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들어 주시면 좋습니다❤️ 01 바론
"너희 아파트 까지만 같이 가자." "......" "신호 바꼈다,가자." 전정국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한손에는 나의 우산을,그리고 한손으로는 나의 어깨를 붙잡고 넋이 나간 나를 이끌어 횡단보도를 건넜다.쌩하니 달려 지나가는 차에서 튀긴 빗방울을 톡,톡 얼굴에 맞고 그제서야 나는 정신줄을 붙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연기,어때.해볼만 해?" "그걸 말이라고..." "아마 금방 적응할거야.하다보면 더 하고 싶어 지거든." "그건 타고난 애들이나 그렇지." "타고난다는게 어딨어.다들 살면서 만들어가는거지." "...애늙은이도 아니고." "맞다,너희 아파트 어디야?" "여기로 들어가면 돼.나 먼저 갈게,얼른 들어가." 이 작은 우산 하나에 둘이 붙어 쓰고 있으니 나는 그 자체만으로도 어색한데 전정국은 계속해서 말까지 걸어 왔다.너무나도 가까운 나머지 전정국의 숨소리는 내 귀 바로 옆에서 들리듯하였다. 더 이상 참을 수 없겠다 싶어 마침 우리 아파트에 가까워 올 쯤 전정국이 우리 아파트를 물어 주어 나는 우산을 가지고 우리 아파트 단지 내로 도망치듯 들어 갔다.하,어색해 미치는 줄 알았네. "너도 여기 살아?한번도 못봤는데." 숨을 고르며 서 있던 그 순간 뒤에서 들려오는 전정국의 목소리에 나는 급히 나는 뒤를 돌아 보았다.대체 왜 네가 여기로 온건데? "너도 여기 살아?" "어,409동." "뭐,409동?나 맞은편 407동 사는데?" "그나저나,나 계속 비 맞고 있는데 우산 좀 씌워주지." 전정국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성큼성큼 나를 향해 걸어 왔다.비에 젖은 머리와 젖은 와이셔츠로 비치는 몸의 실루엣은 이미 이전에도 충분히 위태로워 보였던 전정국을 한층 더 위태롭게 만들었다. 걸어 오는 전정국을 쳐다 보고 있으니 나의 심장은 당연하다는 듯 미친듯이 쿵쾅대기 시작했고 발끝 부터 머리 끝까지 열이 오르는게 느껴져 왔다. "내일 감기 걸릴 것 같아,나.얼른 가자." 그저 비쥬얼적인 면들에 심장이 감탄한거겠지,아마 그런걸거야.혼자 나의 마음을 해석하며 이유없이 쿵쾅대지 않았을 심장에 시답지 않은 번명을 덧붙였다.이유를 모르는 것 처럼.
"괜히 나때문에 너도 많이 젖었네.감기 걸리기 전에 얼른 들어가." 전정국의 손이 나의 머리로 향하는 걸 알고도 난 가만히 있었다.그 잠깐의 찰나,그 아이의 눈빛은 하루 간의 내게 보인 눈빛과 달랐지만 금새 본연의 전정국으로 변하였다. 전정국은 나의 머리칼을 만지더니 젖었다며 손을 흔들어 보인 뒤 머리를 감싸고 재빠르게 자신의 아파트 건물로 달려 들어 갔다.난 아무 생각을 할 틈이 없어서 그 모습을 한참 보고 서 있었다.머릿 속 한가득 그 아이가 차있는 것만 같았기에. * "너희가 원하는 포지션을 이름과 함께 적어 내도록." 어김 없이 오늘도 학교를 마치고 310호에 출석도장을 찍으러 왔다.원하는 포지션?나는 카메라를 잘 다루는 것도 화장을 잘하는 것도 글을 잘쓰는 것도 연기를 잘하는 것도 아닌데.대체 무얼 써내야할지 한참을 멍 때리며 고민했다. "정신줄 붙잡아." "어,어?" "왜 멍 때리고 있어.아직 뭐할지 안정했어?" "하고싶은게 없어." "연기 해볼래?" "에이,그건 한다고 되는게 아니잖아.연기하는 것도 중요한데 너처럼 잘생ㄱ..." "뭐?" "아,아니야.내가 아무리 연기를 잘했더래도 이 얼굴로 촬영했다가는 영화 말아 먹을지도 모르잖아." "너가 뭐 어때서." 내내 의문형에 발랄한 말투로 꼬치꼬치 캐묻던 전정국의 말투가 급변했다.아직 얼굴 보고 말을 나누는 것도 옆에 앉아 이야기를 하는 것도 어색한 나이기에 선생님이 나누어 준 종이만 연신 매만지느라 그 아이의 표정은 볼 새도 없었다.하지만 지금의 말투는 누가 봐도 정색.완전 정색일테다. "...그야 나는 이쁘지도 않고." "왜 그렇게 생각해." "그럼 내가 예뻐?" 왜 그렇게 생각하냐는 말에 어이가 없었다.너처럼은 생겨야 연기한다,믿어주는 게 요즘 세상이다.말하고 싶었지만 참고 돌려 말한다는게 나도 모르게 그 아이에게 답정너스러운 질문을 한 것 같았다. 약간의 짜증 섞인 말투로 째려보며 말을 하려는 생각으로 고개를 돌려 그 아이와 눈을 마주치려했을 때 그 아이는 생각보다 나와 가까이 존재했기에 나는 금새 다시 종이로 시선을 향할 수 밖에 없었다.의자에 고개를 조금 기대어 앉아 나를 쳐다보는 그 시선은 앞을 보고 있음에도 강하게 느껴질 정도였기에 뒷통수가 따가웠다.
