 새로 만난 남자의 아들이였다. 백현은 경수보다 한살이 어리다. 엄마는 재혼을 했고 백현과 경수는 형제가 되어서, 반 강제적으로 형제 행새를 하며 지내야했다. 물론 경수는 동생이 생긴게 좋았다. 그것은 불과 1년전 일이다. 지금은 그 동생이란 놈이 지긋지긋하다. 백현도 처음 만난날엔 경수에게 잘해주나 싶더니 고등학교를 올라오고 나서부터 비뚤어지기 시작했다. 경수는 걱정했다. 질나쁜 애들과 다니는 백현이 걱정스러워, 한번. 딱 한번. 야자를 끝내고 집에가던 찰나에 백현을 만나 그 길고 얇은 손을 잡아 끌며 집 뒤, 빈 공터로 향했다. 그런 애들이랑 몰려다니지 마. 이렇게 말하려고했다. 하지만 그날부터 모든것은 꼬이기 시작했다. 그 뒤로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고 모든게 뒤틀렸다. 형 말 들어야지. 경수의 말에 백현은 성난 말처럼 발발 뛰었었다. 니가? 니가 내 형이야? 왜? 다 비뚤어졌다. 백현의 성격도. 경수의 모든것도. 다 뒤틀렸다. 그날은 경수가 처음으로 변백현에게 강간을 당했던 날이였다. 그 후, 모든것은 뒤틀렸다. 아프다고 울며 허리를 비비 꼬고 골반을 뒤틀었듯이. 마음까지 다 뒤틀렸다.

 

“야”

“…아아,…”

“형처럼 굴지마.”

 

나쁜놈…. 다물어 지지 않아 침을 줄줄 흘리는 입술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오늘따라 백현은 경수에게 더욱 폭력적이였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강간을 하는것은 익숙했지만, 교복을 찢거나 안경을 부수는 일따위는 존재하지 않았었다. 경수는 눈앞에 보이는 사물들이 한자리에 뭉쳐진것에 초점을 흐렸다. 백현이 멍청하게 다른곳을 향하는 경수의 시선에 동그란 머리통을 몇대 갈궜다. 힘없는 경수의 몸까지 폭력에 흔들렸다. 백현이 밀착해있던 몸을 빼내자 속이 훤한 기분에 눈물이 글썽여졌다. 비리고 역한 냄새까지 스멀스멀 올라와서 손으로 입가를 닦았다. 점액질이 손에 묻어난다. 더러워. 더러워. 경수는 앞서 말했듯 더러운것을 증오한다. 눈물이 터질것같았다. 입은건지 누더기를 걸친건지 분간이 안될정도로 흉하게 헝크려트려둔 하얀 와이셔츠에는 신발자국이 선명했다. 한참을 멍하게 누워있는 경수를 쳐다보던 백현이 바지 지퍼만 대충 잠그고 가방을 한쪽 어깨에 걸쳐 경수와 함께있던 공간을 나선다. 경수가 눈을 찌푸렸다. 백현이 나간곳을 긴 시간동안 주시하니, 문에 붙은 표지판이 간신히 보였다. '미술실'. 어딘지 확인할 새도 없이 다짜고짜 손을잡아 끌고온곳은 미술실이였다. 그래서 조각칼이 있었던 것이구나. 경수는 실소를 터트린다. 그리고 저 멀리 한쪽 렌즈가 산산조각난 안경을 엉금엉금 기어가 주워들었다. 안경을 끼니 세상이 선명하게 보였다. 아까의 흔적들도 더 선명하게 가슴을 후벼왔다. 정액과 혈이 묻은 다리사이가 제일 먼저 눈에 띄였다. 경수는 조용히 안경을 벗는다. 그리곤 실내화를 신지않은 발로 안경을 밟아 뭉그러트린다. 안경은 형체를 알아볼수 없었다. 안경을 벗은 세상또한 형체를 알아볼수 없었다. 경수의 눈은 마치 투명한 유리에 붙인 불투명한 시트지와 같았다. 뿌옇게 가려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녀왔습니다.”