"어,예쁜데."
예쁘다고?아,잘생긴게 마음에도 없는 말까지 잘한다.전정국 얘는 분명 얼굴로 여자 여럿 후리고 다녔을거야.매주 여자친구도 바뀌겠지. 나는 안간힘을 다해 전정국의 말에 흔들리지 않으려는 온갖 이유를 만들어 댔다.실패한 것 같지만. "장난 치지 마." "장난 아닌데." "그만해." "다 썼으면 걷어 와." "나 아직 못썼는데..." 전정국은 내 종이를 빼앗아 가더니 종이에 크게 두글자를 써넣었다.배우.내가 진짜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러는건지,그저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진지하지 못한 아이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연출 둘,작가 한명,조명 한명,분장 한명,음향 한명,조명 한명,배우 셋.딱 좋다 그럼 배우 셋 남고 오늘은 이걸로 해산하자.소란 피우지 말고 조용히 귀가하자." 선생님은 배우를 적어 낸 우리 셋을 남겨 대본을 나누어 주었고 배역을 정해야한다며 설명을 해주었다.여자 배역은 분량이 많은 역,그리고 적은 역 두개로 선택권이 부여 되었고 나는 당연히 적은 역을 택하려 마음 먹었다.나는 연기도 뭣도 안되니까. "너 주인공할거지?" "미쳤어." "그럼 안하겠다고?" 집에 가는 길,어찌하다 보니 우리는 하교를 같이하게 되었다.주인공을 하지 않겠다는 나의 말에 잘 걷다 말고 전정국은 갑자기 멈춰서더니 내 앞을 가로 막고 서서는 당연히 해야지,왜 안하냐는 듯이 내게 물어 왔다. "아무리 배우고 연습해도 나 아직 그 긴 연기까지 하기는 어려워." "내가 도와줄게." "나 너 때문에 생전 생각도 안해본 연기까지하게 된 마당에 이 정도하는 것도 최선이야.그러니까 더 이상 요구하지 마." "그래도," "그리고 왜 내가 너가 연기하라면 연기하고 주인공하라면 주인공해야하는지도 모르겠다." 그 동안의 전정국의 태도에 왠지 모를 짜증이 밀려와서 나는 그 자리에 전정국을 둔 채 혼자 마구 앞서 걸었다.뒤에서 전정국은 따라 걸어 오고 있음이 느껴졌지만 절대 뒤 돌아 보지 않았다.지는게 될 것만 같아서. "계속 그렇게 혼자 갈거야?" "......" "같이 가자,아무말도 안할게." "......" "아무리 연기라 해도 내가 걔랑 손잡고 부둥켜 안아대도 괜찮아?" "......" "나는 이왕 찍을 거면 너랑 하고 싶은데." "뭐라고?" "그니까 같이 주연 맡자.내가 도와줄게,맨날 대사도 맞춰주고 연기도 가르쳐주고." "왜 그렇게까지 나랑 하려고 그러는데 대체?"
"...그러게,왜 너랑하려하지."
이유 하나 대지 못하는 모습에 나는 순간 어떤 말이라도 기대했던 사람처럼 마음 속에 커다래졌던 풍선이 터져나간 기분에 뒤도 안돌아 보고 집으로 그대로 빠른 걸음으로 들어와버렸다.진지함이라곤 하나도 없는 놈. 나는 가방을 내려 놓고 무심결에 창밖을 내다 보자 전정국의 아파트가 보였고 들어가지 않은 채 현관에 서서 전화를 매만지는 전정국이 보였다.자연스럽게 나도 나의 전화에 손이 갔고 괜히 한번 전원을 켜보았다.당연한 듯 아무 알림도 없는 화면을 확인하고 전원을 끄려했을 때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잘 들어갔나 해서. "엘레베이터 숫자 잘 누르고 집 비밀번호 잘 외워서 아주 잘 들어왔지.새삼스럽네." -너랑 하고 싶은 이유 알았어. "방금까지 없던 이유가 퍽이나 빠르게도 생겨났네." -맞아,이유 하나-도 없이 그냥 너랑 하고 싶어서인 것 같아. "그럴거면 끊어,끝까지 장난이나 치고.얼른 집에나 들어가.끊는다." -아,잠깐만. "또 뭐-." -내일 같이 가자,학교. ----------------------------------------------------- 이틀만에 찾아 온 바론입니다 오랜만에 글을 쓰니까 빨리 쓰고 싶은 마음이 막 한가득이라서 토요일 하룻동안 스토리 구상과 작성을 한번에 끝내버렸습니다 성급히 적어 내리다 끝맺음이 또 엉성해지면 어쩌나 싶지만 저지르고 보는.... 주말에 빨리 데리고 오는게 그래도 다음 글까지 독자님들이 기다리는 시간이 짧아지니까 그래도 좋은 거겠죠...?!ㅠㅁㅜ 오랜만에 글 쓰니까 너뮤 좋네여................ㅠㅠ 다음 글도 다음주 내에 들고 오겠습니다!! (이러고 또 막 이틀뒤에 들고 오는건 아닐지8ㅅ8) 주말 잘 보내세요^ㅁ^❤️ -암호닉더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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