 

10분 거리의 집까지 가는것은 30분의 시간이 걸렸다. 당장이라도 삐그덕 소리가 날법한 골반뼈는 한걸음 한걸음 내딛을때마다 고통이였고 차라리 비라도 왔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눈에선 눈물이 쉴새없이 흘렀다. 항상 그런것인데 왜이렇게 슬픈진 평생 이해할수 없을것이다. 동생에게 강간을 당한다는 수치심? 아니, 아예 형으로도 인정받지 못했다는 자존심? 도대체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길래 이렇게 부아가 치미는 것일까. 경수는 현관에 가만히 서있다가 간신히 발을 내딛는다. 평소라면 잘다녀왔냐는 엄마의 목소리가 카랑카랑하게 골을 울렸을텐데, 왠일로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걸 보니 어디 밖에 나갔나 싶었다. 오히려 그것이 잘된 일이다. 정리한다고 정리한 몸이긴 하지만 흉하게 부어버린 눈과 지저분한 차림새는 엄마의 쓸때없는 의구심을 들게할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경수는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 2층에는 방이 2개있다. 하나는 백현의 방이고 다른 하나는 경수의 방이다. 경수는 백현의 방을 지나치며 굳게 닫힌 문틈 새로 나는 담배연기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경수가 황급히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방에 들어오자마자 옷가지를 챙기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일단 찝찝한 몸부터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에 김이 줄줄 피어오를정도로 뜨겁게 물 온도를 맞춰서 몸에 뿌려댄다. 노곤노곤한 기분에 백현이 몸에 싸질렀던 모든게 녹아 내려가는듯했다. 경수는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습기 가득한 화장실 안에서 옷을 갈아입으며 생각한다. 오늘따라 사납게 굴던 백현의 모습을. 왜 나를 이렇게 싫어하는걸까. 형제끼리 할수없을 짓들을 할정도로 내가 싫은건가? 검은 머리칼에서 물이 뚝뚝 떨어진다. 고개를 들어 거울을 보니, 그 차림새가 마치 꽁지 빠진 새 같았다. 앙상하게 마른 몸은 볼꼴이 추레하고 우습게 생겼다. 화장실 안의 텁텁하고 더러운 습기들이 몸속에 가득 찬다. 한순간 나약한 모습으로 변한 자신이 끔찍하게 더럽고 싫었다. 제가 생각하기에 제일 더러운 변백현과 몸을 붙였다는 것만으로도 헛구역질이 나온다. 경수는 물에 젖은 솜처럼 몸을 축 늘여트린채 화장실에서 나왔다. 그순간 방에서 나오던 백현과 눈이 마주쳤다. 안경이 완전 쓸수없게 되버려서, 지금 경수는 눈앞이 다 뿌옇게 보이는 상태였다. 하지만 백현의 형체와 인기척은 경수의 등 뒤에서 식은땀이 삐질삐질 나게 할 만큼 위압감을 주었다. 한마디로 꼼짝 못하는 것이다. 백현이 여태껏 해왔던 폭력과, 거친 손이 마른 제 몸을 쓰다듬는 그 감촉. 그것들을 잊을수 없고 지울수 없어서 하나의 트라우마로 남겨져 버렸다. 경수는 조금도 움직이는 기색없이 그렇게 서있기만했다. 다리가 달달 떨려왔다. 백현이 경수의 쪽으로 다가온다. 경수는 고개를 들었다. 흐린 형체는 서서히 다가와 진해졌다. 그게 무서워서 백현이 아주 가까이 왔다고 생각이 되었을땐 두 팔을 올려 머리를 감싸고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백현이 갑자기 멈칫 했다. 경수의 머릿속엔 자신의 머리통을 쎄게 내려치는 백현의 모습이 리플레이되었다. 하지만 머리에도 그 어느곳에도 상상했던 폭력이란 없어서 눈을 슬쩍 떠보니, 얼핏 백현의 양손에 약같은게 잔뜩 쥐어져 있다는걸 알아차렸다. 경수는 불안하게 떨리는 큰 눈으로 백현을 쳐다봤다. 백현은 경수의 앞에서 산만하게 굴더니 결국,

 

“씨발”

 

욕을 내뱉고는 약을 저 멀리 던져버린다. 그리고 계단을 빠르게 내려간다. 경수는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볼 뿐이다. 천천히 몸을 수그려 땅바닥에 흩어진 약을 주워들었다. 후시딘. 반창고. 두개의 종이곽이 손에 집힌다. 경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벌레가 주는 약은 필요 없었다. 꼽재기 같은 놈. 때나 먼지같이 작고 더러운, 그런 보잘것없는것이 주는 약은 필요가 없었다. 이를 바득바득 갈던 경수는 종이곽을 구겨서 문앞에 있는 쓰레기통에 던져넣었다. 변백현이 주는 약은 필요없어. 이빨로 입술을 꽉 깨물었다. 숨이 터져나오려는걸 간신히 참았다. 헛헛한 이기분. 당장이라도 울음이 비집고 나와야 될것같은 기분이였다. 경수는 방문을 열고 들어가, 온 집안이 울리게 문을 닫았다. 1층 계단에 앉아있던 백현은 경수의 숨소리, 울음을 참는 쇳소리, 약을 던지는 소리, 문을 닫는 소리를 귀담아 듣는다. 백현의 손가락 껍질이 처참히 뭉게져 피가 터져나오는 순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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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형제의 분위기가 되게 묘하네요... 백현이가 완전 츤츤이라 경수가 백현이 마음을 모르고 더 튕기는 거 같고... 글 잘보고 가요!! 작가님 문체 사랑합니다♥
10년 전
홀로
감사합니다...S2
10년 전
독자2
문체가 너무 좋아요 작가님 글 다 보고 왔는데 진짜 홀린듯이 읽고 왔네요 앞으로도 기다릴게요!
10년 전
홀로
정말 감사드립니다^^
10년 전
독자2
노래 제목 알수있을까요? 너무 좋네요
10년 전
홀로
nujabes - Aruarian dance 입니다^^
10년 전
독자2
이런거 너무 좋아여 진짜 아 그냥 울어야지 근데 브금이 무ㅝ예요ㅛ????
10년 전
홀로
감사합니다 노래제목은 nujabes - Aruarian dance입니다^^
10년 전
독자3
헐헐 분위기 짱 좋아요ㅠㅠㅠㅠ 브금도 너무 좋고 작가님 필력 좋으셔요ㅠㅜ
10년 전
홀로
정말 감사합니다ㅠ▽ㅠ
10년 전
독자4
이런분위기진짜좋아요ㅠㅠㅠㅠ작가님금손이세여ㅠㅠㅠㅠ
10년 전
홀로
어익후 과찬이십니다 감사해요 정말...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5
뭐죠???? 작가님.... 이 금손쀨나는 글은?? ? 진짜 보면서.... 흡ㅜㅜㅜㅜㅜ 작가님 진짜 금손이심ㅜㅜ 문체가 장난이 아니시네요ㅜㅜ 팬됬음ㅜ 다음 작품들도 기대할게요^^
10년 전
홀로
헐...감사해 쥬금... 진짜진짜 댓글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 S2ㅠㅠㅠㅠ
10년 전
독자6
제목부터 좋았는데 내용까지ㅠㅠ 근데 백현이가 나쁘긴하지만 약 갖다주는거 보고 와 진짜...백현이 너 진짜ㅠㅠㅠ 그래도 앞 안보이는게 얼마나 불편한데 안경을 깨트리다니! 잘보고갑니다ㅎㅎ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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